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트랜스모퍼 - 짝퉁 트랜스포머의 진수를 보여주마!

페니웨이™ 2007. 10. 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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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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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류작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하나의 히트작이 나왔을 때 아류작이 줄줄히 쏟아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대작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았을때 재빨리 선수를 쳐서, 아류작이 먼저 나오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웃기는건 이런 아류작들이 의외로 좋은 작품성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반면 어떤 경우에는 원래 작품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일례를 들어 볼까요? [터미네이터], [에이리언2]로 한창 주가를 날리던 '완벽주의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당시로서는 최대의 제작비인 5천만불을 들여 심해 SF영화를 만들겠다는 소문이 영화판에 번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철저히 극비리에 작업을 준수해 나갔기 때문에 이 [어비스]라는 작품은 단지 '초대형 해양 영화'라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류작 덕택에 본전도 못건진 제임스 카메론의 [어비스]


발빠른 경쟁사들은 저예산을 들여 아류작 제작에 들어갔는데 그것이 바로 MGM사의 [레비아탄]과 캐롤코 픽쳐스의 [딥 식스]였습니다. 물론 이 작품들은 [어비스]보다 먼저 스크린에 모습을 보였고, 결과는 신통찮았습니다. 당시의 영화기술로서는 심해라는 환경을 그럴듯하게 재연하기가 매우 힘들었던데다 이 아류작들은 엄연히 '저예산'으로 졸속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 완성도란 물보듯 뻔한 것이었지요. 문제는 이 두 편의 아류작이 선방을 날리려다 실패했기 때문에 그 불똥이 [어비스]에까지 튀었다는 것입니다.

사상최고의 제작비를 투여하고 흥행불패의 제임스 카메론이 혼신을 다해 꼼꼼한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임에도 [어비스]는 재앙급의 실패를 기록하며 카메론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야 말았습니다. 물론 [어비스]의 흥행실패는 그외 다른 외적인 변수가 있긴 했습니다만 그만큼 아류작의 세계는 메이저 영화와도 복잡미묘한 애증의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지요.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포스터에 등장하는 로봇의 저 포스를 보라...


제가 [트랜스모퍼]라는 괴상한 제목의 영화를 첨 보게 된 것은 2007년 최대의 화제작인 [트랜스포머]를 보기 불과 한달 전쯤이었습니다. 뭐랄까요, 포스터에서 풍기는 [스타쉽 트루퍼스]를 연상케하는 분위기, 감히 [트랜스포머]의 입소문을 노골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아류작의 본분이 살아있는 듯 하여 오히려 관심을 더 끌었습니다. 예고편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B급 무비 특유의 어설픔과 '그래도 할건 다한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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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이 [트랜스포머]의 개봉전에 저와 비슷한 느낌을 가지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2007년의 영화인데 적어도 [트랜스포머]의 저예산급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고... 물론 앞서 언급한 [레비아탄]이나 [딥 식스]와는 달리 [트랜스모퍼]는 오로지 비디오시장을 겨냥해 만든 순수 '비디오 영화'입니다. 다시말해 저예산중에서도 아주 적은 비용을 만들어진 TV용 영화라는 것이지요.

[트랜스모퍼]의 마력에 끌려든 필자가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질러져 있었다! ㅠㅠ


그럼에도 이 작품을 보고 싶은 마음속 욕망은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e-bay를 통해 주문한 [트랜스모퍼] DVD는 $11.37의 물품비용과 $5.49의 배송비라는 거금을 축내고 마침내 물건너 필자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는 웬만한 메이저 영화의 신품을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을 이런 1회성 비디오 영화에 투자한 짓이 과연 미친짓이 아니고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당시로서는 희쉬한 영화를 구입했다는 자부심에 희열을 느꼈었지요 ㅠ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국내에 '트랜스모퍼'라는 제목의 비디오로 출시되었더군요. ㅠㅠ)


먼저 영화의 오프닝 나레이션은 이렇습니다.

서기 2009년 우리는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발견하게 된다.

무려 2천만광년 떨어진 행성이다.

우리는 평화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정을 나타내는 메시지를.

5년이 지나 우리는 그들의 답변을 받게된다.

단 몇시간만에 전 지구상 90%의 인류가 파멸되었다.

그들은 대기를 바꾸어 놓았고, 영원한 밤을 만들어냈다.

태양은 어두운 구름에 가려 영영 보이지 않았다.

약탈자들은 지구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오프닝은 오리지널 [트랜스포머]와 거의 흡사한 내러티브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스토리는 좀 다른데, [트랜스모퍼]는 기계화된 외계 생명체로 파괴된 지구를 배경으로 일련의 저항군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적들을 한순간에 무력화 시키는 E-Mag 시스템을 발동시킬 작전을 수행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스토리의 플롯만 보자면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나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세계관에 더 가깝습니다.

너무나도 간단한 줄거리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내용 설명은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장면을 중심의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더 낫겠네요. 뭐 예상대로(!)겠지만 이 영화는 예고편이 전부, 아니 예고편이 본편보다 훨씬 나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로봇들이 영화의 절반이상을 장식하며 현란하게 치고받는 박진감을 보여주었던 [트랜스포머]와는 달리 [트랜스모퍼]는 거의 대부분을 무명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이런게 소위 '레이더'의 화면이란다. ㅡㅡ;;;


그것도 대단한 세트가 있는것도 아니고, 적들로 인해 '폐허가 된 지구'라는 아주 편리한 설정을 통해 이건 뭐 거의 허허벌판에서 쑈를 하는 수준입니다. 주인공들의 본부라고 해봤자 몇몇 씬들을 위해 설정한 아주 조악한 세트 몇칸이 전부죠. 최첨단 시스템이나 기기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심지어 레이더만 보더라도 이건 무슨 7,80년대 전자오락기기보다 못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죠.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고 하니, 그 조악한 세트현장과 어설픈 연기력, 그리고 초저예산의 특수효과를 어떻게든 감추기 위해 '어두운 구름이 햇빛을 가린' 어두침침한 상황에서 전투를 치르는데 말이죠, 거기다가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는 형국이랍니다. 게다가 번개는 번쩍번쩍. 불끄고 영화보다가 눈아파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그럼에도 이 영화의 허접스러움은 여실히 드러나는게 문젭니다. 이렇게 감출대로 감추고도 어떻게 티가 나냐고요? 다음장면을 보시죠.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한 장의 스틸컷으로는 티가 잘 안나겠지만 저 장면이 뭐냐면 주인공들이 레이저 총을 들고 응사하는 장면입니다. 근데, 저렇게 총을 들고 흔들흔들 쏘는 것처럼 연기는 하는데, 총구에서 레이저가 나가지 않는다면 이건 도대체 뭐하자는 거지요? 한마디로 왜 거 있잖습니까? 애들 총싸움할 때, (요즘은 BB탄 나가는 총이니 진짜 무섭습니다만) 제 어렸을 때만해도 '빵야빵야' 하면서 총쏘는 시늉만하고 놀았던 적이 기억나는데요, 딱 그 꼴입니다. 뿅뿅~ 하고 레이저 총 소리는 나는데 총구는 그대로고, 배우들은 줄창 뭔가 쏴대는 몸짓을 계속하고, 아주 가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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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둠속에서 거대한 로봇들과 게릴라식 백병전을 치루는 영화는 [트랜스모퍼]가 처음은 아닙니다. 무려 20여전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열악한 제반조건과 낮은 인지도 속에서도 [터미네이터]의 미래 전투장면을 어둠속에서 표현해 냈는데요,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장면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걸 보면 카메론 감독의 연출력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가를 세삼 느끼게 해줍니다. 반드시 '제작비가 전부는 아니다'라는 걸 몸소 증명해 준 케이스죠.


 

© 1984 Cinema '84. A Greenberg Brothers Partnership. All rights reserved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훌륭한 [터미네이터]의 미래전투씬.



이제 여러분께서 기대를 금치 못하던 로봇들의 특수효과 부분입니다. 솔직히 예고편으로 봤을땐 제법 '그럴싸한데?'였습니다. 막상 본편의 허접스러움과 섞여나오는 로봇들의 모습을 보자니 정말이지 눈물없인 감상이 불가능하겠더군요. 사실 요즘 웬만한 게임만 봐도 CG의 기술력은 상당히 발전해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요, [트랜스모퍼]의 CG는 기대에 한참 못미칩니다. 아주 약간이긴 하지만 예고편에서 보여준 것이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외계인 로봇의 표현은 포스터의 그림만도 못한 허접함을 보여준답니다. 뭐 하긴 [트랜스모퍼]의 로봇들은 말하자면 가변 형태가 정해진 양산형 기체인데 반해, [트랜스포머]의 로봇은 일종의 커스텀 기체라는 것이 차이점이긴 하지만요.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더 안습인건 로봇들의 CG처리.. 차라리 악몽이라 표현하고 싶다! (스틸컷은 왜이리 잘나온거냐!)


그나마 CG로 처리한건 낫습니다. 일부 로봇들은 저항군이 쏜 (레이저도 안나가는...) 총에 맞아 장렬히 전사하기도 하는데요, 그 사체는 무려 실물(!)로 처리됩니다. 그 실물이란게 얼마나 조악한 모형인지 저는 첨에 깡마른 카이홀맨인줄 알았습니다. ㅠㅠ 게다가 그 로봇 외계인이 생명체라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해부하는 씬도 나오는데요, 빨간색 잉크만 떡칠하면 그게 피인줄 관객이 알아주길 바라는걸까요?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결국 [트랜스모퍼]는 지상전에 이어 공중전의 화려한 '독 파이트'까지 선사하지만 아무리 초저예산 영화고, 메이저 영화의 명성을 이용한다손 치더라도 공들인 티가 전혀 나질 않는 작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트랜스포머]같은 초절정의 블록버스터와 [트랜스모퍼]처럼 눈뜨고 못봐줄 만한 졸작이 공존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삼 달라보인달까요. 한마디로 특수효과와 영화적 완성도를 평가하자면 한국의 [우뢰매]와 딱 호형호제할 만한 수준입니다. 물론 [우뢰매]는 제작당시의 여건과 제작연도를 감안한다면 그 평가가 달라지기라도 하지만요.

ⓒ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놀랍게도 이런 블록버스터를 패러디한 영화만을 만드는 '어사일럼'은 꽤 짭짤한 흥행수익을 올린다고 하더군요. 흥미롭습니다. 한국도 이런 패러디 기획으로 승부를 보는 것도 나름 신선한 시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듭니다. 이렇게 해서 '괴작열전' 첫 번째 작품인 [트랜스모퍼]에 대한 리뷰는 마치겠습니다. 다음 편으로도 재밌는(?) 작품들을 엄선해서 기획해 볼 것을 약속드리죠.


P.S: 물건너 이베이를 통해 구입을 강행한 저를 비웃기라도 하듯, 국내에도 정식으로 출시가 되었군요. ㅠㅠ


ⓒ 드림보트/ The Asylum. All Rights Reserved.



* [트랜스모퍼]의 모든 스틸,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The Asylum.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관련 스틸: 터미네이터( © 1984 Cinema '84. A Greenberg Brothers Partnership.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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