소리의 공포가 주는 특별한 경험, 그 두번째 이야기
2018년 깜짝 히트를 기록한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상황을 몰입도 있게 연출해 관객들에게 심장이 쫄깃 해지는 극한의 서스펜스를 체험하게 한 작품이다. 표면상의 장르는 크리처물이지만 실제 체감은 그 어느 호러물보다도 무서웠던 영화이며,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가족 영화나 재난물로도 보이는 특이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로 주연과 각본, 감독을 겸한 존 크래신스키는 이 작품을 통해 그간 연출했던 작품들의 부진을 씻고 단번에 주목받는 감독이 되었다.
워낙 가성비가 좋았던데다 (주: 1,7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월드와이드 3억 4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평단의 반응도 대단히 호의적이었던 덕분에 속편의 제작은 기정 사실이 되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제작이 진행된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1년 여의 개봉 연기에도 불구하고 2021년 가장 먼저 1억 달러를 돌파하는 위용을 달성하며 전작의 성공을 이어갔다.
속편인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프리퀄과 시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실 전작에서 괴물의 기원이나 주인공들이 왜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을 대부분 생략해 버렸기 때문인지, 이번에는 전작의 부족했던 서사를 일정부분 채우려 한다. 괴비행체가 지구를 침공한 날, 애봇 가족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아버지의 부재 이후 갓난아이까지 동반한 에블린(에밀리 블런트 분) 일행의 고군분투를 다룬다.
전편에서 괴생명체의 필살 공략법을 터득하긴 했지만 주인공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맞닥뜨린 괴물 한 마리 정도만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이지 인간이 절대적으로 열세인 현재의 판도를 뒤엎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그들에게 삶은 매일이 치열한 생존의 현장이다. 이제 가장을 잃은 애봇 가족은 아버지가 그토록 찾기 위해 애썼던 안식의 땅을 찾기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난다.
한정적인 공간에서의 사건만을 다룬 전편과는 달리 [콰이어트 플레이스 2]에서는 세계관이 조금 더 확장되었다. 이번 작품에서의 특징 중 하나는 플롯이 크게 두 개의 줄기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라디오 채널의 발신지를 찾아 나선 리건과 에밋(킬리언 머피 분)이 한 팀을 이루고 지하 벙커에 남은 에블린과 마커스, 아기가 또 다른 팀을 이루어 각자가 처한 위기 상황을 교차 방식으로 보여준다. 전작과는 달리 애봇 가족 외의 또 다른 생존자들에게도 포커스를 두면서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유의 인간 군상이 펼쳐지는데 인간과 괴물 모두에게 위협을 받는 리건과 에밋의 파트에서는 다분히 베스트셀러 게임인 [라스트 오브 어스]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전작의 주역들이 모두 돌아와 –심지어 전편의 씬스틸러였던 대못까지!- 열연을 펼치며 새로 합류한 킬리언 머피는 선악의 경계가 모호한 인물에서 점차 아버지를 대신하는 또 다른 보호자의 역할로 등장해 성공적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안착시킨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작이 가진 특징들을 균형감 있게 풀어놓았으며 조용하고 섬세하게 조율된 공포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충분한 빌드업을 거친 설정을 바탕으로 세계관을 키운 존 크래신스키의 연출은 보다 속도감 있게 다가온다. 뜨거운 부성애를 느낄 수 있었던 전작에 비해 정서적 깊이는 깊지 않지만 오히려 프렌차이즈 특유의 청각적 공포를 극대화 한 장르적 쾌감은 전작에 버금가는 훌륭한 속편이다.
블루레이 퀄리티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블루레이는 파나비전의 파나플렉스 밀레니엄 XL2 카메라로 촬영된 필름 소스와 일부 장면에 사용된 아리알렉사 미니 촬영분을 4K로 DI시켜 1080p로 전환시켰다. 필름 소스 특유의 디테일한 화면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한편 아날로그 소스의 필름 그레인이 튀어 보이지 않도록 잘 안정시킨 수준급의 컨버팅 결과물로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장점만을 취한 느낌이다.
블랙 레벨의 깊이가 살짝 얕은 감이 없진 않으나 외부 조명이나 자연광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화면 상의 복잡한 오브젝트를 표현하는 재현력이 우수하며, 디지털 크리처와 실사와의 경계가 무너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비주얼이 특징이다.
영화의 비주얼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이 다름 아닌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속편이라는 걸 잊지 말자. 본 작품의 최우선 순위는 바로 사운드다. 돌비 애트모스를 기본 스펙으로 수록한 블루레이는 그야말로 올 해의 레퍼런스 사운드 타이틀이라 할 만 하다. 영화 초반 여기 저기 차들이 충돌하고 괴생명체가 튀어나와 패닉을 일으키는 장면에서는 애트모스 특유의 공간적 역동성을 원없이 느낄 수 있다.
그와는 반대로 에밋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절망에 빠진 리건의 청력 상태를 표현하는 장면은 역동적인 사운드와 대비되는 침묵의 사운드 효과를 기가 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영화 전반에 걸쳐 불필요한 사운드를 최대한 배제한 작품의 특성상 작은 소리 하나도 섬세하고 또렷하게 캐치해 내는 사운드 디자인의 우수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영화 속에서 남발하지는 않지만 적시 적소에 배치되어 있는 점프 스케어 효과 역시 극강의 위력을 발휘한다. (어떤 장면이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필자는 진짜로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스페셜 피처
본 블루레이에 수록된 서플먼트는 딱 필요한 분량만큼만 수록하고 있다. 먼저 ‘Director's Diary: Filming With John Krasinski’는 크래신스키 감독의 생각과 코멘터리가 담긴 메이킹 필름이다. 감독이 생각하는 이번 작품의 테마는 항상 지켜주겠노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 대신 아이들이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이며 특히 본작의 진주인공인 리건의 진정한 성장 드라마라고 말하는데 그 성장이란 결국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스스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 한다. 그 외에도 작품 속 배경과 로케이션 장소에 대한 설명이나 몇몇 장면들에 대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Pulling Back The Curtain’은 지극히 제한적인 내용만 다루었던 전작에 비해 더 풍부해진 배경 설명에 대해서 다룬다. 이 미스터리한 현상이 전 세계적인 이슈였다는 점이 드러나며 괴물에 대한 특징 및 그들이 보다 지능적으로 변화한다는 몇몇 설정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Regan's Journey’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리건의 영화 속 동선에 포커스를 맞춘 내용이다. 아버지라는 안전망이 사라진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입장으로 관객들은 리건에게 온전히 몰입하게 되는데, 소리로 사물을 파악하는 괴물과 정 반대로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리건의 캐릭터야 말로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전편에 등장한 인물들 중 애봇의 가족 외에 유일한 인물은 숲 속에서 만난 노인 뿐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더 혹독한 환경에서 버티고 있으며 그들이 애봇의 가족에게 어떠한 태도를 나타내는 가가 속편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 해답이 정박지 시퀀스에서 나오는데, ‘Surviving The Marina’는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 중 하나인 정박지 시퀀스에 대한 해설과 촬영장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 버팔로 남쪽에서 찾은 로케이션 장소는 마치 [죠스]같은 분위기를 풍겼다는 후문. (참고로 크래신스키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바로 [죠스]다)
마지막으로 ‘Detectable Disturbance: Visual Effects And Sound Design’는 영화의 시각효과와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영상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ILM이 맡았다. 1편을 제작할 당시 감독이 생각한 특수효과의 모토는 “모든 걸 리얼하게 표현하자” 였는데, 크리처 디자인도 화려함을 버리고 최대한 사실적 진화에 기초해 디자인 했다고 한다. 속편에서는 외형에 변화를 주는 대신 걷고 뛰는 기존 사이클에 변화를 줘서 보다 다양한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또한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부분도 상세히 다뤄지는데, 각 장면의 사운드는 해당 신의 분위기와 캐릭터의 감정을 암시하면서 행동까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보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페셜 피처 목록
- Director's Diary: Filming With John Krasinski (9:38)
- Pulling Back The Curtain (3:47)
- Regan's Journey (6:19)
- Surviving The Marina (4:59)
- Detectable Disturbance: Visual Effects And Sound Design(8:24)
총평
처음부터 프렌차이즈물로 계획되지 않았던 속편의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게 마련인데,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편 못지 않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고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결코 과하지 않는 선에서 장르물 특유의 재미와 드라마 모두를 잘 녹여냈고 특히 소리로 관객들을 공략한다는 설정이 여전히 유효타를 날리는 작품이다. 전작에 만족한 관객이었다면 이번 블루레이를 구입하는 데 있어서 굳이 망설여야 할 필요가 없다.
영리하게도 본 작품은 영화 자체의 완성도도 준수한 편이지만 3편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제 반격을 위한 준비를 갖춘 인간이 괴생명체에 맞서 총력을 다할 것으로 기대되는 3편이 어떻게 관객을 맞이할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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