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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외면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

영화/ㄷ 2011.09.23 09:00 Posted by 페니웨이™







처음 [도가니]의 원작소설을 접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이 소설을 접했을때의 찝찝하고도 더러운 느낌은 한동안 계속 되었지요. 별로 좋은 기억이 아닙니다. 아마도 이 작품이 영화로 나온다면 정말 감상하기 힘들거란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글로 접하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만약 이를 화면에서 직접적으로 보고 받게 될 정서적 충격은 몇배나 더할 테니까 말이죠.

영화는 가상도시 무진의 자애학원에 부임하는 한 교사의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거액의 후원금 명목으로 뒷돈을 대며 교직을 얻게 되었지만 어딘지 이상한 학교내의 진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인권단체의 간사와 함께 학교내의 거대한 권력에 맞서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어디 내맘대로 되던가요. 곧 이뤄질 것 처럼 보이던 정의의 실현은 점점 멀어져가고, 이내 좌절의 도가니에 빠져들게 됩니다. 사법당국과 경찰, 심지어 지역 기독교인까지 가세한 막강한 힘의 장벽은 법앞의 평등이라는 진실을 바라는 이들에게 너무나도 높은 것임을 실감케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도가니]는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작품입니다. 사실 이 작품이 그토록 씻기 힘든 뒷맛을 남기는 건 상상만으로도 분노할만한 일이 우리가 숨쉬는 이 공간에서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에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2005년에서야 밝혀진 광주인화학교 사건은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최약자에게 가해진 성폭력 사건이었기에 충격을 던졌지만 피의자 상당수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 큰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일은 죄질과 사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이슈화되지 못했지요.

ⓒ ㈜삼거리픽쳐스, ㈜판타지오, CJ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이제 다시 영화로 돌아갑시다. 불가피한 일이겠지만 영화는 소설의 일정 부분을 각색하고 있습니다. 우선 설정에서 주인공 인호(공유 분)는 일찍 부인을 잃은 애딸린 홀애비로 묘사됩니다. 원작에서 부인과 통화하며 이런저런 갈등을 겪는 모습이 이번 작품에서는 어머니로 그 대상이 바뀌게 됩니다. 아마도 주인공이 몰린 상황을 보다 암울하고 극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인호의 과거사와 얽힌 트라우마도 영화판에선 삭제됩니다. 불필요한 디테일을 제거하는게 오히려 영화의 중심 줄거리를 부각시키는데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탓이겠지요. 영화가 한 줄기를 따라 심플하게 나가는 모습은 나쁘지 않습니다. 천인공노할 범죄가 저질러 졌고, 이를 덮으려는자와 밝히려는자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집니다. 법정스릴러의 요건에 부합하기엔 긴장도가 떨어지고 관객들의 감정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수준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어설픈 연출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만 영화의 구석구석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조금씩 스며있습니다. 사실 이 사건 자체가 사회를 좀먹고 있는 구조적 부패를 들추는 것이긴 한데, 사건의 당사자 관계(권력을 가진 지도층과 절대 약자의 구도)부터 시작해서 사건이 희석되고 무마되는 과정을 보노라면 뉴스나 신문지상에서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는 사건들과 상당히 유사한 패턴을 띄고 있지요. 영화는 자애학원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 말하려는건 이 세상 전부가 무진이라는 가상의 도시와 다를바 없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배우들의 연기로 넘어가보죠. 공유의 선택은 사실 좀 의외입니다. 댄디보이의 산뜻한 이미지를 구축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상당히 고통스런 캐릭터를 맡았어요. 아마 그가 작품속에서 이런 캐릭터를 소화한건 이번이 처음같은데 상당히 괜찮습니다. 뭐 본인이 군생활당시 원작을 읽고 직접 영화화를 권유했다니 스스로가 많이 애착을 가졌던 캐릭터였고, 또한 그에 따른 분석도 꼼꼼하게 했겠지요.

정유미의 연기는 항상 안정적입니다. 이쁘장하면서도 조금 털털한 이미지가 그녀의 특징인데 이런 자신만의 매력을 그녀는 항상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압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녀는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 딱 선을 지키는 연기를 하며 조연의 역할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어요. 단, 그녀의 연기력이 뛰어난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본 후에 언급해야 할 것 같군요.

ⓒ ㈜삼거리픽쳐스, ㈜판타지오, CJ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무엇보다 아역들의 연기가 좋습니다. 솔직히 영화의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아무리 연기라 해도 아이들의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염려되긴 하던데, 영화를 막상 보니 만만한 일이 아니었을 듯 합니다. 성폭력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장애인을 연기한다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똑소리나게 잘 해주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도가니]는 잘만든 영화입니다. 원작의 해석능력도 뛰어나고 연기도 좋고, 무엇보다 관객과 호흡하는 몰입도가 뛰어나지요. 그렇기 때문에 불편함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듣는것만으로도 괴로운 범죄현장을 직접 목격한다는 불쾌감과 충격, 그리고 알게 모르게 관객을 지배하는 죄책감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압도합니다. 약자의 시선에서 지극히 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 결론으로 치닫는 영화의 마무리 역시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마도 정상적인 사고와 양심, 그리고 정의감을 가진 관객이라면 분노하게 될 테니까 말이지요.

P.S:

1.초반에 술취한 정유미가 시동도 걸지 않은 공유의 차를 들이받고는 되려 수리비 물어내라며 큰 소리를 치지요. 좀 억지스런 설정이다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가해자가 피해자인 냥 징징거리는 영화의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씬인것 같습니다.

2.범죄장면을 묘사하는 수위는 사실 도를 넘지는 않습니다만 정황이 정황이니만큼 너무도 견디기 힘들더군요.


* 참고 리뷰: 도가니 - 진실을 결코 개에게 던져줄 순 없다



본 리뷰는 2011.9.23. Daum View의 인기이슈로 선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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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노이베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잊혀진 사건의 경각심을 불러일이키기위하여 재조명된 영화라고 들었습니다.
    하나의 자극제로 돌파하여 한국사회에 이같은 더러운 사건들을 재조명하여
    바로잡을 필요가있다고 생각이드네요
    슬프고 가슴아프지만 봐야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2011.09.23 15:15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연일 뉴스로 터트리는 비리들도 다 못파헤치는데 하물며 일개 영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저 사람들의 공분을 이끌어낼 따름이죠.

      2011.09.23 17:20 신고
  3. 나이트세이버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러운 현실... 약자가 더 밟히는 엿같은 세상...

    2011.09.23 15:41 신고
  4. 주리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소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만은 없죠.
    얼른 보러 가야할텐데 아직도 미적이고있네요.

    2011.09.23 16:08 신고
  5. black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 어머니가 이걸 보고 오셨다가 하시는 말씀이 열받는다네요... 청소년 관람불가라 전 못보군요 ㅠㅠ...

    2011.09.23 16:44 신고
  6. ak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ㅡㅡ^
    정말 속된말로 빡치던군요.
    영화보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리긴 또 처음입니다ㅜ

    2011.09.23 17:51 신고
  7. 도가니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BS 시사다큐(?)프로그램 [SOS 긴급출동]가 생각나는군요..그와 같은 맥락을 하고 있으니말이죠.
    조용히 묻혀갈뿐이고, 누군가는 화려한곳에서 잘 살지만 또 누군가는 그런 현실을 계속 겪고 있는게 사실이 안타깝죠..
    이말조차도 충분치 않겠지만요..;;;

    2011.09.23 17:58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밝혀지지 않는 진실이 얼마나 많을까요. 소리없이 울부짖을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구요. 멀리 갈것도 없이 '네오이마주'사태만 봐도 약자가 얼마나 부당한 처우를 받는지는 안봐도 블루레이죠.

      2011.09.24 09:06 신고
  8. ㅠ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희언니가 장애가 있고
    저도 장애..까진 아니지만 몸이 조금 불편해서인지
    영화도, 소설도 보지 않았는데 소름이 끼치네요
    저희 언니도 특수학교 다니는데 저희 언니한테 저런 일이 일어났다면...

    2011.09.23 18:42 신고
  9.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에대한 호기심으로 검색하다 페니웨이님의 블로그까지 들어오게 되었네요~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으셨지만, 페니웨이님의 절제된 표현속에 저같은 사람은 이 영화를 보면 안되겠구나싶어서요~ 늘 생각이 많고 불의를 보면 못참는 사람인지라 영화를 본후 내내 한동안은 마음이 무거울것 같아
    영화를 보기도전에 마음을 접게되네요. 영화에서는 실제사건보다 상당히 낮은 상황으로 묘사했다고 하던데,
    실제로 아이들이 당했을 고통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2011.09.23 22:05 신고
  10. 공작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것을 보면 세상이 시궁창이라고 생각이 듭니다.ㅜㅜ

    2011.09.24 07:47 신고
  11. 엠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제 영화를 봤는데, 책이랑 다르게 더 와닿는 부분이 있고, 생각도 더 많이 하게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관객들 모두 아무말 없이 생각에 잠긴 모습이더라고요. ps1 은 생각치도 못한부분인데, 잘보고 갑니다^^

    2011.09.24 11:13 신고
  12. 귀엽다미쳤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노는 되지만 예상이 가능한 결말이었습니다. 감동이 있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추천 할 만한 영화는 아닌것 같네요.

    2011.09.24 15:35 신고
  13. 개천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보구 가염^^
    주말인데 날씨가 너무좋네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여~!

    2011.09.24 17:34 신고
  14. 신오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www.cafe.daum.net 인화학교성폭력대책위 (2006년 5월28일개설)<--마음에 분노만이 아니라 행동하는 분노가 절실할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1.09.25 07:36 신고
  15. 김종옥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성폭행과 폭력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집행유예라니 .... 아이들이 너무 불상하고 살맛이 없네요

    2011.09.25 21:03 신고
  16. 희망플래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도가니 영화보고 나서 곧바로 페니웨이님의 이 글을 읽었습니다.
    왠지 영화를 보고 나서 읽어봐야 더 실감이 날 것 같아서요.^^
    저도 보고 나서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어요.
    해결되지 못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서 그런 것일까요...
    답답한 사회 현실에 눈살을 내내 눈살을 찌푸려야 했네요.
    그래도 대중들은 영화에서만이라도 통쾌한 해결 이런 걸 원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2011.09.26 08:09 신고
  17. Oldradio7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나와 분노를 참을 수가 없고 씁쓸해서 소주 한 잔을 했습니다.
    영화의 퀄리티에 대한 것보다 이러한 영화가 나올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술 잔을
    가득 채웠습니다.
    페니웨이님의 친절한 리뷰를 보고 어제밤의 감상을 하나 둘 정리할 수 있었네요.
    이번에 제가 써볼 글에도 페니웨이님의 글을 토대로 제 감상의 방향을 정해봐야겠네요.
    좋을 글 감사합니다.

    2011.09.26 09:28 신고
  18. 꿀돼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신문에 공유 다음작품 선전 비슷하게 나오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이런 내용이었다니..

    뭐.. 빙산의 일각이란걸까요.. 그것도 셀수없는 빙산중의 하나..

    하나 발견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설사, 온힘을 다해 깨부셔 버린다 해도 차례 차례 떠내려오는 빙산..

    솔직히 도가니는 하나의 사건만 표현해서 그렇지, 온세상에 밝혀지지 않고 묻혀버리는 부조리는 얼마나 많은지..

    대충 나이들고나면 머리로나마 알게 되지요.

    근데 위에 답답해서 그러신것은 알겠는데, 한국인 냄비근성이라느니.. 한국이 어쩌고 하시는 분이 있는것 같던데.

    아주 짧으신 생각이십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이란것이 그런것이죠. 솔직히 까놓고, 세상에 얼마나 더럽고

    비참한 삶 사는 사람이 많은지 어느정도 식견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지요. 그렇지만 자기일 아니니 그냥 자기일만

    챙기고 잘 살지 않습니까? 동정심도 생기고 감동도 하고, 화내기도 하지만, 뭐 그래봐야 남의 일인거죠.

    이건 한국인만이 아니라, 인간 본성이 그런겁니다. 영화도 보고 심각하고 화나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당장가서 보호해주고 고발하고 이럴사람은 있을까 말까 할정도죠. 내일 회사나가고 학교가고 자기 인생 살아

    가는것이 인간이란겁니다. 뭐.. 저도 다른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보고 감동하고 화내고 동정하고.. 하지만 밥먹고

    일하고 놀죠. 단지 다른거라면.. 저는 그냥 보통 인간이라고 인지하고 죄책감이나 그런건 느끼지 않습니다.

    어쩌겠습니까.. 한인간이란 아무것도 아닌것을.. 불의의 사고 만나면 어쩔수도 없이 말려들고, 권력이 짓누르면

    짓눌리고, 태풍오면 피해입고 츠나미 오면 바닷물에 쓸려가는... 그저 한인간입죠.

    2011.09.26 23:17 신고
  19. 예문당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을 보고 영화를 봐서 담담하게 볼 줄 알았는데, 감정에 북받쳐하며 봤습니다.
    참 마음아픈 일입니다. 트랙백 엮고 갑니다.

    2011.09.30 09:36 신고
  20. 산다는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이렇게 뒤 늦게서야 이슈가 되는 것.......참 불편한 현실입니다.

    2011.10.01 15:34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법이 알아서 보호하는게 아니라 법이 나쁜놈을 감싸주고, 억울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악을 써대야 마지못해 허둥지동... 정말 꼴불견이죠.

      2011.10.02 13:00 신고
  21. 감탄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볼려고 마음먹었는데 어제 보게 되었네요
    과거 인화학교사건에대한 시사프로를 당시에 접하면서도 화가났던 경험이 있었는데
    말그대로 제스스로도 냄비근성이 있었는지 6년이 지난지금까지 사건의 사후처리가 어찌되었는지조차 모르있었는데.
    담담하고 간결하게 하지만 은근히 우리스스로를 분노하게 영화는 괜찮게 만들어졌다고 저는 느꼈고요
    집에와서 관련기사를 검색하다 공지영작가 인터뷰중 '당시 사건수위의 절반도 표현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고 참...

    2011.10.03 18:1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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