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이워크의 모험 - 스타워즈 시리즈의 또다른 스핀오프

페니웨이™ 2009. 1. 6. 09:58
반응형



괴작열전(怪作列傳) No.68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년 여름, [스타워즈: 클론전쟁]이 개봉되어 과거 [스타워즈]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키나 했더니만 역시나 애니메이션으로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스타워즈]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미국에서도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던 걸 보면 조지 루카스가 Ep. 7,8,9를 내놓지 않는 한 과거의 영광을 지속하기에는 약발이 다 되지 않았다 싶기도 합니다. 물론 [클론전쟁]의 TV판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방영중이고, 실사판 [스타워즈] 드라마 프로젝트가 남아있긴 합니다만 일단 결과를 두고봐야 하겠지요.

그런 의미로 오늘은 오랜만에 추억도 되살릴겸 [스타워즈] 관련 영화를 한 편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타워즈] 클래식 3부작의 완결편인 [Ep.6: 제다이의 귀환]은 전세계적으로 2억 5천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거둬들이며 (1997년 재개봉으로 4천만 달러를 더 벌어들임) 스타워즈 사가(Sag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하지만 역대 스타워즈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Ep.5 제국의 역습]과는 달리 [제다이의 귀환]은 스타워즈의 팬들에게 있어서 제법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입니다.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스타워즈] 6부작의 완결에 위치하는 [제다이의 귀환]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반란군의 승리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핵심이었던 엔도(Endor) 행성의 전투였는데요, 이 중요한 작전에서 주인공들을 돕는 조력자가 '이워크(Ewok)'라는 테디베어 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ㅡㅡ;; 이 털복숭이 친구들 덕분에 반란군은 데스 스타 2호기의 파괴할 수 있었는데요, 훗날 혹자는 이 방정맞기 이를데 없는 곰탱이들의 등장으로 영화 자체가 매우 아동틱하게 변해 버렸다며 분개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도 이워크의 등장은 스타워즈 시리즈에 있어서 자자 빙크스에 버금가는 옥의 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다이의 귀환] 제작 당시, 이워크들의 등장은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카쉬크(Kashyyyk) 행성의 우키족(츄바카의 동족)과 연합전선을 펼치는 시놉시스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더 작고 짧은 털을 지닌 생명체로 변경하자는 의견이 나와 급하게 변경된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10세 미만의 아동들은 귀여운 곰탱이들의 슬랩스틱 코미디에 열광했습니다만 스타워즈 세계관의 전체적인 눈높이를 낮추게 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역시나 [제다이의 귀환]에 있어서 옥의 티라면 곰탱이 이워크족이 아닐까.


어쨌거나 개봉당시 이워크의 캐릭터 자체는 꽤나 인기가 좋아서 ABC 방송국에서는[스타워즈]와는 별개로 이워크를 다룬 TV판 스핀오프의 제작을 진행하기 시작합니다. 음... 여기서 왠지 불길한 예감이 스치지 않습니까? 네, 1978년 CBS에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의 대대적인 흥행에 고무되어 만든 TV판 [홀리데이 스페셜]이 떠오르는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관련리뷰 바로가기) 흥미로운 사실은 이 스핀오프를 계획한 것이 다름아닌 루카스 본인이라는 점인데요, [홀리데이 스페셜]의 악몽 때문인지 그는 스토리를 직접 쓰는 동시에 작품 전반을 지휘하는 강력한 통제력을 행사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이워크의 대모험 (Caravan of Courage: An Ewok Adventure)]이란 영화입니다.

ⓒ CBS. All rights reserved.

아~ 생각난다. [홀리데이 스페셜]의 악몽이.. ㅡㅡ;;


원래 [이워크의 대모험]은 1시간짜리 스페셜 단편영화로 계획된 영화였지만 후에 2시간으로 변경되었고, 이듬해에는 [이웍스: 엔도 전쟁(Ewoks: The Battle For Endor, 1985)]이라는 속편까지 만들어지는 등 생각외로 규모가 커지게 된 작품입니다. 사실 [이워크의 대모험]은 대충 찍은 싸구려 영화는 아닙니다.

앞서 설명했듯 루카스 본인이 영화의 제작 전반에 깊숙히 관여한데다 루카스 사단의 핵심인 ILM이 특수효과를 전담해 스톱모션 기법의 진수를 보여주었으며, 미술감독으로 오랜 세월 루카스 사단에 합류해온 조 존스턴(훗날 [쥬라기 공원3]를 감독함)이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저명한 작곡가 엘머 번스타인의 아들 피터 번스타인이 OST를 담당하는 등 나름 훌륭한 제작진에 의해 완성되었습니다. 물론 세트와 특수분장은 [제다이의 귀환]에서 사용하던 걸 그대로 재활용했기 때문에 제작비 절감에 있어서는 상당한 효과를 봤지만요.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TV용 스핀오프로 제작된 2부작 [이워크의 대모험]과 [이웍스: 엔도 전쟁]. TV용 영화임에도 포스터 디자인은 무려 드류 스트러잔이 담당했다는 사실.


한편 감독은 존 코티(John Korty)라는 사람이 맡게 되었는데요, 이 사람은 CF용 애니메이터 출신으로서 자신의 프로덕션인 커티필름을 설립한 후 1978년에는 그 유명한 최루성 멜로물 [러브 스토리]의 속편인 [올리버 스토리]의 연출을 맡으며 극장용 영화계에 데뷔를 한 인물입니다. 그는 훗날 [Twice Upon a Time]이란 애니메이션의 감독을 맡으며 제작을 담당했던 조지 루카스와 인연을 맺게 되지만 이 작품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사실상 극장용 영화와는 작별을 고합니다. 대신 코티는 TV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존 코티의 재능을 눈여겨 봐두었던 루카스에 의해 [이워크의 모험]의 감독직을 맡게 됩니다.

그럼 일단 [이워크의 대모험]의 내용을 대충 살펴볼까요? 영화는 엔도 행성의 달에서 시작됩니다. 캐터린과 제레밋 부부가 아이들을 잃어 버린 듯, 자녀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고 옆에는 불시착한 우주선이 보입니다. 아마도 가족여행을 떠나던 가족이 엔도의 달에 불시착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내 정체불명의 무시무시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 이들 부부를 납치해 갑니다.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이제 장면이 바뀌어 엔도의 원주민 이워크의 한 가족이 등장합니다. 이 가족도 자녀들을 잃어 버린 듯, 아빠 이워크가 자녀를 찾기위해 행글라이더로 탐색을 시작합니다. 그는 다행히도 두 자녀를 쉽게 찾게 되는데 곧이어 불시착한 우주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던 메이스와 신델 남매를 발견하게 되지요.

이제 이워크 가족과 힘께 하게 된 남매는 사라진 부모의 행방을 찾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들은 이워크 부족 현인의 도움을 받아 부모가 '고렉스'라는 괴물에게 납치되어 갔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를 어여삐 여긴 털복숭이 이워크들은 결사대를 조직, 남매와 함께 그들의 부모를 찾으러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당시의 아동용 영화가 대부분 그렇듯 플롯 자체는 어린이들의 꿈과 환상을 키워주기 위한 판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워즈]의 외전(外傳)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할 만큼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인데요, 특히 루카스 자신이 쓴 각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영감탱이의 수준은 원래부터 이 정도가 한계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절벽아래로 '분명히' 추락한 고렉스가 다시 기어올라와 놀래키는 장면은 정말이지... ㅡㅡ;;)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이워크의 모험]에서의 보스 캐릭터 고렉스. 초롱초롱한 인간의 눈을 가진것이 영락없는 [혹성탈출]을 연상케 한다.


하긴 TV용 영화답게 스케일도 작을 수 밖에 없고 무엇보다 아동층을 겨냥한 작품이기에 이 이상을 기대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긴 하지요.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이 작품과 [스타워즈]의 연관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비딱한 성격의 메이스는 영화 내내 불평,불만에 밉살스런 짓을 일삼는 비호감 캐릭터로 묘사되는데요, 메이스의 복장도 그렇고 10대 반항아적인 이미지는 [제국의 역습]에서 요다를 찾아 다고바 행성에 도착했을 때 투덜투덜대던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과 매우 많이 닮아있습니다.

또한 OST를 맡은 피터 번스타인은 [제다이의 귀환]에 사용된 존 윌리엄스의 테마곡을 이워크족의 이미지에 걸맞은 경쾌한 리듬으로 변주시켜 사용함으로서 [스타워즈]의 스핀오프다운 느낌을 살려주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두 남매를 도와주는 이워크 가족 중 한명의 이름은 '위켓'인데요, 바로 [제다이의 귀환]에서 레아 공주와 가장 처음 만나는 바로 그 이워크입니다. 다만 주변에 전쟁의 흔적이라든지 제국군 기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건데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의 중간쯤에 위치한 시점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작품을 '프리퀄'이나 '씨퀄'이 아닌 '사이드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반가운 곰탱이, 위켓의 등장. [제다이의 귀환]과 [이워크의 모험] 2부작을 포함해 무려 3편의 스타워즈 관련 영화에 출연한 장수 캐릭터다.


무엇보다 신델 역의 아역배우 오브리 밀러의 깜찍함은 그야말로 우주 최고의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실질적인 주인공인 곰탱이 이워크들의 귀여움도 한몫을 담당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아이들이 좋아라 할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TV영화라는 한계상 [스타워즈]급의 대우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속편까지 제작되었다는 것은 이 작품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는 증거겠지요.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오브리 밀러의 깜찍표정 4종 세트. 요정같은 극강의 귀여움을 자랑하는 아역배우다.


재밌는 것은 [이워크의 모험]이 국내에서도 공중파를 통해 방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커헉 벌써 세월이 이렇게..ㅠㅠ) 1988년 1월 1일, 오전 11시에 MBC 방송국을 통해 신년특집으로 딱 한번 방영되었지요. (당시 방영명은 [이와크의 모험]) 더욱 흥미로운건 같은날 MBC에서 [제국의 역습]의 처녀방영이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 방영명은 [스타워즈 2]였음.) 요즘과는 달리 이 당시만 하더라도 [스타워즈]의 외전과 본편이 같은날 공중파를 탄다는 건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하튼 그땐 저도 어렸으니까 이런 판타지 SF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고, 또 이런저런 앞뒤사정도 모른채 [제다이의 귀환]에 등장하는 곰탱이들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행복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1988년 1월 1일 동아일보에 실린 신년특집 TV편성표. 같은날 같은 방송국에서 [스타워즈]작품을 두 편이나 방영했다는 사실이 사뭇 파격적이다. 이 날 방영된 [제국의 역습]은 그간 공중파를 탄 더빙판본 중 가장 높은 더빙수준을 자랑하는데 루크 역의 배한성과 한 솔로 역의 양지운을 비롯, 다스베이더의 김기현 등 정상급 성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버전이었다. 또한 루크와 솔로가 서로 반말체를 사용했던 유일한 버전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자료는 Loomis님께서 제공)


사실 [이워크의 모험]은 같은 스타워즈 외전이긴 해도 [홀리데이 스페셜]처럼 막장테크를 타는 작품은 아닙니다. 그 증거로 모든 카피를 박살내고 싶어했던 [홀리데이 스페셜]과는 달리 [이워크의 모험]은 속편인 [이웍스: 엔도 전쟁]과 합본 형태로 DVD까지 출시되어 있는 걸로 봐서 루카스 자신은 이 작품을 꽤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울궈먹기 신공을 생각하면 오늘날 가이낙스의 사골게리온 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수준임을 능히 짐작케 하지 않습니까?

P.S:


영화판과는 별개로 1985년~1987년 사이에 2시즌에 걸쳐 방영된 [스타워즈: 이웍스]라는 애니메이션도 있답니다.





* [이워크의 모험]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Lucasfilm Lt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제다이의 귀환 (ⓒ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 CBS. All rights reserved. 1988년 1월 1일 TV편성표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스타워즈: 이웍스 애니메이션(ⓒ Lucasfilm Ltd. All rights reserved.)

* 기꺼히 자료를 제공해 주신
Loomis님께 감사드립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