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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이덴티티]의 성공은 3부작 '제이슨 본'시리즈의 원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제이슨 본은 007 못지 않은 캐릭터를 확보했으며, 훌륭한 3부작으로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았다. 하지만 [본 아이덴티티]는 TV판 영화와 마찬가지로 후속편에 대한 암시를 남기지 않은채 완결을 지었으며, 이는 초기 제작당시 속편을 염두해 두었는지의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었음을 말한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본 아이덴티티]를 그냥 놔둘 제작사가 아니었다.

[본 슈프리머시]는 로버트 러들럼이 쓴 제이슨 본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영화화 되는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작의 리뷰에서 말했듯이, 덕 라이먼 감독의 [본 아이덴티티]는 TV판에 비하면 원작과 다른 양상을 띈 작품이었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CIA 요원이라는 골자만 빼면 제이슨 본의 실체와 그를 쫓는 배후, 그리고 결말 등 모든 것이 원작과는 상당히 달랐다. 원작이 제이슨 본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형식이었다면 영화 [본 아이덴티티]는 '개인의 자아찾기'에 본질적인 초점을 맞춘다. 테마가 좀 더 구체화되었다고 할까...

바로 [본 슈프리머시]는 이러한 [본 아이덴티티]의 테마를 그대로 승계한다.  전작과는 달리 각본가 토니 길로이는 [본 슈프리머시]의 원작을 읽었고, (전작에선 시놉시스만을 가지고 각본을 작업했다) 원작의 이벤트와 몇몇 설정만을 살리면서, 이미 벗어나버린 영화의 방향대로 각본을 재구성했다. 덕분에 [본 슈프리머시]는 최소한의 틀을 살린 [본 아이덴티티]보다도 원작과 훨씬 동떨어져 버렸다. 바야흐로 영화판 '제이슨 본'은 독자적인 스토리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설의 내용을 보려면..

이같은 결정은 사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원작의 내용도 사실상 영화의 소재로 충분할 만큼 스케일이 방대하며, 전작이 원작을 무시했음을 성토하는 일부 팬들의 항의도 있었던 만큼 완전히 다른 제이슨 본의 이야기를 속편의 소재로 선택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또한가지 [본 슈프리머시]의 불안한 요소는 전작을 훌륭히 감독한 덕 라이먼의 부재였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덕 라이먼 감독은 [Mr. & Mrs. 스미스]의 연출 때문에 [본 슈프리머시]의 감독직을 포기했고, 제작사는 2편의 감독으로 [블러디 선데이]의 영국 출신 감독 폴 그린그래스를 선택했다. 당시로서 폴 그린그래스는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본 경험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이 오우삼 감독으로 넘어오면서 장르자체가 첩보물에서 퓨전식 느와르로 바뀐 전례를 생각해보면 감독의 교체가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단언하건데 감독의 교체야 말로 제이슨 본 시리즈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있어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다분히 헐리우드 스타일의 스토리 라인과 공식이 담긴 [본 아이덴티티]에 비해 [본 슈프리머시]는 그린그래스 감독 특유의 사실감 넘치는 영상이 살아 숨쉬는 '첩보 다큐멘터리'로 둔갑했다. 미칠듯한 핸드헬드 촬영은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본의 심리적 불안정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전편보다 더 리얼한 요원들간의 듀얼씬은 마치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듯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본격적인 '정체성 찾기' 궤도에 진입한 [본 슈프리머시]


또한 [본 슈프리머시]는 초반부에서 전편의 히로인인 마리(프란카 포텐테 분)를 과감히 퇴장시키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는데, 남녀간의 로맨스로 인한 극의 집중도를 분산시키지 않고 본의 자아찾기에 보다 중점을 두려는 감독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같은 결정은 사실상 그린글래스 감독의 혜안이 돋보이는 것으로 향후 제이슨 본 시리즈가 본이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도 후반부에 펼쳐지는 카 체이싱은 그간 [형사 블리트]나 [프랜치 커넥션], [더 록]에 이어 영화사에 명장면으로 길이 남을 만한 박진감 넘치는 화면을 장식한다. 그린그래스 감독은 [본 슈프리머시]의 완성도를 위해 대부분의 촬영장에서 핸드헬드 카메라를 썼으며(물론 핸드헬드 기법에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관객도 있다), 필름을 의도적으로 탈색하여 보다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이 나도록 했고 CG가 아니라 모든 액션씬을 잘 계산된 스턴트로 진행하도록 했다. 이것이 21세기 영화인 [본 슈프리머시]에서 유독 아날로그적 느낌이 강한 이유다.

배우들의 연기도 여전히 훌륭한데, 악역으로 분한 칼 어번의 연기가 일품이며, 새롭게 등장한 CIA 팀장 파멜라 랜디 역의 조앤 알렌이나 전편에 이어 니키 요원을 연기한 줄리아 스타일즈의 등장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하지만 역시 '젊은 제이슨 본'을 연기한 맷 데이먼의 지적인 연기가 압권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폴 그린그래스의 [본 슈프리머시]는 몇 안되는 전작보다 나은 속편으로서의 위치에 올라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처음맞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훌륭히 감독한 그린그래스는 차기작 [플라이트 93]에서도 911사태의 에피소드를 객관적 시각에서 그려내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등 명감독으로서의 캐리어를 순탄하게 쌓아가는 중이다. 이제 제이슨 본의 이야기는 세 번째 모험으로 넘어간다. 상당수의 영화들이 3편에서 망가지는 선례(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 로보캅을 떠올려보라!) 를 남겼던 것을 볼때 3편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각도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았다.


P.S: 원래 [본 슈프리머시]의 엔딩씬은 제이슨 본이 네스키의 딸을 찾아가 자신의 과오를 참회하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데, 시사회를 보고 난 제작진은 엔딩이 너무 감상적이고 궁상맞다고 판단, 추가촬영을 통해 랜디와 제이슨의 전화통화 장면으로 바꾸어 개봉했다. 결국 이 장면의 추가로 다음편인 [본 얼티메이텀]에 대한 예고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셈이다.


- 계속 -



 * [본 슈프리머시]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Universal Studio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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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07.08.28 11:07
  2. 람반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릴러와 액션이라는 쾌감을 선사하면서도
    본의 투쟁을 깊이있게 다룬 방식이 놀라웠어요.

    감독의 경력으로인한 편견인지도 모르지만 정치적인 메시지까지 읽히더라니까요.

    2007.08.28 13:36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게 그린그래스 감독의 내공이랄까요... 이 사람의 영화를 보면 정말 절제가 잘되어 있습니다. 할건하고, 보여줄건 보여주면서도 결코 과잉하거나 도를 넘지 않지요.

      같은 액션영화라도 마이클 베이의 오버스러움과는 정말 많은 차이가 납니다. 뭐 각자 장단점이 있겠지만요.^^

      2007.08.28 13:44 신고
  3. 강자이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작과 너무 달라서였을까요? 유독 욕을 많이 먹었더군요. 저는 그래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2007.08.29 21:49 신고
  4. 은사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스크바 자동차 추격장면...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2007.08.30 14:16 신고
  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08.12.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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