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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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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에 시작하여 1985년까지 무려 20년간 연재되어 온 소설. 네뷸러상과 휴고상 수상에 전 세계적으로 무려 1200만권이 팔려나간 초특급 베스트셀러. 작가가 연재 도중 사망하는 바람에 아들이 대를 이어 미완성된 부분을 이어가고 있는 실로 기구한 SF 대서사극. 소설 '듄 (沙丘,Dune)'를 표현하자면 그 어떤 미사여구를 갖다붙여도 모자를 듯 합니다. 프랭크 허버트의 '듄'은 SF소설의 팬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소설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이 작품 하나가 마치 장르로 독립되어 있을 정도의 큰 영향력을 가진 작품입니다.

ⓒ 1984 Dino de Laurentiis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그도 그럴 것이 무려 3만년을 망라하는 거대한 시간적 구성도 그렇지만 그 안에 담긴 사회, 종교, 정치, 문학적 토대의 스케일은 일개 작가로서의 표현력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으니 말이죠. 오죽하면 윌리스 맥날리라는 사람은 '듄 백과사전'을 편찬하기까지 했을까요. 아마 영화계의 SF신화를 이룩한 작품이 [스타워즈]였다면 소설계의 스타워즈는 '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필자를 포함해 상당수의 사람들은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게임'을 통해 '듄'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C게임시장의 부흥기였던 1993년에 발표된 '듄2 (Dune2)'는 리얼타임 방식을 도입하면서 '병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색다른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각광받았습니다. 이 게임이 호응을 얻자 제작사인 웨스트우드는 훗날 '커맨드 앤 컨커'를 개발할 수 있었고 이는 장르의 발달과 함께 '스타 크래프트'라는 걸출한 대작을 탄생시킨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실시간 전략게임 Real-Time Strategy (RTS)의 개념을 확립한 것이지요.

ⓒ Virgin Games/ Westwood. All rights reserved.

RTS의 장르형성에 지대한 공을 세운 기념비적인 게임, '듄2'


듄2가 있다면 당연히 듄 1편도 있겠지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게임 듄 1편은 2편의 제작사인 웨스트우드가 아니라 프랑스의 Cryo에서 제작되었으며 장르도 전략게임이 아닌 어드벤쳐에 가까운 게임이었습니다. 이 1편은 바로 영화 [사구]에 바탕을 둔 게임으로서 플레이어가 주인공 폴 아트레이드를 조종해 영화상의 줄거리처럼 미션을 수행하게끔 제작되어 있었지요. 그러나 영화 실패로 인해 게임 역시 유저들에게 외면받고 말았습니다. (2편이 성공을 거둔건 영화에 베이스를 두지 않고 실시간 전략이라는 게임성으로 승부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 Virgin Games/ Cryo. All rights reserved.

영화에 바탕을 둔 어드벤쳐 게임, 듄


그렇다면 영화판 [사구]는 도대체 왜 실패하게 된 것일까요? 원작이 그렇게나 유명한 작품이고 게임으로서 훌륭한 소재인데도 말입니다. 이제 [사구]의 제작과정에 대해 살펴봅시다. 원래 [사구]는 1971년부터 영화화가 고려되었던 작품입니다. 그 당시 판권을 가지고 있던 Apjac International (APJ)의 사장 아더 P. 제이콥스는 [혹성탈출]시리즈가 완결 되는대로 [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명콤비, 데이빗 린 감독과 각본가 로버트 볼트를 기용해 대작 SF를 만들려고 하지만 제이콥스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무산되고 맙니다.

이제 [사구]는 프랑스 제작자 장 폴 기번에게로 판권이 넘어가게 되는데요, 기번은 [홀리 마운틴] 이라는 문제작으로 알려진 컬트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게 이 작품을 맡기려고 합니다. 여기에 [에이리언]의 초현실주의자 H.R. 기거를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댄 오배넌에게는 특수시각효과를 담당하게 하고 (댄 오배넌은 각본가 이전에 특수효과 감독이었으며 원래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특수효과 담당 더글라스 트럼불을 기용하려다가 무산되어 합류하게 됨), 전설적인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에게는 OST를 맡긴다는 계획이었습니다. 배역은 오손 웰즈를 비롯해 살바도르 달리, 데이빗 케러딘 등 유명배우들을 출연시킬 예정이었지요.

Promotional flyer made by Moebius (Jean Giraud)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버전의 [사구] 포스터 시안.


1974년부터 사전제작에 착수하면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사구]를 10시간짜리 작품으로 구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구]의 제작은 삐걱대기 시작했는데요, 먼저 황제 역을 맡은 살바도르 달리와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출연료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문제로 사사건건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작비는 서서히 증발되기 시작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이미 200만 달러가 공중으로 날아가 바렸고 조도로프스키의 스크립트는 무려 14시간짜리로 변해 버렸습니다. (훗날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는 그 스크립트의 분량이 '전화번호부' 크기였다고 회상함) 게다가 허버트의 원작과는 달리 조도로프스키는 상당부분의 설정을 '자기 멋대로'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무리수를 두었던 조도로프스키의 [사구]는 좌절되고 맙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도로프스키는 영화인생에 큰 타격을 입게 되어 차기작 [터스크]를 만들기까지 무려 7년간의 공백을 견뎌야 했습니다. 또한 댄 오배넌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는데요, 그는 [사구]의 취소로 인해 무일푼에 홈리스가 되어 결국에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굴욕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 그는 자신의 주업무를 각본으로 바꾸어 무려 13개의 각본을 써대기 시작했는데 13번째로 탄생한 작품이 바로 SF의 걸작 [에이리언]입니다. [에이리언]의 대성공으로 댄 오배넌은 헐리우드의 가장 잘나가는 각본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니 정말 사람일은 알 수가 없습니다.

한편 [사구]의 판권은 이탈리아의 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 에게로 넘어가게 되는데요, 그는 원작자 허버트에게 영화를 위해 약 110페이지로 간추린 스크립트 작업을 맡기게 됩니다. 그러나 허버트에 의해 완성된 스크립트의 분량은 175페이지에 달했고 결국 이 각본은 채택되지 않습니다. 이번에 드 로렌티스가 감독으로 영입한 사람은 [에이리언]으로 순식간에 명성을 얻은 '리들리 스콧'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전 제작이 진행된지 7달 뒤에 형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도중하차하게 됩니다.

© CondéNet. All rights reserved.

리들리 스콧이 [사구]의 연출을 맡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리들리 스콧은 신변이 정리 되는대로 [사구]의 제작에 다시 합류하길 원했었는데요, 그가 이 작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6부작 중 고작 1부만을 영화화하는 것임에도) 너무나 많은 제작기간이 소요될 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스콧은 즉시 제작에 들어갈 수 있는 또다른 SF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연출직을 수락하면서 프로젝트를 떠나는데 공교롭게도 [블레이드 러너]는 [사구]와 함께 1980년대의 가장 큰 상업적 실패를 경험한 대작 SF로 남게 됩니다.

이렇게 또다시 [사구]의 영화화가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는 사이에 판권의 시효가 만료되는데요, 드 로렌티스는 이번에 아예 속편의 제작까지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바꾸어 판권을 재계약 하면서 사실상 [사구]에 '올인'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웁니다. 그리고 '어떤 영화'를 접하게 되면서 이번에야 말로 [사구]에 딱맞는 감독을 찾았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드 로렌티스가 봤던 영화는 바로 [엘리펀트 맨] 이었으며, 이 작품의 감독은 떠오르는 샛별인 데이빗 린치였습니다. 당시 데이빗 린치는 생애 두 번째 장편이었던 [엘리펀트 맨]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1980년대 가장 유망한 초현실주의적인 감독으로 급부상 중이었는데요, 심지어 조지 루카스도 [스타워즈] 클래식의 세 번째 작품 [제다이의 귀환]의 연출을 그에게 제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 Independent.ie/ Photo by Gerry Mooney


데이빗 린치는 검증된 프랜차이즈의 감독직을 맡아 루카스의 그늘에 가리우기 보다는 [스타워즈]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기로 결심합니다. 안정성보다는 모험을 선택한 젊은 감독 데이빗 린치. 그의 선택은 과연 올바른 것이었을까요?


 

- 계속 -




* 본 리뷰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Copyright for scans and pictures remains with their rightful owner and are shown on this website for information only.)  "DUNE" is a registered copyright and trademark which is owned by The Herbert Limited Partnership.

* 참고 스틸: 사구 (ⓒ1984 Dino de Laurentiis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Dune I computer game (© 1993 Virgin Games, Inc.), Dune II computer game (© Westwood Studios.), David Lynch(ⓒ Independent.ie/ Photo by Gerry Mooney), Dune
Promotional flyer made by Moebius (Jean Giraud), Ridley Scott (© CondéNet.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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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키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5년인가 비디오방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 나래이션 부분을 빼고 영화 자체는 재밌게 봤었습니다.
    출연 배우도 빠방하고.. 그러고 보니 숀 영이 블레이드 러너랑 듄 모두 출연했군요.
    2000년대에 만들어졌더라면 반지의 제왕처럼 최소 3부작으로 나눠서 만들었어야 할 분량을 3시간 미만으로 압축한게 문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2008.07.10 10:34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디오방에서 보셨다면 당시 꽤 레어템으로 알려졌던 극장판을 보신거로군요.

      사실 반지의 제왕이 제작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제2의 사구가 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피터 잭슨의 연출력은 그 예상을 뛰어넘었지만요.

      2008.07.10 16:46 신고
  2. sandm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번 괴작열전은 '듄'이군요. 2부도 몹시 기다려집니다.
    비디오로 본지도 어언 15년이 넘어가네요.

    2008.07.10 11:10 신고
  3.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듄이 괴작 반열에 오른 영화였군요.
    사실 저는 토토의 OST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영화가 있군..' 정도로 생각하고 있더랬지요.

    2008.07.10 12:32 신고
  4. 나인테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면 영화 'Dune'에서는 Ordos가문은 안 나왔던 것 같군요.
    게임의 그 가문의 출처는 도대체 어디일까요..;

    2008.07.10 12:5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Ordos는 원작에도 없는 가문입니다. 게임사인 웨스트우드에서 임의적으로 만든 종족이구요. 아마도 전략시뮬레이션의 특성상 [삼국지]의 3강 구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듯 합니다.

      2008.07.10 16:48 신고
  5.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랄까...제작자의 욕심이 좀 심각했죠. 디노 드 로렌티스 선생이 저 시절만 해도 뭔가 강력한 지휘권을 휘두르던 시절이라서 작품을 말 그대로 자기 맘대로 조종하는 시절이었으니까요. 거기에 데뷔때부터 자기 고집 강한 린치니 뭐 충돌과 험난함은 예상된 거 였습니다.

    2008.07.10 13:36 신고
  6. xyz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에 아주 유명한 가수분도 출연하시죠.. 몸매가 끝장이라는..담편에 다뤄주실꺼죠? ㅎㅎ 듄의 원작, 게임의 팬으로써는 좀 많이 아쉽지요..

    2008.07.10 16:42 신고
  7. 페이비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소설판 듄에 관심이 가는군요. 한 번 빠지면 꽤 오랫동안 허우적거려야 할 거 같아서 겁이 좀 나긴 하지만... ㅋㅋ

    2008.07.10 17:59 신고
  8. 이상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히 전반부의 그 늘어지는 전개만 아니면 괴작이 아닌 범작은 되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친 김에 2000년도에 나온 드라마판도 조금 다뤄주시면 안될까요?

    2008.07.10 20:10 신고
  9.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듄이라는 게임 제목도 들어 봤지만 안 해봤고...
    사구라는 영화 제목도 들어 봤지만 안 봤고... (음악만 들어봤네요.)
    일단 괴작 열전에 떴으니 어떤 작품인지 슬슬 궁금해지는데...
    그보다 저 책을 읽고 싶어지는군요.
    요즘 읽을 책 많은데... -_-;;

    2008.07.11 00:24 신고
  10. Vincen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듄이 영화로서 좀 황당하긴 했지만 괴작까지는... 페니웨이님이 그간 다룬 괴작들에 비하면 나름 논란의 여지가 있지요

    2008.07.11 01:20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요란법석을 떨었던 제작과정과 결과물을 비교해보자면 괴작의 반열에 오르기에 손색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2008.07.11 09:30 신고
  11. LnH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씀대로 소설보다는 게임으로 익숙한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듄2는 아직까지도 bgm이 기억날 정도로 제 기억에 정말 강렬하게 각인된 게임입니다.

    2008.07.11 22:21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아직도 기억나는게.. 초반부 실행화면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Dune~ The Building of a Dynasty"라고 말하는 게 생각납니다. 당시 사운드카드의 양강구도가 '옥소리'와 '사운드 블레스터'였는데요, '옥소리'에서는 보이스 기능이 제대로 작동을 안했는데 사블은 확실히 지원하더군요. 그래서 과감히 사블로 바꿨더랬습니다^^

      2008.07.11 22:24 신고
  12.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시간 짜리 영화라....상상이 안가는 군요. 옛날에 소련에서 만든 영화라면 모를까...

    2008.07.12 08:49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상 듄을 영화 한편으로 끝낸다는건 불가능했으니까요... [반지의 제왕]같은 시스템이 이 당시에 존재했다면 의외로 역작이 나올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2008.07.12 09:33 신고
  13.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작을 영화화하면서 대작다운 마인드를 갖지 않고 덤빈 것이 원인 아닐까요? ㅠ.ㅠ

    2008.07.13 00:42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럴지도 몰라요. 데이빗 린치와 SF블록버스터는 왠지 어색한 조합이거든요. 하긴 조도로프스키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그런면에서 리들리 스콧의 도중하차가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2008.07.13 21:30 신고
  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이 책을 거의 다 봐서, 나중에 영화를 찾아내서(?) 봤었죠^^ 솔직히 조금 실망했어요.

    2008.07.14 18:40 신고
  15. Gun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게임을 고딩때 처음 접했었지만 뭐 변변하게 아는건 없었고 정작 그 진맛을 보게된건 바로 엉뚱하게도 군대 진중문고 였으니...허허 정말 야간근무시간 지나가는줄 모르고 탐독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다가 폴이 죽고 난 이후로 책이 없어서 뒷내용도 무척 궁금했었던...

    2008.08.20 12: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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