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 날로먹는 포스트인 것 같아 약간은 민망한 마음이 든다만 어쨌거나 블로그 방문객을 위해서라도 꼭 알려주고 싶은게 있다. 뭐 다들 잘 아시리라 믿지만 애플의 AS정책은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다. 얼마전 국감에서도 애플 관계자를 불러다 놓고 AS에 대한 이런저런 추궁을 해봤지만 바늘구멍하나 들어가지 않는 철옹성같은 태도에 기가 질릴 정도였으니 아마도 한국에서 아이폰을 뛰어넘는 대박 스마트폰이라도 내놓지 않는한 애플의 AS정책은 바뀔 가능성이 없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건 아이폰에 대한 리퍼 서비스 문제다. 워런티가 남아있는 제품에 한해서는 비교적 쿨하게 1:1 리퍼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만 문제는 워런티가 남아있는데도 리퍼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어떤 경우냐?
지난주 아이폰 AS업무의 위탁업체인 대우 서비스센터에 볼일이 있어 출근길에 들렀다. 일을 마치고 돌아서려는데 돌연 손님 하나가 뷁!하며 급흥분하기 시작했다. "아 몰라! 배째!"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손님A는 아이폰의 수신율 이상으로 서비스를 받기위해 센터에 들렀단다. 근데 아이폰을 이리저리 쳐다보던 수리기사가 이 아이폰은 침수되었기 때문에 수리불가. 정 고치고 싶거든 21만원을 내라고 한 것이다. 난 그 손님A가 얼마나 정직한 사람인지는 모르겠다. 다소 과장된 투로 항의를 하는 것으로 보아 딱히 질 좋은 손님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만 어찌되었건 침수된 적이 없는데 뭔소리냐며 펄펄 뛰는 걸 보니 나도 호기심이 생겼다.
아이폰의 침수라벨은 두 군데에 위치해 있다. 하나는 상단 이어폰 단자 안쪽, 또 하나는 충전 도크 안쪽 이다. 그런데 이놈의 침수라벨이 저 안쪽 구석탱이에 있는 관계로 소비자는 플래시를 들고 이리저리 주의깊게 보지 않는 한 식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애플측에서는 침수라벨이 변색되었으면 무조건 수리불가 처분을 내리고 21만원의 수리비를 요구한다.
자, 그럼 문제의 손님A가 가져온 아이폰은 어땠을까?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상황이 펼쳐진 탓에 나도 모르게 아이폰 좀 보자며 침수라벨을 들여다 보았다. 약간 이상하다. 문제의 침수라벨은 순백의 흰색은 아닌데, 그렇다고 붉은색을 띈 것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아주 옅은 핑크빛이 감도는 듯한 흰색에 가까웠다. 손님A는 해명을 요구했다. 직원은 모니터를 보여주며 침수폰과 정상폰의 차이점을 보여주며 AS규정을 앵무새 말하듯 반복했다.
그런데 손님A는 전혀 납득을 할 수 없었다. 왜냐? 직원이 제시한 모니터의 사진에는 침수라벨의 색상이 완연한 붉은색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손님A는 자신의 침수라벨이 규정에 나와있는 색상과 완전히 다르지 않느냐며 목청을 높혔다. 애초에 폰을 구입할 당시 침수라벨의 변색은 AS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전고지도 듣지 못했는데 멀쩡한 폰을 수리해주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드러누울 기세였다.
아예 이렇게 된거 그러면 폰을 뜯어서 침수흔적이 있는지 확인해 보자며 아주 완강한 태도를 취했다. 이 정도까지 나왔으면 손님A는 분명 자신의 아이폰이 침수폰이 아니라는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이후의 상황을 더 보고 싶었지만 출근시간에 늦어 대리점을 나와야 했던게 아쉬울 따름이다. 아마도 손님A는 리퍼를 받지 못했을 확률이 크다. 어쨌든 애플규정상 예외란 없으니까.
일단 소비자가 현명해야 산다. 아이폰은 원천적으로 침수라벨이 폰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에 위치해 있다. 이어폰 단자와 충전 도크. 둘 다 커버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은 침수된 사실이 없다고 하지만 은연중에 습기가 침투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어폰 단자는 위쪽을 향해 있으므로 비오는날 밖에서 통화라도 하는 날엔 살짝 빗방울이 스치기만 해도 라벨이 변색될 수 있다.
따라서 아이폰 사용자라면 외관에 신경쓰기 전에 반드시 충전 도크용 마개를 구입하길 권한다. 이거 얼마 안한다. 인터넷을 뒤지면 천원정도에 살 수 있다. 재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구입한 건 아주 딱 맞는다. 윗부분 이어폰 단자를 위한 악세사리도 구입가능하다. 나야 항상 이어폰을 꽂아둔 채로 다니니 큰 문제될 일은 없지만 그래도 필요하다면 하나 구입하는게 안전하리라 본다.
몇만원짜리 폰케이스 사는거 보다 천원짜리 마개를 사는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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