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한 잡담

우리가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페니웨이™ 2008. 2. 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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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1년에 몇편정도의 독립영화를 관람하는가? 사실 덩치만 커졌다 뿐이지, 내실이 없는 한국 영화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는 가운데, 제작비 절감과 배우들의 게런티 거품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한번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런 현실속에 가장 설득력있는 대안 중의 하나는 독립영화의 활성화다.

미국에서는 매년 '선댄스 영화제'를 개최해 숨은 진주같은 독립영화들을 발굴하는데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독립영화하면 '마이너 취향'의 일부 관객들만 조용히 관람했다가 쥐도새도 모르게 잊혀져가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다.

실제로 이러한 독립영화들 가운데는 뛰어난 작품들이 많다. 일례로 얼마전 한국에서 뒤늦게 개봉했던 [브릭]의 경우는 스타급 연기자 없이 단 20일의 촬영만으로도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할 정도의 완성도를 갖췄다. 하드 보일드라는 한물간 장르를 10대의 눈높이로 재해석하는 참신성은 독립영화들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브릭
감독 라이언 존슨 (2005 / 미국)
출연 조셉 고든 레빗, 노라 제헤트너, 루카스 하스, 노아 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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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로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완성도를 갖춘 [브릭]


작년 한국에서도 깜짝히트를 기록한 [원스]는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하는 등 메이저 시상식에서도 당당히 모습을 드러낼 만큼 그 완성도를 높히 평가받았다.

또한 [블레어 위치]는 어떤가? 고작 35만 달러 (순제작비는 6만 달러)의 초 저예산을 들인 이 작품은 자그마치 제작비의 340배에 해당하는 1억 5천만 달러의 극장수익을 올리는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흥행성은 둘째치고라도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시도는 이후 헐리우드의 메이저 영화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올 상반기 화제작 [클로버필드]같은 히트작의 모태가 되어준 셈이다.


블레어 윗치
감독 다니엘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1999 / 미국)
출연 헤더 도나휴, 조슈아 레오나드, 마이클 C. 윌리엄스, 밥 그리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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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메이저 영화에 새로운 영화적 문법을 제공한 [블레어 위치]


이처럼 독립영화는 그 장르의 제한이나 흥행에 대한 부담감 없이 순수한 작가적 열의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재나 표현력의 다양성이 보장되므로 그만큼 신선한 작품들이 나오게 된다. 이 점은 '구태의연한' 장르의 반복에 염증을 느끼는 한국 관객들에게 있어서 꽤 매력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다재다능한 감독과 배우들이 독립영화를 통해서 메이저 영화계로 발돋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으로 아카데미를 점령한 피터 잭슨 감독은 자신의 전재산을 올인해 만든 [고무인간의 최후]라는 독립영화를 통해 알려져 오늘날의 위치에 이르렀다. 비슷한 케이스로 [스파이더맨]의 샘 레이미 감독은 초저예산 공포물 [이블 데드]를 통해 영화계에 이름을 알려 헐리우드의 파워있는 감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 2004 The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ABC, Inc. All Rights Reserved.

'오스카의 제왕'이 된 피터 잭슨. 그 역시 독립영화로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한 둘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에서도 현재 촉망받는 인재인 류승완 감독 역시 [다찌마와 Lee],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같은 독립영화를 통해 인정받은 경우다. 류승완의 동생인 류승범은 형의 영화에 출연한 결과 인기 배우로 성장해 맹활약중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감독 류승완 (2000 / 한국)
출연 류승완, 류승범, 배중식,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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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 Lee
감독 류승완 (2000 / 한국)
출연 임원희, 한승희, 이윤성, 박성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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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독립영화는 그가 메이저급 감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최근 인기 급상승중인 하정우는 배우인 아버지 김용건의 후광을 통해서가 아니라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자]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진짜배기 배우다. 이처럼 재능있는 연출가와 스탭, 배우들은 아직도 독립영화계에 무궁무진하다. 이제 이들을 발굴해 내는 것은 비단 몇몇 평론가들이 아니라, 관객들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영화적 끼를 발산하기 위해 어렵사리 지원을 받아 완성시킨 독립영화들이 대중에게 선보이기도 전에 사라지는 현실은 정말 마음아픈 일이다.

2005년 해외 유수의 영화제들에서 호평받은 [방문자]의 경우는 열악한 환경가운데서 극장개봉까지 가긴 했으나, 관객 동원에는 실패했다. 물론 극장을 찾지 않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 작품을 DVD로 접할 것을 기대했으나 아직까지도 DVD는 출시되고 있지 않다. 이유는 분명하다. '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연되면 될 수록 출시될 확률은 극히 희박해진다. 그나마 있던 약간의 관심도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방문자
감독 신동일 (2005 / 한국)
출연 김재록, 강지환, 이동규, 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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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도 출시되지 못한 채 잊혀질 위기에 처한 독립영화 [방문자]


이제 한국 영화계와 관객들은 독립영화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험보다는 안주하는 것에 익숙해진 영화계를 바꿀 수 있는건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감독과 배우들일 수밖에 없다. 얼마전 200만 관객을 돌파한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도 [완벽한 도미 요리]나 [한] 같은 단편영화로 인정받아 그 실력을 드러낼 기회를 잡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같은 생각은 더욱 절실해 진다.


추격자
감독 나홍진 (2007 / 한국)
출연 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구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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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감독과 스타급 배우 없이도 흥행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추격자]


물론 저예산이고, 프로들이 아닌 아마추어에 가까운 사람들의 손에 만들어진 영화들이라 다소 낯설고, 어색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는 기쁜을 한번 맛보고 싶지 않은가? 분명 오늘도 어디선가에서 묵묵히 자신의 독창성을 시험하고 있는 신인감독들에 의해 그러한 독립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P.S: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명동의 중앙시네마에 "인디 스페이스'라는 독립영화 전용공간이 개관되었다. 매달 적어도 2편 이상의 새로운 독립영화가 상영되고 있으니, 일반인들이 독립영화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인디 스페이스 공식블로그: http://indiespace.tistory.com

독립영화 데이터베이스: http://www.indiedb.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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