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픽사, 드림웍스에 이어 폭스-블루스카이 연합이 헐리우드 3대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아성을 지키고 있는 건 28억 달러를 벌어들인 효자상품 [아이스 에이지] 효과에 상당부분을 기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물량으로 승부하는 드림웍스나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디즈니-픽사에 비하면 폭스-블루스카이의 작품들은 어딘가 레디 메이드된 기성품의 냄새를 풍기거든요.
[에픽- 숲속의 전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숲속의 소인국에서 숲을 지키려는 리프맨들과 숲을 파괴하려는 보간족의 대결에 한 인간 소녀가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에픽: 숲속의 전설]은 매우 전형적이면서도 전개가 뻔히 들여다보이는 작품입니다. 등장인물도 상투적이고 인간이 소인이 된다는 설정 또한 뤽 베송의 [아더와 미니모이] 같은 작품들에서 자주 반복되어 온 이야기죠.
이번 작품에서 [에픽- 숲속의 전설]이 던지는 승부수는 스토리가 아닙니다. 독창성과는 아주 거리가 먼 작품이지요. 이 작품의 강점은 바로 비주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간 블루스카이의 작품들이 비주얼이나 CG의 구현에 있어서 경쟁사보다 탁월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리오]를 기점으로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
ⓒ Blue Sky Studios, Twentieth Century Fox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소인국의 활동영역인 숲 속의 전경을 표현하는 디테일과 상상력은 관객이 기대한 이상의 것들을 보여줍니다. 특히 몸집이 작은 소인의 관점에서 그러한 숲 속의 사물이 어떻게 보일 것인지에 대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스펙타클하고 휘황찬란한 것과는 다르게 숨이 막힐 만큼 선명한 녹색의 풍경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난 비주얼에 반해 개연성이 심각할 정도로 빈약하고 인물들의 행동이나 목적에 도무지 공감하기 어렵다는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기술적인 부면만큼이나 이야기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에픽- 숲속의 전설]은 블루스카이의 기념비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블루스카이의 지향점과 기존에 늘 그래왔듯 독창적인 것 보다는 전형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그들의 스타일이라면 [에픽- 숲속의 전설]은 딱 블루스카이의 성격에 걸맞는 작품이라고 하겠지만요.
P.S:
1.영화를 보면서 문득 지브리 스튜디오라면 이 풍경을 어떻게 묘사했을지가 궁금해지더군요.
2,영화의 성우가 아만다 사이프리드나 비욘세 놀즈와 같은 A급 배우와 가수로 포진되어 있는데, 한국 더빙판은 정말이지... 급이 맞질 않습니다. 제발 아이돌 성우 캐스팅은 자제요망.
3.리프맨의 갑주는 신라시대 화랑의 그것을 참조했다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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