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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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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킹콩의 대역습] 리뷰에서 약속드렸던 것 처럼, 이번 괴작열전에서는 [킹콩의 대역습]에 버금가는, 아니 그보다 더 충격의 도가니로 여러분을 몰고 갈 작품을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이미 공중파 방송 '스펀지'를 통해 방영되어서 약간 김이 샙니다만, 그래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바로 [퀸콩]이란 작품입니다. '킹'이 아니라 '퀸'이라는 말장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암컷 고릴...이 아니라 콩(?)을 소재로 다룬 작품입니다.


물론 '콩'의 암컷은 존 길러민 감독의 무개념작 [킹콩 2]에서도 등장합니다만, [퀸콩]은 그보다 훠얼~씬 먼저 등장한 선배인 셈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저번에 소개한 [킹콩의 대역습]과 [퀸콩]은 모두가 1976년작으로서 존 길러민의 정통 리메이크 [킹콩(1976)]과 같은 시기에 개봉했다는 겁니다. 한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은 [퀸콩]의 무시무시한 포스에 위협을 느낀 존 길러민 감독과 파라마운트 측이 [퀸콩]의 개봉을 결사적으로 저지하는 바람에 개봉도 못하고 창고속으로 직행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겉으로는 [킹콩(1933)]의 플롯을 그대로 차용한 [퀸콩]의 저작권 침해를 들어 이를 반대했습니다만, 뭐 속뜻이야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나마 세상밖에 나와 빛을 본 [킹콩의 대역습]은 나은 편이라고 해야겠지요.

공식적으로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합작품이지만 그 외에도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 제작비를 조달한 터라 공식 포스터가 10여종을 넘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가 메이저 영화사의 압력에 굴복해 영화사 창고의 한쪽 구석에서 찌그러져있던 [퀸콩]은 '엽기'하면 사죽을 못쓰는 엽기왕국 일본의 한 업자가 판권을 사들여 그제서야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2000년도입니다. 1976년의 작품이 무려 25년이나 지나서야 나타나다니! 이게 있을수나 있는일입니까?

ⓒ Dexter Films, Canaria and Cine Art. All Rights Reserved.

[퀸콩]에 광명을 비춘 일본, 참 대단하긴 하다 ㅡㅡ;;


그럼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이 괴작, [퀸콩]은 이토록 모욕적인 25년의 세월을 창고에서 썩어야 했던 걸까요? 잠깐 살펴봅시다. 일단 [킹콩]의 어떤 작품이 되었건 하나라도 본적이 있는 분이라면 쉽게 이해가 가실겁니다. [퀸콩]은 [킹콩]의 모든 플롯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니까요. 다만 '킹콩'(수컷)을 '퀸콩'(암컷)으로, 납치되는 금발녀를 금발남으로, 감독을 여감독으로 바꾼 것 외엔 큰 차이가 없습니다.

King Kong by ⓒ Turner Home Ent. (1933)/Universal Pictures.(2005) All rights reserved.

성별의 뒤집기. [퀸콩]은 아류작이라기 보단, 오리지널을 뒤집은 패러디물에 가깝다.


영화를 찍기위해 섬에 도착한 영화 스탭과 어리버리한 초짜배우 레이(로빈 애스퀴드 분)가 요상한 의식을 치루는 원주민의 눈에 띄어 납치당합니다. 퀸콩에게 재물로 바쳐진 금발머리의 레이는 그에게 반한 퀸콩의 손에 쥐어져 끌려가고 맙니다. 그 와중에 공룡을 만나고 익룡도 만나고, 그 괴물들 틈에서 레이를 지켜내는 퀸콩을 보며 둘은 므흣한 감정을 주고 받습니다 ㅡㅡ;;;

ⓒ Dexter Films, Canaria and Cine Art.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주연배우를 납치한 퀸콩을 가만두면 안되잖아요? 영화 스탭들은 퀸콩에게 알 수 없는 폭탄같은걸 던져서 마취시키는데 성공, 배로 퀸콩을 런던항까지 끌고 갑니다. 이제 여감독과 레이는 퀸콩으로 돈을 벌기위해 쇼를 준비합니다. (그래봤자 야외 노천 서커스 수준이지만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등장합니다!) 쇼를 진행하던 여감독과 레이의 친밀한 제스쳐에 열받은 퀸콩은 드디어 날뛰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런던 시내는 쑥대밭이 됩니다.

ⓒ Dexter Films, Canaria and Cine Art. All Rights Reserved.


그 틈을 타, 평소 레이에게 은근히 흑심을 품었던 여감독은 레이와 함께 호텔로 피신을 합니다. 이 와중에 퀸콩은 계속 시내를 활보하며 레이를 찾아나서지요. 그리고 결국 둘이 있는 호텔방을 찾아낸 (도대체 어떻게 찾은거냐!) 퀸콩은 레이를 손에 꼭 잡고 빅뱅을 오릅니다. 총 비상이 걸린 영국 군대는 헬기를 동원해 퀸콩을 사살하려 합니다. 이때 레이가 메가폰을 잡고 외칩니다. '전 영국의 여성들이여! 일어나라!' (갑자기 왠 여성인권운동?) 
영국 전역은 퀸콩을 놓아주라는 여성들의 피켓 시위로 뒤덮히고 결국 퀸콩과 레이는 퀸콩의 고향섬으로 돌아가 알콩달콩 행복하게 산다는 알흠다운 이야기....(는 개뿔이!) ㅠㅠ


자, 해피엔딩으로 바뀐 것을 빼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오리지널 [킹콩]과 다를바가 없죠? 물론 영화의 연출은 그야말로 B급 버라이어티쇼의 잡탕찌게입니다. 아니 이쯤에선 B급이란 용어를 쓰기에도 민망하네요. D급정도로 해둡시다. 느닷없이 끼어드는 뮤지컬 장면, 어이없는 폭소를 자아내는 유머, 그리고 막판의 작위적인 해피엔딩까지... 이 모든 것이 관객들을 무아지경의 패닉상태로 몰고 갑니다. 제가 이 영화를 극장서 봤더라면 아마 떡실신이 되지 않았을까..

ⓒ Dexter Films, Canaria and Cine Art. All Rights Reserved.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퀸콩]에 유독 패미니즘 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겁니다. ( [퀸콩]의 부제는  "liberated lady gorilla"로 해방된 숙녀 고릴라 입니다 ㅡㅡ;;) 킹콩이 퀸콩으로 변한것도 그렇지만 모든 출연배우가 대부분 여자라는것, 납치의 당사자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점 등은 이 영화가 철저히 여성중심적 사상을 가지고 있다해도 무방합니다. 영화의 결말은 그러한 사실의 노골적인 반증입니다. 감독인 프랭크 애그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몬스터물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는데, 이거 원, 해피엔딩도 정도가 있지..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 Dexter Films, Canaria and Cine Art. All Rights Reserved.



아, 정말 눈 버린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가 봅니다. 사실 이 '괴작열전'코너의 괴작이란 말을 졸작과 동일시 여기는 분이 계셔서 말이지만, 원래 제가 생각하는 의미의 괴작은 졸작과 반드시 일치한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가령 예를들어 켄 러셀 감독의 영화들을 보고 흔히들 '괴작이다'라고 표현합니다만, 그것이 '졸작이다'라는 의미는 아닌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퀸콩]만큼은 '괴작=졸작'이라는 공식앞에 무릎을 꿇게 만드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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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작 [킹콩]이 비록 원시적인 스톱모션을 사용해 만든 작품이긴 합니다만 지금 보아도 별로 어색하지 않은 것과는 달리, [퀸콩]의 괴씸하리만치 어이없는 탈바가지 액션은 도저히 용납이 안됩니다. 이 무슨 '모여라 꿈동산'급 코스튬의 특촬물이랍니까. 그나마 이걸 극장에 걸려고 했었다니, 존 길러민 감독이 필사적으로 제지한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래도 존 길러민의 리메이크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공룡과의 싸움이라던가 해골섬의 기이한 생물들에 대한 표현에 있어서는 [퀸콩]이 더 적극적으로 오리지널을 따라했다는 아이러니가 있긴 합니다만...

ⓒ Dexter Films, Canaria and Cine Art. All Rights Reserved.



아무튼, [퀸콩]을 보며 느낀 정신적 충격은 처음 괴작열전을 시작할 때 [트랜스모퍼]를 보며 느꼈던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군요. 혹시라도 호기심에 시청을 감행하는 무모한 행동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그런 비극적인 일은 저 하나로 족하니까요. 아, 이 정신을 혼미케하는 충격에 다음 괴작열전에 지대한 타격이 있을까봐 걱정됩니다. 그래도, 연재는 계속됩니다!


* [퀸콩]의 모든 스틸,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Dexter Films, Canaria and Cine Art.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현재 정확한 저작권 소유자를 파악할 수 없어 제작사명을 기재하였습니다)

* 참고 스틸: 킹콩(ⓒ Turner Home Ent. (1933)/Universal Studios.(2005)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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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셀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하하핫. 이런 영화도 있었군요.
    영화의 세계는 정말 놀라워요. ㅎㅎ

    2007.11.04 01:59 신고
  2.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타워즈 홀리데이 스페셜과 같이 저에게 싸게......(퍽)

    역시 빅밴을 올라타신 그분이었군요......

    킹콩의 대역습을 안 막은 그분들이 저걸 막을 정도면 뭐.....ㅎㄷㄷ한 분이라는 거네요......

    2007.11.04 13:35 신고
  3. moONFLOW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리뷰본 것만으로 감독에게 살의를 느끼게하기 충분하군요.
    이 무슨...모여라꿈동산 공룡 대가리는 정말 지존입니다.
    리뷰 이미지 본 것만으로 눈 아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게 하는군요. 아아아아!!!! 내 눈, 내 눈
    (게다가 여감독과 주연배우가 찌그러진 인상을 쓰고 있는 장면은 바로 뽀~삐리리~노의 자켓 디자인에서 본듯한 착각까지 일으킵니다)

    2007.11.04 16:34 신고
  4.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thank god its over,... i just removed my eyes. Thank you!

    Youtube에 올라온 홀리데이 스폐셜에 있던 리플.............여기에도 적용시켜야 겠군요.

    2007.11.04 18:55 신고
  5.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캬캬캬캬캬..존 길러민 감독이 공갤 막을 법 하군요..괜히 킹콩까지 요런 아스트랄 마인드 어택 무비*?(*&*?
    로 알려질까봐 그랬을 듯 싶네요 쿠푸푸푸

    2007.11.04 22:50 신고
  6. bruc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 정말 퀸콩이 있었군요 ㅎㅎ
    그날 즐거웠습니다 미스터광님 ^^

    2008.08.01 13:00 신고
  7. 아르도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그 옛날에 스펀지에서 신나게 까대던 퀸콩~
    이런것이 참된 괴작의 맛이로군요..흠......

    2008.08.17 16:04 신고
  8. bruc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헙. 페니웨이님. 위에 리플...
    제가 링크타다보니 다른분 블로그에서 미끄러졌네요. 정말 실례했습니다.
    죄송해요~~ ^^ 글 너무 잘읽었습니다

    2008.08.18 23:28 신고
  9. 최강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피터 잭슨판 '킹콩'을 보고 크나큰 감동을 받은 저로써,
    '퀸콩' 예고편을 보고 나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2008.11.17 18:34 신고
  10. 태수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놔...나 원 살다살다 별 영화를 다 보는...
    저 중간에 빨간 립스틱 바른 죠스는 정말이지...쿨럭!!!

    ...이 영화 보시느라 눈 버리신 페니웨이님께 심심한 위로 드리고 싶습니다.ㅠ.ㅠ

    2008.11.24 12:52 신고
  11. black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 DVD로 소장 중인데 DVD에 화이트 퐁고라는 영화랑 같이 들어있던데 혹시 이 영화도 아시나요???

    2011.07.24 16:47 신고
  12. 헬몬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 감독인 프랭크 아그라마는 이집트 출신으로 파루크 아흐메드 아그라마.....입니다.

    이 양반은 1981년 새벽의 미이라라는 제목부터가 시체들의 새벽 본딴 아류작 감독하고 감독 그만둔 뒤로 제작자로 활동 중인데 ㅡ ㅡ


    전설의 애니메이션 로보텍에 당당하게 나오는 제작자 아흐메드 아그라마가 이 사람입니다. 2013년에도 이걸 또 우려먹어서 극장편집판 개봉했더군요!

    2016.09.19 15: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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