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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받아들일 수 없이 힘들 때, 출구가 없어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해방구를 찾을 때, 흔히 사람들은 이민을 떠올립니다. 한 때는 미국이 그러한 이민자들의 꿈을 성취시키는 기회의 나라였고, 이와 비슷하게 캐나다나 호주, 그 밖의 주요 이민국가들은 적어도 한국보다는 나은 나라라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죠.

그러나 경제 위기가 세계를 강타하면서 이 지구상 그 어느 곳도 지상천국은 없다는 사실에 대중들이 눈을 뜨기 시작한 지금, 제 살길 찾겠다며 브렉시트를 선언한 영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살짝 첨언하자면 신혼여행지로 영국을 택했을 만큼 영어권 국가 중에 가장 선호하는 나라였고, 왠지 모를 로망이 있는 유럽국가 인데다, 북미권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문화적 자원이 축적된 곳으로 나름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한 일말의 환상마저 무참히 깨버린 건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평생을 목수로서 일하다가 어느 날 심장병으로 일손을 놓게 된 한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노인은 국가로부터 질병수당을 요청하지만 원론적이고 기계적인 심사원에 의해 탈락됩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주치의는 아직 일을 할 수 없다는 소견을 내놓지만 국가가 질병수당을 줄 수 없다 하니 댄은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 그는 일단 실업수당을 신청해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는 관계 기관의 제안을 받습니다. 수당을 신청하는 절차 역시 전형적인 아날로그 세대인 댄에게는 산넘어 산이지요. 가까스로 수당신청을 해 놨어도 남아있는 질병수당 기각에 대한 항고절차 역시 복잡하며, 어쨌든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댄에게는 구직활동 자체가 무의미한 요식행위일 뿐입니다.

ⓒ Sixteen Films, Why Not Productions, Wild Bunch. All rights Reserved.

시간이 흐를수록 영화는 영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보편적인 복지 정책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합니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일말의 유연성도 가지지 못하는 관료주의적인 기관의 태도는 공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합니다. 그저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구걸을 하지도, 애원하지도 않았던 댄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큰 장벽과 마주한 셈입니다.

영화에는 또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이를 둘인 미혼모 케이티입니다. 그녀 역시 순간의 실수로 미혼모가 되었지만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국가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습니다. 타지에서 갓 이사와 지리를 몰라 보조금 심사에 늦게 온 그녀에게 당국은 매몰차게 제재를 가합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필수품을 공급하는 구호센터에서 배가 고픈 나머지 배급받은 통조림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모습에서는 가슴이 먹먹해 지더군요.

동변상련이라고 했던 가요. 케이티의 딱한 처지를 보게 된 댄은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자신도 당장 막막한데 말이지요. 그렇게 이 세상 혼자라고 느꼈던 두 사람은 잠시나마 사람의 온기를 느낍니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가장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인간사의 모습이 이 두 사람에게서 발견됩니다. 과연 현실은 딱한 처지의 두 사람에게 온정을 베풀게 될까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 건조하고 냉소적인 시각을 유지합니다. 물론 재치있는 유머와 위트를 첨가하긴 했지만 현실을 조명하는 순간의 냉정함은 잃지 않습니다. 심장 수술로 힘든 시기를 보내셨고, 지금도 지병을 안고 계신 아버지를 둔 저로서는 댄의 절망적인 상황에 몰입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마이클 무어의 [식코]를 보며 받았던 문화적 충격만큼이나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충격적입니다. 이 세상에 진정 약자를 위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선량한 사람들을 돕는 나라는 없는 걸까요? 보고나니 무척이나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신사의 나라는 개뿔…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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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순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켄 로치'감독은 '랜드 앤 프리덤'과 '칼라 송'에서 같이

    작업한 '폴 레버티'와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나라에서 '사회 민주주의'로 꿈꾸는

    열망이 '켄 로치'감독과 '촐 레버티'작가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대지에서 저주받은 땅에 새 세계을 펼칠 때

    어떠한 낡은 쇠사슬도 우리를 막지 못해'...

    '랜드 앤 프리덤'에서 '인터내셔널가 스페인 버전 중에서..'

    2017.04.02 00: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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