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No.12
한 무리의 친구들이 영화관을 나서며 각자 영화평을 해댑니다.
"아~ 이 영화 열라 구려~ 제작비가 아깝네"
"연기가 그게 뭐야?"
이렇게 저마다 혹평을 쏟아놓는걸 보니, 영화가 참 어지간히도 재미없나 보군요. 그런데, 이러한 혹평일색의 분위기속에서 한 친구가 이런 소릴 합니다.
"야야, 오늘 이정도면 그래도 괜찮은거야. 봐줄만 하네, 뭘"
허허.. 이제 그 친구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겠지요?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다구리의 상황으로 치닫는 일촉즉발의 상황, 이 친구가 또 한마디를 던집니다.
"들어는 봤나? 클레멘타인!"
이 한마디에 순식간에 주위가 얼어붙은듯, 모두가 숙연해 집니다. ㅡㅡ;;;
네, 그렇습니다. 무엇이 그들을 잠잠하게 만들었을까요? 바로 오늘 소개할 영화, [클레멘타인]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한국영화에 헐리웃의 대스타(였던) 스티븐 시걸이 출연한다고 해서 제작초기부터 화제를 불러모았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영화 제작비로 자그마치 30억(마케팅 포함 50억)이란 돈이 투입될 만큼 작품 외적인 부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지요.
한때 [서울 무지개]로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우상을 거머쥐었지만, 그 후로 B급무비와 에로물에서 전전하다 잊혀진 배우, 준 리(이동준)가 오랜만에 주연을 맡아 제작비 일체를 사비로 충당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스티븐 시걸이 나온다는 사실에만 주목했지 정작 주연인 이동준에 대한 기억은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화제속에 개봉된 [클레멘타인]. 어떻게 되었을까요? 뭐 괴작열전에 소개될 정도니 결과는 안봐도 뻔하겠죠? 2004년 [도마 안중근]과 더불어 최악의 한국영화로 선정될 정도로 이 작품은 참패를 기록했습니다. 정작 [클레멘타인]을 접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아이러니가 있긴해도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과감히 [클레멘타인]에 대해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눈에 힘 팍 주시고~
우선 [클레멘타인]의 줄거리를 보면 대충 이렇습니다. 불공정한 시합으로 태권도 챔피언 벨트를 빼앗긴 승현(준 리 분)은 어린 딸과 함께 형사라는 직업으로 먹고 삽니다. 그런데, 불법 이종격투기 프로모터인 황종철(기주봉 분) 일당에게 딸을 납치당해, 어쩔 수 없이 전설적인 파이터 젝 밀러(스티븐 시걸 분)과 한판승을 벌이게 된다는 소박한(?) 스토리입니다.
자 이 소박한 영화에 무슨 죄가 있길래 사람들은 그 혹독한 악평을 쏟아 부었을까요? 먼저 사람들이 기대해 마지 않던 스티븐 시걸의 등장입니다. 지금이야 별볼일 없는 쌈마이 영화를 전전하는 뚱땡이 배우가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한때는 무표정 카리쑤마로 B급 액션계를 평정했던 스티븐 시걸, 참 묘하게 멋지지 않았습니까? [클레멘타인]의 총 제작비중 1/3인 12억원의 게런티를 챙겼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등장씬은 고작해야 10여분. 그것도 화끈한 액션없이 대충 계산된 동작만을 몇 번 반복하다 끝나고 맙니다. ㅠㅠ 스티븐 시걸의 출연은 그야말로 낚시였던 것이지요.
다음으로 심각할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스토리의 문제입니다. 저 위에서 제가 스토리 요약을 쓰긴 썼는데, 저건 접대용(?) 줄거리이고 실제 [클레멘타인]의 주 스토리는 링위의 파이터에 관한 것이 아니라, 죽은줄로만 알고 있던 승현의 아내(김혜리 분)와 승현, 그리고 그의 딸 사랑이(은서우 분)가 엮어가는 신파극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말도 안되고 허황된 이야기는 무려 영화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데, 설득력도 없는데다 관객에게 울음을 강요하는 짜증나는 대목이라 많은 분들이 이 영화의 중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큰 일조를 했으리라 확신합니다.
더군다나 눈뜨고는 도저히 봐줄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는 고작 10분 등장한 스티븐 시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주고 싶을 만큼 엉망입니다. 놀라운건 [클레멘타인]에 유명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건데, 조연급 배우로선 굴지의 인지도를 지닌 기주봉을 비롯해 임호, 김혜리, 전원주 등이 출연하며 그 외에도 황기순, 김보성, 윤현숙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까메오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려오는 전설적인 괴작에 출연했다니, 기가막힐 노릇 아닙니까?
지금도 네이버 영화의 40자평을 보면 뒤집어 집니다. 영화보단 네티즌들이 써놓은 평가가 더 재밌는 해괴한 경우가 또 어디있을까요? 기분이 우울할 때 [클레멘타인]을 소개해놓은 영화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셔서 네티즌들의 평가를 함 읽어보십시오. 아마 5분안에 여러분은 낄낄거리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을겁니다.
아무튼 [클레멘타인]은 척박한 한국영화의 괴작문화에 시원한 소나기를 뿌려주면서 우리에게 또하나의 즐거움을 안겨준 소중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 이후로 저는 스티븐 시걸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이 두번째 관람임 ㅡㅡ;;) 사람이란 역시 정상에 섰을 때 멋있게 사라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나 할까요... 저 위의 40자평 가운데 마음에 특히 와닿는 말이 하나 있군요. "클레멘타인을 보지 않고 인생을 논하지 말라!"
P.S: 참고로 [클레멘타인]은 김두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이 분의 또다른 작품으로는 한국영화 최악의 Best5 가운데 반드시 포함되는 [주글래 살래]가 있습니다.
* [클레멘타인]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펄스타 픽쳐스/ ㈜엔터모드.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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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에 클레멘타인이란 영화에 대한 호평을 쓰신줄 알았습니다.^^ 꽤나 많은 분들이 영화속에 등장하는군요. 문득 복수혈전이 머릿속에 맴도는것은 왜일까요? ㅋㅋ
2007/11/14 10:42어릴적 시티븐시갈의 액션에 매료된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박수칠때 떠날수 있는 용기.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미덕임을 절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비트손님 반갑습니다^^ 저도 이 작품 보면서 [복수혈전]이 생각났는데..^^;; 나중에 [복수혈전]도 다뤄볼까요? ㅎㅎ
2007/11/14 10:44흠...페니웨이님의 괴작열전에 이 작품도 올라가는군요. 사실 안 올라가면 이상한 작품이긴 했지만서두요.
2007/11/14 10:52아무튼, 전 클레멘타인을 봤으니 인생을 논할 자격이 있다고 보여집니...크헉...쿨락...orz...OTL...
아무렴요~ 인생을 논할 자격이 있으시다마다요~ ^^;;
2007/11/14 10:54이야~ 괴작열전이다~ (일하다 튀어왔습니다. ㅋㅋ)
2007/11/14 14:08클레멘타인...정말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였죠. 도무지 스티븐 시걸 나오는 장면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매번 보다가 중간에 자버려서..그래서 한동안 이 영화는 제 하드에 고이 간직되어 수면제로서의 역할을 꽤나 잘 수행해 주었습니다. (아직도 클레멘타인 속의 스티븐 시걸을 못봤습니다)
대한민국 영화역사에 아리랑, 쉬리, 괴물, 긴급조치19호, 클레멘타인은 길이 남아있다는...
사무실에서 웃다가 뒤질...큰일 날뻔 했습니다 -_-a
저런.. 생업에 지장이 없으시게끔.. ^^;;;
2007/11/14 14:12사실 스티븐 시걸처럼 하나의 트렌드를 꾸준히 유지하는 배우도 드문데, [클레멘타인]은 정말이지.. ㅡㅡ;;
한동안 IMDB에서조차 스티븐 시걸의 필모그래피에 [클레멘타인]이 없었더는 후문이 있었죠.. ㅡㅡ;;;
아빠 일어나,,, T-T
2007/11/14 15:53은서우양 그후로 안보이네요.
전 처음에 저 포스터 보고 아역배우가 남자애인줄 알았습니다. ㅜㅜ 알고보니 여자아이였다는...
2007/11/14 15:55아마 [클레멘타인] 이후 정신적 트라우마가 생긴게 아닐런지...
공포영화 '폰'에서 연기가 좋아서 기대했는데...괜히 클레멘타인에 나와 가지고...흑
2007/11/14 16:26주글래 살래가 더 어이가 없긴하죠......
2007/11/15 13:36이 영화는 학교 모 교수님이 투자해서 잘 될 거라고 떠벌리다가 입 닫으시고 학교 옮기신 계기가 된 작품입니다......에휴......
P.S. 복수혈전은 의외로 볼만합니다.
푸하핫, 교수님 에피소드 엄청 재밌네요^^ 천용희님께서 직접 경험하신겁니까?
2007/11/15 13:39예......T.T
2007/11/15 13:56스티븐 시걸이 국내 내한해서 기부도 했지만....원래 그돈은 클레멘타인이 흥행성공(.....)하면 보너스로 주기로 했던 돈이었습니다. 결국 생색내기.
2007/11/20 18:37그것땜에 말이 많았죠. 생색은 혼자내고 실속은 다 챙기고... 영화는 대박망하고 ㅡㅡ;; 도대체 누굴위한 영화였던 것인지..
2007/11/20 18:40영화의 초고명대사 "아빠 일어나~"ㅡㅡ
2008/08/17 16:20그래도 조연들은 나름 화려한데요ㅋㅋㅋ
영화 중반전까지는 괜찮은 느낌이었는데 점점...-_-
2008/08/23 17:44아빠가 차라리 일어나지 못했으면 좀 더 신선한 영화가 될수있지 않았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