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라따또잉 - 애니메이션도 목버스터의 시대

페니웨이™ 2013. 2.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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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32

 

 

 

 

셀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저물고 CG 애니메이션이 대세가 된 지금, 이 시장은 빅3라 불리는 헐리우드 제작사들끼리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카 2]와 [메리다와 마법의 숲]으로 잠시 주춤해진 상태이긴 하지만 전통의 강자 픽사-디즈니는 여전히 이 분야의 톱을 고수하고 있고,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년에도 여러편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드림웍스와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라는 막강한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폭스-블루스카이가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죠.

한국에서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같은 작품을 통해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시도는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리미티드 기법을 고집하던 애니메이션 왕국 일본 역시 CG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아직까지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주질 못하고 있지요. 경기침체로 인해 거품이 빠진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것이 없어 보입니다. 당분간 헐리우드 빅3의 독주는 계속되겠지요.

그런데 의외의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비디오 브린쿠에도 Vídeo Brinquedo’라는 회사인데요, 브라질의 상파울로에 본사를 둔 이 제작사는 CG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입니다만 내놓는 작품의 특이성에서 눈길을 끕니다. 왜냐구요? 바로 애니메이션계의 ‘어사일럼’ 같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괴작열전에서는 여러편의 어사일럼 작품을 소개하면서 국내에 목버스터의 신세계를 알린 바 있는데요, 비디오 브린쿠에도는 처음부터 이러한 짝퉁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1994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처음 몇 년간 [바람돌이 소닉] 같은 작품들을 수입, 배급하는 사업을 해왔지요.

한번은 무명 제작사의 [유나이티드 서브마린 Reino submarino]이란 작품을 수입해 판매했었는데 판매량이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2003년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가 개봉되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실 [유나이티드 서브마린]은 [니모를 찾아서]와 몇몇 설정에서 비슷한 점을 보인 작품이었는데요, [니모를 찾아서]가 개봉된 이후 [유나이티드 서브마린]의 판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한마디로 대박을 기록한 겁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비디오 브린쿠에도 사는 수입, 배급일을 때려치고 자신들이 직접 제작에 나서기로 결심합니다.

ⓒ Vídeo Brinquedo. All rights reserved.

그렇게 탄생한 첫작품이 [리틀 카즈 The Little Cars]입니다. 네, 두말할 나위없이 픽사의 [카]를 베낀 작품이었는데요, 2년간 총 4편의 [리틀 카즈] 시리즈를 출시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면서 바야흐로 애니메이션계의 목버스터 시대를 열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리틀 카즈 3]의 부제가 ‘The Little Cars 3: Fast and Curious’로서 [분노의 질주]의 원제인 ' Fast and Furious'를 패러디하는 센스도 보여주었다는 겁니다.

ⓒ Vídeo Brinquedo. All rights reserved.

[리틀 카즈]의 성공에 힘입어 내놓은 다음 프로젝트는 바로 [라따또잉]이었습니다. 네, 이 작품 역시 부가설명이 없이도 어떤 작품을 베꼈는지 아시겠지요? 바로 픽사의 재기넘치는 작품 [라따뚜이]의 짝퉁입니다. 원래 [라따뚜이]는 탁월한 미각을 가진 생쥐와 한 요리사의 우정과 소동을 다룬 작품으로 평단의 극찬을 받은 수작이었지요. 하지만 과연 [라따또잉]도 그런 훌륭한 작품이었을까요?

[라따또잉]은 리오 데 자네이루에서 식당 ‘라따또잉’을 운영하는 생쥐 마르셀 또잉의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서 매주 인간들의 식탁에서 신선한 먹거리를 가져와 식재료로 사용하는 또잉의 요리 비법을 알아내려는 라이벌 식당의 점주에 의해 위기에 빠진다는 내용입니다. 러닝타임은 비디오 브린쿠에도의 여느 작품이 그러하듯 50분에 살짝 못미치는 정도라 사실상 별다른 스토리는 없습니다.

ⓒ Vídeo Brinquedo. All rights reserved.

[리틀 카즈]를 내놓을 때만해도 그냥 어영부영 넘어갔던 비디오 브린쿠에도는 [라따또잉]으로 인해 단숨에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물론 좋은 쪽은 아니었습니다. [라따뚜이]의 번뜩이는 재치와 구성에 비해 경악할만한 완성도를 보여준 [라따또잉]은 ‘비교체험 극과극’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되었거든요.

조악한 CG -사랑스런 [라따뚜이]의 생쥐와 비교하면 [라따또잉]의 그것은 완전 소름이 돋을 만큼 비호감이죠- 와 엉터리 더빙, 게다가 머리속에 새하얗게 될 만큼 의미없는 스토리 등 모든 점에서 기가 막힐 정도로 괴악스런 작품이 되어버린 것이죠. 해외 사이트에서 올린 글들을 보면 ‘인간이 만든 최악의 애니매이션’ 이라든가 ‘이걸 만든 사람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라든가 ‘내 평생 악몽에 시달릴 것 같아’ 등의 반응이 튀어나옵니다.

ⓒ Vídeo Brinquedo. All rights reserved.

사실 비디오 브린쿠에도의 전략은 단순명료한데요, 픽사나 드림웍스 같은 대형 제작사의 제작발표가 있으면 기획에 들어갔다가 지방 극장에 예고편이 걸리면 그걸 가져다가 신속히 CG작업을 통해 베끼기에 들어가고 정식 개봉 이전에 재빨리 DVD 시장에 풀어버리는 겁니다. 이러한 제작방식을 보면 어사일럼이랑 거의 다를바가 없는 셈이지요.

이 후 비디오 브린쿠에도의 차기작들은 그야말로 주옥같습니다. [쿵푸팬더]의 짝퉁인 [리틀 팬더 파이터 The Little Panda Fighter], [월 E]의 짝퉁인 [작은 로봇 Tiny Robots], [업]의 짝퉁 [왓츠 업? : 풍선 구출작전 What's Up?: Balloon to the rescue] 등 헐리우드 빅3의 대형 애니메이션 대부분을 카피하는 기염을 토하게 됩니다.

ⓒ Vídeo Brinquedo. All rights reserved.


[라따또잉]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은 나쁘지 않았는데 짝퉁의 천국인 중국에서는 DVD시장에서 꽤 큰수익을 올렸다고 하더군요. 모름지기 이러한 괴작들은 메이저 작품들에게는 없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니까 말이지요. 하긴 한국도 과거에 [이티]나 [트론] 같은 헐리우드 작품들을 베낀 애니메이션을 만든 과거사가 있으니 남의 탓을 할만한 형편은 아닐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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