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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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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개봉예정 영화를 살펴보니, 견자단 주연의 [엽문]이란 작품이 리스트에 올라와 있더군요. 영화 포스터의 해드카피에는 '이소룡이 존경했던 단 한사람' 이라는 문구가 당당히 쓰여 있어 이소룡에게 영춘권을 전수해준 엽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아직도 엽문이라는 인물보다 이소룡이 훨씬 더 유명하고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일까요. 여전히 유효한 이소룡의 네임벨류를 보면 그가 정말 대단한 배우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 KEOWON Film co. LTD. All rights reserved.

주인공인 엽문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이소룡의 유명세에 편승하는 [엽문]의 광고카피.



이소룡이 사망한지도 어느덧 37년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가 32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70을 바라보는 노배우가 되어있겠군요. 지난번 [사망유희]의 리뷰(바로가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소룡이 사후에 미친 영향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독특한 괴조음과 함께 단단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액션은 단지 덩치로만 승부했던 헐리우드의 액션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사망유희]가 도저히 영화로서는 완성본이라 부를 수 없는 미완의 상태였음에도 유작으로서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이소룡이라는 배우의 상품성이 대단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소룡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독창적인 브랜드가 되었던 것입니다.

허나 유명상표에는 항상 짝퉁이 뒤따르는 법. 이소룡을 꿈꾸는 수많은 무도인들이 영화계로 앞다퉈 뛰어들기 시작합니다. 당장 [사망유희]만 하더라도 이소룡의 대역을 맡은 김태정이 당룡이란 예명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을 비롯해 한국에서만도 여소룡, 거룡, 하종도 등등 수많은 짝퉁 이소룡이 한국의 권격영화 및 홍콩 등지의 유사 액션물에 출연해 왕성한 활약을 보여주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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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FA. All rights reserved.

2008년 12월,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열린 한국 무술영화 열전 포스터.


하지만 그러다보니 부작용도 만만찮았는데요, Bruce Le, Bruce Li, Bruce Lai, Bruce Lea, Bruce Lau, Bruce Lei, Bruce Ly 등 워낙 비스무리한 예명이 남발되었는데다 한사람이 여러 예명을 바꿔가며 쓰는 바람에 도대체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특히나 동양인들의 외모를 잘 분간하지 못하는 서양인들의 경우 짝퉁 이소룡 영화 및 배우들이 제대로 정리된 데이터베이스를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인 [쾌권괴초(快拳怪招)]의 경우도 1979년에 [Enter Three Dragons]란 제목으로 개봉된 작품이지만 [Dragon on Fire] 등 다양한 제목으로 알려진 탓에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작품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IMDB에서는 'Enter Three Dragons'로 검색하면 또 하나의 유사 권격영화 [타출두(打出頭: The Lama Avenger)]라는 작품이 우선순위로 검색될 정도입니다. 훗날 재개봉 된 탓에 제작년도 표기도 제각각인 경우가 다반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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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azon. All rights reserved.

[Dragon on Fire]란 제목으로 아마존에서 절찬리에(?) 판매중인 [쾌권괴초]

제공:중국영화자료고(http://cafe.naver.com/chinesemovie)

국내에 출시된 '무적의 사나이' [쾌권괴초]의 비디오 표지 


[쾌권괴초]는 [용쟁호투]의 영어 제목인 [Enter the Dragon]을 묘하게 변형시킨데다가 원제마저 성룡이 주연한 1979년작 [소권괴초]를 패러디했으며, 포스터를 봐도 역시 [용쟁호투]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 역력한데요, 그만큼 오리지널리티가 많이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Left ⓒ Warner Bros., Right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용쟁호투]와 [쾌권괴초]의 포스터 비교. 인물들의 배치와 동작이 거의 동일하다. 심지어 [쾌권괴초]에는 이렇다할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도 않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을 맨 위에 떡하니 올려놓은데다 별 활약도 없는 새뮤엘 월즈를 구색맞추기로 짜맞춘 센스가 심히 괴작스럽다.


[쾌권괴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리버리한 흑인 새미가 조직의 돈을 가지고 다이아몬드 밀거래를 하던 중 뒤통수를 맞아 돈과 물건을 모두 빼앗깁니다. 이에 새미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요, 친구인 '드래곤 흥'이 새미를 돕기위해 공항에 도착하지만 마중나온 사람은 실수로 '드래곤 양'을 픽업해 새미의 또다른 친구인 민용에게로 데려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알게된 심부름꾼은 다시 '드래곤 흥'을 찾아 데려오지만 이 사람은 동명이인의 '드래곤 흥'이었구요, 급기야 드래곤 흥의 동생인 '브루스 흥'이 사라진 형을 찾아 나섭니다. 아이고 복잡해라.. 그래서 결국 한명의 드래곤 양과 두명의 드래곤 흥(이 중 한명은 중간에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짐), 그리고 브루스 흥, 민용 이렇게 5명이 이 얼토당토않은 사건에 얽히게 되었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All rights reserved.


암튼 각설하고.. 악당 두목은 엉뚱한 드래곤 흥과 새미의 친구인 민용의 동생을 인질로 납치해 갑니다. 이에 분노한 새미는 홀로 악당의 아지트에 찾아가지만 악당의 오른팔인 볼로에게 잡혀 흠씬 두들겨 맞고, 뒤늦게 새미가 사라진 사실을 알아챈 드래곤 흥과 드래곤 양이 새미를 찾으러 가는데...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All rights reserved.


제가 줄거리를 써놓고도 뭔말인지 모르겠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보면 아시겠지만 놀랍게도 [쾌권괴초]에는 짝퉁 이소룡이 한명도 아니고 5명이나 등장하는 초괴작입니다. 그 중 한국인 배우가 무려 2명이나 출연하는데요, 먼저 우리에게 거룡으로 알려진 Dragon Lee (혹은 Bruce Lei)와 Bruce Lai로 알려진 장일도가 각각 형제지간으로 출연해 특유의 이소룡 따라하기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홍콩배우인 장력과 태국출신의 장정의가 합세해 총 4명의 짝퉁 이소룡이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겉보기에는 뭔가 그럴듯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가도 두 번, 세 번을 봐도 정리가 안되는 엉망진창의 플롯 덕택에 영화는 정말 괴작스런 양상을 띄게 됩니다.

우선 거룡(본명 문경석)이야 워낙 유명한 스타니까 잘 아시겠지만, 다부진 근육질에 이소룡의 여러 가지 습관적인 몸동작을 잘 파악해 응용하는 배우로서 본작 [쾌권괴초]에서도 실질적인(?) 주연으로 등장합니다. 여기서는 장일도의 친동생으로 설정되어 있지요.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All rights reserved.

올드팬들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진 액션스타 거룡. 이소룡을 연상시키는 탄탄한 근육질에 사소한 몸동작까지도 잘 따라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장일도는 [철면객] 리뷰(바로가기)에서 설명했듯이 한시대를 풍미한 액션배우로서 [쾌권괴초]에서는 중간보스급의 캐릭터인 볼로와 맞붙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심지어 [사망유희]에서 이소룡이 입고 나왔던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선보이며 최대한 이소룡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입니다.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All rights reserved.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일도. 역시나 뛰어난 무술실력으로 화면 가득 액션씬을 수놓는다. 어찌보면 가장 비중있는 역할이지만 엉성한 플롯 덕택에 막판에는 느닷없이 거룡에게 주연자리를 내놓게 된다.


한편 브루스 타이(본명 장정의)라는 태국 출신의 이 배우는 선글라스를 낀 모습이 정말 이소룡과 많이 닮았는데요, 원래 무술을 할 줄 모르는 배우인지 영화에 등장해 하는 일이라곤 잔뜩 폼만 잡고 돌아다니다가 악당들에게 납치당해 묶인채로 구조되기만을 기다리다 슬그머니 사라지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단지 선글라스 쓴 모습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캐스팅 된 듯.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All rights reserved.

단지 선글라스 낀 모습이 닮았다는 이유로 캐스팅 된 장정의. 제대로 된 액션씬 하나 없다.



장력은 스턴트맨 생활을 겸했던 배우로서 외모면으로는 이소룡과 그닥 닮지도 않았을 뿐더러 액션의 기술적인 부분도 짝퉁 이소룡과는 조금 거리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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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3인방 중 하나인 장력. 외모면에서는 이소룡과 그리 닮지 않았고, 액션 동작이나 스타일은 오히려 성룡의 스타일에 가깝다.


한편 [쾌권괴초]에는 [용쟁호투]의 짐 켈리를 의식한 듯 새뮤엘 월즈라는 흑인배우가 등장하는데요, 전미 카라데 챔피언 출신인 켈리와는 달리 이 3류 배우의 어설픈 액션은 그야말로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All rights reserved.

흑인 무도인 역할로 캐스팅 된 새뮤엘 월즈. 저 엉거주춤 골때리게 어설픈 동작을 보라.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All rights reserved.

이 사람은 누군지 (아마도 극중 한명의 드래곤 흥이 아닐까 짐작) 잠깐 얼굴만 비췄다가 두번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장정의처럼 단지 이소룡과 닮았다는 이유로 등장시킨 모양인데 정말 무의미한 캐릭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용쟁호투]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댔던 근육질의 사나이, 볼로 역의 양채(혹은 양사 楊斯)가 다시금 볼로라는 캐릭터로 돌아왔다는 점입니다. 그는 비록 [용쟁호투]에서 직접 이소룡과 대결하지는 않지만 훗날 [십자수권]에서 여소룡과 일전을 벌이게 되고, [쾌권괴초]에서는 장일도와 싸우며, 이소룡의 아들인 브랜든 리와는 [용재강호]에서 맞붙게 되죠. 비록 1급 액션스타로 떠오르지는 못했습니다만 [용쟁호투]의 잔상속에 7,80년대 여러 B급 영화에 출연하며 수많은 이소룡의 그림자들과 대결을 펼치며 그만의 연기인생을 살게 됩니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All rights reserved.

[용쟁호투] (사진 위) 이후 수많은 이소룡의 잔상들과 싸우고 또 싸웠던 양채. 나중에는 예명마저 Bolo Yeung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재밌는 사실은 정작 [용쟁호투]에서 양채와 대결을 펼쳤던 건 이소룡이 아니라 존 색슨이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버라이어티한 배우들이 출연해서 나름 B급 짝퉁무비의 매력을 잔뜩 기대했건만 결과는 역시나 였습니다. 하긴 한국 배우가 둘씩이나 메인급으로 출연하는데도 이 작품에 대한 정보는 국내의 어떤 영화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네요. 사실 따지고 보면 이소룡의 잔영을 찾을 수 있는 작품들은 이외에도 정말 많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그 중 다른 작품을 더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이 작품에 출연했던 거룡, 장정의, 양채는 [브루스 리의 클론들 (The Clones of Bruce Lee)]이라는 작품에서 또 한번 같이 출연합니다. 헐~


ⓒ Newport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 [쾌권괴초]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Asso Asia Films/Video Programme Distributors (VP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엽문(ⓒ KEOWON Film co. LTD. All rights reserved.), 용쟁호투(ⓒ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한국 무술영화열전 (ⓒ KOFA. All rights reserved.),아마존 상품소개(ⓒ Amazon. All rights reserved.), 브루스 리의 클론들(ⓒ Newport Releasing.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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