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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 소년, 여인을 만나다

애니메이션/ㅅ,ㅇ 2013.08.21 09:00 Posted by 페니웨이™

 

 

 

[언어의 정원]은 1인 제작자로 실력을 인정받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입니다. 주로 중단편을 만들던 그는 바로 전작인  [별을 쫓는 아이: 아가르타의 전설]을 통해 처음으로 장편 메이저 장르에 도전했지만 정작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죠. 아직까지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을 책임지기엔 연출력의 깊이가 모자랐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에 스튜디오 지브리의 아류작 같은 작품의 성격이 감독과는 안맞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언어의 정원]은 신카이 마코토의 장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1시간 안쪽의 중편 연애물로 돌아온 작품입니다. 영화는 비내리는 날이면 신주쿠의 공원으로 가서 스케치에 몰두하는 15세 소년의 독백으로 시작합니다. 장차 수제구두장인이 되길 꿈꾸는 그는 평범한 고교생이지만 어느날 공원에서 초콜릿을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고 있던 한 여인과 만나게 되지요. 비오는 날이면 항상 만나는 두 사람은 이윽고 서로에게 다가서며 상대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감정의 단계에 다다르게 됩니다.

이미 검증된 분야이기도 하거니와 감독의 성향에도 충실한 내용이니만큼 결과물은 매우 좋은 편입니다. 극사실주의에 가까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배경연출과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독특한 색감과 광원의 미학은 이미 일본, 아니 전세계 톱클래스의 반열에 올랐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늘 그래왔듯 이야기의 여백 또한 상당부분 존재하는데, 환상적인 비주얼과 감성적인 연출의 흐름이 작품의 적막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탁월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합니다.

ⓒ Makoto Shinkai /Comix Wave Films, TOHO Animation

물론 스토리텔링이 모두에게 만족스러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 윤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소 불편한 부면도 있고, 마지막 엔딩의 허무함만을 따진다면 이건 뭐지 싶을 정도로 기승전결의 '결'이 생략된 느낌이죠. 반면 장면 하나하나에 감정을 담아내는 서정성의 농도는 매우 짙은데, 이러한 연출의 특성은 신카이 마코토의 팬이라면 익숙하지만 처음 입문하는 사람에겐 조금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언어의 정원]은 신카이  마코토의 연출 특성이 잘 반영된 작품입니다. 스토리로 이해하기 보다는 감정으로 이해하는 작품이며 특히 눈 앞에 펼쳐지는 비주얼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은 대세가 되어버린 헐리우드의 CG와는 또다른 차원의 예술성을 지닙니다. 비온 뒤 적막이 흐르는 오후 2시의 평온함과 같은 느낌을 준달까요.

P.S

1.이제 신카이 마코토도 40줄에 접어들었으니 커플파괴류 갑의 꼬리표는 슬슬 떼어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더불어 문득 떠오른 생각은 이 양반이 [최종병기 그녀]를 만들었더라면? 울컥울컥.

2.'언어의 정원'이라는 제목처럼 언어, 즉 대사의 은유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어설픈 자막판 보다는 비교적 퀄리티가 우수한 한국어 더빙판이 몰입도 면에서는 더 유리할 지도 모르겠네요.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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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막판, 더빙판 두 번 봐야 하는 건가요. 크크
    아니, 그보다도 언제 내려갈지 모르니 이번 주말엔 꼭 봐야겠군요.
    토요일까지 출근하고 일요일엔 집 밖에 나가기 귀찮을 것 같은데... -_-;;;
    개봉날짜 알고 있었는데 요즘 1년 중 제일 바쁜 때라 잊고 있었는데
    이 글 보고 꼭 보러 가야한다는 의무감이 되살아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

    2013.08.21 09:25 신고
  2. 나르사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히 자기 영역은 확실하게 구축한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2000년도에 게임 YS 이터널 시리즈의 OP등을 만들던 때부터 눈여겨 본 사람이라 이렇게 주목받는게 반갑기도 하답니다^^.

    2013.08.21 11:14 신고
  3. 은마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신카이를 좋아하느지라 이번에도 빼먹지 않고 봤는데
    집에 가는길에 감상문을 안쓸수가 없더군요.

    본문에도 쓰셨지만 아직 역량이 부족한건지 신카이는 단편으로 쪼개서 스토리 전개하는게 훨씬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2013.08.21 16:2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스토리의 치밀함 보다는 감정의 밀도로 승부를 걸다보니 러닝타임이 길어지다보면 자연스레 긴장감이랄까... 맥이 풀려버린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죠. 이번 작품도 만약 이걸 90분짜리로 만들었다면 망했을거에요. ㅠㅠ

      2013.08.21 16:37 신고
  4. 케르베로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상하게 신카이 마코토는 극장에서 보면 구린 화질(?)로 인해 크게 감동을 못 받고

    집에서 DVD급으로 돌려 봐야 그 찰랑거리는 햇빛과 잎사귀, 벚꽃잎의 떨림까지

    주인공의 감정선과 맞물려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더군요.

    근처에 구린 극장들만 있어서 그런 건지 원...

    페니웨이님과 다른 분들 말씀대로 신카이는 옴니버스식 묶음에 맞지, 아무래도 혼자서 하다 보니

    감성적 울림과 스토리의 연계를 길게 가져가는 역량은 아직 한계가 있는 것 같네요.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로 나오면 또 집에서 볼랍니다.

    2013.08.21 22:33 신고
  5. 정체불명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중에서는 가장 밝고 희망적이지 않나싶네요.
    그래서인지 전작들보다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

    2013.08.21 22:35 신고
  6. mundiso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눌님이 버티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퇴근길에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를 날마다 들으며 센치메탈해지는 1인... ^^.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보고 나면 뭔가 애잔해지는 느낌이 남더군요. 기회가 닿으면 꼭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2013.08.22 16:46 신고
  7. Haru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0줄에 애니보고 눈물 또 머금었네요
    애니는 새벽에 다 자고 고요할때 보는맛은 쉽게 잊혀지지 않네요

    간만에 잔잔하니 여운이 남네요
    어떤 시선으로 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소재지만
    애니를 좋아하는 저로선 다양한 소재중에 하나로 보여지네요

    2013.10.28 02: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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