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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아포칼립스 - 소수성의 갈등이 사라진 엑스맨

페니웨이™ 2016. 5. 3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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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래의 평가를 먼저 짚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로튼토마토의 평가다.

사실 당시 쏟아진 미국 언론의 평가는 참혹했다. ‘[엑스맨 3]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은 영화’라는 평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약은 약사에게 [엑스맨]은 싱어에게’라는 우스개소리가 헛소리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과연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시리즈 중 희대의 졸작인 것일까?

현 상황을 보면 호불호는 상당히 극명하게 나타난다. 별로 좋은 징후는 아니다. 완성도에 대한 부분은 대체로 호의적이지만 영화의 결말이나 방향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갔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는 양상이 다르다. 일단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가장 많이 떠오른다. [엑스맨]에 관한한 권위자나 나름없는 싱어의 위상에 비추어 볼 때 전작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단독 영화로만 보면 완성도가 매우 평이한 작품이다. [엑스팬: 퍼스트 클래스]의 신선하고 묵직한 울림이나 [엑스맨: 데오퓨]의 총집편적인 야심은 사라지고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에 안주한 평범한 액션영화가 떡 하니 놓여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돌연변이 내부의 갈등이라는 요소가 거의 와해되다시피한 점은 [엑스맨] 특유의 소수성에 대한 담론을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갈등이 사라지면 규모가 커진다. [엑스맨 3]가 저질렀던 실수다. 브라이언 싱어의 액션 연출이 기대 이하라는 건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드라마와 서스펜스에 강점을 가진 감독이 자신있는 분야를 놔두고 스케일에 승부를 건 순간 결과는 이미 예측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나 시리즈의 연장선, 특히 [엑스맨]이라는 장수 프렌차이즈의 팬심으로 바라보면 그리 몹쓸 영화도 아니다. 전작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설정의 재조립은 보는 이의 두뇌를 한층 더 바빠지게 만든다. 리부트의 기조에 충실하게 젊은 캐릭터들로 새 판을 짜는 흐름도 나쁘진 않다. 팜케 얀센 외에 대체재가 없어 보이던 진 그레이 역의 산사 더 마운틴, 아니 소피 터너의 열연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다.

그 뿐인가. 드라마적인 부분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상당히 괜찮다. 또다시 모든 것을 잃게 된 에릭의 절규는 절로 관찰자의 감정을 꿈틀거리게 한다. 진과 로건의 만남은 반가움을 넘어 알 듯 모를듯한 애틋함과 여운을 남긴다. 절대 권력과 능력치를 보유했으면서도 배신으로 오랜 세월 잠자고 있다가 깨어난 아포칼립스의 분노와 위압감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 20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Marvel Enterprises. All rights reserved.

(거의 전편의 재활용이긴 해도) 명곡 ‘Sweet Dreams'가 흐르는 가운데 맹활약하는 퀵 실버의 등장씬이나 [스타워즈 Ep.6: 제다이의 귀환]을 빌어 시리즈 3편에 대한 자조섞인 ‘셀프 디스’를 감행하는 싱어의 유머감각은 피로감에 젖어가는 관객을 깨우는 아주 효과적인 장치다.

문제는 이 같은 장점이 후반까지 지속되지 못하는 데 있다. 싱어 특유의 올드한 연출 스타일과 이해 못할 편집상의 미스가 축적되면서 한창 달아올라야 할 후반부의 클라이막스를 불태우지 못한다. 세상을 리셋시키기 위해 4명의 기수를 찾아나선 아포칼립스는 똘마니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동네 불량배들의 대장마냥 어설퍼 보이고, 어쩌다 팀을 이끌게 된 레이븐은 쓸데없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이는 에릭이 ‘배신의 아이콘’이 되버린 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분명히 재미는 있다. 16년전 1편이 나온 이래, 여덟 편이나 되는 작품들이 나와 이젠 식상할대로 식상하진 프렌차이즈를 그나마 싱어라 이 정도로 뽑아준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초반 로튼토마토의 충격적인 스코어를 감안하면 반전에 가까울 만큼 선방했다. 기억해야 할 건, 욕을 먹는 영화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는 영화다.

 

P.S:

1.올리비아 문의 샤일록은 기대가 컸는데... 미모빼곤 거의 병풍 수준의 존재감에 급실망 ㅜㅜ

2.휴 잭맨은 이로서 엑스맨 영화 전 시리즈 출연의 대기록 달성. 심지어 [데드풀]에도... ㅎㅎ

3.쿠키는 [울버린] 스핀오프 3편의 예고.

4.이번에도 역시 스탠 리 옹의 깨알같은 까메오.

 

본 리뷰는 2016-06-01 Daum의 메인에 선정되었습니다.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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