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ㄷ

도둑들 - 한국형 하이스트 무비의 가능성

페니웨이™ 2012. 8.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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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흥행불패 감독이라면 누가 있을까요? 박찬욱이나 봉준호 감독은 한국이 자랑하는 웰메이드 필름메이커이긴 해도 확실한 흥행감독은 아닙니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연달아 흥행시킨 강형철 감독이나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도 나름 흥행에 있어서는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습니다만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단계이고요, [해운대]로 천만관객을 넘긴 윤제균은 [7광구]를 통해 이미 그 실체를 드러낸 바 있죠. [디 워]의 심형래는… 그냥 생략합시다.

그런면에 있어서 최동훈 감독의 흥행기록은 제법 준수한 편입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에 이르는 그의 영화들은 모두가 흥행력을 갖췄으면서도 한국에서 소위 잘 팔리는 영화들과는 살짝 동떨어진 장르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만 합니다.

[도둑들]은 최동훈 감독이 [범죄의 재구성] 이후 다시금 하이스트 무비로 복귀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배역진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한 케이퍼 무비가 되었고, 스케일은 더 커졌으며, 이야기의 무대는 해외로 옮겨졌습니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극 중에서 맛깔스럽게 요리할 줄 아는 감독의 장기는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무려 10명에 가까운 메인 캐릭터들이 얽혀 있습니다.

조금은 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판을 키웠지만 영화는 제법 흥미진진합니다. 이야기의 구조도 간결한 듯 하면서도 약간의 반전 코드를 심어 놓아 관객들의 호기심을 붙들어 놓습니다. 최동훈 특유의 많은 대사량으로 수다스럽게 캐릭터들의 성격을 표출하는 방식도 여전하고요. 역시 기본적인 재미는 보장합니다. 지루할 틈을 주질 않죠.

ⓒ ㈜케이퍼필름. All rights reserved.

문제는 완급조절인데… 일단 [도둑들]은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감독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것을 했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 말인 즉슨, 평상시라면 일정 장르에 충실하는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을텐데 이번엔 생뚱맞은 이종 장르의 색채가 툭툭 튀어나온다는 얘기죠.

가령 이 영화에서 가장 이색적인 캐스팅이 바로 임달화인데, 임달화가 맡은 첸과 김혜숙의 씹던껌 사이에 형성된 로맨스 코드는 영화의 코미디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쳐도, 난데없는 총격전과 비장미 넘치는 화면의 구성은 영락없는 홍콩 느와르를 연상케 합니다. 이건 분명히 감독의 취향이 지나치게 반영된 거라고 보여지는데다 전체적인 영화 안에서는 상당히 따로 노는 부분입니다. (아, 개인적으로는 좋았어요. 뭐랄까..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새김하는 그런 느낌이었죠)

마지막의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와이어 액션은 그야말로 국내 영화에선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액션씬인데, 이것도 전체적인 영화의 틀 안에서 보자면 많이 튀는 부분이죠. 그만큼 감독이 욕심을 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이스트 무비의 특성상 판타지스런 부분을 현실감있게 풀어내야 함에 있어서 영화가 중후반부터 하드 액션물로 급전환되는 완급의 조절이 조금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강탈장면의 묘미가 주는 감흥 자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포함해서요.

하지만 [도둑들]이 보여준 가능성, 특히 다국적 배우에 로케이션 촬영으로 외관만 삐까번쩍한 영화들 중에 쓸만한 작품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나 하이스트 무비라는 마이너 장르의 징크스를 뛰어넘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하면서도 캐릭터의 낭비를 최소화 시킨 점 등은 높이 살만합니다. 물론 [다크 나이트 라이즈] 때문에 경쟁작이 전무한 상황에서 개봉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잡았다는 건 [도둑들]이 이룬 가장 큰 쾌거겠지요.

P.S:

1. 김수현의 캐릭터는 조금 아쉬워요. 단순히 팬심을 고려한 배역이라고나…
2. 신하균의 우정출연은 아주 좋더군요.
3. 웨이홍 역의 배우는 좀 더 무게감있는 사람으로 캐스팅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룡이라던가..  주윤발 같은… 좀 무리일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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