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No.34
2007년 하반기 마지막 블록버스터인 [나는 전설이다]는 그 소재의 특이성과 윌 스미스의 출연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꽤나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입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의해 모든 인류가 좀비화되고, 홀로 살아남은 주인공이 아무도 없는 환경가운데서 쓸쓸한 삶을 살아간다는 충격적인 내용은 무려 3번이나 영화화 될 정도로 매력적인 소재임이 틀림없습니다.
물론 빈센트 프라이스가 주연한 1964년작 [지상 최후의 남자]나 찰턴 해스턴의 1971년작 [오메가 맨]에 이어 [나는 전설이다] 역시 원작 소설을 훌륭히 각색했다는 평가는 받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소재 자체는 무척 매력적이지만, 글로서 전달되는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사실상 블록버스터로는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를 무리하게 흥행과 결부시키려는 시도 때문에 오히려 원작을 훼손했다는 평도 만만치 않았지요. 하지만 놀랄만큼 발전된 영화기술의 사용으로 인해 황폐된 도시의 사실감 넘치는 묘사나 CG로 처리된 감염자들의 위압감은 꽤 볼 만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잠깐. 여기서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나는 전설이다]를 저예산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이지요. 사실 주인공은 한명인데다가, 좀비들이야 적당히 분장만 잘하면 얼마든지 엑스트라로 떼울수가 있는거고, 황폐된 도시가 배경이니 그냥 황량한 공간에서 허름한 건물 몇 개만 있다면 대충 그림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재차 강조하지만 [나는 전설이다]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저예산 스릴러에 적합한 소재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역시나... 저보다 한 수 앞서가는 헐리웃의 한 스튜디오가 있었으니, 바로 [트랜스모퍼],[에이리언 대 헌터],[몬스터] 등 짝퉁 목버스터 제조기 '어사일럼'사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한방 먹었다라는 생각이...) [나는 전설이다]가 개봉되기 직전 아주 발빠르게도 이와 유사한 컨셉의 짝퉁영화를 만들어 선보였더군요. 특히 이 작품은 발군의 작명센스가 압권인데요, [오메가 맨]과 [나는 전설이다]를 합친 [아이 엠 오메가]가 작품의 제목이 되겠습니다. ㅡㅡ;;;
사실 지난번 [클로버필드]의 짝퉁무비 [몬스터]를 리뷰하고나서, '다시는 어사일럼의 낚시질에 속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했었지만, 이런 결심을 흔들리게 만든건 다름아닌 [아이 엠 오메가]의 주연배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트랜스모퍼]를 비롯한 어사일럼의 괴작들을 보면서 가장 맘에 안들었던 것 중에 한가지는 바로 "아는 배우"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는데요, [아이 엠 오메가]는 좀 달랐습니다. 무려 '마크 다카스코스'가 단독주연으로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전성기가 살짝 지났다고는 해도 [크라잉 프리맨]에서의 환상적인 액션연기를 보여준 이래, B급 영화계의 터줏대감처럼 군림하던 그가 [나는 전설이다]의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다고 생각하니 기대치가 마구마구 샘솟지 않을 수 없더군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일은 저질러진 상태였습니다 ㅡㅡ;;;
우선 스토리를 들어보실랍니까? 어떤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해 전세계 인구가 좀비로 변한 시대, 주인공 렌차드(마크 다카스코스 분)은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아내와 아들이 좀비에게 습격당해 죽음을 당한 슬픔을 간직한채 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컴퓨터를 켜놓고 누군가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것과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한폭탄을 설치해 도시에 잠복해 있는 좀비들을 깡그리 날려 버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 뿐입니다. (희한하게도 이 작품에서의 좀비는 한낮에도 기어나온다는거 ㅡㅡ;;)
그렇게 외로움과 슬픔의 나날을 무술연마와 함께 좀비 학살을 하며 보내던 중, 누군가 그에게 화상채팅을 신청합니다 ㅡㅡ;;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를 켜놓고 기다리고 있었다고는 하나, 렌차드는 놀라 자빠지고 그 상황을 외면합니다. 영상메세지를 보낸 상대방은 미모의 여성인데, 시내에 홀로 고립되어 있어 구조요청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렌차드는 이 요청을 거절합니다. (이 뭐...)
그런데, 렌차드의 집에 지저분한 두 명의 사내가 방문합니다. 마이크와 빈센트 라고 밝힌 이 두 터프가이들은 "도움을 청한 여자를 구출하는건 모든 남자의 로망이지!~"하면서 렌차드를 꼬십니다. 결국 이들과 동행하게 된 렌차드. 과연 이들은 아가씨를 구출하고, 좀비들을 일망타진 할 수 있을까요?
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 엠 오메가]는 영화 초반에 등장해서 죽임을 당하는 렌차드의 아내와 아들을 빼면 렌차드, 마이크, 빈센트와 구조를 요청한 여성 이렇게 단 4명만 등장합니다. 정말 빈곤한 캐스팅이지요. 이제와 생각해보면, 마크 다카스코스의 출연이 일종의 낚시일 수밖에 없는 것이 워낙 출연하는 배우수가 적다보니, 상대적으로 몸값이 조금은 비싼 다카스코스를 주연급으로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겁니다. 영화의 완성도 따윈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려 보낸지가 오래지요 ㅡㅡ;;
황폐된 대도시 한복판을 배경으로 한 [나는 전설이다]와는 달리 [아이 엠 오메가]는 듣도보도 못한 시골마을의 허름한 판자집 몇 개가 전부일 정도로 세트가 빈곤합니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4명의 배우외에 간간히 튀어나와 주인공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타겟이 되어주시는 좀비들은 [나는 전설이다]가 CG 캐릭터를 사용한 반면, 배우들의 특수분장(?)에 의존한 아날로그식 실물 연기로 승부를 겁니다.
그러나 한 컷에 등장하는 좀비 최대인원이 총 5명밖에 안될정도로 독고다이의 양상을 띈다는게 문제지요.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떼거지로 달려드는 [나는 전설이다]의 개떼공격과는 달리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하나씩 튀어나오는 친절한 좀비씨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이 말은 바꿔말하면 한 배우가 여러 좀비역할을 했다는 얘기도 되는데요, 실제로 IMDB를 찾아보니 그레고리 폴 스미스란 배우가 다양한 좀비역을 맡은걸로 나와있군요 ㅡㅡ;;; 아마 여러 좀비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촬영기사니 감독이니 하는 스텝들이 좀비 얼굴을 뒤집어쓰고 등장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암튼 [크라잉 프리맨]이나 [늑대의 후예들]에서 녹록치 않은 무술연기와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선보인 마크 다카스코스는 아쉽게도 이 작품에서 한번도 웃통을 까지 않음과 동시에 왕년의 날렵함은 어디간 듯 둔한 몸동작으로 극도의 몸사리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 실망이에요.
하지만 [아이 엠 오메가]에서는 딱 하나 쓸 만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좀처럼 보기 드문 마크 다카스코스의 코믹연기인데요, 이 장면은 [인디아나 존스]에서 해리슨 포드가 몰라 람의 부하들을 우습게 봤다가 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줄행랑을 치는 장면에 비견될 만한 씨퀀스입니다. 한번 감상해 보시죠.
오랜만에 마크 다카스코스를 봐서 그런지 그의 얼굴에도 주름이 늘었고, 이제는 나이먹은 티가 좀 나긴 하더군요. 한때는 참 촉망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B급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제는 쌈마이 괴작영화에 얼굴을 비칠만큼 지명도가 떨어졌다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다시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과 함께 [크라잉 프리맨2]라도 내놨으면 좋겠습니다. 둘의 컴비는 참 잘 맞는거 같거든요.
아무튼 [아이 엠 오메가]는 원작자 리처드 매디슨의 이름도 크래딧에 올리지 않은채 설정은 그대로 빌려쓴 괴작이지만 이런 노골적인 차용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위반이니 어쩌니 태클을 걸지 않는 것도 어떻게 보면 좀 부럽기까지 한 헐리웃 시스템의 관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여건하에서라면 어사일럼의 괴작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요. 물론 저의 괴작열전도 계속될 겁니다.
* [아이 엠 오메가]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he Asylum.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Cast list of I am Omega (ⓒ IMDB.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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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니웨이님의 괴작열전에서 트랜스모퍼가 언급될 때마다 빌려볼까 하는 생각이 물씬물씬 ㅠ_ㅠ);;;
뜨억! 하는 표정연기에 한참을 웃다가 갑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뭐.. 한번쯤은 그 진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는것도... ㅡㅡ;;
아놔... 'various zombies'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군요. 크크
'나는 전설이다'의 저예산 제작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키시는 과정을 보니
페니웨이님은 이제 저예산 B급 괴작 영화와 이미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신 듯 합니다. 흐흐
정신차리고 보니 저지르신 상태더라...는 말씀을 보니 생각나는데
공각기동대 총집편 DVD 두 개 지르시고 이제 라면이다.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건 그 전에 저지르신 걸까요... 크
오늘도 재미있는 리뷰 감사합니다. ^^
그래도 이젠 마크 다카스코스까지 영입할 정도로 어사일럼의 인지도가 조금씩 올라가는듯.. 다음엔 인디아나 존스나 아이언맨의 짝퉁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ㅡㅡ;;
다음 작품에 대한 예상까지 맞추실 정도가 되신다면
어사일럼에서 영입 제의가 들어올지도 모릅니다. 크크
이제 '레전드 맨'을 만들면 되겠군요.....-_-;
오오~ 역시 블랙님! '레전드맨' 좋은데요? ^^;;
ㅋㅋㅋ 아 마지막 이미지들 너무 웃겼습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명장면이죠^^
저도 영상과나와서 싸구려 단편영화 몇편 찍어봤는데
엑스트라가 필요할땐 스탭들이 다 하는게 훨씬 낫죠.ㅋ
붐마이크맨이랑 카메라맨 빼고 다 출연했던 기억이 생각나네요.ㅋ
이 영화 한번 보고싶네요. 워낙 평을 잘쓰셔서.ㅋ
아..영상과 나오셨군요^^ 역시 블로그 비주얼이 남다르시더니..^^;;
어사일럼에서 페니웨이님에게 한국지부 홍보담당을 맡길지도 모르겠어요.ㅋㅋㅋ
설마요 ㅎㅎ 홍보담당 맡기면 DVD구입비용은 줄어들겠군요 ^^;;
인터넷 훼인은 세계가 멸망해도 DC질을 하는 것이로군요...(....)
그나저나
http://silphyd.egloos.com/3625033
얼마전엔 이런 물건이 나온 듯...OTL...
여..역시 일본입니다. ㅡㅡ;;
ㅋㅋㅋ 뒤집어지게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현재도 낄낄거리는 중)
덧, 불펌방지 태그로 인해 레몬펜 사용이 너무 어렵군요. -.-;;;
레몬팬 사용은.. 죄송합니다. 불펌방지를 우선으로 삼다보니 어쩔수 없더군요 ..ㅡㅡ;;
Various Zombies ㅋㅋㅋ
아 이거 너무 웃긴데요?
영화가운데서 좀비는 사람을 뜯어먹거나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한대때리고 도망가거나, '어흥'하는 제스춰로 괜히 겁만주는 존재라능.. ㅡㅡ;;
이거 안 다루시나 했더니 결국 다루셨군요...
패니웨이님의 살신성인덕택에 돈은 아낄 수 있을 거 같습니다......-_-;;;;;;
ㅡㅡ;; 어사일럼이 갈수록 성장하는게 어째 더 불안합니다.
역시...읽는 재미가 남다른 괴작입니다용. 잘 보고 갑니다. 웃! 옆에서 눈치주네여 -_-
재준님, 컴백을 환영합니다 ^^;;
좀비의 등장 얘기를 보다보니, 등장 장면 자체를 건슈팅 게임이라는
기분으로 보면 되겠군 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친절하게 띄엄띄엄 온다길래)
잇힝~ 에 하트도 하나 넣어주셨으면 더 인상적이었을텐데요. 후훗
아.. 하트 모양하나 넣을걸 그랬네요 ^^;;
크라잉 프리맨이 이제는 러닝 오메가맨이 된 것이로군요.
정말 [크라잉 프리맨]에서는 날아다녔는데.. 세월이여..ㅠㅠ
이번에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해서 봤더랍니다.
허무한 영화의 진행이여~
총에 맞은 상처를 대충 거즈로 때우는 장면이야말로 진정으로 다카스코스가 터프해보이는 장면인 것 같더라능~
한때는 꽤 참신한 액션배우로 성장할것 같았는데.. 이렇게 망가질 줄은 몰랐습니다 ㅠㅠ
아이 엠 이메가 라는 제목으로 좀비물 만들면 좀 뜨지 않을까요.
ㅡㅡ;;;
최후에 남는 자가 2mb 인가요? 흠좀무…
ㅎㅎ 대단하셔..ㅎㅎ 제 미니홈피에 사진몇장 가져갈게요 ㅎㅎ
사진 펌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정확히 언제 만들어진 영화에요?;;ㅎ
작년말에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