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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23







 



1979년에 개봉된 성룡의 [취권]은 국내 영화사에서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다. 당시 1천석에 불과한 국도극장에서 단일개봉관으로는 최대 관객수인 89만명을 기록하며 그 해 흥행수익 1위라는 기염을 토했기 때문이지요.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도 아니고 슈퍼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닌 일개 홍콩영화가 기존의 극장수익 기록을 단번에 갈아치운 이 일은 동양권 영화계의 근간을 흔든 대사건으로 남게 됩니다.

ⓒ Seasonal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취권]과 [사형도수]를 연달아 히트시킨 성룡과 원소전 콤비의 주정뱅이 스승-제자 구도는 이후 홍콩영화계는 물론이고 무국적 권격물을 생산하던 한국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지요. 강범구 감독의 [팔대취권]이나 김정용 감독, 정진화 주연의 [소림사 주방장] 시리즈는 그 대표적인 아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조금은 눈에 띄는 모방작이 나오기도 했는데, 바로 [취팔권 광팔권]과 같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소림 36방]으로 스타덤에 올라 ‘동양의 율 브린너’라 불리며 홍가권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유가휘를 캐스팅한 한-홍 합작영화인데요, 유가휘는 이미 [돌아온 36방]과 곽소동 감독의 한-홍 합작물 [대형출도]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바 있었습니다.

ⓒ ㈜동협상사. All rights reserved.


한국의 이영우 감독과 홍콩의 구양준 감독이 공동연출을 맡았던 [취팔권 광팔권]은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처럼 [취권]을 겨냥한 작품인데, 이 작품이 특히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영화에 정윤희, 유지인과 함께 한국 영화계의 2세대 트로이카로 불렸던 장미희가 출연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당시 메이저 여배우들이 선택했던 작품의 취향을 고려해 볼 때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럼 [취팔권 광팔권]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당랑권의 계승자 이삼천은 제자인 왕중경의 배신으로 인해 죽임을 당하고, 그의 아내는 아들 충과 함께 감금당합니다. 이때 왕중경의 딸인 영영은 충과 친해져 공기놀이를 하고 생각없이 지내지만 왕중경은 이삼천의 아내에게 당랑문의 장문임을 인증하는 징표를 내놓으라며 협박하지요. 결국 참다못한 이삼천의 아내는 충에게 징표를 맡기고 도피시킨 뒤 자결하고, 도망치던 충은 왕중경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징표를 빼앗기게 됩니다.

수장당할 위기에 처한 충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스승인 하대천의 밑으로 들어가 성장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취권의 일종인 취팔권을 전수받습니다. 복수의 날을 기다린 충은 영영을 납치해 왕중경을 자극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왕중경의 흉계로 오른팔을 잃은 무인 호 역시 복수를 감행하면서 왕중경은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 ㈜동협상사. All rights reserved.


한편 자신을 납치한 남자가 어린시절 애틋한 정을 나눴던 충임을 알게 된 영영은 스톡홀름 신드롬에 걸려… 흠흠… 뭐 여튼 충과 영영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는데요, 과연 복수를 꿈꾸는 두 사나이와 악당, 그리고 딸의 이야기는 어떤 결말로 치닫게 될까요?
 
내용을 보시다시피 [취팔권 광팔권]은 전형적인 무협물의 복수극 스토리에 ‘로미오와 줄리엣’식의 내러티브를 짬뽕시킨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극중 장미희는 유가휘와 사랑에 빠지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맡았는데, 홍보용 스틸에 쓰인 모습과는 달리 영화상에서는 그 어떤 액션 연기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녀의 네임밸류에 비하면 이 작품에서의 역할은 너무 제한적이고 스테레오 타입의 순정파 여주인공이라는 단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 ㈜동협상사. All rights reserved.


유가휘의 경우는 사실 성룡보다 먼저 자리잡은 액션스타의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류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그리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합니다. 액션도 [취권]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데다 원수의 딸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고뇌를 잘 표현해내지 못하는 캐릭터로 인해 깊은 인상을 주진 못했지요.

실제 [취권]의 강점은 코믹액션연기의 대가인 성룡의 캐릭터가 100% 영화와 매치되면서 발생된 시너지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데, 주로 강인한 역할과 남성적인 이목구비로 어필했던 유가휘가 어설프게 성룡을 따라하는 모습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다음 사진처럼 말이죠.

ⓒ ㈜동협상사. All rights reserved.


결국 [취팔권 광팔권]은 1급 상영관인 대한극장에서 개봉해 2만8천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사실상 흥행에는 실패합니다. 장미희는 이 작품 이후로 다시는 액션영화에 출연하지 않았지요. 하지만 유가휘는 훗날 [홍콩 익스프레스]로 다시 한번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답니다. 왕우의 뒤를 이어 성룡-이연걸로 연결되는 홍콩 액션배우 계보에서 유가휘의 전성기가 유난히 짧아보이는 건 그가 활동하던 시기가 이소룡의 전성기 및 이소룡 사후의 공백기에 걸쳐있다는 점, 그리고 유가휘와 유사한 소림사 무도인 캐릭터로 스타가 된 이연걸의 등장으로 인해 설 자리를 잃게 되었던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B급 무협물의 오마주 덩어리인 [킬 빌]에서 1인 2역으로 기용할 만큼 애착을 나타내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추억속에 그대로 잊혀져버릴 배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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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rac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호. 이런 영화도 있었군요.

    2012.01.30 09:27 신고
  2.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참으로 신기한 영화로군요. 무술씬이 기대되는데요. 장미희 선생께서 무술도 보여줬으면 더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나름 도전적인 정신이 녹아있던 국내 영화들이 나중엔 왜 그렇게 다들 에로물로만 방향선회를 한건지. . . 진기한 영화를 알게되어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2.01.30 10:02 신고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2.01.30 14:33
  4. 케르베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 이 블로그에 들렀던 게 괴작열전의 그 아스트랄한 맛을 본 탓이었는데...ㅋㅋㅋ

    장미희씨는 과연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손발이 오글거리시려나...?

    2012.01.30 15:41 신고
  5.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미희씨라면 멜로물에서 전성기를 지낸 배우로 기억하는데 무협출현 했다는게 놀랍군요.
    유가휘씨는 요즘도 홍콩 영화에 심심 찮게 조연으로 등장하시죠.
    80년대 비디오로 유가휘씨의 전성기적 70년대 무협영화도 제법 많이 봤던편인데...(외팔이로 유명한 왕우형님 작품을 가장 많이 빌려봤지요. ^^) 이양반도 꽤나 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제가 기억이 나쁜건지 대표작 이라고 할만하게 기억이 안나네요. (취권=성룡, 외팔이=왕우 이런식의 공식처럼 따라다니는...)
    오히려 동시대에 같이 작품 출현도 했던 적룡 형님 대표작들은 대부분 기억이 나는데(적룡이 형님의 1974년작 소림오조,초류향 시리즈는 기억남) 유가휘씨는 작품마다
    케릭터가 비슷비슷한 느낌이 많았다는 기억이...(오래되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

    2012.01.30 19:33 신고
    •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헉 <소림36방> 유가휘씨 작품 맞죠? 이건 확실히 기억나네요 ㅎㅎ

      2012.01.30 19:40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처럼 유가휘의 작품 중에 알려진게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소림36방]이 대표작이고요, 사실 그 이전에도 주연급으로 찍은 작품이 몇개 되는데 그리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습니다. [소림36방] 이후로도 크게 히트한 작품이 많지 않고요, 게다가 성룡과 이연걸로 주도권이 넘어간 이후로는 서서히 잊혀지게 되었지요.

      2012.01.30 22:46 신고
  6. 이준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장미희야 "순악질 여사"에서 "순악질 여사" 역으로 나온 적도 있으니 흑역사는 아닐겁니다. 뭐 그거보다 더한 옛날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분들도 계시니까요.

    2. 오오 킬빌1의 대머리 부두목과 킬빌2의 영감님의 한창때가 저랬답니까. 대단하군요.(특히 킬빌2와 비교하면요)

    2012.01.30 20:36 신고
  7.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취팔권의 뜻은 알겠고, 광팔권의 뜻은 어떻게 되나요?
    어쩐지 웃기려고 붙인 제목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ㅎㅎ

    2012.01.30 22:14 신고
  8.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사미자라든지 한국 여러 배우들도 홍콩합작 영화에 무협물 액션 연기를 한 바 있지요

    조춘은 성룡에게 얻어맞던 악역으로 나온 바 있고요;;

    2012.01.30 22:14 신고
  9.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 보니 얼굴에 율 브린너 닮은 면이 있네요.

    율 브린너가 완전 동양계 였다면 저런 얼굴이었을듯.

    2012.01.31 12:57 신고
  10. 폴리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외모에 있어서 동양의 율 브린너란 말에 100% 공감합니다. ㅎㅎㅎ
    대표작인 소림사 36방 에서의 모습보다 오히려 조금 나이가 들어 조연으로 출연했던 공작왕을 보며 율 브린너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선이 굵은 외모로 8~90년대 홍콩액션의 한축을 이룰 수도 있는 배우였는데 아쉽네요...

    2012.01.31 18:14 신고
  11.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70년대에 왠지 홍콩에서 무술영화이 인기가 절정일때 한국산인지 홍콩산인지 정체모를 국산 무술영화나(<소림사 주방장>,<소림사 용팔이>등등...) 60년대 일본에서<고지라>,<가메라> 의 인기가 절정일때 <대괴수 용가리>,<우주괴인 왕마귀>,<용사왕>(이넘은 필름도 없다죠? ㅠㅠ),<용왕삼태자>(국산 특촬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데 필름은 가지고 있는데 국내에 특촴물이 비주류 장르라 그런지 DVD출시는 언제나 가능할런지? ㅠㅠ) 우리나란 왜 주변국들 히트친 장르 따라가기가 유독 많네요.

    2012.01.31 20:2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용왕삼태자]는 비디오로 출시된 바 있는데 DVD소식은 없네요. [용사왕]은 국외수출기록도 없어서 지구상에서 사라진게 아닌가 의심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말 이놈의 나라는 남아나는게 없는...

      2012.01.31 23:02 신고
    •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빅몬스터 카페 회원이고 괴수물 왠만한건 제법 가지고 있는편이지만 용사왕은 포스터 밖에 본적이 없다는...

      2012.01.31 23:11 신고
  12. 진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가휘도 좋은 배운데... 너무 인상만 쓰대서... 약간은 식상하더군요...그래도 킬빌에선 완전 멋졌습니다.. .ㅎㅎ

    2012.01.31 21:58 신고
  13. marlow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가휘의 경우, 스타로서의 아우라가 약했다는 점도 걸림돌이였다고 봅니다.
    이소룡은 물론, 왕우나 성룡과 비교해도 한 눈에 확 들어오는 매력이 부족했죠.
    (좀 심하게 말하면, 영화가 시작한지 꽤 지나도 누가 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왕우, 적룡, 강대위 등은 장철 감독에게 발탁되어 스타덤에 올랐고,
    악역을 주로 맡던 나열조차 정창화 감독을 통해서 주연을 맡은 것에 비하면
    감독 운도 안 좋았고요.

    2012.02.01 21:06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독복이 없다... 가 정답이겠네요. 사실 이연걸의 경우도 [소림사] 시리즈 외엔 딱히 작품이 없다가 중년이후에 서극 만나면서 펄펄 날았죠.

      2012.02.02 18:00 신고
  14.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이 어째 고스톱을 연상시키네요.

    2012.02.02 14:41 신고
  15.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괴작이라고 분류하기엔 살짝 약한 것 아닌가요? 리뷰 내용만으로 보면 그렇습니다만......

    2012.02.03 10:41 신고
  16. 기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가휘 선생님의 저 성룡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니 뇌졸증으로 쓰러지신 모습이 겹쳐서 눈물이 나려 하네요.

    빨리 회복되시길 바랄 뿐입니다.

    2012.02.06 09:07 신고
  17. 또또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악당이 외팔이와의 대결에서 "하늘은 높다" 라고 말했을때.. 극장안이 빵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바다로 변했지요..ㅋㅋㅋㅋ
    원래 대사가.."하늘은 높다" 잠시 쉬고 "한쪽 날개도 없으면서 ...." 이었던 걸로 기억 합니다...

    2012.02.22 16:50 신고
  18. 클러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늘은 높다..한쪽날개도 없이 너무 높이 날아오르는건 무리야... 아마 이 대사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유강진씨 목소리였죠..

    어릴때라서 몰랐는데 나중에 그 악당배우가 김영일씨였단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2012.06.04 09:03 신고
  19. 영화 기냥 봐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킬빌에서 크레이지88인가요?자객단 대장인 그분이군요 젊을때가 노안이시네요 사진 두번째 배우 우뢰매2에 나오신 그분이고 세번째 김지영 할머니시네요 젊은시절 모습보니 새롭네요

    2012.10.23 12: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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