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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27

 

 

 

1980년대 근육질 스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굴욕적인 데뷔작 [뉴욕의 헤라클레스]를 통해 데뷔했다는 사실은 지난 시간에 소개한 바 있습니다. 사실 그가 스타덤에 올라 승승장구하는 대스타가 될 수 있었던 건 [코난]이나 [터미네이터] 같이 자신에게 꼭 맞는 배역을 보여줄 기회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면에서는 참 운이 좋은 케이스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대에 보디빌더와 영화배우로의 전향이라는 비슷한 길을 걸었던 또 한명의 스타는 아놀드만큼 롱런하는 배우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루 페리노. 아마 1970년대 말 [두 얼굴의 사나이]란 제목으로 방영된 ‘인크레더블 헐크’ TV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아실만한 추억의 배우입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녹색 돌연변이 헐크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주었지요. 그러나 브루스 배너 역의 빌 빅스비의 연기가 워낙 뛰어났던 탓인지 반쪽짜리 헐크 역만으로 그의 연기 커리어를 채워주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 Universal TV. All rights reserved.

1977년부터 1982년까지 무려 5년이나 헐크역을 맡았던 그였지만 정작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코난]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할때까지 그에게는 다른 작품이 전혀 없던 상황이었죠. 마침내 헐크의 이미지를 탈피할만한 기회를 얻게 되는데, [7인의 검투사들 I sette magnifici gladiatori]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황야의 7인]의 비공식 리메이크로, 안타깝게도 이탈리아의 괴작전문 감독 브루노 매티(참고: [터미네이터 II: 쇼킹다크] 리뷰)가 아놀드의 히트작 [코난]의 아류작 형식으로 내놓은 작품이었습니다.

ⓒ Cannon Italia Srl. All rights reserved.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루 페리노는 같은 해 또 한편의 영화에 출연하는데, 그 작품이 바로 [헤라클레스]였지요. 역시나 마초적인 근육질 영웅이 등장하는 시대물이라는 점에서는 [코난]의 잔재를 벗어나기 힘들긴 하지만 원래 루 페리노가 롤모델로 삼았던 스티브 리브스의 대표작이 [헤라클레스] 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루에게는 이 영화에 출연할만한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평생의 라이벌인 아놀드가 헤라클레스 역으로 나왔던 작품이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것도 그에게는 신선한 자극제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먼저 이 작품의 줄거리를 잠시 살펴볼까요? 악의 세력이 퍼지는 것을 우려한 제우스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헤라클레스를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를 방해하려는 미노스는 과학의 신 다이달로스의 기술을 이용해 헤라클레스를 제거하려고 합니다. 미노스에 의해 양부모를 잃게 된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존재의의와 왜 남다른 괴력을 지니고 태어났는지를 각성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되는데…

ⓒ Cannon Italia Srl, Golan-Globus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보신것처럼 [헤라클레스]의 줄거리 자체는 매우 평범합니다. 한가지 특이할만한 사항이라면 미노스가 바로 ‘과학’의 힘을 이용한다는 점인데요, 이는 당시 헐리우드 영화계의 주류로 상승하고 있던 SF적인 요소를 끌어들여 관객들의 흥미를 끌려고 한 듯 합니다. 덕분에 이 영화는 고대 영웅신화를 각색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크리처는 모두 ‘로봇’의 형태를 띄고 있게 됩니다.

ⓒ Cannon Italia Srl, Golan-Globus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에서 견지하는 신화속 주인공들의 ‘신’이 단순한 신이 아니라 고대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존재들, 바로 ‘외계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얼마전 마블코믹스의 원작을 영화화한 [토르]에서도 신화와 현실의 괴리감을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했던 것인데, 이보다 훨씬 오래된 B급 영화에서 이미 이런 설정을 사용했다는 점은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것이지요.

하지만 B급 영화의 산실인 캐논 픽쳐스의 작품인 관계로 영화에 투입된 자본과 기술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고, 뭔가 블록버스터적인 스케일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1933년작 [킹콩]에서나 볼 법한 스톱모션 기법의 조이드스런 기계로봇의 등장에 내심 실망하고 맙니다. 그 결과 이 작품은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실패하게 되었지요.

이 영화의 B급틱한 연출의 극치는 바로 ‘곰돌이의 굴욕’ 장면 인데요, 아버지를 해친 곰과 헤라클라스가 데스매치를 펼치는 이 장면은 포효하는 ‘실제 곰’과 곰 탈바가지를 쓴 인형 알바와 루 페리노가 엉겨붙은 장면을 교차편집을 보여주다가 급기야 성질난 헤라클레스가 곰돌이를 집어던지자, 불쌍한 곰은 지구의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다가 결국 별자리가 되고야 만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말로 귀결됩니다.

ⓒ Cannon Italia Srl, Golan-Globus Productions. All rights reserved.

이야기 자체도 엉성허기 그지없는데, 신화속 이야기를 너무 거칠게 가공한 느낌이어서 흐름도 좋지 않을 뿐더러 헤라클레스의 영웅적인 활약도 별로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냥 힘자랑만 하는 바보가 승리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랄까요…

여튼 [헤라클레스]는 루 페리노가 모처럼 주연급 액션배우로서 두각을 나타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닌 모호한 성격, 힘빠지는 연출과 전반적으로 싸구려틱한 화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특수효과 등 잘만든 영화로서는 모자라는 만듦새로 인해 결국 실패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4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무려 5개 부문-최악의 각본상, 최악의 여우조연상, 최악의 남우주연상, 최악의 신인상, 최악의 작품상-에 올랐는데, 그 중 2개 부분(최악의 남우주연상, 신인상)에 루 페리노의 이름이 올라 망신살을 뻗치고 맙니다. 실제로 최악의 신인상을 수상까지 했고 말이죠. -_-;;;

안타깝지만 이 영화는 그럼에도 이걸로 끝난 것이 아닙니다. 2편인 [헤라클레스의 모험]으로 이어지면서 루 페리노는 다시한번 헤라클레스 역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속편열전에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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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yoju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가운 새 글이네요 ^^
    잘 보고 가요~

    그나저나... 정말 괴작이군요;;
    전반적으로 민망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네요 ㅎㅎ
    원 콘테츠가 좋아도 그걸 제대로 못 살리면 저렇게 되는군요.

    2012.05.29 11:04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헤라클레스] 이야기야 워낙 사골에 재탕까지한 내용이긴해도 이를 SF적 관점에서 접목시킨건 신선한 시도라고 볼 수 있죠. 문제는 이를 가공하는 실력인데... ㅜㅜ

      2012.05.29 11:13 신고
  2. <Tomorrow>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즐거운 연휴, 잘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도 지옥(?) 같은 마감을 일욜 아침에나 마치고
    어제는 죙일 잠이나 잘까 했으나...

    10월 탄생 예정인 아드님(?)을 앞세운
    나들이 한 번 가자는 마눌님의 성화에 힘입어
    남이섬을 다녀 왔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오히려 하루를 빡세게 보낸 덕에 연휴의 후유증이 없어 좋네요. ^^

    헤라클레스라는 이 영화, 초등학교 때 토요명화에서 본 적이 있지요.
    제목은 무적의 헤라클레스 II (2가 아니고 II) 였던 기억이 나네요.

    루 페리노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와는 쌍벽을 이룰 만한 재목이었다는 마음도 들어요.
    다만 아놀드 하면 역시 코난과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킬 만한
    좋은 작품에 연이어 캐스팅된 반면
    (치명적인 단점일 수 있는, 어설프고 무뚝뚝하게 부러지는 오스트리아 식 영어액센트가 오히려 상승 작용)
    루 페리노는 그야말로 안습, 지못미가 절로 나오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좋은 작품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P.S.: 전에 댓글로 여쭤 봤던 작품명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전에 알려주신 답, 적어 놨는데 어디 적어 놨는지 찾지를 못하겠네요. ㅜㅜ
    - 사막을 비행기로 횡단하다가 추락해서 살아남은 아들이 아버지랑 교신하면서 극적으로 상봉하는 영화...
    부탁 드립니다. 기사를 쓰느라 참고해야 해서요. ㅜㅜ

    2012.05.29 11:16 신고
  3. 케르베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괴작열전이 올라왔네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역시 인물이 되려면 때와 인맥을 잘 만나야 하는 법이지요. 누구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까지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헐크의 그 포스는 70년대의 루 페리노가 최강인데 말입니다. 안습이네요.

    2012.05.29 12:30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침 이 영화에도 케르베로스가 나옵니다. ㅎㅎ 이름을 히드라라고 한게 에러이지만 머리가 세개인 개 모양인게 영락없는 케르베로스죠. 스틸컷을 잘 찾아보세요^^

      2012.05.30 07:43 신고
    • 케르베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하하, 그렇네요.

      신혼여행 스토리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2012.05.31 17:33 신고
  4.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설정은 매력적이네요.
    이 설정이라면 신화속 헤라클레스가 mission complete 했던
    몬스터들도 '졸라 센' 로봇이었다는 식으로 시치미 뚝 떼고
    오히려 원전에 충실한 스토리로 갔어도 될 뻔했는데 말이죠.
    (세상을 떠받드는 아틀라스도 로봇이라면... 좀은 [5스타 스토리] 스럽겠네요 ㅎㅎ)

    2012.05.29 13:41 신고
  5. 만두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이거 어릴때 tv에서 해준 기억이 나네요. 어린시절에 재밌게 봤습니다. 괴수들이 로봇이란 점이 특이해서 여지것 기억하고 있는 작품중 하나입니다. 물론 지금 다시 보면 오글리토글리 하겠지만요.ㅋ

    2012.05.29 16:4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기억하는 한 이 작품은 아마 공중파를 타지 않았을겁니다. 대신 2편이 약 2,3번정도 방영되었는데요, [무적의 헤라클레스 2], [헤라클레스의 대모험] 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지요. 다만 1편의 장면이 어딘가 낯익게 여겨지는건 2편의 인트로에서 전편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2012.05.30 07:48 신고
  6.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요명화로 봤던 기억이 나는군요.

    좀 유치하고 단순하기는 해도 볼만은 했었습니다.

    그나저나 속편이 있었을줄은 몰랐네요.

    2012.05.29 19:46 신고
  7. 기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이지 코지에게 많은 걸 바라진 않죠. 그냥 이 사람은 적절하게 약간 특이점 있고 당대 유행을 따르는 평균치만 뽑아주면 정말 잘 만든 겁니다...

    2012.05.29 20:02 신고
  8.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스크린샷이 혹시 그 문제의 곰입니까? 아무리 봐도 검은 뭔가로 보이지 곰처럼 보이진 않는데요.

    결과론적인 시각, 혹은 헐크의 모습에서 어렸을 때 느꼈던 감상 때문인지 몰라도,
    루 페리노의 마스크가 아놀드보다 덜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건 저뿐일까요.

    2012.05.29 21:11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그 곰돌이 맞습니다. ㅎㅎ

      개인적으로는 루 페리노의 얼굴이 상당히 호남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 정도 덩치에 맞지 않게 미남형이고 또 얼굴이 순한 편이라 액션 배우로서는 뭔가 좀 맞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2012.05.30 07:51 신고
  9.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허...원조 헐크에게도 이런 슬픈 흑역사가?...ㅠ.ㅠ

    2012.05.30 00:19 신고
  10. 개트릭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70년대 빌 빅스비가 연기한 배너박사는 브루스가 아니라 데이빗으로 기억합니다..
    항상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2012.05.30 12:38 신고
  1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봇 설정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망가졌군요. 크
    댓글 중에 케르베로스 얘기가 있어서 스틸샷을 다시 봤는데
    자세히 보지 않으면 머리가 세 개인 게 구분이 잘 안 되네요 크크
    오랜만에 페니웨이님 글 읽으니 좋군요.
    낮에는 일에 치이고, 밤에는 악마들 잡느라 여전히 여유 없는 요즘이라
    글도 잘 못 읽고... 하지만 책은 꼭 지를 겁니다. ^^

    2012.05.30 13:02 신고
  12.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건 방영되지 않은 걸로 알거든요.페니웨이님 글처럼 저도 토요명화로 2편만 봤고(2편 보면 1편 저 장면...켄타로스(?)에게 도끼인가 던져 맞춘다든지...하는 장면이 잠깐 나오죠)1편 방영여부를 알아봤는데...하긴 했었나 보군요?

    --루 페리노...터미네이터 1에서 미래에 잠깐 나오던 저항군 기지를 습격한 터미네이너 맡은게 맞죠?

    2012.05.31 09:0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터미네이터]에서 저항군기지 급습한 터미네이터는 루 페리노가 아니라 프랑크 콜롬부라고 아놀드와 거의 용호상박을 이뤘던 보디빌더 중 한명입니다.

      2012.05.31 09:06 신고
  13. 무쇠주먹용팔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어렸을 때 무지 재밌게 봤어요 ㅡㅜ

    2012.06.11 09:05 신고
  14. 영화 기냥 봐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틸컷 밑에보니 저작권이 80년대 맨몸,b급 액션의 산실 캐논영화사에 제작자 메나험 골란이라는데 깜놀햇네요

    2012.10.23 12: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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