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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076

레 미제라블 - 상처입은 영혼들을 위한 힐링무비

빅토르 위고의 소설 ‘장발장’은 어렸을 때 꼭 읽어야 할 필독 도서 중 하나였습니다. 배고픈 장발장이 어쩌다 빵을 훔치게 되고 그 대가로 19년의 혹독한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후 풀려나 어느 성당에서 후한 대접을 받지만 은으로 된 식기들을 훔쳐 달아나다가 다시 경찰에게 걸려 성당의 주교에게 끌려가 자초지종을 확인받으려 할 때 주교의 따뜻한 용서로 새사람이 된다는…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 아마 모르긴 해도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단순히 어렸을적 아동용으로 각색된 문고판만 읽었던 사람에게 ‘장발장’은 그리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장발장’ 하면 은촛대와 용서의 미덕이 전부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실제로 장발장의 원작 ‘레 미제라..

영화/ㄹ 2013.01.14

은빛기사 브이 - 김형배 화백이 낳은 토종 슈퍼히어로

흔히 김형배 화백하면 [로보트 태권브이]나 [황금날개], [똘이장군] 등 김청기 애니메이션의 코믹스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엄밀히 말해 ‘로보트 태권브이’ 코믹스판의 원조는 김승무 작가라고 할 수 있지만 ‘로보트 태권브이: 우주작전’으로 정면승부를 펼친 김형배 화백에게 판정패를 당한 이후 이 시리즈의 주도권은 김형배 화백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유려한 화풍과 뛰어난 구성력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김형배 화백은 결국 ‘로보트 태권브이’로 인기를 얻어 한국 만화계를 대표하는 SF만화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바벨 3세’나 ‘최후의 바탈리온’ 같은 아류작과 더불어 ‘로보트 태권브이’ 캐릭터 사용에 대한 분쟁 덕분에 오늘날 김형배 화백의 만화 중 정상적인 방법으로 접할 수 있는 작품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

본 레거시 - 스핀오프가 지닌 한계

제이슨 본 3부작의 성공은 원작자 로버트 러들럼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진 않다. 적어도 어느 정도의 틀안에서 독립적인 완결구조를 보여주었던 [본 아이덴티티]를 제외하면 나머지 두 편은 온전히 토니 길로이의 머리 속에서 나온 창작물로 봐야할 테니까 말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첩보원 제이슨 본의 일대기적인 성격을 띈 소설판 보다는 일관된 주제로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영화판의 완성도가 훨씬 훌륭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시리즈의 4편인 [본 레거시]는 로버트 러들럼의 오리지널이 아닌 에릭 반 러스트베이더의 이른바 후계형식의 속편이지만 영화판의 관점에서는 본 시리즈의 새로운 창작자라고도 볼 수 있는 토니 길로이의 작품이므로 어떤 면으론 본 시리즈의 적통(嫡統)에 해당하는 셈이다. 문제는 연출자 폴 그린그래스와 ..

[블루레이] 아라비아의 로렌스 - 영상미학의 경이를 맛보다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도입부에서 웨이랜드사의 8세대 안드로이드인 데이빗은 오래된 영화를 감상하며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하면서 영화 속 대사를 읊조린다. “비결은 말이지, 성냥이 뜨겁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는 걸세”. 데이빗이 보고 있는 이 영화는 바로 1962년 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다. 실제로 데이빗의 이름이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감독한 명장 데이빗 린에서 따온 것을 비롯해 [프로메테우스]는 작품 전반에 걸쳐서 이 뛰어난 걸작의 대사와 미장센, 그리고 메시지를 두루 반영한다. 그렇다. 반세기가 지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스펙터클 서사극으로서 시네마스코프 시대의 결정판인 70mm 와이드 시네마의 상..

영화/ㅇ 2012.12.10

고전열전(古典列傳) : 더블맨 - 율 브린너의 1인 2역이 돋보이는 스파이 영화

고전열전(古典列傳) No.25 50주년을 맞이한 007 [스카이폴]이 시리즈의 최고 흥행기록에 도전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8억 달러를 가볍게 돌파했고 이런 기세라면 [다크 나이트]를 비롯해 단 13개의 영화만 보유하고 있는 10억 달러의 대기록을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제임스 본드는 스파이물의 대명사처럼 자리잡은 시리즈이지만 사실 그 외에도 수많은 매력적인 스파이들이 스크린을 점령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한편을 소개하도록 하지요. 1967년에 제작된 [더블맨]은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마초배우 율 브린너가 타이틀롤을 맡았던 첩보 스릴러 영화입니다. 감독은 [빠삐용], [패튼대전차군단], [혹성탈출] 등 굵직한 걸작들을 연출했던 프랭클린 J. 샤프너가 연출을 담당했으며, ..

더블 - 초반 반전이 흥미로운 저예산 스릴러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CIA에서 은퇴 후 고독한 삶을 갈아가던 전직 요원에게 국장이 직접 찾아와 컴백을 요구합니다. 이유는 구 소련시절 악명 높았던 암살자 캐시우스가 돌아왔다는 증거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캐시우스와 그 조직원들을 잡아들이는데 평생을 바친 요원은 캐시우스가 이미 10년전에 죽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FBI의 신참과 팀을 이루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어찌보면 진부할 것 같은 영화 [더블]은 냉전시대의 유산이 어떻게 우리 시대에 다시 재활용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제법 신선한 설정을 앞부분에 배치해 흥미를 자아내는데, 바로 캐시우스의 정체가 실은 그 전직 요원이라는 반전을 미리 밝혀버리는 것이죠. 따라서 영화는 암살자 캐시우스를 잡기 위한 요원들과..

영화/ㄷ 2012.12.01

[블루레이] 이티 - 시대를 초월하는 영원한 가족영화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1982년 극장가의 현상은 단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이티 The Extra Terrestrial]다. 제작비의 35배를 상회하는 흥행수익을 거둔 이 작품은 1993년 스필버그 자신의 또다른 영화 [쥬라기 공원]이 등장하기 전까지 전세계 박스오피스 수익 1위를 굳건히 지킨 영화사상 최고의 히트작이었다. [이티] 덕분에 최초의 CG가 사용되어 영화사의 이정표를 세운 [트론]은 그 기대치만큼 각광받지 못했다. 그나마 제작비를 건진 [트론]은 양반이었다. 리들리 스콧의 야심작 [블레이드 러너]나 존 카펜터의 [괴물]같은 수작 SF영화들은 재앙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만큼 [이티]의 파괴력은 당대 SF장르의 크고 작은 야심찬 시도들을 초토화 시킬만큼 엄청났..

영화/#~Z 2012.11.21

업사이드 다운 - 진부한 이야기 속에 묻힌 기발한 상상력

신분의 차이로 인해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된 두 남녀, 때론 주변의 반대로 비극을 맞이하는가 하면 때론 역경을 딛고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 중 근래에 보았던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면 아마도 앤드류 니콜슨 감독의 [가타카]겠지요.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진 미래에서 불굴의 의지로 유전자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 이야기는 계급사회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수작이었습니다. 단편 [머리없는 남자]로 주목받은 신예 후안 솔라나스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 역시 기존의 ‘로미오와 줄리엣’식 스토리에 SF적인 요소를 도입해 계급사회의 룰을 거슬러 사랑을 쟁취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어딘지 확실치 않은 미지의 세상입니다. ..

영화/ㅇ 2012.11.08

아르고 - 긴장감 살아있는 실화 구출작전

1980년대까지 냉전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구출작전을 다룬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벌어진 인질극을 다룬 영화 [엔테베 특공작전]이나 척 노리스, 리 마빈의 액션물 [델타포스]같은 헐리우드 영화들은 물론 한국에서도 6.25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특수임무를 띄고 수색에 나섰다가 포로가 된 미국들을 구출하는 [블루하트]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었죠. 모름지기 이러한 구출작전을 그린 영화들은 촌각을 다투는 시간제한 속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인질을 구출하는 과정의 서스펜스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살리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실베스터 스텔론의 [람보 2]처럼 일당백의 무력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요. 벤 애플렉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아르고]는 간만에 등장..

영화/ㅇ 2012.11.02

007 스카이폴 - 클래식 본드무비로의 회귀

전 아직도 처음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 역에 발탁되었을때의 분위기를 기억합니다. 인터넷은 네티즌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안티-크레이그 사이트까지 생성해가며 배우 교체의 목소리를 높혔죠. 크레이그 본인도 불만이 많았습니다. 비단 007 팬들이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보다는 기존 본드 영화의 클리셰를 모두 제거한 채 자신에게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라고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던 거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크레이그는 그 어떤 007보다도 젊고 터프하며, 근육질의 야수 같은 남성상을 보여주었죠. 게다가 멍청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전락해가던 본드 시리즈가 탄탄한 짜임새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이루어진 장르물로 다시 한번 회귀할 수 있던 기회도 제공했습니다. 물론 크레이그..

영화/#~Z 2012.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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