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길들이기] 리뷰를 들어가기에 앞서 다소 위태롭게 보였던 일부 3D 영화들과는 달리 3D활용에 있어 모범적인 답안을 제시한 점에 대해 일단 칭찬부터 하자. 영화 [아바타]를 보면서 3D로 표현된 이크란의 활강장면에 감탄사를 연발했던 관객들에게 있어 [드래곤 길들이기]는 딱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아바타]이후 극장가의 트랜드로 자리잡은 3D를 활용하는 측면에 있어서 [드래곤 길들이기]의 전략은 명료하다. (러닝타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나는 3D 비행씬의 시각적 쾌감만으로도 관객들은 극장을 찾은 것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초반부터 벌어지는 드래곤의 마을 습격장면과 주인공이 드래곤에게 비행훈련을 시키는 장면, 그리고 최종보스와의 격전이 벌어지는 하이라이트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씬은 가히 3D 화면의 위력을 느끼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관람 포인트다.
그렇다고 3D가 영화의 본질을 모두 덮는 그런 허술한 작품이란 뜻은 아니다. 영국의 동화작가 크레시다 코월이 쓴 원작에 기초한 [드래곤 길들이기]는 소년과 드래곤의 우정을 보편타당한 내러티브 속에서 드림웍스 특유의 비틀기식 유머로 승화해낸 유쾌한 오락물이다. 신화속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마치 실존하는 야생동물처럼 표현해 현실감을 높인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봐 둘 점은 미지와 공포의 대상인 드래곤과 교감을 나누는 소년의 성장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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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맹성과 타협을 모르는 강인함이 미덕인 바이킹 족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 소년 히컵이 상처입은 나이트 퓨리(Night Fury) 종의 새끼 드래곤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가는 장면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걸작 [E.T.]에 버금가는 알싸한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초롱초롱한 눈빛의 나이트 퓨리 종인 투슬리스는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여운데, 영화를 다 보고나면 나도 저런 드래곤 한 마리를 자가용으로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이 작품은 그간 드림웍스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곤 볼 수 없다. 전반적으로 볼 때 [슈렉]보다는 전형적이고 [쿵푸 팬더]보다 유머의 강도는 줄었다. 하지만 공존과 포용이라는 주제의식을 다루는 깊이에 있어서만큼은 한층 성숙해진 느낌인데, 다른 의미로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이 탈 디즈니적인 색체의 작품을 만드는데 있어 어느정도의 현실적인 균형감각을 찾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작품의 편차가 비교적 심한 편이었던 드림웍스의 올 한해가 [드래곤 길들이기]에 이어 [슈렉 4]의 대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최강자 픽사의 대항마로서 서서히 자격을 갖추어 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 [드래곤 길들이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reamWorks Animation.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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