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No.56
실사판 [큐티하니]의 기본 줄거리는 기존의 모든 [큐티하니]시리즈와 동일하게 안드로이드인 하니가 악의 세력인 판사크로에 대항해 싸운다는 지극히 단선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큐티하니'라는 캐릭터는 오로지 판사크로를 없애기위해 존재하는 인물이랄까요. (이 설정 자체는 애니판이나 실사판이나 변함이 없다는 얘기)
하지만 실사판에서는 원작과는 달리 약간의 수정이 가해졌는데요, 원래는 여고생이었던 하니의 연령대가 신입사원 즉 아가씨로 상향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변신을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원이 '삼각김밥'이라는 아스트랄한 설정도 가미되었구요, 더 나아가 하니라는 캐릭터 자체가 평상시나 변신 이후나 정신줄을 놓고다니는 나사빠진 여자로 묘사된다는 겁니다.
원작부터가 A급의 각본을 가진 작품은 아니어서 실사판에서도 그리 큰 스토리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90분의 러닝타임에 판사크로의 보스인 '시스터 질'과 수하의 사천왕(블랙 크로, 코발트 크로, 골드 크로, 스칼렛 크로)이 큐티하니에 의해 일망타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타이트한 플롯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 볼때 어느정도 각본에 신경을 쓴 것 같긴 합니다. 물론 이 작품은 스토리로 보는 영화가 아니라 장면 장면에 주목해야할 영화이긴 하지만요.
큐티하니 역할은 그라비아 아이돌 출신의 사토 에리코가 맡았는데, 나름 꽤 오버스러우면서도 캐릭터에 비교적 맞는 열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에리코의 연기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나츠코(낫쨩)역의 이치카와 미카코의 세침때기 캐릭터야 말로 [큐티하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녀는 아니라도 계속 보다보면 꽤 귀엽습니다^^
괴인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작품답게 [큐티하니]는 꽤나 실험적인 시도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를테면 중간보스급인 블랙 크로가 트롯트 비스무리한 노래를 부르며 등장하는 부분은 원작의 오마쥬 성격을 띄긴 합니다만 역시 실사 영화에서 볼때는 생뚱맞는 장면입니다. 더구나 감독인 안노 히데아키는 만화적 상상력을 실사로 표현하기 위해 엄청 고심한 듯 합니다.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연출이 종종 등장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선택은 의도적인 것이긴 하지만 [큐티하니]의 태생을 어쩔 수 없는 B급영화로 규정짓게 만드는 단점으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프닝 크래딧으로 [Re 큐티하니]와 동일한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것은 나름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됩니다. 하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아버지에 의해 부활되는 회상씬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것도 나름 원작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겠지요. 결국 이러한 실험적 영상은 아예 첨부터 B급영화 스타일로 작정하고 만든 감독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납득하겠지만 '일반적인 영화'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정말 적응안되는 작품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큐티하니]에서 안노 감독의 역작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자취를 엿볼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모든 것은 시나리오대로...'라는 대사라던가, 술병이 널부러진채 술꼬장을 피우는 나츠코의 모습은 다분히 카츠라기 미사토를 연상시키는 부분이지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이 떠올랐습니다. 소위 괴짜 감독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키치적 취향이 곁들여진 영화가 '걸작'과 '괴작'으로 나뉘는 경계선은 불과 백지 한 장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분명 [큐티하니] 역시 천재 감독이자 괴짜인 안노 히데아키의 B급틱한 매니아적 취향이 십분 발휘된 작품이긴 하나 '걸작'이 되지는 못한걸 보면 역시 그 경계선을 구분짓는 건 대중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그 증거로 [큐티하니] 실사판은 일본에서도 흥행에서는 대참패를 했다지요.
영화의 재미는 둘째치더라도 코다 쿠미의 주제가 '큐티하니'는 정말 경쾌함 그 자체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유미가 한국어 번안곡으로 불러서 화제가 된 적도 있지요.
한가지 놀라운 것은 [큐티하니] 실사판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의 [큐티하니]사랑은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2007년 10월부터 TV도쿄에서는 하라 미키에를 주연으로 내세운 [큐티하니 The Live]라는 특촬 드라마를 나가이 고 작가생활 40주년을 기념해 발표했을 정도니까요. 물론 그다지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ㅡㅡ;;;;
P.S: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들에 원작자 스탠 리 영감님의 까메오 출연이 화제가 되고 있듯이, [큐티하니]에서는 놀랍게도 원작자 나가이 고의 깜짝 등장이 있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Gainax/ WoWow. 에 있음을 밝힙니다.
* 참고 스틸: Re 큐티하니 (ⓒ LATERNA/東映ビデオ/ガイナックス・トワーニ All rights reserved.), 큐티하니 Live (ⓒ 永井豪,ブロードマークス、ディープサイド, ハニー製作委員会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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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카와 미카코 정말 귀엽죠~ 영화는 정말 재미없었지만 저 아가씨만은 너무 귀여워서 다른 출연작이 없나 찾아봤었네요..
2008/08/25 10:52이치카와의 다른 작품중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의 병약한 동생으로 나오는데 [큐티하니]와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2008/08/25 10:59괴작과 걸작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씀을 보니 이 작품이 참 아쉽군요.
2008/08/25 11:39그 차이를 넘어서 걸작이 됐더라면 한 번 구해서 볼 생각도 했을텐데요. 흐
사실 그 모든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한번 봐줄만한 작품이긴 합니다. 안노 히데아키의 괴팍한 성향을 좋아하신다면 말이죠^^
2008/08/25 15:04안노 선생이 결혼전이라 아마 오덕도가 거의 긍극에 달한 시점이었을 겁니다.(직전이 제일 심했다고 하더군요)
2008/08/25 15:30러브 앤 팝 같은 영화 연출작들은 실험성이 세긴 해도 그리 애니틱하게 나가지는 않았죠. 원작이 애니라 그랬을 가능성이 크긴합니다.
P.S. 나가이 고 선생님 데빌맨에서도 나오시더군요. 무려 5분 분량입니다.....OTL
궁극의 괴인=나가이 고 선생 ㅡㅡ;;
2008/08/25 15:56예전에 보다가 중간에 잠이 들었던...암튼 나가이 고는 그저 겟타로보가 쵝오!! >.<
2008/08/25 15:31저도 게타로보 최고에 1표^^
2008/08/25 15:53열혈로 따지자면 게타만한게 없죠. 그러나 그렌라간을 보면서 살짝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2008/08/25 15:57게타 로보는 이시카와 켄의 작품입니다. 나가이 고는 원안에만 참여했죠. 이시카와 켄이 다이나믹 프로(나가이 고의 스튜디오) 소속 작가여서 그런지 게타 로보를 나가이 고의 작품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군요.
2008/08/25 21:13아......못본괴작!! 뭔가 괴작열전을 읽으면서 몰랐던 괴작이나 예전에 봤던 괴작들을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뒤따르는 후유증도 의외로...인천은 도저히 구할수가 없군요ㅋㅋㅋ)큐티하니...음...한번쯤 봐둬야 정신을 단련하는데 도움이 또 되겠군요ㅎㅎ 얼마전에 안봐야지 안봐야지 했던 마돈나의 '스웹트 어웨이'를 보고 공황상태에 빠져 역시 괴작의 세계란 오묘하단걸 느껴요ㅎㅎ
2008/08/25 17:58괴작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신 이상, 이제 돌아갈 수 없습니다. ㅡㅡ;;;
2008/08/25 17:58저에게 있어서 안노 히데아키의 진짜 '괴작'은 "에반게리온"입니다.
2008/08/25 17:59TV판이랑 나중에 개봉한 극장판(최근에 개봉한 '서'말고요)을 봤는데...
아무리 봐도 사람들이 이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지금도 수수께끼입니다.
솔직히 전 그냥 싸이코 드라마로밖에는 안보였거든요. 그나마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예쁜 캐릭터 때문에 마지막까지 봤으니 말 다했죠.
'큐티 하니'도 포스터만 봤으면 낚일 뻔한 영화네요. 어쨋든 포스터 속의 배우와 분홍빛 의상은 정말 매력만점이거든요.^^
헉.. 에반게리온이 괴작이라뇨.. 하긴.. 말씀하신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참으로 괴이하긴 했습니다. 그러에도 에반게리온의 극장판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게 용서가 되었던...
2008/08/25 18:01페니웨이님...전 요즘 페니웨이님의 괴작열전을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2008/08/25 21:07사실 제가 페니웨이님의 블로그에 처음 들어온 것은 '괴작열전'을 통해서가 아니라 페니웨이 님이 인디아나 존스 4편 개봉 특집으로 연재하신'인디아나 존스' 관련 리뷰를 통해 처음 들어왔습니다만,
정작 저는 그런 '걸작'영화 리뷰보다는 '괴작열전'이 훨씬 더 끌리네요^^
아참, 페니웨이님,
앞으로 괴작열전에서 '아유레디?','데빌맨','캡틴 아메리카','어글리(엽기적인그녀 표절한 발리우드 영화)' 등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어글리 라는 작품은 관심이 좀 가는군요^^
2008/08/25 22:06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애니메이션은 그저 그랬습니다. 1편의 분위기를 3편까지 그대로 이어갔다면 더 좋은 점수를 주었을지도 모르지만요. 3편은 지나치게 에바 냄새가 났다고 할까요. 에바가 지나치게 성공한 작품이니 저도 모르게 에바와 연관지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동안 에바와 거리를 두고 활동하던 안노 히데야키가 다시 에바를 만드는 것도 재밌는 일입니다.)
2008/08/25 21:23애니메이션은 별로 다루고 싶은 작품이 아니어서...
2008/08/25 22:06드라마판 하니 안이뻐요..ㅠㅠ 하지만 한군데에 유독 시선이 가네요...(북흐..)
2008/08/25 23:08ㅡㅡ;;;
2008/08/26 10:32두작품 다 봤다죠.ㅋㅋ 재미있다고는 못해도 볼만은 했습니다^^
2008/08/26 14:24두 작품 다 보셨군요^^
2008/08/26 18:38큐티하니도 언젠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있기는 한데... 영화는 좀 보기가 꺼려집니다-_-;;;
2008/08/27 00:31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는 것은 어떠하신지...
2008/08/27 18:26젤밑에 사진의 나가이 고씨의 표정이 깨는군여.ㅋㅋㅋ
2008/08/27 20:06어떤 장면에서 짓는 표정인지를 아시면.. ㅋㅋ
2008/08/28 10:20블랙크로가 노래를 부르는 건 배역을 맡은 아저씨가 실제 가수이기 때문이죠.
2008/08/27 23:18(느끼+4차원 컨셉으로 일세를 풍미했던 오이카와 미츠히로)
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2008/08/28 10:20절실히 공감하는 리뷰입니다.
2008/08/28 15:41맞아요. 걸작과 괴작은 백지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해요.
페니웨이님께서 단서를 다셨듯 팀 버튼같은 능력자들에게만 해당되겠지만요. ^^
안노 감독도 나름 내공있는 사람인데 말이죠.. 큐티하니는 도대체 어케 받아들여야 하나..
2008/08/28 17:34이치카와 마치코 보는맛에 끝까지 볼수 있었던 영화 -_-;;
2008/09/02 03:00친구랑 둘이서 보면서 보는 내내 "그래도 쟤가 나오니까 본다..."하면서 봤었지요....흑
아직 크게 각광받는 배우는 아닌데, 유독 큐티하니에서는 캐릭터와 잘 맞더군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2008/09/02 13:34여기에 다시 한번 댓글 달아 보네요.
2008/09/20 14:02전 부천시에 살고 있는 사람인데요...
지난 200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대된 영화 가운데
한 편이 바로 페니웨이님이 소개해 주신 '큐티하니'였습니다.
근데 당시 큐티하니의 영화제 상영등급이 '18세'여서 제가
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엉? 그거 이해가 안가는군요. 절대 18세 등급이 나올수 없는 작품인데... ㅡㅡ;;;
2008/09/20 14:04그래도 이번에 나온 데빌맨보다는 나을 것 같네요ㅋㅋ 정말 최강의 괴작이었습니다;;
2008/10/20 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