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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연대기 N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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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역습의 샤아]로 1세대 건담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다. 불세출의 두 주인공, 샤아와 아므로의 죽음을 두고 여러 가지 말이 많았지만 토미노의 '1년전쟁'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팬들에게 있어서는 시원섭섭한 일이었겠지만 언제까지나 건담월드가 토미노의 손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토미노 감독 역시 [Z건담]부터 시작해서 [ZZ건담], [역습의 샤아]까지 이어지는 쉴새없는 강행군으로 인해 다음 작품으로의 휴식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 創通/ サンライズ All Rights Reserved.

포스트 토미노 시대를 알리는 건담, [0080 포켓속의 전쟁]


[역습의 샤아]가 개봉한 이듬해 드디어 건담 팬들에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간 TV판과 극장판으로만 소개되었던 건담이 OVA로 제작된다는 소식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0080: 포켓속의 전쟁]이다. 이 작품은 처음으로 토미노 감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제작되어진 건담임과 동시에 최초의 건담 OVA가 되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일년전쟁의 사이드 스토리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0080]의 등장으로 인해 토미노식의 건담은 끝났다는 사실을 비로서 팬들은 실감하게 되었다.




[0080]은 기존의 건담 (퍼스트,Z,ZZ,역습의 샤아)과는 달리 매우 '이질적인' 성격을 띈 작품이었다. 건담의 설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뉴타입'을 전면 배제한 작품이며, 처음으로 소년(혹은 소녀) 파일럿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같은 변화는 아이러니 하게도 애초에 토미노 감독이 구상한 전쟁물로서의 성격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토미노 감독은 시대적 요구에 맞추어 변화시킨 자신의 건담월드에 스스로가 갇혀 버렸지만, 그의 손을 벗어나면서 건담은 비로서 전쟁이라는 비극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 創通/ サンライズ All Rights Reserved.



물론 아므로가 아닌 다른 파일럿에 의해 움직이는 건담의 전투장면이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기체의 등장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0080]은 무척 실망스러운 작품이 되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나온 역대 건담 시리즈 중 건담의 등장이나 전투씬의 비중이 가장 낮은 작품이 바로 [0080]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정통 건담에게 익숙해진 기존 팬들에게 보다는 나중에 건담을 접하게 된 사람들에 의해 인정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0080]은 어떤 면에서 이전 작품들과 달랐던 것일까?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이 작품은 뉴타입 주인공을 완전히 배제한 최초의 작품이다. 주인공이 건담의 파일럿이 아닌 일개 민간인 소년이란 사실은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다 객관화되었음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쟁의 참상을 한층 더 구체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처음으로 지온측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 創通/ サンライズ All Rights Reserved.


이는 전쟁에서 선과 악을 구분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사실상 이전의 건담에서 연방과 지온을 선과 악으로 양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간 지온이 본의아니게 악역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파격적인 설정인 것이다. 오히려 [0080]에서의 건담은 지구 연방의 수호자가 아닌 '살상용 전쟁무기'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제 건담의 모습은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또다른 비극을 낳는 소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0080]의 주인공은 건담도, 연방도 아닌 그냥 '사람들'인 것이다. 어느편의 정의나 신념이 옳은가 따윈 [0080]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




이같은 이야기의 변화로 인해 건담의 이야기는 토미노의 바램처럼 한층 더 진지해 졌으며, 전쟁이 아이들의 '놀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원래의 취지에 한층 더 가깝게 접근했다. 이는 극중의 알이 버니의 죽음과 전쟁의 실상을 홀로 목격한 뒤 성장한 것처럼 건담의 이야기 역시 성장하였음을 의미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이렇게 전쟁에서의 선과 악을 구분짓지 않는 [0080]의 주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2차대전을 일으켰던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당화한 자기방어가 아니냐는 비판의 의견도 있지만 결국 전쟁이라는 참상앞에는 그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때 그렇게까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것까진 없지 않나 싶다.

ⓒ 創通/ サンライズ All Rights Reserved.


결국 견해의 차이는 있지만 [0080]은 1년전쟁의 역사 가운데서 가장 드라마가 탁월한 수작으로 손꼽힌다. 이 6편짜리 OVA의 대대적인 성공으로 인해 건담의 다른 사이트 스토리 제작에도 청신호가 켜졌으며 이후 지온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어떤 작품'을 만드는데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토미노가 빠진 빈자리, 분명 아쉬움도 있었겠지만 1년전쟁의 못다한 이야기를 채워줌에 있어서 [0080]은 전혀 부족함 없는 작품이 되어 주었다. 이로부터 2년뒤, 1991년 토미노 감독은 [기동전사 건담 F-91]로 돌아오지만 같은해 발표된 '또다른 건담'이야말로 필자에게 전에 없던 전율을 느끼게 해주었다. 부르르~


* [기동전사 건담 0080: 포켓속의 전쟁]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創通/ サンライズ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건담의 이미지 사용에 관한 설명은
이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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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노모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나왔군요.!!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예전에 봤을때는 별로 흥미를 못느꼈습니다.
    언급하신대로 뉴타입도 안나오고 건담도 부차적인 것으로 물러나있고 해서 말이죠.

    그런데 나중에 본 후에는 내가 왜 이 작품을 그렇게 쉽게 생각했을까 싶더군요.
    역대 건담시리즈중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가작 현실적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뭔가 폭발하고 분출하는 분위기는 확실히 없지만, 캐릭터들도 왠지 정이 가고
    오히려 차분한 드라마 진행이 좀더 작품의 객관화에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예전에는 0083을 제일 좋아했는데(순전히 덴드로비움때문),
    지금은 0080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2007.08.08 00:04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저도 처음 0080을 접했을땐 이거 무슨 건담이 이러냐고 불평했었습니다. 근데 세월이 흘러 다시 이 작품을 접하니 그 느낌이 완전히 새롭더군요. 확실히 주제의식은 어떤 건담보다도 강하게 남는 작품인것 같습니다.

      가만보니 제노몰프님과 저랑 건담 취향이 비슷할듯..^^

      2007.08.08 09:30 신고
  2. Rolan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들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D

    그런데 여기서는 트랙백 된곳으로 가질수 없는것 같군요.. 조금 아쉽습니다.

    2007.08.08 08:41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근데 트랙백 된곳으로 가질 수 없다는 말씀은 트랙백이 안달린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럴리가 없는데.. 다시한번 트랙백 시도해 보시고 안되면 답글 남겨주세요. 제가 티스토리측에 문의해 보겠습니다.

      2007.08.08 09:27 신고
  3. 아르미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신선하고 특이했죠. 로봇 애니메이션에서 반전을 논할 수 있구나 라는 게 어릴때 큰 충격이었달까요. 자쿠한테 건담으로 못이길 수도 있다는 게 참신하기도 했고요. 여자가 건담 조종사인 것도 특이한데, 은근히 건담은 여성본위적인 면이 있었죠. 예전에 뉴타입에 그에 관련된 맛뵈기 글이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2008.04.24 13:16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장 따뜻한 내용의 건담이랄까요.. 확실히 학살의 토미노 처럼 사람들이 많이 죽긴 합니다만, 메세지가 참 슬퍼요.. ㅠㅠ

      2008.04.24 13:18 신고
    • 아르미셸  댓글주소  수정/삭제

      토미노식 학살은 처음에는 놀라는데 몇번 보다보면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못하니까 또 대량으로 학살하는구나 싶어서, 그냥 세계가 붕괴되는 느낌이지만 포켓속의 전쟁에서 바니가 죽는건 정말 슬프죠. 소대원들이 착실히 죽어나가는 것도 그렇고. 어린아이가 전쟁을 알게되는 그 성장하는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2008.04.24 13:31 신고
  4. Suiss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만보니 제노몰프님과 저랑 건담 취향이 비슷할듯..^^

    2009.01.13 08:36 신고
  5. 동네 백수 서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건담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있지여 건담은 일본무사로 지온의 모빌슈츠는 서양기사로 표현하여 일본의 무사가 독일의 단죄하는 이미지를 세계로 전파한다는 이야기요.이런 코드를 가지는 만화가 많은데 건담이 대표적이라 할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09.04.10 13:20 신고
  6. 녹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건담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전쟁이라는 참상앞에서 누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견해는 충격적이군요. 독일의 나치즘과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당화시키는 논리가 됩니다. 가해자가 피해를 보았다해서 피해자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만약 저 작품이 연합군이나 동맹국이나 같은 전쟁의 피해자고 연합군과 동맹국의 차이를 두자면 동맹국이 패한것 뿐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라면 큰일날 소리입니다.
    파시스트의 극우국가와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엄연히 다른거니까요.

    2009.12.18 13:47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녹차님의 의견도 존중합니다만 제가 쓴 글의 요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시고 하는 말씀이네요.

      일례를 들어봅시다. 일본 식민지 치하의 한국이 피해자라는건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가해자'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면 지독한 흑백논리에 치우시신겁니다.

      전 기본적으로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전쟁을 일으킨 힘있는 자들끼리의 미친짓이지 해당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가해자라고 보는 건 아닙니다.

      전쟁은 그 자체만으로도 승자없는 싸움입니다. 누가 이겼네 졌네 하는건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젊은이들과 민간인들을 사지로 내몬 정치가들과 책략가들의 사탕발림일 뿐이죠. 전쟁으로 행복해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2009.12.18 14:19 신고
    • 코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국에 사는 사람이 모두 노무현이나 MB, 박근혜의 지지자가 아니듯
      나치와 군국파쇼국가에 살던 사람이 모두 그 정부의 지지자는 아니었습니다.
      저항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동조로 보는 것 또한 흑백논리이죠.
      덧붙여 그 정부와 그 국민을 하나로 보는 것 또한 위험한 내셔널리즘입니다.
      정부와 국민은 하나가 아니라 각각 다른 개체입니다.
      그래서 전쟁을 일으킨 국가의 국민들도 피해자란 인식은 중요한 겁니다.

      2013.05.17 02:19 신고
    • 코우  댓글주소  수정/삭제

      좀 더 붙이자면 퍼스트 건담과 z건담으로부터 이후 작품들까지 건담 전편에 흐르는 주제는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적 논리에의 탈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z건담을 통하여 파시즘에 대한 경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 건담이 전쟁의 피해자가 일반국민이라고 한다고 하여 그게 단순히 범죄를 일으킨 나라의 입장에서 자기보호논리를 편다고 보는 건 건담을 단순한 로봇액션극으로만 보았다는 반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3.05.17 02:23 신고
  7. 그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니메이션 자체는 상당히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건담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 작품은 그 뛰어난 스토리로 인해 오히려 건담 시리즈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안티 히어로가 되어버린 건담이나 생생한 전쟁의 폐혜에서 무자비한 전쟁의 도구로 직설적으로 비춰진 기타 MS로 인해 프라모델의 판매고가 지나치게 낮았습니다. 따라서 이후 비슷한 컨셉의 스토리는 등장하지 않고 이 작품은 일종의 예외작으로 치부되게 됩니다. 이것은 전반적인 건담 시리즈의 스토리 획일화를 가져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건담은 역시 수퍼 히어로여야 했던 거지요.

    또한 0080이 보여준 반전주의 요소는 어필을 했는지 양념격 소재로서 삽입되게 되는데요. 건담 윙에서 보여준 완전평화주의나 건담시드의 불살론은 0080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지요. 물론 그 전작들에서도 그런 요소는 있었습니다만 메인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주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지 않은 작품에서 양념격으로 첨가되다 보니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며 괴리감이 들게 하는 요소였다고 생각합니다.

    2010.06.10 11:05 신고
  8. 낡은담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절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스필버그 감독의 태양의 제국에서 많은 부분을 의도적으로 가져온듯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뭐 건담이란 애니 자체가 전체적으로 2차대전 영화들을 이리저리 짜집기한 느낌이 많이 드는 애니이긴 하지만 0080 은 위험수준 언저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군요.. 각설하고 재미있긴 합니다ㅎㅎ

    2013.01.17 10:40 신고
  9. 정독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080보고 정말 슬펐습니다.
    제가 본 작품중에서도 손에 꼽는 수작이라 생각됩니다.

    2013.01.20 22:39 신고
  10. 고라이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극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결말은 뭐랄까 멍한 기분이 들더군요. 그걸 접한 한 아이의 충격과 슬픔으로 인한 또 다른 성장이라... 그럼에도 전쟁이 아닌 전투가 끝난 후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자신이 처치한 상대 MS의 파일럿이 누구였는지는 군인으로서 전혀 중요한게 아니고 자신의 본분을 다했을뿐이지만 상상도 못할 인물이 될 수도 있고 그 역시 전쟁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뿐이지만 어떤 이에겐 누구보다도 중요한 의미의 사람이었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극의 기승전이 상당히 풋풋하게 진행되다 마지막 결말에 크게 터지는 메세지가 있네요!

    2014.08.24 09: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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