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작열전(怪作列傳)

괴작열전(怪作列傳) : 고질라 파이널 워즈 - 괴수영화의 종합선물세트?

페니웨이™ 2011. 1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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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21





 


[고질라: 파이널 워즈]는 2004년 작품입니다. 이른바 '밀레니엄 고질라' 계열의 마지막 작품이자 고질라 탄생 5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지요. 이후로 아직까지 미국이나 일본 어디에서도 고질라 시리즈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의 8년전에 나온 작품이 이제서야 한국에서 개봉되는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고질라의 인기가 한국에서 높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간 국내에 정식 개봉된 오리지널 계보의 고질라는 23번째 작품인 [고질라 2000] 뿐이었지요.

뭐 어쨌든 고질라 시리즈를 (원래 일본판은 '고질라'가 아니라 '고지라'로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만 국내판 제목을 [고질라: 파이널 워즈]로 지어 놓아서 별 수 없네요)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까지 건너가 망신살이 뻗친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를 비롯, 원조 고질라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했다가 더 망신을 당한 [고질라 2000] 등 근래 만들어진 고질라 영화 중에는 제대로 된 작품이 없습니다. 이쯤되면 그만해! 라는 외침이 나올만도 하니까요.

[고질라: 파이널 워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구에 속출하는 괴수들을 소탕하기 위해 보통 인간보다 특출난 능력을 지닌 뮤턴트로 구성된 지구방위대가 조직되었고 괴수들이 집단으로 난동을 부리게 되어 한바탕 난리를 치르던 찰나, 어느 새 나타난 X행성의 외계인들이 괴수들을 진압한 뒤 지구인에게 평화의 손길을 내밉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음모로 밝혀지자 지구방위대와 외계인들의 전면전이 시작되고 수적인 열세를 느낀 방위군은 남극에 결빙된 고질라를 해방시켜 외계인들의 괴수에 대항하게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 Toho Co. All rights reserved.


제작사인 토호측에서도 '이번이 마지막 고질라다'라고 천명한 작품인 만큼 [고질라: 파이널 워즈]는 기존 작품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제법 많은 영화입니다. 1954년의 원조 고질라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시리즈물을 짧게 리서칭하는 인트로 장면은 '그까짓 흑역사쯤 모두 포용해주마!'하는 일종의 포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추억의 굉천호가 나와 고질라를 빙하속에 묻어버리는 프리타이틀 시퀀스만 봐도 제법 클래식한 정취가 묻어나고 말이죠.

더욱이 본 작품은 어렸을때 '괴수대백과'로 알려진 미니백과를 접했던 분들이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해서 볼만큼 추억의 괴수들이 속속들이 등장합니다. 모스라, 라돈, 가이간, 만다, 안기라스, 헤도라, 여기에 최종보스 킹기도라와 심지어 미니라까지 출연합니다. (어이, 왜 킹콩이나 메카 고지라는 뺀거요!) 아, 깜빡할 뻔 했네요. 무려 미국판 고질라와 원조 고질라의 1:1 매치도 나옵니다. (참치나 먹고 자란 녀석이 그럼 그렇지...하는 비웃음섞인 대사도..-_-)

ⓒ Toho Co. All rights reserved.


괴수영화의 종합선물세트같은 본 작품의 성격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역시나 이런 작품에는 CG보단 슈트메이션이 더 적합하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고, 특촬물의 노하우가 축적된 토호사의 박력있는 영상도 여전히 훌륭한 편입니다. 문제는 괴수물의 장르적 베이스를 취한 영화의 본질이 괴수가 아니라 인간에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고지라의 냉동장면과 괴수군단의 난동씬을 제외하면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지구방위대와 X성인들의 쌈박질만 줄기차게 나옵니다. 이게 무슨 고질라 영화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간 캐릭터의 비중이 큽니다.

[버수스]같은 액션물을 찍었던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특성때문인지 이러한 격투기적인 특징은 괴수들의 등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거의 시라소니급으로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협객 고질라와 괴수들의 1:3 대결장면이나 고질라와 모스라가 한 편이 되어 테크매치를 벌이는 후반부는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에요.

ⓒ Toho Co. All rights reserved.


시나리오는 얼마나 엉성한가 하면, 나중에 X성인들에게 포로로 잡혀있던 지구인이 구출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은 구출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짠하고 어디선가 등장합니다. 그러고선 '어쩌다보니 자력으로 탈출했어'라는 기상천외한 대사를 구사하지요. (그냥 작가가 각본쓰기 귀찮았다고 해!) 괴수들을 모두 물리친 뒤 폭주하는 고질라와 이걸 어떻게 수습하나 당황하는 지구 방위군 사이의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미니라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발이 오글거리다가 이내 빵 터집니다.

뭔가 '막판에 힘한번 쏟아보자'라는 의지가 보이긴 하는데, 내심 많이 아쉽습니다. 굳이 외계인들을 주적으로 설정해 뮤턴트와 M유전자 같은 쓸데없는 사족을 늘여놓은 결과 정작 중요한 고질라의 존재감은 희석되어 버렸습니다. 과연 일본판 고질라 시리즈는 진정 이걸로 끝인 걸까요. 뭐니뭐니해도 고질라는 1954년의 진지했던 원작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P.S:
1.헐리우드에서 가렛 에드워드를 기용해 리메이크(를 가장한 리부트)를 계획하고 있다지요? 이번엔 제대로 만들려나..

2.레이 세포나 돈 프라이같은 격투기 선수들이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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