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타이타닉을 인양하라 - 타이타닉호를 둘러싼 미소 첩보전

페니웨이™ 2012. 4.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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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25

 

 

요즘 3D 재개봉으로 인해 [타이타닉]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지요. 제70회 아카데미 11개 부문을 수상하며 역대 최고기록인 [벤허]와 타이를 이룬 이 작품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흥행성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업적을 세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1912년 4월의 대재앙이었던 타이타닉 침몰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는 이전에도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1953년작 [타이타닉의 최후] (Titanic)나 로이 워드 베이커가 만든 1958년작 [타이타닉호의 비극] (A Night To Remember), 1996년 TV영화 [타이타닉]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선을 보였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단연 발군은 제임스 카메론의 작품이었지요.

그런데 이런 타이타닉 영화들 중에서도 조금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이 있으니, 바로 1980년에 제작된 [타이타닉을 인양하라 Raise the Titanic]가 되겠습니다. 보통 일반적인 타이타닉 영화들은 타이타닉호의 처녀출항때 발생했던 침몰사건 그 자체를 다루는데 비해 [타이타닉을 인양하라]는 타이타닉 침몰 후 훨씬 뒤의 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지요.

이 작품은 원래 클라이브 커슬러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입니다. 클라이브 커슬러는 일명 ‘더크 핏 시리즈’라 불리는 일련의 어드벤처물을 발표했는데 총 20여편에 달하는 시리즈 중에서 [타이타닉을 인양하라]는 두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커슬러의 첫번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단번에 더크 핏 시리즈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히는 계기가 되었죠.

[타이타닉을 인양하라]는 매우 흥미로운 설정을 지닌 작품입니다. 우선 스토리를 잠시 살펴보면, 미국방성에서 ‘시실리안 프로젝트’라 명명된 미사일 방위시스템 계획을 진행하는데, 이를 완성시키기 위해는 특수 광물인 비자니움이 꼭 필요합니다. 당국에서는 비자니움의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그 광물은 적국인 소련지역의 영토에서만 캐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더 정밀한 조사를 진행도중 이미 비자니움은 소련지역에서 모두 채취가 되었고, 그 작업을 진행한 인물이 바로 미국인 브루스터와 그의 동료들임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브루스터는 이를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극비리에 한 배에 선적을 하게 되는데, 바로 그 선박에 1912년의 비극을 낳았던 타이타닉호였던 것입니다.

1985.07.06 동아일보

이제 바다 저편에 막대한 양의 비자니움이 수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관계자들은 더그 핏을 비롯한 몇몇 전문가들을 동원해 타이타닉을 물 밖으로 빼낼 계획을 세웁니다. 한편 시실리안 프로젝트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소련측에서도 이를 저지하게 위해 모종의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과연 타이타닉은 세상에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낼 수 있을까요?

ⓒ Incorporated Television Company (ITC). All rights reserved.

타이타닉을 둘러싼 미소첩보전이라는 소재만으로도 [타이타닉을 인양하라]는 무척 흥미로운 영화처럼 보입니다. 이 작품은 4천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작품으로서 제이슨 로바스 주니어, 알렉 기네스, 리처드 조던, 앤 아처 등의 스타급 배우들에 더해 음악감독 존 베리와 같은 쟁쟁한 스탭들로 구성된 블록버스터급 규모의 대작이었습니다.

타이타닉을 표현하기 위해 실물급 모형선이 제작되는가 하면 탐사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소형 잠수정을 동원하는 등 특수효과에도 공을 들였던 작품이었지요. 이는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에 등장하는 미니 잠수정보다도 훨씬 앞선 것이었습니다. 또한 거대한 타이타닉호를 인양하는 클라이막스 부분은 제법 장관을 이룹니다.

ⓒ Incorporated Television Company (ITC).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정작 북미개봉 당시 고작 7백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서는 완전히 재앙급의 작품이 되고 말았지요. 미소양국의 긴밀한 첩보전은 거의 증발되었고, 타이타닉의 인양 자체에만 너무 무게중심을 둬서 영화적인 재미가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유명배우들의 연기가 밋밋한건 말할 것도 없었지요.

ⓒ Incorporated Television Company (ITC). All rights reserved.

이렇게 되니 흥행만이 문제가 된게 아니었죠. [타이타닉을 인양하라]는 비평가들의 혹독한 비난을 받게 되는데요, 간혹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부분은 오로지 존 베리의 사운드 스코어 때문일 정도로 영화적인 재미와 완성도에서 혹평을 받습니다. 급기야는 제1회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남우조연상, 최악의 각색상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합니다. 다행인지 수상에는 실패했지만요.

아쉽게도 뛰어난 시리즈물이 될 수 있었던 더크 핏 시리즈는 이렇게 끝이 나고 맙니다. 시간이 한참 흘러 2005년 매튜 맥커너히 주연의 [사하라]를 통해 다시 한번 더크 핏이 스크린에 등장하게 됩니다만 이 역시도 그리 큰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지요. 여러모로 영화와는 큰 인연이 없는 캐릭터인것 같습니다.

 

ⓒ Paramount Pictures, Bristol Bay Productions, Baldwin Entertainment Group. All rights reserved.

P.S: 선체가 두 동강이 나는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과는 달리 [타이타닉을 인양하라]에서는 타이타닉 선체가 원형을 유지한채 인양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로버트 발라드가 1985년에 타이타닉의 잔해를 발견해 선채가 반으로 쪼개졌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영화가 만들어진 탓으로 실제로 이 영화가 제작될 당시에는 타이타닉이 그대로 가라앉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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