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페니웨이 (admin@pennyway.net)
※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없습니다만, 영화의 플롯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역방향 시간 로맨스
당신에게는 첫 눈에 반한 사람을 만난 기억이 있습니까? 혹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말을 걸어, 지금은 나의 삶 한 쪽을 지키고 있는 반려자가 되어 있지는 않습니까? 첫 만남, 첫 데이트, 첫 키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가슴 설레이는 순간들이 지나가고 이제는 현실과 마주하며 상대가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지금, 그 존재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는지요? 이럴 때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감상해보세요. 아마 지금 그(혹은 그녀)가 내 곁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질 겁니다.
소심하고 평범한 미대생인 타카토시는 어느 날 전철에서 보게 된 여인에게 한 눈에 반해 버립니다. 단순히 ‘예쁘다’ ‘이상형이다’ 와는 달리 뭔가 운명적인 만남을 직감한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연락처를 달라고 하게 되지요. 그런데 자신에게는 핸드폰이 없다는 그녀. -_-;; 거절의 의미인가 싶었지만 그녀는 뜻밖에도 만남을 허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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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즐거운 담소를 나눈 후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고 묻자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에 타카토시는 당황합니다. 그 땐 몰랐습니다. 그녀의 눈물에 담긴 의미를. 그리고 이내 방긋 웃으며 “내일 다시 또 만나자”는 그녀의 말에 담긴 ‘내일’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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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일본에서만 16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나나츠키 타카후미의 동명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부터가 다분히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만 본 작품은 타임슬립물을 살짝 변형시킨 판타지 멜로입니다. 시간이라는 소재가 매우 중요한 설정으로 사용되어 연인인 두 사람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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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타임슬립물이 어느 정도 그럴듯한 논리를 바탕으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설득력 있게 설계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그러한 논리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설정은 독특하지만 관객의 “왜?”,“어떻게?”라는 질문에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거든요. 진지하게 접근하면 마냥 헛점 투성이인 영화입니다.
반면 설정의 헛점들을 여백으로 남긴 채 영화를 일종의 미스터리 장르로, 그리고 시간이라는 설정을 트릭을 파해 치는데 사용하는 작위적인 도구로 놓고 본다면 제법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들을 위한 몇 가지 미스터리를 던져 놓고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연애 과정은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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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단서인 ‘시간 트릭’이 등장하면, 그토록 의아했던 궁금증이 해소되면서 두 사람이 처한 현 상황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 폭발하듯 솟구쳐 오릅니다. 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첫 경험들이 다른 한 사람에게는 다시 경험할 수 없는 마지막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인지하는 순간, 영화를 관통하는 비극적 정서가 완성되는 것이지요.
멜로물의 측면에서 봐도 합격점입니다. 영화는 처음 시작하는 연인의 애틋한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보여주는 방식도 매끄럽습니다. 평온함과 따뜻한 정서를 동시에 전달하는 교토의 풍경 속에서 프레임 안에 들어오기만 해도 그림이 완성되는 고마츠 나나의 압도적인 비주얼은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관객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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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머리로 이해하기 보다는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비논리적인 설정에서 오는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그 설정을 활용하는 솜씨는 과히 나쁘지 않거든요. 사랑은 둘 중 한 사람의 희생으로 인해 완성된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 또한 마음 속에 오랜 여운을 남깁니다.
블루레이 메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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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퀄리티
디지털 특유의 쨍하고 칼 같은 가독성이 특징인 화질은 아니지만 정갈한 느낌의 색감과 투명도는 양호한 편입니다. 아날로그적인 감수성이 물씬 묻어나오는 교토의 풍경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따뜻하고 아련한 느낌과 훌륭한 조화를 이룹니다. 상당수의 일본영화가 그러하듯 평균치를 살짝 상회하는 정도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는 화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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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사운드 스펙은 DTS-HD 5.1ch의 기본적인 스펙입니다. 딱히 채널의 분리도나 이동감, 서브우퍼의 튼실함을 과시할 만한 장면이 없고, 서정성이 농후한 일본 멜로물의 특성을 고려할 때 딱히 표면화된 불만은 없습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들려오는 각종 생활 소음이나 원작의 텍스트를 잘 드러낸 대사의 전달력은 우수하며, 가슴을 저미는 스코어의 선율 및 대미를 장식하는 Back Number의 주제곡 ‘Happy End’도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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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피쳐
제법 알찬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먼저 “첫 촬영 스페셜 코멘터리”는 주연을 맡은 후쿠시 소타와 코마츠 나나와 미키 타카히로가 마주 앉아 함께 메이킹 영상을 보면서 촬영하며 겪었던 일들을 반추하는 부가영상입니다.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까지 촬영장의 이모저모에 대해 영화의 주역들이 수다를 떨면서 회상하는 모습이 재밌습니다. 특히 일본어로 처리된 자막을 자연스럽게 현지화 시킨 제작사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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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몇 개의 무대 인사가 수록된 것도 흥미롭습니다. 공개 시사회를 비롯해 커플 한정 시사회, 개봉 첫날 무대 인사, 대박기념 크리스마스 이벤트 등 각각 다른 장소에서 진행된 무대 인사 현장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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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숱한 무대 인사를 경험해 봤습니다만 배우들이 관객들과 악수를 나누고 손을 터치하는 광경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경호원들에게 욕이나 안먹으면 다행이죠) 팬들과 일일히 인사를 나누며 객석 뒷편에서부터 등장하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네요. 또한 복붙하듯이 틀에 박힌 인사말이 아니라 예능을 하듯이 뭔가 이벤트스런 무대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각 무대인사의 길이는 10여분을 훌쩍 넘는 상당히 긴 시간동안 진행됩니다.
총평
‘한 번 봤을 땐 엔딩에 눈물 짓고, 두 번째 봤을 땐 오프닝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마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식 멜로물의 전형적인 클리셰들로 범벅되어 있긴 해도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상당히 괜찮은 영화입니다.
특히나 이번에 1000장 한정판매로 발매된 블루레이는 구매욕을 자극하는 풍성한 패키지 구성과 성의가 가득한 서플먼트를 수록해 한정판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구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작이 20대 여성에게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알려진 만큼 여성 관객에게 더 어필할 만한 작품이지만 감수성 풍부한 우리 DP 아저씨들도 충분히 훌쩍거리며 감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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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 디지팩 풀슬립 리미티드 에디션 (2disc) - 미키 타카히로 감독, 코마츠 나나 외 출연/아이브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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