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받은 새폰, 즉 개통이력이 없는 처녀폰(표현이 어째...)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유심기변이 조금 어렵습니다. 그래서 근처 대리점을 방문해서 개통이력을 발생시킨 후에 기변처리를 하게 되는데, 이 블랙베리의 경우에는 조금 특이하더군요. 뭐 일반인이 개통이력없는 완전 공기기 상태의 블랙베리를 개통할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만, 여튼 블랙베리는 '전문 취급점'으로 지정된 곳에서만 개통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대리점에서는 개통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지요.
며칠후 용산에 들릴일이 있어 SK 114 상담원을 통해 근처에 있는 블랙베리 개통점에 대한 안내를 받았는데, 용산지역에는 총 3개의 개통점이 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 중 전자랜드에 위치한 대리점을 안내받아 그곳엘 갔지요. 근데 하필 그날이 전자랜드 휴무일인 화요일이라 문을 닫았더군요. 33도의 찜통더위속에 땀을 비오듯 쏟으며 갔더니만 너무나도 허탈했습니다.(네, 귓가에 '감수성'의 BGM이 흐르더군요)
다시 SK 114에 전화해 다른 곳을 안내받아 갔는데요, 전자랜드와는 도보로 약 20분정도 떨어진 비교적 먼 곳에 위치했더라구요. 역시 육수를 한바가지 흘리며 도착했더니 직원이 하는말, 여기 블랙베리 안받는데요? -_-+++
평상시 같으면 버럭질을 좀 했을건데, 이 날은 워낙 더위에 지쳐가지고 말도 하기 힘들더라구요. 다시 SK 114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상담원 가라사대, '어차피 개통이력 남기고 기변처리 하실거잖아요? 그럼 지점을 방문하시면 됩니다. 지점의 위치는....' -_-;;; 허탈해 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첨부터 지점방문하면 처리 가능하다고 말하주면 될것을, 블랙베리 취급점이랍시고 그 무더위에 사람 뺑뺑이를 돌리다니요. 결국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SK지점을 방문해 간단하게 개통에 성공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적은 이유는 혹시라도 블랙베리 개통 및 관련업무를 보실 분들은 꼭 SK 114에서 알려준 지정대리점이 실제 블랙베리 업무를 하고 있는지 먼저 전화로 확인하시라는 것과 만약 근처에 SK지점이 있다면(지점은 대리점보다 상위개념입니다) 그곳으로 가시라는 의미에서 써놓은 것입니다.
그럼 이제 블랙베리 토치 9800의 사용전에 필수적으로 신청해야 할 요금제인 BIS에 대해 언급해 보겠습니다. BIS(BlackBerry Internet Service)는 말 그대로 블랙베리만을 위한 요금제입니다. 이 BIS는 이메일, 일정관리, 메신저, SNS 등의 서비스를 빠르고 신속하게 제공하는데 그 이유는 블랙베리를 위한 별도의 서버를 이용해 블랙베리에 최적화된 상태로 데이터를 가공하기 때문입니다. 메시징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지니스맨에게는 이 BIS를 이용한 강력한 푸시(push) 기능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지간한 스마트폰도 남부럽지 않은 푸쉬기능을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이 부분은 블랙베리만의 장점이라고는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BIS는 블랙베리에서 3G를 사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옵션요금제이기 때문에 기존의 데이터요금제를 사용하는 유저라도 블랙베리에서 3G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BIS요금제를 별도로 신청해야 합니다. 한가지 다행인것은 12000이나 하던 BIS요금이 절반 이하인 5000원으로 파격인하되었다는 점입니다.
정리하자면 블렉베리 토치 9800에서 제대로 된 스마트폰의 기능을 사용하려면 자신의 요금제+BIS요금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이는 3G에 접근하기 위한 기본조건일 뿐 데이터 과금을 위한 별도의 요금제에 가입되어 있어야 겠지요.
먼저 이 블랙베리에 대한 이해없이는 이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조금 어렵지 싶습니다. 사실 블랙베리는 기업용 서비스를 통해 직원들의 비지니스 솔루션으로 알려지게 된 폰입니다. 즉 태생부터가 폐쇄적인 환경에서 출발했다는 의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중화에 출발점을 딛고 있는 아이폰이나 그밖의 안드로이드폰과는 다른 지향점을 가진 제품인 셈입니다. 쿼티자판이 일반화되지 않았을때 메시징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선보인것도 그렇고, BIS라는 특화된 서비스를 갖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세상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죠. 2,3년전까지만해도 '스마트폰이 뭥미?'했던 일반인들 상당수가 현재는 스마트폰 유저가 되었습니다. 이젠 스마트폰 없이는 대화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인데다 세대간의 격차도 심화되고 있지요. 부모세대는 피쳐폰, 자녀세대는 스마트폰이 공식처럼 일반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베리는 조금 중간자적인 입장인 폰이었던 겁니다.
때문에 블랙베리는 기존에 자신이 지니고 있던 블랙베리만의 짙은 색체를 안고 가면서도 대중적인 스마트폰의 느낌을 함께 담아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절충된 모습으로 발전된 폰이 바로 블랙베리 토치 9800이지요. 쿼티자판과 강력한 메시징 최적화 시스템은 그대로 놔두면서 풀터치 화면과 인터페이스는 요즘 트렌드에 맞게 변화를 준 스마트폰입니다.
실제로 블랙베리 토치 9800에 탑재된 블랙베리 os 6.0은 제법 완성도가 높습니다. 화면전환시의 딜레이도 발생하지 않고 스크롤이나 터치감도 훌륭한 편입니다. 인터넷 서핑도 이만하면 충분히 괜찮다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하드웨어적인 개선이 아닙니다. 이건 뭐 다들 잘 아시고 계시리라 믿습니다만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건 사용자 어플리케이션의 확보거든요. 전 유럽시장의 최강자였던 노키아가 고전을 면치 못한것도 국내 유저들에게 최적화된 막강한 앱스토어의 어플리케이션 시장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현재 블랙베리용 앱스토어인 블랙베리 앱월드(appworld)에 등록된 어플리케이션은 약 1만개 정도로 20만개에 달하는 애플의 앱스토어에 비하면 정말 적은 숫자입니다. 단순한 숫자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유저들이 제대로, 유용하게 쓸만한 앱이 과연 몇개나 있겠느냐가 관건이겠지요. 주변의 스마트폰을 쓰는 지인들 중 상당수는 '카카오톡'때문에 스마트폰을 샀다는 경우가 적지 않은 관계로, 킬러앱의 존재감은 해당 폰의 존립여부를 결정할만큼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블랙베리 사에서는 자비를 들여 블랙베리용 카카오톡의 개발을 진행 중인데, 아직까지 배터리 소모문제 때문에 정식 공개가 미뤄지고 있습니다. 사실 블랙베리에는 블랙베리 기기마다 부여된 PIN 번호를 통해서 세계 각국의 블랙베리 사용자와 무제한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메신저를 내장하고 있습니다만 범용 어플리케이션이 요구되는 최근의 흐름에서는 장점으로 부각되기가 어렵겠지요.
그렇다고 영화나 음악감상 등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보고 블랙베리를 구입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역시나 현 시점에서는 블랙베리 특유의 메시징 특화기능에 보다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블랙베리를 이용한 SNS의 활용도는 매우 높습니다. 메일기능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미 보편화된 트위터를 이용하는데 블랙베리의 쿼티자판은 그야말로 발군입니다. 뽀대도 나고요.
단지 스마트폰에서 이 정도의 메시징 서비스 기능과 인터넷만을 사용한다고 치면, 스마트폰의 복잡함에 익숙하지 않은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오히려 블랙베리 토치 9800이 좋은 입문기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비지니스에서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장년층 유저들을 겨냥하기에 좀 더 유리할 것 같군요. 또한 범상치 않은 블랙베리의 디자인을 감안하면 희소성에 눈을 돌리거나 물리적 쿼티자판에 매력을 느끼는 특정 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 구조로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점: 부팅시간이 엄청 빠르다. 진리의 물리적 쿼티자판. 메시징 서비스의 편리함은 최고. 나름 레어급 폰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단점: 범용 앱의 절대적인 부족. BIS요금제 추가부담의 압박. 스마트폰과 피처폰의 어중간한 경계에 위치한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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