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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열전(怪作列傳) No.121





 


[고질라: 파이널 워즈]는 2004년 작품입니다. 이른바 '밀레니엄 고질라' 계열의 마지막 작품이자 고질라 탄생 50주년 기념작이기도 하지요. 이후로 아직까지 미국이나 일본 어디에서도 고질라 시리즈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의 8년전에 나온 작품이 이제서야 한국에서 개봉되는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딱히 고질라의 인기가 한국에서 높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간 국내에 정식 개봉된 오리지널 계보의 고질라는 23번째 작품인 [고질라 2000] 뿐이었지요.

뭐 어쨌든 고질라 시리즈를 (원래 일본판은 '고질라'가 아니라 '고지라'로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만 국내판 제목을 [고질라: 파이널 워즈]로 지어 놓아서 별 수 없네요)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까지 건너가 망신살이 뻗친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를 비롯, 원조 고질라의 진면목을 보여주겠다고 했다가 더 망신을 당한 [고질라 2000] 등 근래 만들어진 고질라 영화 중에는 제대로 된 작품이 없습니다. 이쯤되면 그만해! 라는 외침이 나올만도 하니까요.

[고질라: 파이널 워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지구에 속출하는 괴수들을 소탕하기 위해 보통 인간보다 특출난 능력을 지닌 뮤턴트로 구성된 지구방위대가 조직되었고 괴수들이 집단으로 난동을 부리게 되어 한바탕 난리를 치르던 찰나, 어느 새 나타난 X행성의 외계인들이 괴수들을 진압한 뒤 지구인에게 평화의 손길을 내밉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음모로 밝혀지자 지구방위대와 외계인들의 전면전이 시작되고 수적인 열세를 느낀 방위군은 남극에 결빙된 고질라를 해방시켜 외계인들의 괴수에 대항하게 만든다는 내용입니다.

ⓒ Toho Co. All rights reserved.


제작사인 토호측에서도 '이번이 마지막 고질라다'라고 천명한 작품인 만큼 [고질라: 파이널 워즈]는 기존 작품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제법 많은 영화입니다. 1954년의 원조 고질라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시리즈물을 짧게 리서칭하는 인트로 장면은 '그까짓 흑역사쯤 모두 포용해주마!'하는 일종의 포부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추억의 굉천호가 나와 고질라를 빙하속에 묻어버리는 프리타이틀 시퀀스만 봐도 제법 클래식한 정취가 묻어나고 말이죠.

더욱이 본 작품은 어렸을때 '괴수대백과'로 알려진 미니백과를 접했던 분들이라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해서 볼만큼 추억의 괴수들이 속속들이 등장합니다. 모스라, 라돈, 가이간, 만다, 안기라스, 헤도라, 여기에 최종보스 킹기도라와 심지어 미니라까지 출연합니다. (어이, 왜 킹콩이나 메카 고지라는 뺀거요!) 아, 깜빡할 뻔 했네요. 무려 미국판 고질라와 원조 고질라의 1:1 매치도 나옵니다. (참치나 먹고 자란 녀석이 그럼 그렇지...하는 비웃음섞인 대사도..-_-)

ⓒ Toho Co. All rights reserved.


괴수영화의 종합선물세트같은 본 작품의 성격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역시나 이런 작품에는 CG보단 슈트메이션이 더 적합하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고, 특촬물의 노하우가 축적된 토호사의 박력있는 영상도 여전히 훌륭한 편입니다. 문제는 괴수물의 장르적 베이스를 취한 영화의 본질이 괴수가 아니라 인간에게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고지라의 냉동장면과 괴수군단의 난동씬을 제외하면 영화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지구방위대와 X성인들의 쌈박질만 줄기차게 나옵니다. 이게 무슨 고질라 영화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간 캐릭터의 비중이 큽니다.

[버수스]같은 액션물을 찍었던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의 특성때문인지 이러한 격투기적인 특징은 괴수들의 등장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거의 시라소니급으로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협객 고질라와 괴수들의 1:3 대결장면이나 고질라와 모스라가 한 편이 되어 테크매치를 벌이는 후반부는 실소가 터져나올 정도에요.

ⓒ Toho Co. All rights reserved.


시나리오는 얼마나 엉성한가 하면, 나중에 X성인들에게 포로로 잡혀있던 지구인이 구출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은 구출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짠하고 어디선가 등장합니다. 그러고선 '어쩌다보니 자력으로 탈출했어'라는 기상천외한 대사를 구사하지요. (그냥 작가가 각본쓰기 귀찮았다고 해!) 괴수들을 모두 물리친 뒤 폭주하는 고질라와 이걸 어떻게 수습하나 당황하는 지구 방위군 사이의 갈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미니라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발이 오글거리다가 이내 빵 터집니다.

뭔가 '막판에 힘한번 쏟아보자'라는 의지가 보이긴 하는데, 내심 많이 아쉽습니다. 굳이 외계인들을 주적으로 설정해 뮤턴트와 M유전자 같은 쓸데없는 사족을 늘여놓은 결과 정작 중요한 고질라의 존재감은 희석되어 버렸습니다. 과연 일본판 고질라 시리즈는 진정 이걸로 끝인 걸까요. 뭐니뭐니해도 고질라는 1954년의 진지했던 원작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P.S:
1.헐리우드에서 가렛 에드워드를 기용해 리메이크(를 가장한 리부트)를 계획하고 있다지요? 이번엔 제대로 만들려나..

2.레이 세포나 돈 프라이같은 격투기 선수들이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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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린게이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고지라'를 사랑하는 매니아들, 특히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많아서가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 봅니다. 할아버지가 라이타 불빛을 보면서 '고지라... 고지라...'하는 장면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1.12.07 10:20 신고
  2. 붉은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설명만 듣고도 웃겨 죽을 것 같아요
    내 꼭 이 작품을 구해서 보고야 말리라!! ㅋㅋㅋ

    2011.12.07 11:35 신고
  3. 천용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입은 진작에 되었었는데 이때까지 창고에서 잘 자고 있었죠...

    격투기 선수들의 출연은 본인의 취향으로 보입니다. 미국가서 찍은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에서도 퀀튼 잭슨 나오는 거 보면요.(A특공대 출연 전입니다)

    2011.12.07 12:10 신고
  4. 즈라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개봉한다는 소식에 여러 감정이 교차....-ㅁ-;;
    괴작이면 봐줘야하는데 말이죠. ㅋㅋㅋ

    2011.12.07 15:02 신고
  5.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도 괴작에 들어가긴 하지만 진정한 일본산 괴수물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괴작은 고지라 시리즈의 라이벌인 가메라 시리즈의 8탄<가메라 슈퍼 몬스터>가 아닐런지...위 작품 파이널 워즈처럼 기존 가메라 시리즈에 등장했던 악역 괴수들이 대부분 나오는 작품이기는 한데 전편에 나왔던 작품들의 짜집기와 여자 케릭터3인방과 외계인의 대결 장면은 놀이터에서만 대결 그거도 모자라 우주전함 야마토와 은하철도999 애니메이션 장면까지 삽입...제작사인 다이에이가 도산 하면서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제작된 날림 공사로 만든 전설의 작품ㄷㄷㄷ

    2011.12.07 17:14 신고
  6. 킬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0년대 나온 고지라 시리즈중에 볼만 한건 가네코 슈스케 감독의 <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 정도빼곤 다 좀 영 아니다 싶죠. (그가 부활시킨 가메라 3연작 보단 좀 아니다 싶긴 합니다만...어디까지나 제 생각)
    가네코 슈스케 감독이 20년만에 부활시킨 가메라 시리즈 3연작으로 구세주로 등장하자 역시 침제기에 빠져있던 토호가 그를 구원투수로 불러 만든게 <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 이었죠.
    그가 다시 한번 고지라 시리즈나 가메라 시리즈를 맡아주길 바랬습니다만 <데스노트> 극장판 시리즈 이후엔 아에 TV드라마 쪽에서만 활동...현재 가메라 시리즈 판권을 가지고 있는 카도카와 필름이 여러 차례 토호 측에 가메라와 고지라 시리즈의 스핀오프 기획했지만 거절 당했는데 가메라나 고지라나 신작을 내지 못했는데 토호가 카도가와와 함께 <고지라VS가메라> 같은 스핀오프 한번 만들어줬으면 하는게 바랍입니다. (가네코 슈스케가 맡아준다면 더욱 좋고요)
    근데 왠지 나온다해도<에일리언 VS 프레데터> 꼴 나는건 아닐런지...^^;

    2011.12.07 20:0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가메라 3연작에 대한 평가는 좋군요.

      2011.12.08 09:47 신고
    • 칼있으마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메라3편 <가메라 VS 가오스> 로 감독 유아사 노리아키의 히트작이였죠.(개인적으로 가메라 시리즈 중에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3편의 성공으로 다이에이 에서 노리아키 감독에게 이른바 장기 계약을 덮석 안겨준게 문제 였다고 할까요? 4편부터 8편까지 아에 아동컨셉으로(심각한 분위기 전개는 고지라와 경쟁이 안된다는 판단도 있었겠죠.) 6편부터는 오프닝 송 자체가 아예 '짱가'필...컨셉 변환도 문제였지만 4편부턴 전작(1편,2편,3편)의 장면 도용의 짜집기 신공이 심심찮게 보이더니 8편에서는 후덜덜(이거 괴작열전 리뷰하실것 같아서 스포일러 성이라 자제 ^^)...가네코 슈스케의 평성 가메라 3연작이 없었다면 가메라는 잊혀진 괴수 시리즈가 될뻔했죠.

      2011.12.08 16:38 신고
  7. 케르베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괴수 특촬물, 전대물...이런 게 일본에서 잘 먹히는 걸 보면 그 나라 사람들은

    뭔가 거대한 존재의 무차별 파괴력에 대한 묘한 컴플렉스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제타건담에서 등장하는 사이코건담의 그 황당무계함이란...

    모르긴 해도 이런 것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분석이 있을 것도 같은데, 혹시 알고 계시면

    페니웨이님께서 넌지시 귀띔을 좀 해 주시면 공부 좀 하겠습니다.^^

    2011.12.07 21:41 신고
  8. 볼쇼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헤이세이 가메라 3부작 보고 감명받아서 봤다가 크게 한 방 먹었던 괴작이네요. 말씀하신대로 종합선물세트의 성격이 무척 강하지만, 불필요한 인간들의 액션신(그나마도 개구리다!)이 영화의 정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킹기도라가 괴물X라는 설정이 왜 필요했는지도 모르겠고요. 차라리 몬스터 수를 좀 줄이고 괴물X의 정체를 파해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의 시나리오를 하던지...... 아무튼, 참 여러가지로 문제작이긴 합니다.

    근데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안드는 건, 괴수들이 너무 많다보니 고지라의 전투씬이 짤막하게 이어지는데 거구를 이용한 육박전보단 화염질에 너무 초점을 맞추었다는 겁니다. 거대 괴수물의 로망은 역시 묵직한 격투쪽이라고 생각합니다.

    2011.12.07 22:08 신고
  9. 미친만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의 일본산 특촬물은 CG와 슈트액트가 전혀 어울리지않게 결합되어서 70~80년대만한 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1.12.08 17:33 신고
  10. BeamKnigh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성 가메라 3부작은 정말 재미있게 감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3편은 최고더군요.
    괴수들의 싸움으로 인해 도시가 파괴되는 장면의 연출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헐리우드에서 만든 고질라보다도 훨씬 뛰어나더군요.
    근데 오리지널 고지라도 가메라에 비하면 느낌이 영 아니었습니다.
    연출도 연출이지만, 내용 전개가 그리 썩 납득이 가질 않았습니다.

    2011.12.10 00:18 신고
  11. 블랙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괴작열전에 '하누만' 어떠신가요....
    (집단구타...-_-;)

    2011.12.10 08:03 신고
  12. spaw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들의 비중이 크다는 말을 듣고 왠지 트랜스포머 실사영화 시리즈가 생각났습니다.

    2011.12.11 12:44 신고
  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1.12.11 20:35
  14.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올해의 마지막 괴작열전을 장식하는군요.

    한 편 안에서 고지라의 막강함을 보여줘야 하다 보니 그 많은 괴수들이 엑스트라 1, 2 신세가 돼버린... 위에 칼있으마 님이 언급하신 '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은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고지라가 자력으로 비행(자세는 참 거시기했지만)하던 헤도라 편도 생각나고 그렇네요.

    평성 가메라 시리즈는 앞으로도 다시 나오기 힘든 걸작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장인정신 가득한 특수효과만 놓고 봐도 말이죠.

    예전에 페니웨이 님 글에 댓글 남기면서 가메라 리뷰는 어떠신가 하고 찔러봤던 기억이 나는데 함 디벼주세요. 보시기도 즐거운 작품이잖습니까?

    2011.12.11 20:36 신고
  15. ckbcorp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용 잘 읽었습니다. 감상평 쓰려다 포스터가 없어서 맨 윗 이미지를 빌려 썼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2012.01.21 14:36 신고
  16. Godzilla_Final War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지라가그냥막격투기펼치던디....

    2012.07.29 13:24 신고
  17. 라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질라 디자인은 미국판 갓질라가 더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것 같아요 (영화내용은 꽝이지만....차라리 TV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더 재미있어요 ㅡ 몇십년 전에 한나바버라 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고질라도 있지만...) 하여툰 미국판 갓질라 (이구아나같은 도마뱀형상) 가 일본의 고지라 (탈바가지 쓰고 꼬리를 질질 끌며 사람처럼 걷는) 것보다 더 현실감이 있어요... 내용을 떠나서... 스톱모션도 좋고 특촬물도 좋죠...^ ^

    2013.09.26 18: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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