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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더 비기닝 - 프리퀄을 가장한 씨퀄, 그리고 성공적인 리부트

페니웨이™ 2009. 5. 1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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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프리퀄이 대세다. 조지 루카스는 자신의 야심작 [스타워즈]를 프리퀄을 통해 완성시켰고, 유치함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배트맨은 프리퀄로 돌아간 덕분에 [다크 나이트] 같은 아트 블록버스터로 환골탈태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려 20여편의 작품을 통해 긴 생명력을 자랑했던 제임스 본드는 진부함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설정파괴를 무릅쓰고 프리퀄을 선택했다. 최근에는 엑스맨의 행동대장, 울버린도 프리퀄로 탄생했다.

이처럼 헐리우드 시리즈물의 트랜드인 프리퀄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10편의 극장판과 함께 총 5개의 TV 시리즈에서 703편에 달하는 에피소드를 선보인 [스타트렉]의 11번째 극장판이 선을 보였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원제는 그냥 [스타트렉]이다)은 엔터프라이즈호 승무원들의 주요 멤버들이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를 그린 작품으로서 겉보이게는 분명 프리퀄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1.확실한 블록버스터급 볼거리  


사실 [스타트렉]이란 작품의 출발 자체가 볼거리 위주의 SF활극이 아닌 사회성 짙은 군상극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극장판'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스케일은 기대 이상이다. 초반부터 [스타워즈 Ep.3]급의 눈돌아가는 전투씬으로 시작하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시종일관 '블록버스터급 볼거리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할만큼의 풍부한 스펙터클 액션의 진수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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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덕분에 [스타트렉] 특유의 드라마가 위축되었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일이지만 적어도 여름철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찾아간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오락영화임엔 틀림없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액션과 볼거리만큼은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에 견줄 만한 유일한 SF작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2.프리퀄을 가장한 씨퀄  


그렇다면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처럼 [스타트렉]의 프리퀄인가? 외견상으론 분명히 그렇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은 젊은 시절로 돌아가 풋내기 냄새를 폴폴 풍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커크 함장과 미스터 스팍의 유년기를 비춰주는 것은 올드팬들에게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프리퀄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단순한 프리퀄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엄밀히 말해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프리퀄을 교묘히 가장한 씨퀄이라고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스포일러상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스타트렉 TOS]의 연장선에 놓은 또다른 씨퀄이자 프리퀄인 독특한 작품이다. 그저 메너리즘에 빠진 속편이나 리부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J.J. 에이브람스 감독은 처음 [스타트렉]을 접하는 관객이나 기존 팬들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작품으로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완성시켰다. 결과는 두 말할 나위없이 매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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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골수 트레키들에게 있어서 어쩌면 이러한 에이브람스 감독의 선택은 일종의 배신과도 같은 난감한 느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왜냐하면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프리퀄을 가장한 씨퀄이 되면서부터 그들이 알고 있던 [스타트렉 TOS]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역시 '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람스의 작품답게 영화 전체가 [스타트렉]의 속편아닌 속편으로서의 희안한 상황을 연출하게 되고 만다. 물론 당신이 트레키 수준의 골수팬이 아니라면 이같은 문제는 그냥 무시해도 좋다.


 

    3.전작들과의 연관성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전작들을 봐야 하는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완성도를 지닌다. 그러나 [스타트렉]에 대한 사전 지식과 또는 [스타트렉 TOS]와 연계된 작품들 몇편을 사전에 감상한다면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흥미롭게도 J.J. 에이브람스 감독은 스스로가 트레키가 아니면서도 트레키들을 위한 몇몇 장치들을 정성들여 준비해 놨다. 엔딩 타이틀에 흐르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비롯, [스타트렉 TOS]에 단 한번 등장한 파이크 선장을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시킨 것 등은 기존 [스타트렉]의 팬들에게 유리한 요소다. 클링곤이나 볼칸, 로뮬란 등 일반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고유명사들의 등장도 한번쯤 [스타트렉]을 예습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4.다소 아쉬운 드라마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발생하는 타임 패러독스나 우주 공간의 물리적 법칙 등 [스타트렉] 시리즈 특유의 요소들이 반영되고는 있으나 여러 가지 복잡한 플롯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등장 인물들이 (정확히는 [스타트렉 TOS]의 핵심 멤버들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통해 팀에 합류하게 되는 과정 자체는 그야말로 비약적 사건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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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사실 이 정도면 리부팅에 필요한 요건은 그럭저럭 갖춘 셈이지만 (그나마 이보다도 못한 시나리오를 가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얼마나 많았던가!) 무려 3개 시즌의 TV 시리즈와 6편의 극장판에 걸쳐 함께한 승무원들의 유대관계를 2시간 남짓한 영화 한편에 모두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다고나 할까. 어차피 이 작품을 프리퀄이 아닌 씨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드라마의 아쉬운 부분도 상당부분 상쇄되니 J.J. 에이브람스의 선택은 참으로 영리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5.매력적인 캐릭터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캐릭터들은 단순히 모습만 젊어진 엔터프라이즈호의 승무원들이 아니라 재창조에 가까운 형태로 태어냈다. [스타트렉]의 상징과도 다름없는 윌리엄 샤트너나 레너드 니모이의 잔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크리스 파인과 제커리 퀸토가 연기하는 커크와 스팍은 그들 나름의 생동감 넘치는 젊음과 패기로 빛을 발하며 한층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의 우후라나 파워풀한 액션씬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킨 술루 등 새롭게 판을 짠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캐릭터들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기를 거부함으로서 오리지널 캐스팅과의 비교선상에서 벗어나 달라진 배우에 걸맞는 새로운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6.스타트렉, 새로운 시작  


이제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1960년대에서 이어진 [스타트렉]의 굴레를 벗어 버렸다. [스타트렉] 시리즈의 유명한 오프닝 프롤로그인 '우주. 마지막 개척지 (Space… the final frontier)'의 대사가 영화의 엔딩에 위치한다는 것은 그런 면에서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기존 극장판을 잇는 속편으로서의 완성도도 갖췄지만 [스타워즈]에 필적할 만한 스페이스 오페라로서의 가능성을 비추며 (트레키가 아니라) [스타워즈]의 광팬이었던 J.J. 에이브람스의 심중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이러한 장르적 변화의 흐름은 앞으로 제작될 [스타트렉]의 새로운 시리즈에서 본격적으로 기존 작품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첩보물에서 액션 느와르로 급격한 변화를 겪었지만 [미션 임파서블 3]로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냈던 J.J. 에이브람스의 선택은 이번에도 유효적절하다. 프리퀄이자 씨퀄, 연장선이자 리부팅의 시작점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다 죽어가던 시리즈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Paramount Pictures.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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