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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열전(續篇列傳) No.30

 

 

 

 

-3부-

리처드 도너가 [슈퍼맨 2: 도너 컷]에 대한 제안을 접한건 DVD라는 매체가 보급단계에 이르렀던 2001년 초반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때만 하더라도 필름의 사용과 관련된 여러가지 복잡한 법적문제가 남아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워너측에서 이 프로젝트에 그렇게 적극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4년의 마곳 키더의 발언 이후 네티즌의 성토가 쏟아지면서 워너측은 [슈퍼맨 2: 도너 컷]의 진행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지요.

2006년 [슈퍼맨 리턴즈]의 개봉은  [슈퍼맨 2: 도너 컷]을 공개할 가장 좋은 시점임에 분명했습니다. 마침내 워너측은 전폭적인 지원을 결정했고 법적인 모든 문제에서 해방된 도너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통해 29년전에 하지 못했던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우선 사용되지 않은 필름 중에서 쓸만한 장면을 골라내는 일이 급선무였죠. 영화에 사용되지 못한 B컷 프린트의 취급이 어떠한지는 영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이라면 잘 아실겁니다. 특히 요즘처럼 디지털 시대가 아닌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이라면 더욱 더 그렇겠지요. [슈퍼맨: 더 무비]의 복원을 주도했고 [슈퍼맨 2: 도너 컷]의 책임자가 된 마이클 쏘우와 도너는 영화사 창고를 모조리 뒤져 폐기처분 직전까지 갔던 B컷 필름들을 긁어 모으기 시작합니다.

이 중에서 쓸만한 것들은 최대한 복원해서 살려냈지만, 미쳐 촬영하지 못한 부분이 문제가 되었지요. 일부씬은 스크린 테스트용으로 찍어둔 필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만 애초에 도너가 참여한 [슈퍼맨 2]의 촬영본은 완성본의 약 70% 정도였으므로 나머지 촬영분은 할 수 없이 리처드 레스터가 감독한 필름에서 가져다 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도너는 레스터의 우스꽝스런 유머가 삽입된 장면을 모조리 잘라냈고, 따라서 [슈퍼맨 2: 도너컷]의 러닝타임은 오히려 레스터컷에 비해 12분가량 줄어들게 됩니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슈퍼맨 2: 도너 컷]의 목표는 사실상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 2]를 완벽하게 재현하기 보단, 도너의 하차로 인해 달라진 [슈퍼맨]의 방향성을 원래대로 바로 잡는 것에 있었습니다. 그 의도대로 [슈퍼맨 2: 도너컷]은 오프닝과 엔딩부터 바뀌게 됩니다. 먼저 오프닝의 경우, 켄 쏜의 맥없는 음악대신 존 윌리엄스의 박력있는 스코어가 흐른 뒤에 슈퍼맨이 우주에 내던진 핵미사일의 폭발로 조드 일행을 가둔 팬텀존에서 세 명이 탈출하게 되는데, 원래 이 장면은 [슈퍼맨: 더 무비]의 엔딩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따라서 레스터컷의 엔딩 또한 도너가 의도한 대로 변경되었는데,  [슈퍼맨 2: 도너 컷]의 엔딩은 [슈퍼맨: 더 무비]의 시간을 되돌리는 엔딩으로 바뀌게 됩니다. 즉 원래 도너의 의도는 핵폭발을 막기 위해 슈퍼맨이 우주 밖으로 슈퍼맨이 핵폭탄을 던지고 이 과정에서 조드 일당이 팬텀존을 탈출하는 장면이 1편의 엔딩이자 2편의 오프닝으로 쓰일 예정이었으며, 2편의 엔딩은 시간을 되돌리므로 인해 슈퍼맨과 로이스와의 로맨스도 자연스럽게 망각하게 되는 끝맺음을 보일 예정이었던 것이죠.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그 밖에 [슈퍼맨 2: 도너 컷]의 가장 큰 미덕은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 '아버지와 아들이 하나가 된다'는 감동적인 설정이 고스란히 복원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플롯을 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말론 브란도의 등장씬인데, 앞서 언급했듯 레스터 버전에서는 이 장면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지요. 복원된 장면에서는 지구인으로서 살길 원하는 칼-엘의 심리상태와 아들을 지구에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조-엘의 부성애가 그대로 묻어나오고 있습니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슈퍼파워를 상실한 칼-엘이 어떻게 힘을 되찾는지에 대해서도 [슈퍼맨 2: 도너 컷]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되는데, 레스터 컷에서는 이 부분이 단지 녹색 크리스탈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본 슈퍼맨의 표정 하나로 뭉뚱그려 넘어가기 때문에 개연성이 매우 부족한 장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물론 [슈퍼맨 2: 도너 컷]에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슈퍼맨 2: 도너 컷]이 보다 완전하게 되려면 [슈퍼맨: 더 무비]의 엔딩 또한 손을 봐야 하지만 1편의 엔딩이 워낙 전설적인 명장면으로 자리잡게 된 데다, [슈퍼맨 2: 도너 컷]은 어디까지나 팬서비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기에 1편과 2편의 엔딩이 모두 동일하게 된 단점이 존재하게 됩니다. (하지만 레스터 버전에서 키스 한방에 기억상실을 경험하게 되는 설정 자체는 사라지게 되었지요)

그리고 리처드 도너가 촬영한 분량이 부족하다는 원천적인 한계 때문에 [슈퍼맨 2: 도너 컷]은 완성도면에 있어서 약 85% 정도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실제로 액션 위주의 엔터테인먼트적 성향이 뚜렷했던 레스터 컷에 비하면 [슈퍼맨 2: 도너 컷]의 액션과 클라이막스는 지나칠 정도로 밋밋하고 화려함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어느 쪽 버전이 더 뛰어난가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부면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슈퍼맨 2: 도너 컷]은 [슈퍼맨: 더 무비]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속편으로서 레스터 컷이 보여주지 못했던 신화적 품격을 고스란히 재현한 작품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만약 제작진이 리처드 도너에게 그대로 [슈퍼맨 2]를 맡겼더라면, 그가 의도한 대로 영화를 완성시켰더라면 망작이 되어버린 [슈퍼맨 3]나 [슈퍼맨 4]가 아닌 레전드급의 슈퍼맨 시리즈를 볼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깁니다.

 

못다한 이야기

1.원래 초기 시나리오에서는 4명의 유배된 클립톤인 악당이 등장할 예정이었습니다. 조드 일당과 더불어 작-엘 이라는 [배트맨]의 조커와 비슷한 악당이 한 명 더 있었던 것이지요.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만 도너는 이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도너가 추구했던 신화적 품격에 걸맞지 않은 인물이라고 판단해서 였을까요?

2.한국에서는 서두원 작가와 김용현 작가에 의해 코믹스판 '슈퍼맨 2'가 나왔습니다.

ⓒ 현대. All rights reserved.

3.조드 역의 테렌스 스탬프는 슈퍼맨의 프리퀄을 다룬 [스몰빌]에서 조-엘의 목소리를 맡았지요.

4.이번 포스팅을 3부로 나눠쓰긴 했는데, 김정대님이 예전에 쓰신 글이 워낙 레퍼런스급이라 내용을 겹치지 않게 쓰려고 해도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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