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No.42
스트리트 파이터에 대한 영화화 시도의 바람은 예상보다 훨씬 거대했습니다. 물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식으로 누가 먼저 할 것인가가 관건이긴 했지만요. 일례로 성룡의 괴작영화 [시티헌터]에서도 느닷없이 스트리트 파이터의 패러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는 당시에 스트리트 파이터를 영상으로 옮기려는 열망이 얼마나 간절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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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한국에서는 질리지도 않고 스트리트 파이터의 실사영화를 쏟아냈는데요, 한국 실사판 [스트리트 파이터]의 정통(?)계보라고 불리우는 '가두쟁패전' 이 나온 뒤에도 '맹구' 이창훈을 등장시킨 왕룡 감독의 [맹구짱구 스트리트 화이어 II]가 나오는 등 그 어느나라보다도 실사판 스트리트 파이터에 대한 열정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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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괴작열전을 쓰면서 과연 어느나라의 작품을 선택할것인가를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각국의 버전마다 괴작 게이지(?)가 만땅인지라 우열을 가릴수가 없을 정도입니다만 그래도 일단은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그리고 아마도 가장 많이 접하셨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헐리우드 버전의 [스트리트 파이터]를 고르기로 했습니다.
헐리우드판 [스트리트 파이터]는 엄밀히 말해 'Super Street Fighter II: The New Challengers'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대전액션게임의 영화화라는 것 자체가 상당히 무리수를 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텐데요, 이후에 등장한 [모탈 컴뱃]이나 [D.O.A]가 이소룡 주연의 [용쟁호투]에서 모티브를 따와 무술토너먼트라는 비교적 대전게임에 가장 최적화 된 플롯을 선택한 것과는 달리 [스트리트 파이터]는 동남아의 한 독재자의 비밀기지를 쳐들어간다는 다소 황당하고도 유치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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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에서 제작된 [스트리트 파이터]이기 때문에 미국인인 가일을 주인공 캐릭터로 내세운 이 영화는 당시 한창 B급 영화계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던 장 클로드 반담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반담은 당시에 기획중이었던 또다른 게임원작영화 [모탈 컴뱃]의 자니 케이지 역을 거절하고 이 작품을 택할 정도로 [스트리트 파이터]에 대한 애착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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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조이럭 클럽]의 밍나 웬, [라스트 모히칸]의 웨스 스투디 등 제법 얼굴이 알려진 조연급 배우들이 합류하고 있다는 사실 -특히나 이들이 오락영화 전문배우가 아니라 일반 정극영화의 배우들이라는 점- 또한 무척 흥미로운 일이지요. 또한 팝스타 카일리 미노그가 캐미 역으로 등장해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바로 악당 바이슨 역을 맡은 라울 줄리아입니다. 국내에는 [로메로]의 신부 역을 통해 잘 알려진 이 분은 TV드라마 [버닝시즌]으로 에미상과 골든 글로브를 휩쓸만큼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연기파 배우로서 이 작품에 출연하기엔 그 재능이 아까운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라울 줄리아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촬영종료후 급사해, 그의 필모그래피 중 마지막 유작으로 이 괴작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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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의 감독을 맡은 사람이 스티븐 드 수자 라는 점인데요, 드 수자는 [다이하드 1,2], [48시간 1,2], [코만도] 등 80년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액션물의 각본을 쓴 유명한 각본가입니다. 그는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은 이 작품에서 각본과 연출을 겸하는 열의를 보였지만 그의 이러한 재능도 [스트리트 파이터] 앞에서는 맥을 못추고 말았지요. 결국 드 수자에게 있어서 [스트리트 파이터]는 처음이자 마지막 연출작이 되고 맙니다.
자 그럼 [스트리트 파이터]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기로 할까요?
[스트리트 파이터]의 배경은 동남아에 위치한 가상의 국가 '샤달루'입니다. 이곳은 7개월째 내전에 휩싸인 지역으로서, '바이슨'(라울 줄리아 분)이라는 독재자가 각국의 파견 구호단 63명을 인질로 잡고 20조 달러의 천문학적인 액수를 요구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72시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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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연합군 소속의 가일 대령(장 클로드 반담 분)은 바이슨 장군의 비밀요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마약상인 사가트와 그의 심복 베가가 운영하는 한 불법 격투장에서 알게된 켄과 류의 도움으로 그들은 바이슨의 기지에 침입할 방법을 찾게 됩니다. (민간인을 군사작전에 투입시키다니!) 또한 여기에 미스테리한 여기자 춘리(밍나 웬 분)가 합세하면서 가일 대령의 작전은 활기를 띄게되고 여기에 맞서는 바이슨은 강화인간 브랑카와 장기에프 등의 파이터를 앞세워 가일 일행과 맞서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는 캐릭터간의 대전액션보다도 헐리우드 스타일의 활극, 이를테면 바이슨의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 연합군의 모터보트부대가 공습을 시도하는 장면 같이 (태국에서 촬영된 이 장면은 원래 연합군의 대규모 공중폭격씬으로 촬영될 예정이었으나 당국에서 허가를 안내주는 바람에 변경된 것임) 원작과는 아무런 관련없는 '헐리우드식 때려부수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기껏 등장하는 십여명의 캐릭터들은 그들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도 없이 불필요하게 소모되고 마는데요, 가령 팔다리가 늘어나는 달심의 경우는 특수효과의 한계 때문인지 그냥 일개 과학자로 등장할 뿐이고(막판의 달심 코스튬은 충격입니다 ㅠㅠ), 캐미는 가일의 부관으로, 디 제이나 발록 등의 캐릭터도 코스튬 플레이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감의 부재를 드러냅니다. (적진까지 들어가서 권투글러브를 끼고 악당들을 패는 발록의 모습이란 정말이지..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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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스트리트 파이터]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영화의 컨셉을 어정쩡하게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작의 내용에 비추어 볼때 원래는 하드 보일드하게 전개되어야 할 내용이 되어야 할 작품이 게임 유저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청소년층에게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어설픈 유머와 맥빠지는 액션씬으로 도배를 한 것은 물론이고 ,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가일 대 바이슨의 대결은 마치 우뢰매를 보는 듯한 유치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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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군데군데 게임의 필살기를 재현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집어넣은 동작들은 오히려 영화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코웃음치게 만드는 개그로밖에는 비춰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게임과의 싱크로를 높이려는 시도는 게임에서 각 캐릭터들의 승리포즈를 따라하면서 춘리의 '깔깔깔깔~' 하는 웃음으로 마무리짓는 엔딩씬에 이르러 마침내 절정을 이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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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놀랍게도 많은 분들께서 오해하고 계신것과는 다르게 [스트리트 파이터]는 흥행참패를 기록한 실패작이 아닙니다. 총 3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여된 이 작품은 미국에서만 33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거의 본전치기를 했고, 해외수익으로 6600만 달러를 추가로 거둬들임으로서 총 제작비의 3배나 되는 수익을 올리는 흥행수익을 달성합니다. 이는 평론가들의 만장일치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일궈낸 수익이기 때문에 그만큼 '스트리트 파이터'의 팬들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 작품을 봤는지를 짐작케 하지요. 솔직히 단언하건데 이 영화가 현재까지 만들어진 '스트리트 파이터' 관련 실사영화 중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임에 틀림없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는 극장 버전과 비디오 버전 사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요, 바로 엔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달라진 비디오 버전의 엔딩은 엔딩크래딧이 끝난뒤 죽었다고 생각한 바이슨이 부활하는 것으로 끝이 나는데, 이는 라울 줄리아가 속편을 위한 계약서에 기꺼이 동의할 것이라고 제작자들이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라울 본인이 사망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무산되어 버립니다.
그러던 것이 2007년에 들어서야 고개를 내밀기 시작합니다. 캡콤 사가 '스트리트 파이터'의 20주년 기념 프로젝트로 새로운 실사 영화를 제작한다고 발표한 것이지요. 다소 의외인 것은 이번에 발표된 실사판 스트리트 파이터의 부제가 '춘리의 전설'인데요, 말 그대로 이번엔 춘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얘깁니다.
ⓒ Capcom Company /Legend Films. All rights reserved.
전편에 밍나 웬이 맡았던 춘리는 TV시리즈 [스몰빌]의 크리스틴 크룩이 확정되었구요, 발록으로는 마이클 클락 던컨이, 바이슨 역에는 닐 맥도너, 그 외에도 한국계 배우 문 블러드굿과 릭 윤이 출연한다고 합니다. 감독은 [로미오 머스트 다이]의 감독인 안드레이 바르코비악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뭐 저로서는 괴작 래파토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니 기뻐해야 할라나요? ^^;;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에서 모티브를 따온 [스트리트 파이터]는 다시 게임으로도 만들어졌는데요, '스트리트 파이터: 더 무비'라는 제목의 이 게임은 기존 SF2의 엔진에 실사영화의 캐릭터를 입혀서 '모탈 컴뱃'과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무려 캡콤에서 직접 제작한 이 게임은 게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희대의 괴작'으로 기억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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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스트리트 파이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Capcom Entertainment/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Street Fighter is a registered trademark of Capcom.
* 참고 스틸: 시티헌터(ⓒ Golden Harvest. All rights reserved.), 맹구 짱구 스트리트 화이어2 (ⓒ 명보시네마 All rights reserved.), 춘리의 전설 (ⓒ Capcom Company /Legend Films. All rights reserved.)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2 (ⓒ Capco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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