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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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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마감하는 세기말의 시대. 인터넷과 고도의 정보통신망이 전 세계에 급속히 보급되던 사회의 변혁기에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확산되기 시작한 문화현상이 있었으니, 그것이 이른바 '엽기코드'라는 것입니다. 사실 엽기라는 말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매우 네거티브한 성격을 띄고 있는 단어이지만 기괴하고 평범하지 않는 일이나 사건에서 재미를 발견하려는 일종의 탈 규범적 문화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괴작열전'의 컨셉도 넓은 의미로는 엽기코드의 부분집합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요 ^^.  건전한 의미로 보자면 엽기코드의 핵심은 '색다른 재미'입니다. 엉뚱한 행동이나 비상식적인 언행으로 웃음을 자아내거나 흥미를 이끄는 것이 엽기코드가 지닌 순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세포 소녀 ⓒ B급달궁; 괴짜가족 ⓒ 浜岡賢次/ 秋田書店; 멋지다 마사루 ⓒ うすた 京介/ 集英社. All Rights.

엽기코드의 장점을 극대화 시킨 만화들. 좌로부터 '다세포 소녀', '괴짜가족', '멋지다 마사루'.


이런 생각을 잘 반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엽기 개그 만화들인데요, '멋지다! 마사루'나 '괴짜가족'이 그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고, 한국에서 역시 '다세포 소녀'라는 인터넷 만화가 영화에 이어 드라마까지 제작된 것을 보면 엽기개그의 식을줄 모르는 인기를 실감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적지 않은 엽기만화 중에서 한편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단연 '돌격! 크로마티 고교'를 들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노나카 에이지가 주간 소년 매거진을 통해 연재하던 학원 코믹물인데요, 일본에서만 무려 450만권이나 팔리면서 대히트를 기록한 엽기 만화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野中英次/講談社/テレビ東京/クロ高PTA. All Rights Reserved

일본의 대표적 엽기 코믹 만화 '돌격! 크로마티 고교'


'돌격! 크로마티 고교'는 평범한(그러나 실은 절대 평범하지 않은)고교생 카미야마가 성적이 좋지않은 친구 야마구치를 위해 같이 도내 최하위 꼴통학교인 크로마티 고교에 지원을 했다가 야마구치는 보기좋게 떨어지고 괜히 엮였던 카미야마 혼자만 합격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카미야마 외에도 전설적인 락그룹 '퀸'의 리드싱어 프레드 머큐리를 닮은 '프레디'와 야생 고릴라, 깡패로봇 메카자와 등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비상식적이고도 황당무계한 행각을 벌이는데, 대사의 묘미나 캐릭터의 몸짓, 표정 하나하나가 독자들의 배꼽을 잡는 엽기개그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이렇게 인기를 모은 '돌격! 크로마티 고교'는 2003년 10월에 애니메이션판으로 제작되어 방영되기까지 했지만 아쉽게도 원작의 아우라를 뛰어넘지는 못했는데요, 그러던 어느날 [크로마티 고교]의 실사영화화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코믹엽기 무협야구만화 '지옥 갑자원'을 실사화 해 화제를 모았던 야마구치 유다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것이었지요. 비록 [지옥 갑자원]이 B급 저예산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긴 했지만 14회 유바리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영판타스틱 대상을 탈 정도로 꽤 주목을 받은터라 실사판 [크로마티 고교]만큼은 제 주인을 만난 듯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2005년에 공개된 [크로마티 고교]는 [지옥 갑자원]의 방식 그대로 저렴한 티가 좔좔 흐르는 B급 정서의 향연이 펼쳐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의 황당무계한 유머와 상황들, 비현실적인 만화적 캐릭터를 실사화시킨 [크로마티 고교]는 태생부터가 괴작이 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것이지요. 원작 자체로도 충분히 엽기적이지만 영화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 野中英次/講談社/テレビ東京/クロ高PTA. All Rights Reserved.


대충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부는 원작만화의 소소한 에피소드들 -카미야마의 입학과 동료 캐릭터들의 상황설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으며, 후반부는 [혹성탈출]을 패러디한 듯한 우주인 유인원들의 지구정복을 막으려는 카미야마 일당의 '지구방위대'가 활약하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뭐 보시면 알겠지만 전반부에서 원작을 따라가다가 후반부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빠지는 전개방식은 한국 영화계의 불세출의 괴작 [다세포 소녀]와도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 野中英次/講談社/テレビ東京/クロ高PTA. All Rights Reserved.


이는 [크로마티 고교]의 가장 불만족스런 부분이기도 한데요, 바로 이렇게 극장판에 맞는 전체적인 골격을 짜 맞추다 보니 원작이 가졌던 장점, 즉 에피소드 위주의 가벼운 유머가 사라지고 억지스런 스토리가 늘어지면서 이야기의 매력이 반감되어 버린다는 겁니다. 차라리 그냥 원작의 강력한 에피소드 몇 개를 추출해 여기저기 배치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아무래도 여러 캐릭터들의 등장을 고려한 나머지 캐릭터 등장 및 소개를 겸하는 에피소드를 전반적으로 배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사실상 원작의 팬들에게는 더 강력한 에피소드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만스러울 수 있습니다만 역시나 [크로마티 고교]를 즐기기 위해선 그나마 원작을 먼저 접한 관객들이 그렇지 못한 관객보다 훨씬 나은 조건에서 영화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野中英次/講談社/テレビ東京/クロ高PTA.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무엇보다 절대 불가능이라고 할만큼 요지경 캐릭터의 실사화는 비교적 만족스런 편인데요, 카미야마 역을 맡은 스가 타카마사는 원작의 캐릭터와 대단히 높은 싱크로를 보여주고 있고 프레디 역의 배우는 뭐 나름 비슷한 분장을 하긴 했는데 어차피 대사도 없는거 그냥 외국인을 캐스팅해도 좋을뻔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외에 에버랜드 탈바가지를 쓴 고릴라나 메카자와는 논외로 치기로 하더라도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가진 만화적인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만 2시간이 채 안되는 영화 한편에 모두 담아내기엔 등장하는 캐릭터가 너무 많아 영화가 산만해 질 수밖에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野中英次/講談社/テレビ東京/クロ高PTA. All Rights Reserved.


사실 [크로마티 고교]는 (원작만화가 되었건 영화가 되었건)이 작품을 실제로 접해보지 않은 분들에게 말로 설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작품입니다. 진지함과는 애초부터 담쌓고 있는데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인공 카미야마는 진지함의 화신입니다 ㅡㅡ;;) 유머의 코드마저도 엽기와 허무, 그리고 황당함이기에 뭔가 지적인 유희를 즐기려는 관객에게는 당황스런 작품일 수밖에 없습니다.

ⓒ 野中英次/講談社/テレビ東京/クロ高PTA. All Rights Reserved.


[다세포 소녀]가 그랬듯이, 에피소드 위주의 만화를 영화화한다는건 그만큼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건 역시 드라마로 토막을 내놔야 원작 본연의 맛이 살아나는 법이거든요. [노다메 칸타빌레]나 [검은 사기]같은 작품들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선택한 것도 에피소드의 단편적인 구성에는 드라마의 일회성이 가장 잘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아마 [크로마티 고교]도 극장판이 아닌 드라마로 갔더라면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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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2008년 12월 15일자 미디어몹의 메인기사에 선정되었습니다.





* [크로마티 고교]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魁!!クロマティ高校 製作委員会/講談社/ 野中英次.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돌격 크로마티 고교 애니메이션(ⓒ 野中英次/講談社/テレビ東京/クロ高PTA. All Rights Reserved.), 다세포 소녀(ⓒ B급달궁 All rights reserved.), 괴짜가족(ⓒ 浜岡賢次/ 秋田書店. All Rights Reserved.), 멋지다 마사루(ⓒ うすた 京介/ 集英社.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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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작품 원작은 못 보고 애니만 정말 재미있게 봤네요.
    10분짜리 한 편 한 편이 어찌나 황당무계한지... 크크
    실사화 얘기도 듣긴 했는데 보진 못 했네요.
    영화를 찾아보기 보다는 기회 될 때 원작이나 봐야겠습니다. ^^

    2008.12.15 11:32 신고
  2.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이 작품(?)도 한번 봐야 할까요?

    2008.12.15 13:03 신고
  3. 이정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괴작열전 카테고리는 정말 괴작들로 가득차있군요.

    2008.12.15 14:26 신고
  4.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도 영화지만 만화는 정말 으하하하하하하
    제가 이 애니메이션 보다가 거의 뒤로 뒤집어졌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ㅋㅋ 글 잘보고 갑니다~~

    2008.12.15 15:15 신고
  5. 최강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뎌 슈퍼히어로 괴작 특집이 끝났네요ㅋㅋ

    제 친구가 크로마티고교 굉장히 좋아하는데...
    특히 제 친구는 크로마티고교 중 이 대사를 굉장히 많이 따라합니다.
    '아, 다시 생각해 보니, 오토바이 면허가 없었어...'

    크로마티 고교 실사판도 올라왔으니,
    이젠 개봉 전에는 일명 '흔들녀 동영상'으로 화제가 되었고, 개봉 후에는 평점 2.17로 네이버 영화 최저평점에서 영원히 내려올 줄 모르며, 각종 황당한 제목의 한핏줄 영화들이 올라와 있고, '하노이 신부'로 스타에 반열에 오르려던 김옥빈 양을 싹이 잘릴 위기로 몰아 넣은 작품 가운데 하나이며,
    그러면서도 평론가들에게는 큰 호평을 받은데다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나오기까지 한 역대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괴작,
    '다세포 소녀'를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참에 아예 '엽기만화 괴작'으로 달리시는 건 어떠실지...)

    2008.12.15 18:02 신고
  6. 태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사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포스죠.
    크로마티...크으~

    2008.12.15 21:28 신고
  7.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게 있었군요.
    지옥 갑자원을 너무 황당하게 봐서 그런지 이 영화도 비슷할거같은 느낌이 팍듭니다.
    원작만화를 못봤지만 상당히 땡기는군요.
    개인적으로는 "괴짜가족" 과 "멋지다 마사루"의 실사판이 보고 싶어요.

    2008.12.16 17:07 신고
  8. 잠본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뒤에 나오는 고릴라 일당은 오리지널 캐릭터가 아니고 크로마티와는 상관없는 옛날 TV프로에 나왔던 침략자 캐릭터를 재활용한 거죠(무려 성우도 방영 당시와 똑같음).
    대체 뭔 생각으로 저렇게 했는지는 감독이 아니라서 모르겠음...OTL

    2008.12.16 22:52 신고
  9.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돌격 크로마티 고교>를 보며 <폭렬 갑자원(지옥 갑자원이라고 나온 판도 있는데 어느 게 해적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을 떠올리지 않는 분은 거의 없는 것 같네요.^^ 저는 크로마티 고교의 고릴라군을 열렬히 좋아합니다만, 실사로 이 캐릭터를 구현한다니 좀...-_-;

    2008.12.19 12:27 신고
  10. 다세포 소녀 예약인가요?ㅋ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큐티하니 다음에 크로마티고교 나왔으면 만화의 영화화 시리즈로 맞추기 딱일듯 하네요~ㅋㅋ

    2008.12.19 19:55 신고
  11. jez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흐, 이것도 실사 나왔는지 몰랐네요. 바닥에 누워 배 드러내고 벅벅 긁으면서 봐야할 듯한 분위기가.
    일본은 일단 실사로 만들고 보자, 는 강박(?)이 있는건지. ㅎㅎ

    2008.12.20 06:31 신고
  12. 우옹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로마티 고교......초반엔 상당히 재밌었는데 중반쯤 가면 지루함만 남더군여.
    소재의 빈곤 때문이었을 겁니다.

    2008.12.22 18:35 신고
  13. meguri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사 영화가 원작 만화와 애니의 완성도에 미치지 못했다는데 공감이 갑니다. 특히 애니가 좋았던 점은 원작의 황당함을 충실히 비주얼화하면서, 적절하게 과장된 목소리로 캐릭터들의 성격을 더 두드러지게 했다는 것입니다. 메카자와의 기계음(오토바이 변신시 엔진음 압권)과 호쿠토의 거만한 목소리는 원작만화보다 더 강한 느낌을 줬습니다. 애니에서 들었던 성우들의 목소리가 인상 깊어서, 실사 캐릭터들의 목소리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죠. 후반부의 지구 침략 에피소드는 확실히 지루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푸탄과 아지시오 타로의 비중이 낮았던 점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메카자와의 오토바이 변신도 보고싶었는데 너무 큰 기대였을까요? ;)

    2009.02.10 12: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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