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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무술을 신비롭게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시각은 이미 여러 영화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특히 [매트릭스]로 촉발된 동양 무술의 도입은 가뜩이나 둔한 서양인들의 모습에 무늬만 무술을 입혀놓은 어설픈 꼴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트랜스포터]의 루이스 르테리에 감독이 제이슨 스태덤이라는 영리한 배우를 기용해 제법 스타일이 사는 무술을 선보인 적은 있다.

하지만 홍콩의 액션스타 이연걸 조차도 헐리우드에 넘어가기만 하면 양키센스가 작렬하는 진부한 액션에 파묻히기가 일쑤니, 역시 무술영화는 '어떤 배우'냐 보다는 동양의 무예에 대한 어느정도의 깊이가 있는 연출자가 영화를 맡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쟁쟁한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던 [포비든 킹덤]이 대실망을 안겨주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2008년 여름,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또다시 동양 무술의 재현에 도전했다. 놀랍게도 그 결과는 가히 폭발적이다. 아무리 [슈렉]의 제작사인 드림웍스라 해도 애니메이션이 표현할 수 있는 한계라는 것이 존재하는 법인데, 이연걸이나 성룡이 실사영화에서도 하지 못했던 과거 무술영화의 영광을 이 한편의 애니메이션이 재현했다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이제 [쿵푸 팬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1.무술 영화에 대한 이해

서론에서 지적했듯, 그간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무술영화의 문제점은 연출자들의 무(武)에 대한 이해도가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문화의 차이란 것을 실감케한달까... 그러나 [쿵푸 팬더]는 다르다. 마크 오스본, 존 스티븐슨 이 두 사람은 신인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동양의 무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관객들은 과거 호금전의 무협영화에서 오늘날 주성치의 [쿵후허슬]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음에 적잖이 놀랄 것이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쿵푸 팬더]속에 등장하는 무예의 단련과정과 선악의 대결구도, 그리고 사제지간의 정(情)에 대한 이해는 여타의 헐리우드 영화들과 차원을 달리하며 역동적인 무술의 동작 하나하나도 철저히 계산되어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들에게 전율에 가까운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처럼 간만에 신경 쓴 작품을 만나게 된 것, 그것도 실사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은 2008년 영화계의 커다란 이변임에 틀림없다.


2.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만약 [쿵푸 팬더]가 아니라 '쿵푸 라이언'이나 '쿵푸 마우스' 였다면 이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쿵푸 팬더]의 장점은 '팬더'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슈렉]에서의 비호감 캐릭터를 반복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의외로 팬더는 사랑스럽고 귀엽다. 물론 쿵푸에 어울리지 않게 몸치에 게으르며, 주책스런 캐릭터이긴 하지만 많은 관객들이 팬더 '포'가 쿵푸 마스터로 성장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랬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바램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순간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그 외에도 전통 중국무예(학권, 당랑권, 호권, 후권, 사권)를 대표하는 '무적의 5인방' 캐릭터의 선택도 탁월했으며, '포'를 가르치는 스승인 '시푸'의 역할도 아주 만족스럽다. 이에더해 [쿵푸 팬더]는 매우 매력적인 악역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과거 스승이었던 시푸마저 두려워하게 만드는 '타이렁'은 '절대고수'의 경지가 무엇인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쿵푸 팬더]의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는 대단히 중요한 캐릭터다. 단지 악역을 위한 악역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갈등구조로 표현하는 '제2의 주연'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3.성우들과 캐릭터의 조합

[쿵푸 팬더]에는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정상급 스타들이 성우로 등장한다. 애초에 캐릭터 디자인을 실제 배우의 이미지에 최대한 걸맞에 그렸다고 해서인지, 마치 배우들이 그대로 애니메이션속에 녹아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아주 높다. 포의 성우를 맡은 잭 블랙의 느끼한 연기는 두말하면 입아프니 아예 논외로 하자. 시푸 역의 더스틴 호프먼, 타이그리스의 안젤리나 졸리, 바이퍼의 루시 리우, 몽키의 성룡 등 저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성우들의 기막힌 매치는 이들의 연기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4.기억할 만한 장면

뭐니뭐니해도 [쿵푸 팬더]의 명장면은 타이렁의 탈출장면이다. 단순히 시시하게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관객들이라면 뒤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빠질 정도로 이 장면은 압도적이다. 단지 악당인 타이렁이 그저 악역이라서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의 가공할 만한 무술실력 때문이라는 것을 관객에게 확실히 전달하는 장면으로서 겨우 두 번째 등장한 씨퀀스에서 타이렁의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주는 시퀀스다. 오히려 클라이막스의 대결씬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또한 '무적의 5인방'과 타이렁의 외나무다리 대결씬이나 포와 시푸의 트레이닝 시퀀스도 무술영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치고 이렇게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많은 작품도 드물듯.


5.총평

[쿵푸 팬더]는 작년에 개봉된 [슈렉3]의 실망스러웠던 기억을 말끔히 씻어주는 수작이다. 특히나 동양무술을 소재로한 서양인의 왜곡된 시각이 배제되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칭찬받을만 하다. 스피디한 전개와 더불어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중간중간 넘쳐나며, 포복절도할 유머도 풍부하다. 다만 클라이막스가 영화 중간의 감옥 탈출씬이나 외나무다리 시퀀스에 비하면 빈약하다는 단점도 있는데, 이는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자'로 설정된 포의 진부한 성공담이 영화의 주된 플롯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극적인 결과를 얻어내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 DreamWorks Animation. All rights reserved.


얼마전 북미지역에서 개봉한 픽사의 [월 E]와는 2008년 최고의 애니메이션 자리를 두고 박빙의 승부를 겨루게 될 것이 확실한 가운데, 올해 개봉한 어떤 작품보다도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도 마땅히 볼 영화가 없다고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주저없이 [쿵푸 팬더]를 권한다. 티켓값 만원을 주더라도 아깝다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을테니 말이다.



* [쿵푸 팬더]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reamWorks Animatio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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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라디오키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완소 완소~~~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봤지요. 저도 강추입니다.^^/

    2008.07.07 11:46 신고
  3. 백마탄환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깔깔거리며 보면 깔깔거리며 보는대로,
    생각하면서 보면 생각하면서 보는대로...

    괜찮았던 거 같습니다.
    그러나 애들을 위한 3D 애니메이션은 아닌 듯. ^-^

    2008.07.07 12:10 신고
  4. 바람계곡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마설마 했는데 상영시간 내내 감탄과 웃음이 떠나지 않더군요
    고전 무술영화의 상투적인 이야기를 잘버부려서 양념을 요소요소에 적절하게
    분배하는 솜씨또한 대단합니다...참...스토리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하는데
    역쉬 동양적 정서의 영화는 동양적 사고방식을 가진사람이
    해야한다는걸 또한번 느낍니다.

    2008.07.07 12:27 신고
  5. 아쉬타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타란티노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본듯한 느낌이랄까요? 동양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감독이 대견하기까지 했다는 ^^;

    2008.07.07 12:54 신고
  6. 자유그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오~ 정말 칭찬 일색이군요... 하지만 저는 이왕이면 아이들과 봐야하는 입장이라... 더빙판상영이 되나요? 더빙판 보면 재미가 덜하지 않을지 걱정도 되는군요...

    2008.07.07 14:17 신고
  7. 닥터크로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난 뒤에 보너스 장면도 있더군요 ㅋㅋ
    개인적으로 아쉬운 게 있다면 짱짱한 성우진을 쓴 무적의 5인방이 비중이 좀 적었달까요..
    이제 월-E의 흥행성적에 따라 올해의 강자가 가려질듯 하군요 ㅋㅋ

    2008.07.07 16:16 신고
  8. marlow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비든 킹덤]의 경우는 허리우드가 홍콩영화쟝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미국시장을 고려해서 눈높이를 조절하느라 그런 것 같습니다. 도입부에서부터 등장하는 쿵푸영화에 대한 애정을 고려하면, 온가족이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그랬다는 느낌이 들어요.

    반면 [쿵푸 팬더]는 동서, 신구 관객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스타워즈]를 모티브로 삼아서, 거부감이 덜했다는 게 성공요인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시리즈로 만든다는 데, 2부에서는 1부에서 잠깐 언급한 출생의 비밀이 나올 것 같더군요.)

    2008.07.07 18:06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리하게 보셨습니다. 모름지기 [쿵푸팬더]에서는 [스타워즈]의 향기를 느낄 수 있죠. 반면 이 말은 동양문화에 심취해있던 조지 루카스가 그 정서를 비교적 [스타워즈]속에 잘 녹여냈다는 의미도 됩니다.

      속편은 거의 확실할거 같더군요. 말씀하신 출생의 비밀도 그렇고 이번엔 타이렁이 개과천선해서 주인공편에 서지 않을까도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갈등구조는 해소되었으니까요.

      2008.07.07 20:07 신고
  9.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 초반에는 조금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더군요...

    2008.07.07 18:09 신고
  10. 러브네슬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도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조금 걸리긴 하는데;;;
    곳곳에서 이렇게 강추를 외치니;;ㅋㅋㅋㅋ
    점점 마음이 흔들리네요;ㅋㅋ
    더운 날씨에 몸은 건강하시죠? ^^

    2008.07.07 21:35 신고
  11.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주에 봤는데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출렁~출렁~(마지막의 배치기)

    위에서 말씀하신것처럼 기존의 영화들과 달리 동양과 무술에 대한 이해가 잘되어 있었다는게 놀랍더군요.

    2008.07.07 22:51 신고
  12.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택된 영웅..이라는 면에서 결국엔 진부함을 피할 수 없겠지만,
    꽤나 재미있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침 맞는 장면에서 완전 뻥뻥 터지더군요. ㅎㅎ
    다만.. 너무 기대하고 보면 약간은 덜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더군요.
    저는 보통 '꽤 볼만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ㅋ

    2008.07.08 00:32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이곳저곳에서 강추의견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봤는데도 전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사실 홍보자체가 그다지 큰 특색이 없는 반면 영화 본편의 수준이 워낙 높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2008.07.08 09:29 신고
  13. popp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니메이션이였음에도 거진 모든것이 다 만족스러웠던 영화죠.
    그것도 모든 관객층에서 말이죠.ㅎㅎ

    2008.07.08 13:10 신고
  14. Drac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즐겁게 봤습니다. 역시 잭 블랙...

    2008.07.08 16:10 신고
  15. laki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는 내내 스타워즈의 사제구도가 머리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던게 극장 들어가면서 본 스타워즈 포스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군요.
    시푸 사부랑 타이렁 옛날 이야기 보는 내내 오비완과 아나킨이 생각나서 막 눈물이 다 나더란..;ㅇ;

    2008.07.08 16:54 신고
  16. 재밍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랑은 또 다른 관점에서 보신 멋진 리뷰가 있네요 잘읽었습니다
    추천과 트랙백 남기고 갈게요 ^^

    2008.07.08 18:41 신고
  17. 바구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협영화도 그렇지만, 결투씬들의 빠른 템포나 스케일을 보면 저패니메이션의 영향도 일부 받은 것 같더라구요.

    2008.07.09 02:28 신고
  18. 웬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엄청 재미 있게 봤습니다. 살짝 네러티브의 헛점은 충분히 눈감아 줄만 한 퀄리티더라구요. 다른 유명 성우진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그럼에도 잭블랙은 지존이더라구요. ^^ ㅎㅎ

    2008.07.09 14:15 신고
  19. 은사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 번이나 봤네요...^^

    드림웍스 만화영화중에서 최고로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2008.07.10 08:29 신고
  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07.13 21:48
  21.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액션은 생각 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합격점을 줄 만합니다.
    역시 애니메이션으로 실사 무술 동작의 박력과 절도를 표현하기는 아직 기술적인
    한계가 있을지도(동물 주인공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협 액션의 극점은 서극의 <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이 정도의 박력을 전달할 수 있는 무협 애니메이션이 나오기를 소망해봅니다.

    액션보다 감동했던 것은 7,80년대 무협 영화의 질감이 묻어나올 듯한 화면이었습니다.^^

    2008.08.05 15: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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