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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 극장판: 포켓이 무지개로 가득

페니웨이™ 2010. 7. 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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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NES/Project EUREKA・MBS. All rights reserved.




글 : 페니웨이 (http://pennyway.net)









최강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스튜디오 본즈의 50부작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주: 제목의 Eureka는 영어식으로는 '유레카'라고 발음하는 것이 맞으나, 제작국인 일본의 원작에서는 '에우레카'라고 발음하며 이것이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 점에 대한 논란에는 종지부를 찍었으면 한다)은 보드타는 로봇이라는 색다른 설정, 여기에 소년의 성장극, 그리고 인간과 미지의 생명체 코랄리언의 화합과 사랑이라는 테마를 가미한 복합 장르의 애니메이션이다. 얼핏 보기에 평범한 메카닉 애니메이션처럼 보이는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이하 에우레카 세븐 TVA)에서 전투장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크지 않은데, 이는 본 작품의 실체가 말랑말랑한 순애보에 가깝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총 50부에 걸쳐 진행되는 [에우레카 세븐 TVA]의 진행속도는 굉장히 더딘 편이다. 혼백 드라이브, LFO, 트래퍼, 세븐스웰, 레이라인, 아키타입, 리프, KLF, 스카브 코랄, 파일뱅커 등 이름만 들어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생소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를 설명하는 단계는 불친절하게도 이야기가 한참 흐른 뒤다. 그만큼 [에우레카 세븐 TVA]의 진면목을 감상하기 까지는 많은 인내력이 요구된다고도 볼 수 있는데, 마치 [기동전사 건담]의 화이트 베이스 승무원들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의 구축이 어느 정도 끝난 시점인 중반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인 스토리의 진행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다행히 긴 인내에 대한 열매는 상당히 달콤한 편이다.


ⓒ BONES/Project EUREKA・MBS. All rights reserved.


소년과 소녀의 만남. 그리고 전설적인 로봇의 등장. 일반적인 로봇 애니메이션의 클리셰를 차용한 듯한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은 일요일 아침 7시 방영대의 작품이라는 치명적인 핸디캡 덕분에 방영당시 그 진가를 크게 인정받지 못한 불운의 작품이다. 물론 꾸준한 입소문을 통해 작품이 지닌 놀라운 매력이 알려지면서 차츰 매니아층을 형성했지만 긴 호흡과 불친절한 전개로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편적인 설정들을 재조합해 만든 신선함과 뛰어난 연출력은 이 작품을 스튜디오 본즈의 명작 반열에 올려놓기에 충분하였으며 극장판의 제작이라는 성과를 일궈내기에 이른다.


세상을 구한 영웅 애드록 서스톤의 아들 렌튼을 중심으로 반 정부조직인 월광 스테이트와 정체불명의 소녀 에우레카, 그리고 지적 생명체 스카브 코랄을 전멸시키려는 듀이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에우레카 세븐 TVA]의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독특한, 조금은 난해하기까지 한 설정들로 이루어져 있다. 제작자 미나미 마사히코가 밝혔듯 [에우레카 세븐 TVA]는 철학적 픽션(Philosophy Fiction)이며 '포스트 에반게리온' 시대의 작품들인 [라제폰], [제가페인], [아르젠토 소마] 같은 일련의 메카물처럼 고뇌하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담은 심오한 이야기에 가까운 작품이다. 혹자는 불친절한 몇몇 요소들 때문에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야기의 스케일면이나 전체적인 구성면에서 [에우레카 세븐 TVA]는 대작급 애니메이션의 면모를 충분히 지닌 작품이기에 후속편을 기대한 팬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흔히 TVA에서 극장판으로 넘어오는 패턴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TVA에서 완결되지 않았던 후일담을 전개하는 것.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나 [동쪽의 에덴]이 이런 방식을 택했다. 두 번째는 TVA를 간략하게 편집, 요약하는 방법이다.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이 여기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TVA의 한계를 벗어나 2시간 가량의 에피소드를 별도로 구성하는 것이다.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명탐정 코난], [원피스] 등 상당수의 작품들이 이같은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마지막 네 번째는 기존 TV판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즉 동일한 등장인물을 가지고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는 이른바 패러랠 월드의 전개다.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라제폰] 등의 작품들이 패러랠 월드를 사용한 대표적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무려 50부에 걸쳐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우레카 세븐]의 경우에 무슨 더 할 말이 남아있을까. 아마도 극강의 염장커플, 렌튼과 에우레카의 뒷 이야기(이를테면 렌튼과 에우레카 사이에 태어난 아이에게도 날개가 있을까 라든가...-_-)를 기대한 팬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쉽게도 [포켓이 무지개로 가득]은 전혀 다른 기획, 즉 패러렐 월드로 진행되는 독자적 스토리 라인을 선택했다. 이 점에 관해 감독인 쿄다 코모키는 단순한 이벤트성 이야기를 피하고 싶었고 돈을 주고 표를 구입해 관람을 하는 관객들에게 TVA를 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기에 본 극장판을 TVA와는 다른 방향으로 기획했노라고 고백한 바 있다. 이러한 감독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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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포켓이 무지개로 가득]은 TV판의 설정을 모두 백지화 시킨채 시작된다. TVA의 스카브 코랄 대신 남태평양에 출연해 지구를 침략한 거대생명체 이마쥬와 인간이 50년이 넘도록 대립하고 있는 극장판의 세계관에서 렌튼과 에우레카는 소꿉친구로, 도미니크와 아네모네는 약혼자로 각각 설정되어 있다. TVA에서 가장 핵심적인 테마인 이들 커플이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 자체가 송두리채 생략되어 있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년 렌튼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월광 스테이트의 승무원들은 이번 극장판에서 공공연한 악역으로 등장한다. 아마도 유쾌한 월광 승무원들의 매력에 푹 빠졌던 분들이라면 본 극장판에서의 성격 변화는 일종의 쇼크처럼 느껴질 정도다. TVA와의 유일한 공통점은 렌튼과 에우레카의 닭살돋는 애정행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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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동일 캐릭터로 다른 세계관을 연출한 패러랠 월드는 기존 TV판의 팬들에게 있어서는 불만스런 결과물일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포켓이 무지개로 가득]은 분명히 극장판만의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많은 이야기와 주제를 2시간에 빽빽하게 담아낸 스탭의 노고가 느껴질만큼 설정이 치밀한 편이고 (극장판을 위해 각본을 5차례나 바꾼 바 있다), 무엇보다 TVA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니르밧슈나 긴 생머리를 휘날리는 에우레카의 백미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서비스가 될 만하다. 분명 팬들의 시각에서 볼때 [포켓이 무지개로 가득]은 TVA의 아성에 못미치는 작품이긴 하나 독립적인 하나의 작품, 한편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본다면 크게 손색없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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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이 무지개로 가득]은 간혹 TVA에서 사용된 작화가 재활용되는 장면이 목격되긴 하나 전체적으로 보면 극장판의 퀄리티에 걸맞는 작화수준을 갖춘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원색적인 색체를 잘 표현하고 있고 비트레이트가 급격히 올라가는 전투씬, 특히 오브젝트가 많이 노출되는 장면에서도 별다른 블록 노이즈 등은 관찰되지 않는다. 다만 일부 암부가 짙은 화면에서는 약간의 노이즈가 발생되는데 이것이 감독의 의도한 화면연출의 일부인지는 분명치 않다.

(원본 사이즈로 보려면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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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는 5.1ch DTS-HD의 경우 효과음의 분리도도 만족스럽고 전투씬에서의 박력이 모두 잘 표현되는 편이며, 2채널 스피커를 사용하는 유저들을 위해 2ch 서라운드 PCM 트랙을 제공한다. 물론 블루레이 시스템을 갖춘 사용자가 5.1ch의 오디오 시스템을 구비하지 않았을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으므로 차라리 한국어 더빙 트랙을 넣었더라면 보다 완벽한 타이틀이 될 수 있었을 테지만 이 상황에 한국어 더빙까지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라 생각된다.



부가영상은 TV 스팟과 극장용 예고편, 그리고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 공명'이란 타이틀의 메이킹 필름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리 많은 서플먼트를 제공하는 편은 아니다. 다만 이 메이킹 필름 만큼은 꽤 알찬 구성으로 짜여져있는데 총 50분의 러닝타임동안 쿄다 코모키의 코멘터리와 성우들의 인터뷰와 녹음장면, [포켓이 무지개로 가득]의 사전 예매현장 모습과 2009 도쿄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열린 에우레카 극장판 개봉기념 이벤트 현장 등 풍부한 볼거리들로 꽉 차있는 알짜배기 영상이니 놓치지 말 것. 스페셜 피쳐는 모두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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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PIFAN 예매오픈 1시간만에 전석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초미의 관심을 얻었던 작품인 만큼 DVD 출시에 이어 블루레이 출시까지 이뤄진 것에 대해 시장의 반응이 어떨지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TVA의 출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극장판만 출시된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나 [에우레카 세븐: 포켓이 무지개로 가득] BD의 퀄리티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특히나 [교향시편 에우레카 세븐]을 아직 접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TVA 50부작 진입을 위한 맛보기로서 본 극장판을 먼저 섭렵해 보시길 조심스럽게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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