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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페니웨이 ( http://pennyway.net/)

 

 

할리 퀸의, 할리 퀸에 의한, 할리 퀸을 위한 영화

도저히 쉴드를 쳐 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이렇게 나와서는 안되는 작품이었다. 바로 DC 코믹스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얘기다.

마블이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슈퍼히어로 영화 시장의 대부분을 잠식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캐릭터의 힘만은 아닐 것이다. 현 시점까지 마블 측은 장르의 다변화를 최대한 활용했다. 가령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첩보 스릴러의 장르 위에 정치적 아젠다를 올려놓으며, 미국 내수용이라는 캡틴 로저스의 핸디캡을 말끔히 씻어 냈다. 셰익스피어 희곡 풍으로 변주된 [토르]나 경쾌한 스페이스 오페라로 변신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MCU 영화들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장르에 있어서는 마치 베스킨 라빈스 31을 골라먹는 것 처럼 다양한 맛을 선사했다.

[맨 오브 스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 이은 DC 확장 유니버스의 세번째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이 점을 의식한 듯, 이전의 두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로 홍보에 나섰던 작품이다. 정의로운 영웅이 아니라 악당들로 구성된 특수조직의 이야기는 기존 두 편의 DC 히어로물과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다. 조커와 할리 퀸, 데드샷, 킬러 크록 등 DC 세계관을 대표하는 악당들의 등장은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분기점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설레임 마저 들게 했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어떤 면에서는 폭스의 [데드풀]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데드풀의 마이너한 캐릭터 인지도를 극복한 결정적인 포인트는 R등급의 이점을 최대한 이용한 B급 무비의 키치적 정서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관객들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기대했던 건 [데드풀]마냥 속칭 약 빨고 만든 듯한, 막나가는 악당들의 활약이었을 것이다.

막상 공개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무늬만 나쁜놈들인 범생이들의 악당 코스프레를 방불케했다. 개연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플롯과 맥빠진 액션, 수많은 캐릭터들의 낭비 속에서 오직 할리 퀸 만이 홀로 영화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트 조커로서 히스 레저의 레전드를 넘어설 것인지 관심을 모은 자레드 레토도 기대 이하의 분량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하지만 평단의 융단 폭격에 가까운 혹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한 건 또다른 이변이다. 역설적이게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장르적 완성도가 아니라 대단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힘에 기반한 작품이며, 따라서 서두에서처럼 이 영화만큼은 이렇게 만들어져서는 안되었다는 아쉬움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팬들의 지적을 의식한 것인지, DC측은 전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써먹었던 전략을 다시 한 번 활용한다. 바로 ‘확장판’의 출시다. 실제로 [배트맨 대 슈퍼맨]의 경우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장판을 통해 모호했던 개연성을 보강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점을 기억해보면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그러한 편집의 차이로 영화의 리듬이 살아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홍보 시점에 흘러나온 정보와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내용들 중 상당 부분이 본편에 삭제되어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바 있는데, [수어사이드 스쿼드] 확장판 블루레이에서 추가된 분량은 총 12분 정도로 32분의 러닝타임이 늘어난 [배트맨 대 슈퍼맨]보다는 훨씬 적은 양이라 하겠다.

 

이번 확장판에 추가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약간의 누설 주의)

1.조커의 탈출을 도운 할린 퀸젤 박사가 조커에게 고문당하는 장면. 조커가 퀸젤 박사에게 전기 충격을 주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좀 더 추가되었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2.킬러 크록을 설명하는 장면. 킬러 크록의 야수성에 대한 설명이 조금 보강된 수준이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3.데드샷이 창문을 바라보며 딸을 회상하는 장면.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4.헬기에 올라탄 후 작전 지역으로 가는 도중 멀미를 참지 못한 킬러 크록이 구토하는 장면.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5.할리 퀸이 캡틴 부메랑에게 접근해 탈출을 제안하는 장면. 제안을 받아들인 캡틴 부메랑이 다른 동료들을 포섭하려다가 킬러 크록에게 맞아 한 방에 나가 떨어진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6.릭 플래그가 데드샷에게 팀의 리더로 활약해줄 것을 제안하는 장면부터는 제법 긴 추가씬이 이어진다. 길 가에 쓰러져 있는 바이크를 본 할리 퀸은 조커를 막아서고 자신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려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과거의 일을 회상한다. (이 일은 화학공장의 추락장면 바로 직전의 상황으로 보인다) 회상이 끝난 후 할리 퀸은 같이 걷던 팀원들에게 이죽거리며 시비를 건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7.릭 플래그로부터 사건의 진실을 듣고 난 후에 술집으로 들어간 수어사이드 스쿼드에게 할리 퀸이 술을 한잔씩 돌린다. 서로 건배를 하며 우애를 다지는 장면으로 몇몇 대화 장면이 더 추가되었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이상의 장면들을 보면 극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은 미미해 보인다. 사실 자레드 레토는 조커의 분량이 대거 삭제된 것에 대해 공공연히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이 점 하나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데이빗 에이어 감독은 조커와 할리 퀸으로 인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임무라는 중심 플롯이 흐트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어쨌거나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불만스런 점들은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의 존재가치를 지키는 유일한 미덕인 할리 퀸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배트맨 리턴즈]의 미셸 파이퍼 이후 싱크로율이 가장 높았던 여성 빌런으로 평가받는데, 애당초 카라 델레바인이 할리 퀸에 적역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결과적으로 마고 로비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다고 봐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아티스트 겸 크리에이터인 보스로직이 그린 카레 델레바인 버전의 “할리 퀸” 팬 아트.

 

블루레이 퀄리티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퓨리], [엔드 오브 왓치]에서 데이빗 에이어 감독과 함께 작업한 로만 바스야노프가 촬영을 맡았다. 전체 촬영은 35mm 필름 카메라로 찍었으며 마무리 단계에서 디지털 보정을 거쳐 필름 그레인을 제거한 결과물이므로 이를 감안하고 감상에 임하길 권한다. 영화의 러닝타임 대부분이 야간 장면과 어두운 실내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조금 칙칙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비교적 정확한 암부 레벨을 갖추고 있다. 단색 개통의 배경과는 대조적으로 할리 퀸의 알록달록한 의상과 화장 등 원색 계열의 색상이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장면의 표현력 또한 준수하다.

▼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 사이즈로 확대됩니다. (Click the pictures below to Enlarge)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최근 대세인 돌비 애트모스를 수록한 사운드는 코믹스의 실사화에서 기대되는 모든 효과음, 이를테면 폭발음, 파편의 분사, 차량 추격전에서 발생하는 굉음 같은 소리들을 표현하기에 충분하다. [그래비티]로 오스카를 수상한 스티븐 프라이스의 사운드트랙 역시 단연 발군이다. 다만 사운드를 설계할 때 돌비 애트모스의 특장점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영화의 연출 자체가 음향효과를 크게 부각시키기 보다는 주요 장면들에서 배경음악의 기능을 더 중요시하는 성향을 보여 효과음이 미묘하게 묻혀버리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스페셜 피쳐

[수어사이드 스쿼드] 블루레이에는 약 87분 분량의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상은 23분짜리 “Task Force X: One Team, One Mission”이다. 원작인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변천사와 각 캐릭터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영화와 원작 코믹스 간에 어떤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영화 상에서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기원과 배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영상이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아마 많은 사람들은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조커의 이야기가 더 많이 할애될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바램이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Joker & Harley”를 통해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 볼 수 있겠다. 여기에서는 영화 상에서 보여지지 않은 촬영장의 모습, B컷 등을 볼 수 있는데 특히나 조커로 변신해가는 자레드 레토의 모습을 보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아무리 많이 봐도 질리지 않는 “할리 퀸” 마고 로비의 촬영 현장을 보는 것은 덤. 할리 퀸 분장을 위해 매일 3시간씩 꼬박 할애해야 했다니 인생 배역을 맡아 연기한다는게 그냥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This is Gonna Get Loud”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액션씬에 대한 메이킹 필름을 담았다. 결과물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액션에 있어서 꽤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이 부가영상에 들어있다. 가령 적들이 떼거지로 달려드는 시가전에서는 특수효과에 의지하지 않은 구식 아날로그 액션을 많이 사용했는데 단거리 선수, 파쿠르 전문가 및 체조인 들이 여러 장비를 가지고 움직임을 만들어 내었고 이를 연구, 분석해 실제 배우들이 온몸을 부딪혀가며 촬영에 임했다.

의외의 장면에서 CG의 사용을 최소화했다는 점도 놀랍다. 디아블로가 처음으로 자신을 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은 특수효과가 사용되긴 했지만 적들이 불줄기에 맞고 떨어지는 장면을 실감나게 하기 위해 화염방사기를 동원, 스턴트맨에게 직접 화염을 쏴서 떨어뜨리는 모습을 보면 ‘아니, 요즘도 저렇게 영화를 찍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DC Comics,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총평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DCEU에서도 대단히 매력적인 아이템을 가진 작품이다. 문제는 손에 넣은 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제작진의 방만함이 불만을 키웠다는 건데, 팬들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할리 퀸 하나만은 건졌다는 느낌으로 이 작품을 바라봐야 할 듯 하다. 실제로 할리 퀸의 상품성에 눈을 뜬 DC 측은 할리 퀸 솔로 무비와 여성 빌런들을 규합한 [고담 시티 사이렌스]에 마고 로비를 출연시키는 기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속편 또한 제작이 기정 사실화 된 상황이니 부디 속편만큼은 전작의 문제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작품이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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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수어사이드 스쿼드 : 극장판 & 확장판 (2disc) - 6점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자레드 레토 외 출연/워너브라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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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uenliv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로 아쉬운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정말 이렇게 나오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데드풀]의 흉내를 내서더라도 똘끼 넘치는 영화로 나왔어야 합니다.
    심지어 (호평을 받은) 할리 퀸도 마고 로비의 하드 캐리로 버티는 수준이었지 캐릭터 자체는 트레일러보다도 한참 모자랐습니다.

    2016.12.26 23:25 신고
  2. marlow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맨오브 스틸]부터 [수어사이드 스쿼드]까지, '이런 캐릭터들을 갖고 이것 밖에 못 만드나'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좀 생뚱맞은 얘기인 데,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전직 배트맨이였던 마이클 키튼이 벌쳐로 나오는 걸 보고 기분이 묘하더군요. DC가 마블을 따라할 필요는 없겠지만, 마블영화들을 보고 난 뒤 뭐가 부족했나 반성했으면 좋겠어요.

    2016.12.27 10: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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