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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인 더 스카이 - 전쟁의 대가에 대한 딜레마

페니웨이™ 2016. 7.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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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허구입니다. 이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그러나 영화는 대중 미디어로서 현실의 단면을 조명하며, 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최근 영화계는 콜레트럴 데미지즉 무력 행동으로 인한 민간의 부수적 피해에 대해 부쩍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히어로물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그 대표적인 사례죠. 오죽하면 마블에선 마이너 이슈였던 [데미지 콘트롤]을 드라마로 제작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전의 영화들이 이러한 콜레트럴 데미지를 대수롭지 않게, 혹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놔두었다면 최근 영화들은 이 부분을 아예 갈등의 주요 요소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현실에서 대중들이 느끼는 데미지 컨트롤의 피해가 보다 직접적이고 생활 깊숙하게 침투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당연시했던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서 점차 대의명분의 정당성이 모호해지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개빈 후드 감독의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는 이 문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다룬 작품입니다. 이미 대중화된 기술인 드론을 이용한 첨단 첩보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군사작전에 수반되는 콜레트럴 데미지의 딜레마를 정면으로 건드리고 있지요.

수 건의 자살테러를 기획했던 수잔 댄포드와 그의 남편을 6년간 추적중인 파월 대령은 마침내 그들이 케냐의 모처에서 접선한다는 첩보를 입수합니다. --케냐의 3개국 합동으로 진행되는 이 군사작전에서 그들은 수잔과 그 일당을 체포해 영국으로 신병을 인도할 작전을 진행하게 되지요.

그러나 뜻밖에도 테러범들이 또다른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상황은 급변합니다. 체포작전이 사살작전으로 바뀌면서 정부 고위층은 책임소재를 피하기 위해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까먹으며, 파월 대령 역시 시시각각 다가오는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 사살작전의 정당성을 납득시키려고 고군분투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타격 지역에 한 민간인 소녀가 나타나면서 작전 실행 여부는 혼돈으로 빠져듭니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전장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최고위층부터 말단 사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치에서 전쟁을 바라보도록 관객의 감정을 이입시킵니다. 단순히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를 떠나 (아직 벌어지지 않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수반되는 윤리적, 정치적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이 숨막히도록 긴장감있게 표현됩니다.

영화를 살리는 건 완급조절에 성공한 감독의 연출력도 물론이지만 헬렌 미렌이나 앨런 릭먼 같은 노장들을 비롯한 출연진 전원의 연기가 탁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 장교로 실제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헬렌 미렌의 캐릭터는 직업군인으로서의 지독함이 잘 묻어나오더군요. (We’re going again. 이란 말이 그토록 절망적이면서도 소름끼치도록 집요하게 들리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예상컨데 [아이 인 더 스카이]의 국내흥행은 실패할겁니다. 스케일도 크지 않고 액션도 없으며 내용은 무겁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올 해 탑 3에 들만큼 잘 빠진 영화입니다. 근래 봐온 전쟁 스릴러로는 거의 최고 수준의 긴장감과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영화 [크림슨 타이드]를 보면서 강대국의 군사행동 이면에 숨은 갈등 요소를 이토록 잘 표현한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던 아쉬움을 이 영화가 해소시켜 주었네요.

 

P.S (약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1.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정부 관료들입니다. 그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질을 해대는 사이에 그 사단(?)이 벌어지게 된 것이지요. 만약 파월 대령이 타격요청을 했을 그 당시에 바로 폭격을 실행했다면 부수적 피해는 훨씬 줄었겠지요. 뭐 그래야 영화가 더 쫄깃해지게 된 것이지만.

2.이 작품에서 역대급 민폐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업햄이나 [추격자]의 슈퍼 아줌마급이라고 봐도 무방하달까요.

3.앨런 릭먼의 마지막 연기를 보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4.피비 폭스라는 배우를 여기서 첨 보게 되었는데, 젊은 날의 숀 영을 연상케 하더군요. 저만 그랬나요?

5.[캡틴 필립스]에서 명연기를 보여준 바크하드 압디의 두 번째 장편 출연작입니다. 여전히 연기가 좋더군요. 극 중 소말리아를 언급한 건 은근 [캡틴 필립스]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요? ㅎㅎ

6.[아이 인 더 스카이]라는 제목보다는 [천공의 눈]이라는 직역도 괜찮을 법 한데, [감시자들]의 원작인 [跟蹤]이란 영화에서 이미 [천공의 눈]이란 제목을 써먹었더군요.

7.비슷한 소재로 앤드류 니콜 감독의 [드론전쟁: 굿 킬]이 있는데, 그 영화는 드론 작전 실행자의 PTSD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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