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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31

 

 

 

 

007 제임스 본드 무비 23탄 [스카이폴]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이 완수된 작품이니만큼 기대도 큰데요, 하나의 시리즈가 23편씩이나 이어져 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경이롭게 느껴집니다. 이미 괴작열전 시간에 [OK 코너리]나 [골드징거] 등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만 이렇게 초장수 프렌차이즈로 성공한 007 시리즈는 무수한 아류작들을 양산해 왔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다른 나라의 작품이 아니라 바로 한국의 007 아류작 한편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1970년대 전후 한국 영화계의 거목중 한 사람이었던 최인현 감독은 특이할 만한 첩보영화를 한 편을 내놓게 됩니다. 바로 [엑스포70 동경작전]이란 작품이었지요. 한홍합작인 [달기]나 [태조왕건], [세종대왕] 등 굵직한 대작급 영화를 맡아 온 최인현 감독은 동경 올로케이션으로 찍은 이 작품에서 제법 때깔 좋은 첩보극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됩니다. 비록 007의 아류작이긴 했지만 한국 반공영화의 계보 아래서 나름의 첩보 장르물의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흔적을 엿볼 수 있었지요.

ⓒ 신창흥업.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의 성공으로 최인현 감독은 작가인 신봉승과 함께 ‘70 첩보물’ 연작의 두번째 작품인 [황금 70 홍콩작전]을 내놓게 됩니다. 어찌보면 [엑스포 70 동경작전]의 속편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주인공과 배경이 전혀 다른 별개의 영화입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인 신성일과 윤정희, 최무룡 등 호화 캐스팅으로 추석 극장가의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했지요.

[황금70 홍콩작전]은 중국을 통해 위조화폐의 마이크로 필름을 밀수입하려는 홍콩 범죄조직의 두목 허만길 사장과 그의 계획을 입수한 북한 첩보조직, 그리고 수수께끼의 인물인 미스터 박(신성일 분)과 미스터 박을 돕는 홍콩 사교계의 마담 윤미현(윤정희 분) 등이 서로 방해공작을 일삼으며 음모를 꾸민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신창흥업. All rights reserved.

가이 리치의 초기작품들을 보듯 제법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고, 하나의 사건에 얽힌 세력들이 여럿인데다 플롯이 복잡하게 꼬여 있어 시나리오에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거기에 마지막에는 나름 반전 코드도 심어 놓아서 한국 반공추리영화의 서사 구도에 제법 큰 이력을 남겼다고도 할 수 있지요. 특히나 이 반전부분이나 반공물의 성격과 관련해서는 놀랍게도 강제규 감독의 [쉬리]와 매우 큰 유사성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70년대 악역의 대명사인 문오장이나 황해의 악역연기나 북한 첩보요원으로 분한 아가씨 시절의 사미자의 모습, 그리고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발선하는 윤정희의 또다른 연기 등 요즘 세대의 관객들이 보기에는 의외의 부수적인 수확도 있습니다.

ⓒ 신창흥업.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 구조의 탄탄함과 초호화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홍콩 로케이션이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홍콩의 이색적인 풍경과 로케이션 촬영의 장점이 전혀 살아나지 않는 조악한 화면빨, 그리고 손발이 오그라들만큼 유치한 대사와 엉성한 액션 등은 [황금70 홍콩작전]이 잘만든 장르영화로서는 실패작임을 드러냅니다.

일례로 이런 장면이 나오는데요, 적을 교란시키기 위해 접선자로 위장한 북한 첩보원 혜리(사미자 분)의 정체를 허사장이 눈치채고 시한폭탄이 장착된 손목시계를 선물하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사미자가 본부로 귀환하자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시계침 소리에 신성일이 ‘시한폭탄이다!’라고 외치고, 폭탄을 해체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폭파 2초전이었어!’ -_-;;; 결국 유사 첩보물, 특히 007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여러 클리셰들을 들여오긴 했습니다만 그게 생각처럼 국산화되지는 못했다는게 영화의 패착이 되어버린 셈이지요.

ⓒ 신창흥업. All rights reserved.

특히 메인 캐릭터처럼 설정된 신성일의 포지션은 무척이나 애매한데, 신비주의를 풍기는 캐릭터의 설정 자체는 좋지만 바람둥이인지, 건달인지, 첩보원인지, 해결사인지 도무지 설득력없이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막판에 뜬금없는 대활약을 펼치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윤정희와의 그렇고 그런 로맨스에서 닭살돋는 신파극으로 이어지는 멜로라인은 역시 시대적 연출의 한계인것인지 지금보면 그야말로 실소가 터져 나옵니다.

영화상에서는 나름 007을 흉내내려 한 부분도 보이는데요, 가령 신성일의 정체를 암시하는 부분에서 팔목에 007이라고 쓰여진 문신을 비추기도 합니다. 하필 영화의 제목에 ‘70’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것도 영화가 1970년에 제작되었다는 것외에 007을 연상시키는 숫자라는 점을 간과할 순 없겠지요.

ⓒ 신창흥업. All rights reserved.

결국 [황금70 홍콩작전]은 레퍼런스급 한국형 첩보물이 되기엔 부족함이 많은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최인현 감독의 야심찬 70연작 시리즈는 단 두편으로 막을 내렸고 추석시즌 흥행 4위라는 어정쩡한 성적과 더불어 한 신문지상에서는 ‘정체불명의 액션물로 신통찮은 것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맙니다. 물론 이 같은 첩보물이 순수 장르영화로 발전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이런 테마가 결코 ‘반공’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P.S: 한 시대를 풍미한 최인현 감독은 198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쇠락하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전설의 괴작, [캔디 캔디]의 실사판이지요. ㄷㄷㄷ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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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GM-7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 자체에 대한 호기심보다 캔디캔디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져가네요. ;;;;
    그래도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졌었다면 더 좋은 영화들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아쉽군요.

    2012.10.22 13:08 신고
  2.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원찮은 것들 이란 평가를 보니 그 시절에도 독설이 존재하는군요 아주 초호화 캐스팅인데 괴작이 되버리다니 아쉽네요 그나저나 캔디캔디 실사판의 그분이 이분이시라니 참으로 팔십년대는 우리나라 대중매체의 암흑기가 확실하네요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10.22 21:30 신고
  3.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엑스포가 20세끼 소년에 나오는 그 엑스포군요. 태양의 탑인지 뭔지 보이는 걸 보니까.

    반공 이데올로기 당시 문화에 끼친 영향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도 많습니다만,
    개인적으론 그것도 결국 역사니 흑역사라고 매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양새는 보기 나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것도 지나쳤다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 아버지세대만해도 공산주의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이 분명 존재하는 바,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일갈해 버리기엔, 분명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겁니다.

    근데요, 솔직히 반공 이데올로기가 첩보물에는 제법 잘 맞을 것 같은데요.
    그걸 어거지로 넣은 것 같다면, 그건 당시 시나리오 작가의 한계가 아니었을까.... 요런 위험한 생각을 해봅니다.

    2012.10.22 21:56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본 작품에서 반공영화의 성격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만 비단 본 작품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즐길 수 있는 만화나 애니메이션까지 이런 사상이 침투해 표현의 한계를 긋게 만든건 간지 시대의 필요라고만은 볼 수 없거든요. 문화는 어디까지나 문화지 그것이 이념이 되어서야 곤란합니다.

      2012.10.23 08:48 신고
  4. Roomsid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캔!디!캔!디!!!!!!!

    2012.10.23 11:06 신고
  5. 영화 기냥 봐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첨 괴작열전 와봤는데 넘 잼있네요 난 007패러디해서 합성 포스터 만들어 페이크로 만든 스토리인줄 알고 들어왔는데 실사라니ㅋㅋ 제목이 생각안나는데 이대근선생님이 조폭으로 김희라 선생님이 조폭으로 위장한 중정요원으로 나와 간첩단 잡아냈던 영화 생각나네요

    2012.10.23 12:07 신고
  6. spaw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도 유익한 정보 감사합니다.

    2012.10.23 18:41 신고
  7.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보고 싶다는 욕구와 보면 안 되겠다는 이성이 충돌하는 느낌이군요… ㅋㅋㅋ

    2012.10.24 12:44 신고
  8.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는 잘 기억 안납니다만 실사판 <캔디캔디> 는 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봤었지만 어린 시절에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너무 일찍 눈에 뜬건가? ^^;)

    2012.10.24 16:48 신고
  9. 케르베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대 한국영화 초호화캐스팅에 사극의 대부 신봉승의 시나리오까지...

    그 인적자원이 만들어낸 결과물치고는 안습입니다.

    그건 그렇고, 하여간 신성일씨는 안 끼는 데가 없었네요.

    2012.10.25 00:31 신고
  10.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이런 영화들?은 하나같이 호화캐스팅을 자랑할까요;;;
    그나저나 국내에도 이런 아류작이 있었을줄은;;;

    2012.10.25 01:51 신고
  11.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시절 반공영화들을 요즘에 와서 보니, '반공'이라는 탈을 뒤집어쓰고
    온갖 장르실험들이 난무했던 것에 살짝 놀라게 되더라구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요새 개성없는 한국 주류 영화들에 비해 훨씬 야심만만하달까...^^
    적당한 억압이 오히려 크리에이터의 창조력을 높여준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인 모양이예요. ㅋ

    2012.10.25 11:41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굳이 반공물이 아니었더라도 시기적으로는 실험작들이 많이 나올 시기였죠. 그런 영화들을 모조리 반공 내지는 유신의 잣대에서 보려하다보니 괴작들이 속출했고... 뭐 그렇다고 봅니다.

      2012.10.25 20:08 신고
  12. 별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에서나 반공이지, 글로벌하게 보면 당시 유행하던 냉전이데올로기의 로컬라이징이나 마찬가진데, 지금까지도 거기서 못 헤어나오는 사람들이 병신인거지 냉정하게 따지고 들면 저런 첩보물 소재로는 더 좋을 수가 없죠. 당장 눈앞에 선명하게 '적'이 보이는 거니깐. 프로파간다로 써먹기도 아주 좋고. 근데도 결과물이 저 모양이었다면 감독이고 작가고 빠졌었다고밖엔 볼 수가 없겠군요.
    근데 제 기억 속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반공물이라면 아무래도 [해돌이의 대모험]이 갑이네요. "예삐~~ 어헝헝헝~~~"

    근데 오랫만에 온 기분이 드네요. 페니웨이 주니어는 언제쯤 소식이 오나요????ㅎ

    2012.10.25 16:00 신고
  13. car0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회원님께서 007의 아류작들이 좀 있다고 하셨는데 이들 중에 '괴작열전'으로 다룰 만한 작품은 얼마나 있을까요?
    다음 비평(?)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2012.12.19 19:44 신고
  14. 마님 나무하고 힘이 좀 남았는데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우리나라에 이런영화가 있었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 자랑스럽니다.

    끝임없이 창작(?)모방(?) 하는것도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2013.05.16 13: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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