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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고질라 - 에바빠진 [에반게리온]?

페니웨이™ 2017. 3.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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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가 성공적으로 리부트해 동일 세계관을 무대로 한 [콩: 스컬 아일랜드]가 개봉을 앞둔 가운데, 고질라 프랜차이즈의 종주국 일본에서 온 [신 고질라]가 맞불을 놓습니다. 감독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죠. 무려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최종장을 팽개치고 달려든 작품이기도 합니다.

성공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이라고 실사 연출까지 잘하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가 몸소 그 점을 줄기차게 입증하고 있고, 픽사 출신의 브래드 버드 역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으로 성공하나 싶더니만 [투모로우랜드]로 폭망한 바 있죠. 한국의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이후 좀 더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할 겁니다.

사실 안노 감독도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러브 & 팝], [식일], [류세이 과장] 등 한동안 실사 영화에 몰입하더니만 [큐티하니]로 괴상한 실험적인 연출의 끝을 보여준 바 있지요. 물론 흥행도 대참패. 그런 의미에서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은 확실히 그의 장기가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만.

어쨌거나 현대 기술의 총아 CG의 혜택을 듬뿍받고 있는 시대에 선보인 다음과 같은 [신 고질라]의 스틸은 사람들을 멘붕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 Toho Co. LTD. All rights Reserved.

저 스틸만을 봤을 때 진심으로 저는 안노 감독이 제 정신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아니, 저런 쌍팔년도에도 안 먹힐 [비천괴수]스런 굇수는 대체 뭐란 말이냐…

그러나 [신 고질라]는 생각보다 만듦새가 괜찮은 영화입니다. 사실 일본의 CG란 그리 퀄리티가 좋은 편도 아니고, 화면의 때깔이랄까.. 실사물의 비주얼에서 그리 고급스러움이 느껴지진 않잖습니까. 안노 감독은 이걸 ‘의도된 촌스러움’으로 포장합니다. 즉, [신 고질라]에서 그는 CG를 쓰긴 쓰되, 과거 특촬물 시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그 투박한 느낌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질라]가 아닌 [고지라]가 더 익숙한 관객들에게 [신 고질라]는 꽤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올 작품입니다.

이번 [신 고질라]는 안노 히데아키의 특유한 연출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전작인 [큐티하니]가 안노의 덕력에 파묻혀버린 괴작이었다면 [신 고질라]는 뭐랄까… 에바만 빠진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느낌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 그로테스크하게 묘사된 고질라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사도처럼 정체불명의 침략자로 그려집니다. 이에 대응하는 일본 정부의 분주한 움직임은 마치 네르프의 상황실 풍경을 보는 것 같지요. 심지어 작전 회의에서 흘러나오는 BGM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그것입니다. 마치 한 회분의 사도섬멸작전을 영화화한 작품이랄까요.

ⓒ Toho Co. LTD. All rights Reserved.

오리지널 [고지라]가 제5 후쿠류마루 사건에 의한 일본인들의 핵 공포를 드러낸 작품이었듯이 [신 고질라]는 후쿠시마 사태 이후 새롭게 겪게 된 전후 세대의 방사능 트라우마를 투영합니다. 고질라의 출현 이후 속수무책으로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의 무력함은 일본을 현 상태로 몰아넣은 현실 정치의 본질과도 오버랩됩니다. 따라서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의도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80%은 재난을 수습하려는 과정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반복되는 괴수물 프렌차이즈의 매너리즘에 빠져서 주도권을 헐리우드에게 내줄 뻔 했습니다만 (문제의 [고질라: 파이널 워즈 (리뷰 바로가기)]를 함 보시길!) [신 고질라]는 분명 일본식 특촬물 특유의 감성적인 부분을 잘 포착함과 동시에 잊혀져가던 방사능 위협의 문제 의식을 조명하는데 성공한 작품입니다. 이만하면 매끈한 리뉴얼이자 리메이크죠. 헐리우드판 [고질라] 리부트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반면 아직도 에바의 주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안노의 연출은 호불호를 탈 만한 부분입니다. TV 시리즈가 아닌 극장용 영화를 [신세기 에반게리온]처럼 표현하다보니 캐릭터에 몰입할 여력도, 감정선을 캐치할만한 타이밍도 잡기가 어렵거든요. 괴수물과 재난극, 그리고 블랙코미디의 묘한 조합에서 오는 화학반응도 조금은 평가하기 애매모호한 점이 있습니다.

어쩄거나 일본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수상한 만큼 자국내에서는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안노 감독이 [신 고질라]에 올인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죠. 그에겐 아직 완성하지 못한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가 남아있잖습니까. ㅠㅠ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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