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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권력과 언론은 어떻게 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나

 

“피 흘리는 황소에게 피라냐가 덤벼드는 것 같았다 (like piranha on a bleeding cow).” 

 

미 사법 공권력의 상징과도 같은 FBI와 언론을 피라냐에 빗대어 언급한 사람의 이름은 리차드 쥬얼이다. 그는 1996년 미국 애틀란타 하계 올림픽 기간 중 발생한 폭탄 테러 현장에서 비정규직 경비요원으로 근무 중 폭발물을 사전에 발견해 더 큰 피해를 막아내면서 한 순간에 영웅으로 떠 올랐던 인물이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영웅으로 추앙 받은 건 단 3일 뿐, FBI가 리처드 쥬얼을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평범했던 남자의 삶은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다. FBI는 두 차례에 걸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집기류와 속옷 등 온갖 집안 살림을 모조리 가져가다시피 했고, 피의사실을 건네 받은 언론은 그에게 연일 폭파범의 프레임을 씌워대며 범인으로 몰고 갔다. 

두 달이 넘는 기간에 공권력과 언론은 한 남자의 인생을 만신창이로 만들었지만 결국 FBI는 리차드 쥬얼을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별 볼일 없는 소시민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와의 싸움을 끝까지 버텨냈고, 우둔하지만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그의 순수함이 승리한 것이다. 이 사건의 진범은 6년이 지나서야 잡혔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이제 이 놀라운 이야기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리차드 쥬얼]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언제부터인가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일에 유달리 큰 관심을 보여 왔는데, [체인질링], [아메리칸 스나이퍼],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라스트 미션]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제 이야기를 탁월한 스토리 텔링으로 전달하는 데 있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인사이더]의 작가이기도 한 저널리스트 마리 트레너의 기사를 토대로 한 이 작품은 정의감이 투철하고, 때묻지 않은 한 사람이 사회 권력에 의해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 지를 매우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지점은, 이 작품이 당시 리차드 쥬얼에 대한 가짜 뉴스를 생산했던 언론사와 기자들의 ‘실명’-가령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의 여기자 캐시 스크럭스 같은- 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당사자들로부터 명예훼손으로 소송이 걸리기 까지 했으니,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얼마나 작심을 하고 가감 없는 사실을 전달하려 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지만 코미디언 출신의 폴 월터 하우저는 마치 리차드 쥬얼을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까칠하면서 공격적이지만 쥬얼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 변호사 역의 샘 록웰 역시 어느덧 연륜이 묻어 나오는 베테랑급 연기를 선보이며 [미저리]의 명배우 캐시 베이츠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모성애를 기가 막히게 표현해 내면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90세의 거장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경지에 달한 연출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본인이 직접 출연한 [라스트 미션]과 [15시 17분 파리행 열차]에 이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차기작인 [리차드 쥬얼]을 내놓으며 작품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느낌인데,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예리하게 살아 있다.

블루레이 퀄리티

[리차드 쥬얼] 블루레이는 아리알렉사 장비로 촬영한 결과물을 가지고 4K DI 시킨 마스터 소스로 다시 1080p 해상도로 변환시켜 2.39:1의 화면비에 담아냈다. 영화 속 화면의 특징이라면, 인공적인 조명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자연광에 의존하는 듯한 화면이라는 점인데, 그 때문에 화려하거나 스타일리시한 영상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이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다소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로 보여진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확대됩니다. (Click on Images Below to Enlarge)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어찌되었건 화질에 있어서는 그리 흠잡을 데가 없는데, 클로즈업과 와이드 앵글로 잡은 장면들에서 나타나는 디테일과 화면의 질감은 만족스런 결과물을 보여주며, 블랙 레벨의 깊이와 압축 노이즈의 부면에 있어서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평균 비트레이트는 32.4Mbps로 상당히 준수한 편.


사운드 포맷은 DTS-HD 5.1로 돌비 애트모스가 대세인 최근의 추세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 물론 인상적인 사운드에 의존하는 영화가 아니긴 하지만 테러가 발생하는 센테니얼 올림픽 공원의 콘서트 현장과 폭파 장면에서의 현장감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적인 느낌은 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확대됩니다. (Click on Images Below to Enlarge)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아쉽기는 해도 영화의 대부분이 그러한 사운드 임팩트가 필요한 장면들로 이루어 있지는 않아서 DTS-HD 5.1로도 영화 감상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히려 영화의 드라이한 느낌에 걸맞게 BGM의 사용도 절제되고 있는 작품이라 깔끔하게 들려오는 대사와 전체적인 사운드 오브젝트의 투명감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스페셜 피처

부가영상은 단촐하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영화의 메이킹 필름인 ‘The Making of Richard Jewell’과 또 하나는 실제 주인공 리차드 주얼의 이야기를 조명한 ‘The Real Story of Richard Jewell’이다.

먼저 ‘The Making of Richard Jewell’에는 왜 이 이야기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감독의 생각이 담겨 있다. FBI 요원으로 출연한 배우 존 햄도 이 이야기가 현대의 미국 문화와 무슨 관련이 있길래 영화로 만들고 싶어했는지를 궁금해 했다는데, 이스트우드 감독은 ‘작은 정보가 어떤 재난을 불러오는 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또한 실제로 일어났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꼭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The Real Story of Richard Jewell’은 사건의 당사자인 리처드 쥬얼의 모친과 변호사 왓슨 브라이언트, 그리고 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해 실제 사건에 담긴 이야기를 보다 광범위하게 다룬다. 본 영상을 보면 수사기관 보다도 언론 쪽에 더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알려주는데, 원래 FBI는 쥬얼을 ‘용의선상’에 올렸을 뿐이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단정 짓지는 않았다.

ⓒ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피의사실이 언론에 흘러 들어가 특종을 터트렸고, 상황이 순식간에 악화되면서 FBI는 쥬얼을 범인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200명이 넘는 기자들이 쥬얼의 집 앞까지 몰려왔다고 하니, 뭐 그 상황은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충분히 추측이 가능하다. 이 사건에 대한 쥬얼의 입장을 직접 듣고는 싶지만 그는 2007년, 44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고인이 되었다. 어떤 언론도 쥬얼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테러리스트로 기억하고 있다.  

총평

검찰의 압수수색, 피의사실 공표, 언론의 무자비한 취재 등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바가 있기에 본 영화는 꽤나 익숙한 기시감을 줄 듯 하다. 언론과 공권력에 대한 신랄한 비판 의식 때문인지, [리차드 쥬얼]은 그 완성도와는 별개로 언론과 매체에서 거의 회자 되지 않은 특이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때문에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신작이었음에도 아직 이 영화를 접한 분들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본 블루레이를 통해 보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접하게 되길 바라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남긴 말로 리뷰를 마칠까 한다. 

“주얼의 얘기는 진실이 결여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일들이 정상적인 것이 되면 우리 사회는 끔찍한 것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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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맹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언맨2, 쓰리빌보드, 더웨이 웨이백,조조래빗 등등 나사빠진 캐릭터 연기의 달인 샘 록웰이 변호사로 나온다니 보고싶네요

    2020.05.21 10:24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더 문]에서도 좋았지만 제가 연기자로서 눈에 확 들아왔을 때는 [바이스]의 조지 부시 대통령 역할이었습니다. [W]때에도 조시 브롤린이 부시 역을 맡았었는데, 샘 록웰이 연기한 부시는 정말 실제 인물 그 자체더군요. ㄷㄷㄷ

      2020.05.21 18:26 신고
  2. 메카라이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시국에 의미가 깊은 영화로군요.
    우리나라의 검,언 유착을 생각하면 말이죠.
    최근 쓰신 모 고전 만화 출판물에 대한 페니웨이님 글도 무척 시원했는데요.
    외면하지 않는 용기가 세상은 물론 취미 생활 조차도 건강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2020.05.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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