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사랑스런 악동들의 향연
신생 일루미네이션의 깜짝 놀랄만한 히트작 [슈퍼배드]는 디즈니-픽사, 드림웍스, 블루스카이 등의 강자들이 득실대는 애니메이션 시장에 인상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작품 자체는 픽사의 창의력은 고사하고 디즈니의 테크닉이나 드림웍스의 유머를 따라잡기에도 부족해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무난한 스토리와 사랑스런 캐릭터의 힘만으로 가성비 최고치의 흥행수익을 달성하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그렇게 악당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루, 사랑스러운 세 자매, 그리고 무엇보다 주연들을 뛰어넘는 미니언 같은 캐릭터들의 캐미가 잘 어우러진 [슈퍼배드]는 일루미네이션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로 군림하게 되었다.
ⓒ Illumination Entertainment,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부담은 두 세배로 커진다.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오리지널 요소들을 존중하면서 새롭고 신선한 사건들과 캐릭터를 만들어야 만하는 것이 속편이 가지는 숙명이다. (사족으로 그런 의미에서 픽사의 [토이 스토리] 3부작은 가히 기적적인 결과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인 [슈퍼배드 3]는 아버지가 된 악당(1편)과 사랑에 빠진 악당(2편)을 지나 영화판의 영원한 치트키인 출생의 비밀을 꺼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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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루는 급기야 자신의 장기를 살려 악당퇴치연맹에 들어가 비밀요원이 되더니만 사랑하는 여인 루시를 만나 결혼에 성공해 이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악당 발타자르를 눈앞에서 놓치는 바람에 루시와 함께 요원직을 박탈당하는 처지가 된다. 때마침 그루에게 숨겨진 쌍둥이 동생 드루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서 난생 처음 동생과 상봉하게 된 그루는 가문의 전통을 이어 훌륭한 악당이 되고자 하는 드루를 이용해 악당 발타자르를 붙잡고 요원으로 복귀할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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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의 이야기는 크게 세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설 자리를 잃어버린 그루가 재기를 위해 드루와 협력하는 이야기, 두 번째는 그루와 결혼한 루시가 세 아이의 엄마로서 인정받는 이야기, 세 번째는 그루와 이별하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미니언들의 이야기다.
플롯이 분산되어 있는 만큼 이야기의 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작품의 주제이기도 한- 그루를 중심으로 구성된 가족의 연대감이 자리잡는 과정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며 여기에 덧대어진 미니언들의 일탈과 악당 발타자르의 사연도 나름의 흥을 돋구는 양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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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슈퍼배드 3]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1980년대의 향수에 집착하는 발타자르의 존재인데, 마이클 잭슨의 ‘Bad’, 올리비아 뉴튼 존의 ‘Physical’, 아하의 ‘Take on me’ 등 80년대를 수놓은 추억의 팝과 함께 당시의 문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아날로그적인 연출이 DVD Prime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재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 것이다.
반면 주객전도라는 말로도 모자를 만큼 주연인 그루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던 미니언들의 비중이 확연히 줄어든 점은 [슈퍼배드] 팬들에게 있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일 텐데, 이는 아마도 불가사의한 흥행돌풍을 일으킨 [미니언즈]를 의식한 제작진들이 곧 개봉될 [미니언즈 2]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슈퍼배드] 시리즈와 거리감을 두려는 의도인 듯 하다. 물론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미니언즈가 등장하는 –심지어 [씽]과의 크로스오버까지!- 장면들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히 폭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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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그리 참신하지 않았던 소재가 점점 더 진부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나 여전히 무난한, 그리고 하나 하나가 사랑스런 악동 같은 캐릭터들 덕분에 아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블루레이 퀄리티
4K UHD 시대가 성큼 다가선 이 시점에서 [슈퍼배드 3] 블루레이 화질은 그야말로 끝내준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드루의 금발머리나 수세미같이 뻣뻣한 발타자르의 수염같은 사물의 질감을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화면을 수놓은 오브젝트의 디테일한 표현력 또한 우수한데 일례로 드루 저택의 데코레이션, 기둥 대리석의 무작위적인 무늬까지도 정교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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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슈퍼배드 3]는 다양한 배경의 색감 처리가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서 본 타이틀에 담긴 영상은 그러한 비주얼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또한 밝은 화면과 어두운 장면을 가리지 않고 안정적인 계조를 유지하는 무결점의 블루레이 영상이다.
사운드에 있어서도 영상만큼이나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한다. 본 타이틀은 DTS-X라는, 현 시점에서는 궁극의 사운드 포맷을 적용했다. 돌비 애트모스처럼 생생한 공간감을 즐기도록 한 음향포맷이니만큼 그 장점을 잘 살리고 있는데, 007 시리즈의 프리타이틀 시퀀스를 연상시키는 오프닝을 비롯한 여러 액션씬에서 그 진가를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또한 80년대를 수놓은 주옥 같은 올드팝의 향연이 영화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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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국내 정발본의 최고 장점 중 하나는 바로 한국어 더빙의 수록이다. 한국판에서 1편부터 그루 역을 전담해 온 이장원 성우가 이번 3편에서도 캐스팅 되었는데, 그루와 드루 역을 환상적으로 해냈다. 원작에서도 스티브 카렐이 1인 2역의 열연을 했지만, 한국어 더빙의 경우는 드루의 특이한(?) 엑센트를 현지화시켜서 초월더빙에 근접한 연기를 보여준다. 2편까지 에디스와 마고 역을 맡았던 소녀시대의 서현과 태연이 하차하고 강시현, 김연우 성우로 교체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전문 성우들의 역량이 출중한 탓에 성우 교체에 의한 이질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스페셜 피처
꽤 여러 종류의 서플먼트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해 보겠다. 먼저 하나의 삭제씬이 수록되어 있다. 아그네스가 유니콘을 기다리는 동안 에디스가 프리츠 아저씨의 속옷에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가루를 넣어놨다고 말하는 장면. 이어 가려워 어쩔 줄 모르는 집사 프리츠의 모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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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원래 [슈퍼배드 3]에는 이 외에도 몇 개의 삭제씬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그루와 만나 드루가 형 앞에서 주접(?)을 떠는 장면이 있는데, 드루의 행동이 관객에게 호감을 주지 못해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삭제씬들은 본 타이틀에 정식으로 수록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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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 필름은 몇 개의 단편적인 제목으로 나뉘어 보여지고 있다. 그 중에서 “Character Profiles”은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들이 나와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친절히 해주는 부가영상이다. 스티브 카렐을 비롯해 크리스틴 위그, 미란다 코스그로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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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loping Dru“는 신 캐릭터인 드루의 창조 과정을 다룬다. 드루를 만드는데 있어 핵심적인 부분은 드루와 그루가 반대여야 한다는 것. 갈등과 경쟁을 통해 형제애를 발견한다는 게 영화의 큰 주제 중 하나인 만큼 그루를 이을 사랑스런 ‘악당’으로서의 드루를 동정할 수 있게 어떤 부분에서 신경을 썼는 지를 알 수 있다. 특히 1인 2역을 맡았던 스티브 카렐이 캐릭터의 성격을 분석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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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 애니메이션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Minions Moments”는 미니언들이 뻘짓(?)하는 2개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The Secret Life of Kyle”은 그루의 또 다른 식구 카일의 짝사랑 공세를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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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슈퍼배드 3]가 월드와이드 10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슈퍼배드] 시리즈는 [슈렉]을 제치며 명실공히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 프랜차이즈의 왕좌에 올랐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2020년 개봉 예정인 [미니언즈 2]는 시리즈 최고의 기록을 갈아치울 공산이 크다.
관객에 따라서는 조금 심심한 듯한 플롯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웃기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 위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자리하는 [슈퍼배드] 시리즈의 특성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3편도 만족스런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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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슈퍼배드 3 - 피에르 코팽 외 감독, 줄리 앤드류스 외 목소리/유니버설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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