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다크 나이트]의 대성공, 그 후 |
애당초 [배트맨 비긴즈]급의 작품으로 예상되었던 [다크 나이트]는 전야제 흥행수입에서 1850만달러를 기록하며 종전의 최고기록이었던 [스타워즈 Ep.3 : 시스의 복수]의 1690만달러를 가볍게 갱신했다. [시스의 복수]가 개봉관이 3663개였던 것에 비해 [다크 나이트]는 그보다 적은 3043개의 극장으로도 신기록을 수입한 것이어서 전 세계 영화시장은 [다크 나이트]의 흥행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다크 나이트]의 최종 흥행 스코어는 전세계 1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역대 영화사상 월드와이드 흥행 랭킹 12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미 박스오피스는 역대 4위) 물론 놀랄만한 것은 [다크 나이트]의 흥행 기록만이 아니었다. 슈퍼히어로물로서는 이례적으로 ‘아트 블록버스터’(이제 이 단어를 쓰는 것도 지칠 지경이다)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뛰어난 작품성을 갖춘 [다크 나이트]는 만화 속 히어로를 범죄 느와르의 장르적 범주안에 녹여내며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Warner Bros. Pictures/ DC Comics. All rights reserved.
그 해 아카데미 8부문에 이름을 올린 [다크 나이트]는 2개부문(음향효과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는데, 정작 최우수 작품상에는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팬들은 분노를 금치 못했다. 결국 이 사건은 다음 해인 82회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작품상 후보군을 10개 작품으로 증설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컬처쇼크에 가까웠던 [다크 나이트]가 극장에서 막을 채 내리기도 전에 팬들은 이 놀랄만한 영화의 차기작이 과연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밑도 끝도 없는 갑론을박을 벌였다. 차기작의 빌런은 누가 될 것인지, 작품의 제목은 무엇일지 등등 팬심을 자극하는 무수한 정보들이 넷상을 떠다녔다. 그러나 정작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차기작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다면서 말을 아껴왔다. 그리고는 곧 그가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프로젝트 [인셉션]의 제작에 착수했다.
2.[다크 나이트 라이즈] 시동을 걸다. |
놀란의 차기작 [인셉션]이 놀랄만한 완성도로 호평받자 팬들은 다시금 [다크 나이트]의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치를 높혔다. 그 와중에 게리 올드만은 놀란이 배트맨 3편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데에 강한 확신을 표명했고, 마침내 크리스토퍼 놀란은 2010년 10월 [다크 나이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한다. 제목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다소 의외인 제목이었지만 팬들은 [다크 나이트]의 후속작이 정식으로 발표 되었다는 데에 환호성을 질렀다.
애당초 놀란이 [다크 나이트]의 후속작에 대해 말을 아낀 이유는 그가 기획했던 배트맨 3부작의 거대한 밑그림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히스 레저의 사망이었다. 조커의 캐릭터가 3편에서 어떤 역할과 비중을 차지하게 될지는 영영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적어도 히스 레저의 죽음이 놀란에게 있어 차기작에 대해 대단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게 만들었음에는 틀림없다. 1 어쨌거나 공식적으로 3편의 개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놀란은 [다크 나이트] 3부작의 완결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인셉션]의 제작을 결정하기 이전에 이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아웃라인을 완료했던 것으로 보인다.
3.새로운 인물들 |
어떤 악당을 선택할 것인가. 이 점은 [다크 나이트]가 개봉된 시점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다크 나이트]의 성공요인 중 절반이 조커였다는 얘기가 나올만큼 악역의 존재감은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었는데,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등장할 악당으로 가장 유력하게 손꼽혔던 건 리들러와 캣우먼이었다. 2
정작 놀란은 심사숙고 끝에 전편들에서 세운 전형에 정반대되는 악당이 필요함을 느꼈다. 그래서 선택된 캐릭터가 바로 베인이었다. 전작의 악당들, 이를테면 허수아비나 조커 및 하비 덴트는 육체적인 능력에 있어서 배트맨을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베인은 원작 코믹스에서 배트맨의 허리를 부러뜨리는 막강한 괴력의 소유자임과 동시에 비상하고 교활한 두뇌를 겸비한 사상 최고의 적수였기 때문이다. 놀란은 메인 빌런인 베인을 통해 배트멘을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압박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기 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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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베인'이 메인 빌런으로 낙점되었다는 발표가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리들러가 등장할 것이라는 루머는 그치지 않았다. 이 같은 리들러 논란에 대해 놀란은 이러한 말로 루머를 종식시키기에 이른다. ‘리들러로는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의 경쟁 상대가 절대로 될 수 없다!’
“배트맨의 세계에서 인물들은 여러가지 전형성을 지닌다. 어떤 의미로 볼 때 조커 역시 하나의 극단이자 절대성의 상징이고 배트맨은 (그와 반대의 입장에 선) 하나의 극단이자 절대성을 의미한다. 우리가 전개해 나갈 배트맨의 이야기에서는 기존의 캐릭터에서 적당히 얼버무린 싱거운 스타일(리들러)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한건 완전히 다른 전형성이다. 그것이 궁극적 폭력을 상징하는 베인이다.” – 크리스토퍼 놀란 (사진은 가이 피어스의 리들러를 가상으로 만든 팬메이드 포스터)
베인 역에는 일찌감치 톰 하디가 거론되었다. [인셉션]에서 무명임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하디는 놀란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고 베인을 구상하는 동안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른 인물이었지만 정작 그는 리부트 될 [매드맥스]에 출연 계약이 되어 있었다.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다른 적역을 찾고 있던 놀란은 [매드맥스]의 촬영이 홍수로 인해 1년 연기되었단 소식을 듣자마자, 하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디 역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대본을 읽어보지도 않고 배역을 수락했다. 심지어 그의 배역이 얼굴을 덮는 마스크를 쓴 채 상상을 초월하는 스턴트 트레이닝을 받아야 하는 혹독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디는 베인 역을 위해 13kg나 살을 찌우고 영화에서 사용할 격투기술을 직접 터득해 대부분의 씬에서 대역없는 열연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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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캣우먼으로 알려진 셀레나 카일 역에는 제시카 비엘, 젬마 아터튼, 케이트 마라, 샬롯 라일리, 키이라 나이틀리 같은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앤 해서웨이가 당첨되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이 참여한 오디션이 할리 퀸을 뽑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후에 놀란과 이야기를 나누서야 셀레나 카일 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
어쨌든 그녀는 이 역을 무척 탐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시카 비엘, 케이트 마라와 함께 최종 오디션을 마친 해서웨이는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전화를 기다리던 그녀는 때마침 매니저에게서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그 전화의 첫마디는 ‘좋은 소식이 있어요, 앤’이었다. 그 즉시 그녀는 ‘내기 캣우먼이 되었어!’라며 뛸듯이 기뻐했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고 멘붕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녀는 극적으로 셀레나 카일 역에 캐스팅되었다는 ‘확실한’ 소식을 듣게 된다. 이전과는 달리 고도의 육체적인 훈련이 요구된 이번 역할에서 앤 해서웨이는 일주일 중 5일을 하드 트레이닝과 댄싱 수업으로 몸을 만드는데 할애했다. 어찌보면 [배트맨 리턴즈]에서 캣우먼을 맡은 미셸 페이퍼의 전설적인 연기와 직접적으로 비교되는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배역이었음에도 원작 코믹스 속 캣우먼의 모델이었던 헤디 라머의 출연작들 보며 자신의 캐릭터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4
그 외에도 [인셉션]에 출연했던 두 명의 배우가 더 합류하게 되었는데, 마리옹 꼬띠아르는 미란다 테이트 역으로 조셉 고든 래빗은 존 블레이크 역으로 각각 캐스팅되었다. 특히 마리옹이 맡은 배역은 라스 알 굴의 딸인 탈리아 알 굴이라는 루머가 돌았지만 헐리우드 리포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는 그 루머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아역배우인 조이 킹이 탈리아 알 굴의 어린시절을 연기한다고 밝혀 서로의 연관성에 대한 추측이 난무한 상황이다.
4.[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테마와 참고서 |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의 배트맨 이야기가 어떻게 범죄를 근절시킬 것인가 였다면, 이번에는 그 계획이 실제로 효과를 거두어 범죄가 사라졌다면?’하는 것이다. 즉, 현재의 문제들을 임시방편으로 덮었을 때 시간이 흐른 후 그 미봉책들이 어디까지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은 영화의 메인 테마인 ‘고통’으로 이어진다. 전작인 [배트맨 비긴즈]가 공포를. [다크 나이트]가 혼돈과 광기를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흑기사 배트맨의 고통과 절망을 다룬다. 실제로 공개된 예고편에서 배트맨이 베인에게 패해 마스크가 벗겨지고 부숴지는 장면은 시리즈 사상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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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참고한 배트맨 코믹스는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와 더그 만케의 ‘나이트폴’ 그리고 제프 로브의 ‘노 맨스 랜드’다. 이 중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슈퍼히어로 의 역사를 바꾼 그래픽 노블’이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배트맨이 은퇴한 이후의 고담시를 배경으로 컴백한 영웅의 지친 내면을 그려내어 이번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메인 플롯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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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폴’은 코믹스 팬들에게 있어서 베인의 존재감으로 각인된 작품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메인 빌런이 베인으로 설정된 이상 ‘나이트폴’에서 그려진 베인의 모습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며 실제로 팬들에 의해 회자되는 ‘어떤 장면’은 이번 작품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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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노 맨스 랜드’는 강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려진 고담시의 1년간을 그린 작품으로 정부의 버림을 받고 공황상태에 빠진 고담의 상황을 표현하는데 참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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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크리스토퍼 놀란은 프랑스 혁명을 시대배경으로 한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참조하여 혁명 직전의 혼란스런 시대상을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투영했노라고 언급한 바 있다.
5.[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미학 |
[배트맨 비긴즈]가 리얼리즘적 요소를 도입한 심리드라마였다면 [다크 나이트]는 범죄 느와르의 미학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이번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는 컨셉 아티스트인 툴리 서머즈가 참여했는데,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밀리터리의 미학’이라고 요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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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지휘관의 느낌과 닮은 용병 베인과 부하들의 등장으로 인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시리즈 중 가장 투박한 스타일로 그려질 예정인데,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밀리터리 액션의 성격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 될 것이며 새롭게 등장하는 텀블러와 배트윙 등의 메카닉 장비 또한 밀리터리 스타일에 충실하게 묘사되었다.
6.지상 최대의 3부작이 될까? |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개봉일이 발표되고 나서 전야제 자정의 IMAX 시사회 티켓은 이미 6개월전에 모두 매진되었다. 심지어 마블의 야심작 [어벤져스]가 호평속에 흥행가도를 달릴 무렵, 공개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5분짜리 프리뷰 영상을 본 사람은 이렇게 말했을 정도다. “오 마이 갓! [어벤져스], 너희들은 이 5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일찍이 놀란은 자신의 배트맨이 3부작으로 ‘완결’될 것임을 밝혔다. 이제 팬들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전작인 [다크 나이트]를 넘어선 작품이 될 것인지, 더 나아가 [배트맨 비긴즈]에서 시작된 3부작의 완전한 종착역이 될지 곧 알게 될 것이다.
본 리뷰는 2012.7.20. Daum View의 인기테마에 선정되었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실제로 [다크 나이트]의 후반부에서 조커는 '난 널 죽이지 않아, 그러기엔 넌 너무 재밌거든. 우린 이걸 영원히 반복하게 될거야' 라고 말함으로 배트맨과 숙명적인 대결을 계속 이어나갈 것임을 암시한다. [본문으로]
- 한편으로는 로빈 윌리엄스가 닥터 휴고 스트레인지 역에 캐스팅될 것이라는 루머도 있었다. 실제로 [인썸니아]를 통해 놀란과 함께 했던 윌리엄스는 [배트맨 비긴즈]때부터 꾸준히 악역을 맡길 원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본문으로]
- 실제로 그녀가 캣우먼 역까지 소화해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아카데미 이후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는 자신이 캣우먼으로 등장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영화상에서 셀레나 카일이 ‘캣우먼’으로 불리는 일은 없다. [본문으로]
- 사실 캣우먼의 모델은 두 명이었는데 [공공의 적]의 진 할로우와 [삼손과 데릴라]의 헤디 라머 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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