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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 - 원망과 갈등의 1박 2일

영화/ㄱ 2009.06.19 09:57 Posted by 페니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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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 희로애락을 같이하다가도 어느 한순간에 귀찮아지는, 그렇지만 없으면 허전한... 참으로 말로 형언할 수 없을만큼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가 얽혀있는 것이 가족이라는 존재다.

현대인들에게 있어 가족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족끼리 모이는 일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명절때 얼굴한번 보는 것도 짐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명절 스트레스'리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럼에도 의무적으로 고향을 찾아 내려가거나 부모님 댁을 찾아뵙는 우리들의 모습은 혈연으로서 최소한의 관계만을 유지하려는 발버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본도 이런 현대인들의 모순된 가족구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모양이다. 근래 일본의 문학, 영화 등에서 보여지는 가족 붕괴의 모습은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57회 칸느 영화제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에 일본에서 실제로 발생한 '나시 스가모의 버림받은 4남매 사건'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으로서 이웃의 무관심과 부모의 버림속에 방치된 아이들의 비극을 충격적으로 묘사한 바 있다.

ⓒ Bandai Visual Company/ Cine Qua Non Films. All rights reserved.


[걸어도 걸어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또다시 내놓은 일본의 가족 이야기로서 [아무도 모른다]에 비해 기승전결의 구조가 매우 불투명한 내러티브를 지녔지만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출의 방향만큼은 분명하게 잡혀있는 영화다. 말하자면 [걸어도 걸어도]는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이해시키려하기 보다는 느낌과 감정으로 동화시키는 작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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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 Qua N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 작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 가족의 구성원이다. 장남의 기일을 맞아 모이게 된 이 가족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평범하기 이를데 없다. 하지만 영화는 평범함 가운데 감춰진 가족간의 균열과 웃는 얼굴속에 감춰진 또다른 모습을 통해 연합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역설한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죽은 형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고 애딸린 과부와 결혼하게 된 둘째아들. 변변치 못한 남편과 결혼한 딸, 의사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오다 은퇴한 뒤 여전히 가부장적인 태도로 가족과의 친화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버지, 겉으론 자상하지만 나름대로의 불만을 담담하게 표출하는 어머니.

짧은 하루동안의 모습을 담으며 수십년을 함께해온 이 가족의 구성원들이 가진 감정의 앙금을 표현하는 것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을, [걸어도 걸어도]는 그 오랜 세월동안 묻어왔던 각자의 무게를 침착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고 갈등의 폭발이나 극적인 화해같은 요소는 영화에 없다. [걸어도 걸어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톤으로, 어찌보면 [인간극장]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듯 주인공들의 일상을 철저한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일관한다. 따라서 이들이 가진 불만과 갈등또한 영화가 끝날때까지 해소되지 못하며, 그냥 그렇게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또 내일을 살아간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로 관객들을 인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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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 Qua Non Films. All rights reserved.


자칫 지루할지 모르는 이 영화가 그럼에도 설득력있게 느껴지는건 캐릭터의 묘사나 갈등의 양상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박터지게 머리끄댕이를 붙잡고 고성을 질러대며 막장으로 드라마틱하게 치닫는 꼴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일부) 국내 관객들의 취향에 비하면 무척이나 심심한 영화겠지만 이런 사실감으로 인해 영화는 오히려 소름끼칠 정도의 섬뜩함마저 전달하고 있다. 마치 내가 그 가족의 구성원 중 하나라도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말이다.

가족은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이지만 죽고나면 보고 싶어지는 상반된 두가지 이유만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싶다는 감독의 변처럼 나에게 있어 가족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걸어도 걸어도]의 묵직한 테마는 잔잔함 가운데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한다.

영화속 등장인물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한명 한명이 각자의 배역에 걸맞는 최상의 배역을 소화해내고 있으며, [결혼 못하는 남자]로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가지고 있는 아베 히로시의 또다른 모습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니 이 흔치않은 기회를 놓치지 말 것. 


* [걸어도 걸어도]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Cine Qua Non Film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아무도 모른다 (ⓒ Bandai Visual Company/Cine Qua Non Film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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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xyz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츠가와 유이도 결혼못하는남자에 나오지 않았나요? 의사역으로? 재미있는 주연 선택이군요..

    2009.06.19 10:37 신고
  2. 무비조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도 모른다>때문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팬이 되었는데..
    이번 작품 <걸어도 걸어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지만 그래도 보고나면 여러가지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색깔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우리 생활에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나 사건을 가지고
    이렇게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대단합니다.

    트랙백 걸어놓고 물러갑니다

    2009.06.19 11:01 신고
  3. tiama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베 히로시........ 제 머릿 속에선 공작왕의 행운과일(이름이 참....)으로 밖에 떠오르지 않는 불쌍한 배우죠.
    [트릭]도 있고 [요시츠네]도 있는데 왜 하필........ ([결혼 못하는 남자]는..... 글쎄요.... 개인적으로 별로 재밌
    다는 생각은 영.. 기억에 남은건 퍼그가 참 귀여웠다 정도?)

    2009.06.19 21:39 신고
  4.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도 모른다'와 '걸어도 걸어도' 모두 보지 못한 영화들인데 함 봐야겠군요.

    아, 그리고 오자인 듯 한데... '희노애락'은 '희로애락'이 맞는 표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베 히로시가 그 소녀판 옹박 '초콜릿'에서 막판에 장검 휘두르던 그 남자 맞나요?)

    2009.06.19 21:42 신고
  5. 마장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 눈이란 희안한게 .. 영화제목은 안 보이구 1박2일만 눈에 보여서 이 포스트 읽었습니다 낄낄.. 핵가족이라 .. 이제는 핵가족이라는 말도 점점 옛말이 되어 가는 듯 해요 .. 뉴스에도 별루 안 나오고 .. 정말 어릴때는 부모형제 그렇게 네식구만 살면 핵가족이라 불렀는데 .. 이제는 그런 가정들이 흔하니 ㅎㅎ 왠지 몇년전 고두심씨가 나왔던 가족의구성 .. 인가?(탄생인가 .. 가물가물..)을 떠오르게 하는 스토리라인이네요 .. 일본 영화는 잘 안 봤는데 .. 왠지 끌리는 스토리 ..

    2009.06.19 21:44 신고
  6. 행인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덧글입니다. ^^) 혹시 극중에 엔카 '블루라이트 요코하마'가 삽입돼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걸어도 걸어도'에서는 몰랐는데 '아루이떼모 아루이떼모'라는 글자를 보자마자 바로 그 노래가 머릿속에서 플레이되는 군요.

    2009.06.19 22:32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뉘신지 몰라도 식견이 높으신데요? 맞습니다. 블루라이트 요코하마가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복선의 구실을 합니다. 제목을 그 가사에서 따왔음은 말할것도 없구요.

      2009.06.19 22:52 신고
  7.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고나면 뭔가 꽤나 불편할 것 같은 영화네요.
    저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불편해서... -_-;;;
    노래 블루라이트 요코하마가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틀어놓으신 LP로 들은 기억이 있는 노랜데... ^^

    2009.06.23 18: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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