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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20








1970년대의 TV 시리즈물 중에서 [원더우먼]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겁니다. DC 코믹스의 동명 캐릭터를 실사판으로 옮긴 이 작품은 히어로물로서는 드물게 여성이 주인공인데다, 원작과 200%의 싱크로율을 가뿐히 넘는 미스 월드 출신 린다 카터의 캐스팅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낳았던 작품입니다. 슈퍼맨과 함께 너무나도 미국적인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지만 원더우먼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식을 줄 몰랐지요. 뭐 그 이면에는 당시로선 파격에 가까운 원더우먼의 아슬아슬한 코스튬이 있었지 말입….. 쿨럭.
 
 

ⓒ Douglas S. Cramer Company, Warner Bros. Television.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이러한 슈퍼히로인 캐릭터가 미국에만 있던건 아닙니다. 미국에 ‘원더우먼’이 있다면 필리핀에는 동남아를 대표하는 ‘다르나 Darna’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원더우먼이 1975년 TV 시리즈로 한국에 널리 알려지기 훨씬 전에 탄생한 캐릭터인데, 공식적으로는 1950년 5월, 필리피노 코믹스 매거진 (Pilipino Komiks Magasin) 제77권에 처음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작가인 마스 라벨로와 삽화가 레스토 레돈도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나르다라는 이름의 소녀가 흰 조약돌을 삼키고 초능력을 지닌 다르나로 변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래 ‘다르나’는 1947년 마스 라벨로가 부라크라크 매거진 (Bulaklak Magazine)에 발표한 ‘바르가 Varga’를 변용한 캐릭터로서 일부 언론과 포털에서 ‘다르나’의 최초 발표일을 1947년으로 잘못 기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 Pilipino Komiks Magasin


물론 ‘다르나’는 누가 보더라도 1941년에 발표된 ‘원더우먼’의 영향을 받았음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헐벗고 굶주린 의상하며 초인적인 힘과 스피드, 그리고 발군의 미모까지 원더우먼의 필리핀식 컨버전임이 자명한 캐릭터지요. 하지만 능력면에 있어서는 훨씬 월등한 부면을 가지는데, 이를테면 하늘을 난다거나 눈에서 레이저 광선이 나가는 등 다르나만의 독자적인 능력을 추가한 점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이런 ‘다르나’의 인기는 엄청난 것이어서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서는 ‘원더우먼’보다도 더 사랑받는 캐릭터로 자리잡게 되는데요, 1951년에는 로사 델 로사리오를 주연으로 한 최초의 실사판 영화 [다르나]가 제작됩니다. 로사리오는 속편인 [Darna at ang Babaing Lawin]에서도 주연을 맡게 되었지요. 이후 ‘다르나’를 실사버전으로 옮긴 극장판 영화와 TV 드라마가 20여편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 Royal Films. All rights reserved.

1951년 최초의 실사판 [다르나]
 

2005년에는 GMA Network의 제작자 휴고 욘존이 ‘다르나’의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던 망고 코믹스와 계약을 맺고 마침내 2005년 본격적인 실사판 TV 시리즈를 제작하게 되는데, 인기스타 엔젤 록신이 다르나 역으로 캐스팅된 이 시리즈물은 최고 시청률 52%이라는 경이적인 신기록을 수립할 정도였으니 수십년간 사랑받아 온 ‘다르나’의 인기를 실감케하지 않습니까?
 

ⓒ GMA. All rights reserved.

2005년 엔젤 록신 주연의 TV판 [다르나]


오늘 소개할 [다르나: 더 리턴]은 1994년에 만들어진 극장용 영화로서 2008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인 ‘아시아의 슈퍼히어로’ 섹션에서 상영된 바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된 ‘다르나’ 영화였지요. 그럼 [다르나: 더 리턴]의 이야기를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다르나의 탄생과정과 기타 구구절절한 설명없이 그냥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대홍수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마을에서 다르나가 나타나 뜬금없이 악당들을 혼내줍니다. 그러다가 그만 어떤 여인의 습격을 받아 다르나는 슈퍼파워의 원천인 흰 조약돌을 빼앗기고 말지요. 조약돌을 빼앗긴 다르나는 나르다로 돌아가 기억상실증에 걸려 쓰러집니다. 동생인 딩(이 녀석은 다른 작품에서 다르나의 사이드킥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과 어머니는 이렇게 바보가 된 나르다를 데리고 마닐라로 향합니다.
 

ⓒ Viva Films. All rights reserved.

한편 조약돌을 강탈한 인물은 사이비 교단의 교주인 발렌티나로서 메두사처럼 스네이크 헤어를 자랑하는 어머니와 함께 세계정복을 꿈꾸는 대악당입니다. 딩의 활약으로 조약돌을 되찾은 나르다는 다시 다르나로 변신해 발렌티나의 조직에 맞서게 되는데, 이 와중에서 나르다의 엄마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고, 다르나는 어떤 형사와 다른 남자 사이에서 사랑놀음을 하는 뭐 이런 정신없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Viva Film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원더우먼’의 필리핀 버전이라길래 뭔가 좀 다르나? 했는데, 제작연도를 감안하더라도 [다르나: 더 리턴]의 특수효과는 보잘 것 없는 수준입니다. 언젠가 소개했던 [터키 슈퍼맨]과 동급을 이룰만큼 허접스런 합성과 엉성한 특촬물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이 시리즈가 왜 그토록 인기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못할 정도로 말이죠.

그러나 다르나역의 여배우, 안야네트 아바야리가 모습을 드러내면 과연 고개가 주억거려지는 작품이 바로 [다르나: 더 리턴]인 것입니다.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미모가 물씬 풍기는 아바야리의 자태를 보노라면…. 그냥 다 이뻐~ -_-;; 역시 인기의 비결은 비키니….. 쿨럭.

ⓒ Viva Films. All rights reserved.

어찌보면 유치해보이는 작품이지만 수십년의 세월을 거쳐 꾸준히 자국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로 성장해 온 다르나의 존재가 한편으론 부럽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 고유의 여성 히로인이라고 할만한 캐릭터가 몇이나 될까요. (김청기 감독은 어서 ‘데일리’ 주연의 우뢰매 스핀오프를 만들어 달라!)

흥미롭게도 ‘다르나’의 엄청난 인기에 영향을 받은 이웃나라 인도네시아에서는 ‘다르나’를 로컬라이징한 [다르나 아자이브 Darna Ajaib]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이 [다르나 아자이브]는 다르나의 캐릭터를 빌려와 인도네시아의 구전설화와 결합시킨 또다른 형태의 다르나 시리즈인데, 다분히 액션물보다는 호러물에 가까운 컨버전이지만 이 작품 역시 1980년과 1985년에 각각 제작되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캐릭터 문화의 확장 및 교류라는 의미있는 현상을 보인 작품입니다. 마치 [스파이더맨]의 미국판과 일본판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일지매를 홍콩에서 만든다거나 일본식으로 만드는 시도도 꽤나 흥미로울 것 같군요.

 


본 리뷰는 2011.11.25. Daum View의 인기이슈로 선정되었음을 알립니다. 오랜만에 '괴작열전'이란 키워드가 이슈로 뽑혔군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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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투머로우>김기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순간 헷갈려서 문자를 잘 못 보냈습니다. ^^
    잘 지내시죠? 엊그제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손이 얼어 키보드 치기도 힘드네요.

    블로그 잘 보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2011.11.25 09:45 신고
  2.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속적으로 시리즈 처럼 나오는 모습이 생경하면서도 마치 필리핀 사람들 처럼 프리하게 오픈된 사고방식을 가진 것 처럼 느껴져 부럽기도 하네요... 한국이었으면 한 번은 제작됬어도 지속적으로 나오진 못했겠죠? 이 세상엔 참으로 볼거리도 다양하고 트인 사고방식의 사람들이 많이 항상 자극이 되네요...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11.25 10:40 신고
  3. 여울해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뢰매 스핀오프라...
    그거 괜찮네요! ^.^

    2011.11.25 13:05 신고
  4.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5년 TV판은 시청률 50%가 나올 만 하네요.
    복장도 므흣하지만 각도가 참으로 예술입니다.(PD가 용자네요)

    순정만화 강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여성 히어로물의 컨텐츠
    발굴까지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황미나나 강경옥 작품만 갖고도 여성 히어로 한 부대는 만들겠어요.
    다만 이를 제대로 영상화 할 수 있는 기획력이 없다는 게 문제겠지요.
    (시장 환경은 이제 이런 게 먹힐 정도는 될 것 같은데...)

    2011.11.25 14:08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황미나 작가군은 그냥 청순가련형 아닌가요? 히어로는 모름지기 다르나 정도는 되어야... ㅎㅎ

      2011.11.25 14:51 신고
    • 별쥐  댓글주소  수정/삭제

      황미나 작가는 본인이 무술 비스무리한 것도 하시는 관계로 엄청 강한(말 그대로 쎈) 여자 캐릭터를 많이도 만드셨습니다.
      꼭 황미나 작가가 아니더래도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르네상스나 댕기 같은 잡지엔 의외로 강인한 여자 캐릭터들이 종종 나오곤 했지요.
      아.. 그립다, 르네상스... 만화방에서 많이 봤는데....

      2011.11.25 21:1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전 순정계열은 아니라서리 ㅎㅎ

      2011.11.25 21:30 신고
  5. 케르베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년판 다르나의 우람한 갑바와 코스튬에 먼저 눈이 가는 나는...타락한 걸까요?

    쩝.

    2011.11.25 15:42 신고
  6. 즈라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긍정적인 코스튬의 향현이군요.... 기쁘기 ,..으..큼큼

    2011.11.25 15:45 신고
  7. ㄹㄷㅈㅁㄹㄷ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특촬물이 시청률 52%........비결이 뭔가요?

    2011.11.25 18:32 신고
  8. 킬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데일리 스핀오프 ㅋㅋㅋㅋ 어린 시절에야 참 재미나게 봤고 데일리를 나름 좋아하긴 했습니다만 (특히 천은경 누님의 데일리 무지 좋아했음 ^^) 지금와서 우뢰매를 보면 설정 자체가 외계인이긴 하지만서도....젊은 처자가 외국 가도 보기 드문 은발에 바깥 외출하기엔 민망한 에어로빅 코스츔 ㅋㅋㅋㅋ^^; 김청기 감독님은 에어로빅 복장에 여인들을 좋아하시는지? ㅎㅎㅎ 데일리의 스핀오프라 뭐 집에 캠코더들고 마눌 꼬셔서 미친척 하고 한 10분 짜리로 만들어 볼까요? ㅋㅋㅋㅋ 나름 팬무비 형태로 ㅎㅎㅎ

    2011.11.25 20:45 신고
  9. 유머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아... 필리핀에도 원더우먼이 있었다니~

    2011.11.25 20:46 신고
  10. 킬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산다라박이 출현했던 <슈퍼노이피>도 그랬습니다만 필리핀은 좀 특촬물 장르를 무지 좋아하는거 같군요...저희 회사에도 생산부 직원 중에 필리핀 친구들이 몇명 있는데 스마트폰에 특찰물 같은 장르 넣고 다니더 군요 한친구는 <초전자머신 볼테스V> 영어 버전도 넣고 다니던데 필리핀에선 볼테스V TV방영당시 인기가 엄청났었다고...이친구들은 현실적인 정극보단 SF류들을 좋아하는게 국민성인가?

    2011.11.25 21:01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필리핀에 안살아서 그런건 잘 모릅니다만 필리핀에도 꽤나 괴작이 많다는건 압니다. ㅎㅎ

      2011.11.25 21:30 신고
    • 잠본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필리핀에서 볼테스V가 인기있는 이유는 극중의 보아잔별 귀족정이 방영 당시 마르코스 독재정권을 연상시켜서 불만 많은 국민들이 귀족정 타도로 끝나는 스토리에 열광했기 때문이라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2011.11.26 17:45 신고
  11. 미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괴작열전이 짱입니다요. 주말아침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2011.11.26 09:49 신고
  12. 이사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에 괴작열전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수퍼 히어로물이야 어떤 장르가 나와도 즐거워 보이지만은 역시 코스툼의 압박은 어쩔 수가 없네요ㅋㅋ 원조격인 원더우먼 복장도 어릴 적부터 많이 웃기다고 생각했었는데...^.ㅜ

    2011.11.26 15:25 신고
  13.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좀 다르나? <- 요거 우연이 아니라 나름 개그겠죠? 고개를 좀 갸웃거렸습니다.

    TV판 포스터 각도가 예술이네요. 저런 포스터로 방영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초기 시청자 30명 정도는 모을 수 있을 듯합니다.

    2011.11.26 17:35 신고
  14. spaw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괴작열전 즐겁게 보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요.

    ps. 리뷰 보고 유튜브를 검색하니 이런 것도 나오는군요.
    2009년에도 찍었나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wr-j2A7hAQ

    2011.11.26 23:08 신고
  15. 황금날개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f(?) 배경 설정에 나오는 원톱의 슈퍼 히로인이라면 80년대 중후반인가 보물섬에 연재했던....
    박동파 작 <코코나비>가 있습니다. ^^;
    동작가는...
    70년대 말 별들의 전쟁(영화 스타워즈4편격, 소년중앙), 80년대 돌아온 제디(절대 제다이가 아닙니다. --;;;)도 그리셨죠.
    어릴때 <별들의 전쟁> 만화 본 후 한참 후에야 티비에서 영화 스타워즈 보게 되었다는...(개인적으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최고는 이 4편이라고 생각함)
    돌아온 제디는 물론 스타워즈6편이고여.. 영화는 극장에서 봤는 데, 생각만큼 큰 재미는 없었다는..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수퍼히로인(?)하니 코코나비가 생각나네요.
    이 만화는 많이 보진 못 했지만, 보물섬 연재 당시 최소한 한회분 이상은 본 것 같음

    2011.11.27 09:29 신고
  16.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해의 마지막 괴작열전이 되는 건가효? 어찌됐건 이쁘면 대체로 용서가 되는... 아, 파묻히고 싶어라. (응?)

    2011.11.28 00:49 신고
  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1.11.28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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