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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제이슨 본이 돌아왔다. 그것도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의 최강 조합으로 말이다. 첩보 액션의 방향성을 틀어버린 본 시리즈의 귀환은 팬들로선 엄청나게 흥분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본 트릴로지의 숨은 주역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로버트 러들럼의 원작을 초월 각색했던 토니 길로이와 세컨 유닛의 댄 브래들리가 빠진 건 우려할만한 요소다.

돌아온 [제이슨 본]은 기존 시리즈-엄밀히 말하면 [본 얼티메이텀]-의 자기복제다. 거의 동일한 플롯에 순서와 배경, 인물만 바뀌어 있다. 속편이 전편보다 좋았던 몇 안되는 케이스라 이 부분이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 여전히 기억상실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본에게 기억을 되살릴 단서가 하나 주어지고, 오랜 침묵 끝에 모습을 드러낸 본의 등장으로 CIA는 발칵 뒤집어진다.

건조하고 빡빡한 극의 구성은 여전하다. 관객에게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 폴 그린그래스의 연출은 이번에도 효과를 발휘한다. 아테네의 폭동현장에서 펼쳐지는 추적씬은 ‘이래야 제 맛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본이 늙어버린 탓일까. 비약적으로 줄어버린 액션의 총량도 그렇지만 특유의 짧은 쇼트가 빚어내는 생동감이 빠진 채 여느 헐리우드 영화처럼 힘으로 밀어 붙이는 카 체이싱과 맨손액션은 어딘가 밋밋해 보인다. 아마도 댄 브래들리가 빠진 공백이 이 지점에서 드러나는 듯 하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 reserved.

제이슨 본의 기원에 좀 더 다가서는 동시에 아버지와 죽음과 관련된 음모를 해결한다는 플롯도 조금 식상하다. 이미 밥을 다 퍼먹은 냄비에서 누룽지를 긇어내는 느낌이다. (물론 누룽지가 더 맛은 있다만...) 각본의 헛점은 전작들에 비해 더 자주 눈에 띈다. 실제로 각본을 직접 썼던 폴 그린그래스는 촬영장에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변경하곤 했다는데, 그러한 영향도 없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불만이 하나 있는데 그건 스포일러상 사족으로 빼도록 하겠다.

새로 투입된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보는 이에 따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필자에겐 기대 이상의 수확이다. 여리여리한 외모이지만 웃음기가 싹 빠져버린 무표정한 얼굴으로 본의 적인지 아니면 조력자인지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회색지대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며 히로인의 세대교체를 당돌하게 선언한다. 아쉽게도 그녀의 역할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분명 [제이슨 본]은 시리즈 전체의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사족인 것도 사실이다. 이미 본 시리즈는 [본 얼티메이텀]으로 완벽한 마무리를 지었다. 본의 컴백을 기다리는 팬의 마음이나 어떻게든 한 편이라도 더 만들어 재미를 보고 싶어하는 제작사의 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젠 본에게 안식을 줄 때도 되지 않았나.

 

P.S (스포일러 있습니다)

1.영화가 끝나고 극장안을 가득 메우는 “Extreme Ways”를 듣는 건 여전히 황홀한 경험이다.

2.니키 파슨스의 퇴장은 아무래도 이건 아니지 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불만이기도 하다. 마리의 퇴장은 [본 슈프리머시]를 지속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지만 니키의 죽음으로 [본 얼티메이텀]의 가장 멋진 탕헤르 장면이 얼마나 우습게 되어 버렸는가 말이다. 마치 [에이리언 2]에서 가까스로 살려놓은 뉴트와 힉스를 [에이리언 3]의 인트로에서 몽땅 죽여버린 꼴. 덕분에 본과 니키의 풀리지 않는 과거사는 영원히 무덤으로 갔다.

3.옥의 티 하나. 본은 흉기차를 탄 건지.. 이리 받치고 저리 받쳐도 절대 터지지 않는 에어백.

4.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 첩보물이라는 전작과는 달리 '해상도 올려봐'에서 빵 터짐. 아.... 본 시리즈가 이런 영화였던가. 영화 곳곳에 무리수를 둔 설정 덕분에 리얼리티는 저 멀리~

 

 * 본 리뷰에 사용된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관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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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nis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에네미 오브 스테이트'에서 고해상도로 확대할 때에 '이건 말도 안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게 가능합니다.
    하나의 정지 영상 한 장에서 고해상도를 뽑아낼 수는 없지만, 여러 장의 같은 구도 영상을 (이 경우는 동일한 장면을 지속적으로 찍은 동영상의 여러 프레임들) 가지고 하나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가능합니다. 이미 20년 전에 대학원에서 실제로 해 봤으니, 지금은 더 훌륭한 품질로 가능할 듯.

    2016.07.31 01:52 신고
    •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단추 한 번에 저해상도 사진이 고해상도로 변하는 건 말이 안 되는 클리셰죠.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더라도 아직은 그리 쉽게 되진 않을 겁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죠.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노 웨이 아웃에서 주인공이 자기가 찍힌 사진 한 장의 해상도 올리는 시간동안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2016.07.31 22:44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경우는... 좀 황당했던 것이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윤곽선이 드러난것도 아니고 거의 뭉게져있다시피한 사람의 형체를 보고 '그녀'라고 확신하더군요. 그리고 해상도 업스케일링은 보너스...ㅡㅡ;;

      2016.08.05 14:01 신고
  2. 공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2편이나 3편보다는 아니지만) 특히 본이 처음 등장할때가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한방...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도 아직은 본은 본이더군요.

    2016.08.06 01:54 신고
  3. ㅎ코카콜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작들보다 별로인것도 별로고 본을 다시 무대위로 끌어올리는 과정이 억지스럽다고 느껴져서 별로긴 했는데

    그래도 킬링타임으로 재밌게 보기는 했으요 근데 본레거시는 이제 버린는놈 되는건지....ㅋㅋ

    2016.08.07 00:54 신고
  4.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치 [썬더볼] 이후에 나온 [두번산다]를 본 느낌이랄까요...

    2016.08.08 20: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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