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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편의 작품을 함께 한 리처드 도너 감독과 멜 깁슨의 영화치곤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 아니지만 [매버릭]을 볼 때마다 유쾌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멜 깁슨이 포커대회 출전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인인 은행장을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는 도중 은행에 복면강도가 난입한다. 돈없다고 버티는 능구렁이 은행장에게서 두툼한 지폐 다발을 빼앗은 강도가 넋을 잃은 찰나, 멜 깁슨은 슬그머니 강도의 복면을 내린다.
순간 눈이 마주친 두 사람. 갑자기 BGM으로 마이클 카멘이 작곡한 'Meet Martin Riggs'가 흐른다. 아뿔사, 강도 역을 맡은 배우는 다름 아닌 대니 글로버. [리쎌 웨폰]에서 마틴 릭스와 로저 머터프로 전설적인 버디를 이룬 바로 두 사람이 재회하는 순간이 아닌가! '응? 이 녀석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데?'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두 남자. 이윽고 둘 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지만 다시 한번 확인차 서로를 응시한다. 나는 처음 이 장면을 보았을 때 배꼽을 잡았다.
실은 이런류의 유머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기존 영화들에서의 자기복제. 박대영 감독의 [하면 된다]에서는 막판에 [조용한 가족]의 패밀리가 등장해 웃음을 선사하며,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탱고와 캐쉬]에서는 실베스터 스탤론이 자신의 스크린 속 얼터에고인 람보를 대놓고 비웃는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지극히 매니악한 유머를 선사하는 것도 때론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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