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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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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를 살았던 남자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최고의 화두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바로 '로봇'이었습니다. [마징가 제트]를 필두로 [짱가]니, [태권브이]니 하는 무수한 로봇들이야말로 장차 싸나이가 될 어린이들의 로망이자 꿈이었습니다. 그러한 로봇을 이끌고 악당들을 쳐부수는 주인공이 되는 꿈을 꿔보지 않은 아이들이 있을까 싶네요.


그러나 이렇게 주인공이 탑승해야 진가를 발휘하는 슈퍼로봇계열의 수동적인 모습과는 반대로 주인공 자체가 로봇인 독특한 캐릭터도 있었지요. 그것이 바로 [신조인간 캐산 (국내명: 인조인간 캐산)]입니다. [신조인간 캐산]은 인간의 모습과 똑같은 안드로이드가 주인공이 되어 세계정복을 꿈꾸는 악당에 대항해 지구를 지킨다는 설정을 가진 작품입니다. 흰색 코스튬에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며, 사이보그 개와 함께 달리는 모습은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유명한 장면입니다.

ⓒ Tatsunoko Productions Co. Ltd.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은 당연히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오죽했으면 이 작품에 영향을 받은 김청기 감독이 [태권브이]와 더불어 자신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황금날개 123]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1970대 초 [독수리 5형제]와 더불어 일본식 히어로물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자리잡은 캐산은 1993년, 무려 20년만에 부활하여 4부작 OVA로 제작되었지요.

ⓒ 서울동화 프로덕션 All Rights Reserved.

[신조인간 캐산]의 영향을 받은 것이 역력한 [황금날개 123]


이제 시간이 흘러 21세기에 들어서면서 CG 기술의 발전이 한층 가속화되자, 마침내 [신조인간 캐산]은 실사화된 모습으로 팬들앞에 나타납니다. 애니메이션의 강자로 입지를 굳힌 일본은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소 부진했던 실사영화산업을 키워나가게 되는데, 그 한가지 움직임이 자국의 애니메이션들을 실사화 해나가는 작업이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2000년대에 들어 실사화로 된 영화들은 [최종병기 그녀]를 비롯, [시노비 (원작: 바질리스크)], [철인 28호], [데빌맨]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제작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큐티하니]의 실사영화를 감독해 큰 화제를 불러모았을 정도였으니까요.  실사판 [캐산]도 그러한 움직임에 동참한 영화입니다. 추억속에 존재하던 그 캐산이 실사화되어 나타나다니...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소재였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캐산]은 팬들에게 분노와 배신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신조인간 캐산]의 원작을 잠시 언급하겠습니다. 원작의 주인공 테츠야는 상당히 모범생틱한 캐릭터입니다. 당연히 부모님께 순종적이고, 정의감에 불타는 전형적인 히어로형 인물이지요. 한가지 충격적인 점이 있다면 테츠야가 안드로이드인 캐산의 삶을 택한것이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결정이라는 사실입니다. 브레이킹이라는 악의 화신이 바로 아버지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속죄의 의미였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덩달아 브레이킹에 의해 희생되는 애완견(?) 브랜더도 사이보그견으로 변신, 캐산의 충직한 오른팔이 되어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 Tatsunoko Productions Co. Ltd. All Rights Reserved.

원작 [신조인간 캐산]은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성격을 띄고 있다.


그럼 실사판 [캐산]은 어떨까요? 말이 캐산이지, 원작과는 전혀다른 설정의 [캐산]은 주인공의 캐릭터부터가 다릅니다. 테츠야(이세야 유스케 분)는 아버지 아즈마 박사(테라오 아키라 분)와 아주 사이가 안좋은 반항적인 기질의 청년입니다. 약혼녀인 루나(아소 구미코 분)도 팽개친채 단지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군대에 자원해 입대하는 황당한 아들이지요. 물론 아즈마 박사는 아들은 안중에도 없고, 단지 죽어가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신조세포'라는 유전자 개조 프로젝트에만 몰두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로 그려집니다.

테츠야가 캐산이 되는 과정 또한 자발적인 선택이었던 원작과는 다르게 전사한 테츠야를 아즈마 박사가 강제적으로 부활시킨다는 설정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절대악이었던 브레이킹은 인간의 잔인성에 반감을 품은 부라이(카라사와 토시아키 분)라는 인물로 변모했고, 결국 그도 어쩔 수 없는 전쟁의 희생자였다는 식의 비극적인 캐릭터로 묘사됩니다. 이처럼 [캐산]은 원작의 기본적인 설정만을 따왔을뿐, 전혀 다른 배경과 주제의식 캐릭터의 설정등으로 원작과 상이한 작품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 Tatsunoko Productions Co. Ltd./ Shochiku Co. Ltd. All Rights Reserved.


따라서 [캐산]은 절대악과 맞서는 인조인간 캐산이라는 캐릭터의 시니컬한 매력이 돋보였던 원작과는 달리 음침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상과 전쟁의 비극, 그리고 영원한 삶에 대한 인간의 탐욕적 성향을 보여주는데, 액션영화일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2시간 20분의 긴 러닝타임동안 아주 느린 템포로 전개해 나갑니다.이처럼 박진감이 증발된 [캐산]은 일본영화 특유의 모호한 철학적 관념에 허우적거리며 영화의 정체성을 좀처럼 규정하기 힘들게 하지요.

ⓒ Tatsunoko Productions Co. Ltd./ Shochiku Co. Ltd. All Rights Reserved.

악당 4인방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것도 아쉽다.


신조세포 계획의 진실, 부라이와 캐산의 악연이 밝혀지는 결말부에 다다르면 사실 영화의 플롯이 그다지 엉성하지 않다는 생각은 갖게 됩니다만 늘어지듯 전개되는 영화의 지루함에 묻혀서 별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죽음의 미학을 선호하는 일본인이라지만, 초절정 암울모드의 다크 히어로가 된 캐산을 보자니, 일본의 영화산업도 참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가장 [캐산]에서 맘에 안들었던 부분은 바로 브랜더를 등장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원작에서는 캐산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도 실사판 [캐산]에선 단지 시커먼 멍멍이 한 마리로 등장하다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게다가 주인공인 캐산의 활약도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 역시 이 작품이 왜 굳이 [캐산]이란 이름을 팔아먹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드는군요.

ⓒ Tatsunoko Productions Co. Ltd./ Shochiku Co. Ltd. All Rights Reserved.

엄연히 주연급 캐릭터인데, 일개 멍멍이로 전락시키다니.. 용서할 수 없다!


다만 [캐산]의 몽환적인 분위기, 한편의 M/V를 보듯 화려한 비주얼은 나름 쓸 만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래도 아내인 우타다 히카루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키리야 카즈아키가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비주얼의 화려함이 영화전체를 커버하기엔 작품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많이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 Tatsunoko Productions Co. Ltd./ Shochiku Co. Ltd. All Rights Reserved.

화려한 비주얼만큼은 인정할만하다.


추억속의 고전 애니메이션을 새롭게 해석해 디스토피아적 미래상과 결합시킨 시도는 어떤면으로 꽤 칭찬할 만한 부분입니다. 다만 뮤비감독 출신의 연출자가 처음 데뷔한 작품치곤 영화의 주제나 스케일이 너무 버거웠던 것은 아닐까요? 배우와 캐릭터간의 조화도 그다지 썩 만족스럽지 못하고, 애써 원작을 벗어나려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주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결국 [캐산]은 이렇게 저의 어린시절 추억마저도 앗아가 버리고 마는군요 ㅠㅠ


* [캐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atsunoko Productions Co. Ltd./ Shochiku Co. Ltd.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스틸: 신조인간 캐산(ⓒ Tatsunoko Productions Co. Ltd. All Rights Reserved.), 황금날개 123(ⓒ 서울동화 프로덕션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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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페이비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유치원에서 보여줘서 처음 접한 애니매이션이 바로 캐산이었는데요.
    무지 어렸을 때였지만, 캐산은 슬픈 이야기였다는 것만큼은 꽤나 강렬했는지 아직 기억이 나네요.
    리뷰를 보건데, 그저 주제음악 배경으로 한 5분 정도 보면 괜찮은 작품일려나요? ^^

    2007.11.26 13:27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캐산]의 가장 큰 단점은 긴 러닝타임이 갖는 '지루함' 입니다. 말씀처럼 음악을 포함해 배경이나 소재, 비주얼 등 각각의 부분으로만 생각하면 괜찮은데 말이죠.. 영화가 엄청 지루하다는게 문제랍니다.

      2007.11.26 13:30 신고
  2.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나왔을 때 봤는데...
    정말 그 긴 시간 동안 뭘 보여주고자 하는 건지 모를 영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_-;;;
    원작은 보긴 한 듯도 한데 어렸을 때 그냥 주워들은 기억인지 정말로 본 건지는 모르겠고...
    음악과 비주얼만 괜찮았던 영화.
    OST도 구해서 듣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군요.
    사실은 음악 감독에 대한 관심 때문에 본 영화였지요. 에반게리온 음악 했던 분.
    이름은 '사기스 시로'로 알고 있는데... 오타인가요. --a
    그리고 글 중간에 '덩달에' 발견. ^^

    2007.11.26 14:49 신고
  3. Drac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어두운 내용을 싫어하는걸 아는 사람이 "이유불문 보지마!"한데다가 볼기회도 없어서 안본 작품입니다;;;;;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2007.11.26 14:56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반대로 어두운 내용을 좋아합니다만.. 캐산은 그야말로 캐안습.. ㅡㅜ 좋은 소재를 못살린거 같아 참 아쉽습니다. 쥔공의 카리스마도 한 50%는 모자랐구요..

      2007.11.26 14:58 신고
  4.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에 도전했다가 끝내지 못한 작품인데.. 페니님이 정리해주시는군요.
    원래 캐산이 이런 내용이었나.. 내내 의문이었습니다.
    원작도 살짝 디스토피아적이고 시니컬하다는 기억이 못내 들기도 합니다만,
    이렇게까지 세기말 적인 이미지였나 싶더군요. --;
    정말 뮤직비디오스러운 비주얼은 대단했습니다.
    뭐.. 솔직히 지금도 끝까지 보겠다는 의지는 생기지 않네요. ㅎㅎ

    2007.11.26 15:34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캐산의 원래맛은 안드로이드라는 특징이 갖는 주인공의 시니컬한 성격이죠. 근데, 실사판 캐산은 뭔 우울증 환자마냥... ㅡㅡ;;

      별로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비주얼만으로 보기엔 그만큼의 비주얼을 보여주는 뮤비 한편을 보는게 나을테니 말이죠.

      2007.11.26 15:47 신고
  5. 몽중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산>!!! 괴작 열전의 주인공이 되버리다니! 안타깝습니다. 비주얼은 참 좋았는데, 역시나 스토리가 문제였죠. 이건 뭐 원작 팬을 위한 것도 아니고, 초심자를 위한 것도 아니고 중구난방, 엉망진창. 우타다 히카루의 주제곡이 아까운 영화였습니다. ㅡㅡ

    2007.11.26 16:38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악과 비주얼이 전부인 2시간 20분짜리 뮤직비디오라 하면 될라나요.. ㅡㅡ;;; 아무쪼록 그냥 애니메이션으로 새로운 시리즈가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07.11.26 16:42 신고
  6. 은빛늑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조인간 캐산... 예전엔 참 재밌게 봤는데 말이죠.
    영화속 주인공의 모습도 '이건 내가 아는 그 캐산이 아닌데...' 그런 느낌이었어요.

    2007.11.26 17:0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은빛늑대님 반갑습니다. 예전에 DP에서 은빛늑대라는 닉쓰시는 분과 DVD타이틀 거래를 한 적이 있는데, 같은 분은 아니시겠죠? ^^;;

      실사판 캐산은 이름만 캐산인 그냥 영화라고 보는게 나을 듯 합니다. 괜히 어설프게 원작과의 끈을 놓치 않으려 한게 영화를 더 짜증나게 만든거 같습니다 ㅜㅡ

      2007.11.26 17:12 신고
  7. moONFLOW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윽! 케산! 정말 만화로나 애니로나 멋진 작품이었는데...저 실사판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에 염통이 옴찔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보는 동안은 끝까지 보자는 제 신념 하나로 겨우 본 영화죠.
    다 보고나서 아이 신발!! 족도!!를 외치면 다리를 긁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나의 알흠답던 추억을 무참히 깨버린 감독!! 장하다!! 정말 지대로 괴작이었던 영화였습니다.

    언제나 페니웨이님의 신묘막측한 글 솜씨에 감탄하고 갑니다.

    2007.11.26 18:48 신고
  8. 은사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라기보다는 캐산을 주인공으로 한 동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TT

    2007.11.27 04:41 신고
  9.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캐산은 좀 낫습니다. 그 당시 최악의 만화원작 영화가 있었기에......

    최소한 조그마한 집중이라도 가능한 캐산과 달리, 전혀 집중이 불가능한 영화가 있다는 건 아십니까?

    원작자 선생까지 특별출연을 했음에도 괴작의 전설로 남은 그작품은 데빌맨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괴작열전 연재중이라지만, 데빌맨은 안 실으시길 바랍니다......(5분보고 10분 쉬게 만든 영화입니다. 흙......)

    2007.11.27 17:34 신고
  10. 아르도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그 우타다히카루 남편이 감독을 맡고 우타다히카루가 주제곡을 불렀다던 유명한 케산....

    2008.08.19 17:14 신고
  11. 이빨요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 영화의 장점은 실험적이라는 것이고
    일본 영화의 단점은 너무 지나치게 실험적이라는것.

    2008.08.24 05:03 신고
  12. 활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로 뮤직비디오만들던 감독이라(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엔 유명한 일본여가수 우타다 히카루의 남편이었죠)

    화면이랑 색깔은 이뻣고 뭐 원작을 생각치 않고 보면 스토리도 그냥 그런영화 였다고 생각돼는데요 문제는

    케샨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원작애니생각이 않날수가 없는거니 쌈마이 영화에 들게 돼겠네요 나름 돈도 많이들

    어간 것같고 당시에 꽤나 잘나가던 배우들이 나와서 보는 동안 창피한 생각이 드는 영화는 아니었네요

    2009.03.25 21:09 신고
  13. 전략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악과 군데군데 멋있는 부분이 있었죠.
    캐산자체를 본 기억이 안나서 재밌게 봤는데 좀 아쉬운게 악당들이 악당스럽지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캐산과 악당두목의 멋진 일전을 기대했는데 결말이...

    2012.08.19 13: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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