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헤라클레스 - SF와 그리스 영웅신화의 결합

페니웨이™ 2012. 5. 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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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27

 

 

 

1980년대 근육질 스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굴욕적인 데뷔작 [뉴욕의 헤라클레스]를 통해 데뷔했다는 사실은 지난 시간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사실 그가 스타덤에 올라 승승장구하는 대스타가 될 수 있었던 건 [코난]이나 [터미네이터] 같이 자신에게 꼭 맞는 배역을 보여줄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면에서는 참 운이 좋은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대에 보디빌더와 영화배우로의 전향이라는 비슷한 길을 걸었던 또 한명의 스타는 아놀드만큼 롱런하는 배우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루 페리노. 아마 1970년대 말 [두 얼굴의 사나이]란 제목으로 방영된 ‘인크레더블 헐크’ TV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아실만한 추억의 배우입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녹색 돌연변이 헐크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주었지요. 그러나 브루스 배너 역의 빌 빅스비의 연기가 워낙 뛰어났던 탓인지 반쪽짜리 헐크 역만으로 그의 연기 커리어를 채워주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 Universal TV. All rights reserved.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무려 5년이나 헐크역을 맡았던 그였지만 정작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코난]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할때까지 그에게는 다른 작품이 전혀 없던 상황이었죠. 마침내 헐크의 이미지를 탈피할만한 기회를 얻게 되는데, [7인의 검투사들 I sette magnifici gladiatori]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황야의 7인]의 비공식 리메이크로, 안타깝게도 이탈리아의 괴작전문 감독 브루노 매티(참고: [터미네이터 II: 쇼킹다크] 리뷰)가 아놀드의 히트작 [코난]의 아류작 형식으로 내놓은 작품이었습니다.

ⓒ Cannon Italia Srl. All rights reserved.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루 페리노는 같은 해 또 한편의 영화에 출연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헤라클레스]였지요. 역시나 마초적인 근육질 영웅이 등장하는 시대물이라는 점에서는 [코난]의 잔재를 벗어나기 힘들긴 하지만 원래 루 페리노가 롤모델로 삼았던 스티브 리브스의 대표작이 [헤라클레스] 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루에게는 이 영화에 출연할만한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평생의 라이벌인 아놀드가 헤라클레스 역으로 나왔던 작품이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것도 그에게는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먼저 이 작품의 줄거리를 잠시 살펴볼까요? 악의 세력이 퍼지는 것을 우려한 제우스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헤라클레스를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를 방해하려는 미노스는 과학의 신 다이달로스의 기술을 이용해 헤라클레스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미노스에 의해 양부모를 잃게 된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존재의의와 왜 남다른 괴력을 지니고 태어났는지를 각성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 Cannon Italia Srl, Golan-Globus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보신것처럼 [헤라클레스]의 줄거리 자체는 매우 평범합니다. 한가지 특이할만한 사항이라면 미노스가 바로 ‘과학’의 힘을 이용한다는 점인데요, 이는 당시 헐리우드 영화계의 주류로 상승하고 있던 SF적인 요소를 끌어들여 관객들의 흥미를 끌려고 한 듯 합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고대 영웅신화를 각색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크리처는 모두 ‘로봇’의 형태를 띄고 있게 됩니다.

ⓒ Cannon Italia Srl, Golan-Globus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에서 견지하는 신화속 주인공들의 ‘신’이 단순한 신이 아니라 고대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존재들, 바로 ‘외계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얼마전 마블코믹스의 원작을 영화화한 [토르]에서도 신화와 현실의 괴리감을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했던 것인데, 이보다 훨씬 오래된 B급 영화에서 이미 이런 설정을 사용했다는 점은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것이지요.

하지만 B급 영화의 산실인 캐논 픽쳐스의 작품인 관계로 영화에 투입된 자본과 기술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뭔가 블록버스터적인 스케일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1933년작 [킹콩]에서나 볼 법한 스톱모션 기법의 조이드스런 기계로봇의 등장에 내심 실망하고 맙니다. 그 결과 이 작품은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실패하게 되었지요.

이 영화의 B급틱한 연출의 극치는 바로 ‘곰돌이의 굴욕’ 장면 인데요, 아버지를 해친 곰과 헤라클라스가 데스매치를 펼치는 이 장면은 포효하는 ‘실제 곰’과 곰 탈바가지를 쓴 인형 알바와 루 페리노가 엉겨붙은 장면을 교차편집을 보여주다가 급기야 성질난 헤라클레스가 곰돌이를 집어던지자, 불쌍한 곰은 지구의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다가 결국 별자리가 되고야 만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말로 귀결됩니다.

ⓒ Cannon Italia Srl, Golan-Globus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이야기 자체도 엉성허기 그지없는데, 신화속 이야기를 너무 거칠게 가공한 느낌이어서 흐름도 좋지 않을 뿐더러 헤라클레스의 영웅적인 활약도 별로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냥 힘자랑만 하는 바보가 승리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랄까요…

여튼 [헤라클레스]는 루 페리노가 모처럼 주연급 액션배우로서 두각을 나타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닌 모호한 성격, 힘빠지는 연출과 전반적으로 싸구려틱한 화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특수효과 등 잘만든 영화로서는 모자라는 만듦새로 인해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4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무려 5개 부문-최악의 각본상, 최악의 여우조연상, 최악의 남우주연상, 최악의 신인상, 최악의 작품상-에 올랐는데, 그 중 2개 부분(최악의 남우주연상, 신인상)에 루 페리노의 이름이 올라 망신살을 뻗치고 맙니다. 실제로 최악의 신인상을 수상까지 했고 말이죠. -_-;;;

안타깝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이걸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2편인 [헤라클레스의 모험]으로 이어지면서 루 페리노는 다시한번 헤라클레스 역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속편열전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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