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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의 지혜 - 6점
앤디 메리필드 지음, 정아은 옮김/멜론



바쁘다. 너무 바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를 돌이켜보면 과연 내가 뭘 하느라 하루를 보냈는지 기억조차 안날 정도로 바쁜 나날이 계속된다. 특히나 '빨리 빨리'를 미덕으로 생각하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거다. 오늘날의 삶은 너무 정신없을 정도로 빨리, 그리고 바쁘게 지나간다. 어쩌다 3박 4일의 빠듯한 일정으로 주어지는 여름휴가는 꽉 막힌 고속도로를 한참만에 벗어나 또다시 사람들이 드글거리는 해수욕장에 발을 담그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마저도 눈 깜빡할 새에 지나간다.

가끔 지칠때면 이러한 꽉막힌 생활에서 벗어나 어디 멀리 한적한 시골로 혼자 떠나 한달이고 두달이고 여행이나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오로지 나 혼자 떠나는 여행. 좀 심심하기는 해도 옆에서 피곤하게 하는 사람도 없고 누구의 생각이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는 그런 부담없는 여행 말이다.

[당나귀의 지혜]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책이다. 촉망받는 교수의 삶을 마다하고 프랑스 시골마을로 훌쩍 떠나 당나귀 그리부예와 여행을 시작한 저자의 과감한 선택은 한편으로 무모하다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존경스럽다. 역시 행동하는 자만이 원하는 것을 얻게되고 또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느리게 사는 것'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다. 더불어 환경에 의해 구속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고집스런 삶을 사는 당나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느릿느릿, 묵묵히 고느넉한 시골길을 걸어가는 저자와 그리부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들의 여행길은 누가 보더라도 평온하고 아름답다.


Donkeys enjoying the sunshine in New Forest


그런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 때문인지 [당나귀의 지혜]는 템포가 무척 느린 책이다. 기승전결의 뚜렷한 구조도 없고, 지향점이나 클라이막스도 없이 밋밋한 문체만이 반복된다. 독자에 따라서는 이 책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책이 될런지도 모르겠으나 오히려 이런 책의 성격은 특이하게도 당나귀의 끈기와 참을성, 평온함과 느림의 특징과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더불어 당나귀에 대한 문헌들의 풍부한 인용구는 이 책이 주는 또하나의 보너스다. [보물섬],[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유명한 로버트 스티븐슨의 [당나귀와 떠난 여행]으로 시작해 [돈키호테]나 [반바지 당나귀], [동물농장] 등 무수한 고전 속 당나귀 이야기를 듣다보면 보잘것없는 동물이 인류와 맺어온 긴 역사속의 인연에 새삼 감탄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갑자기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당나귀 발타자르]를 감상하고 싶어졌다.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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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점심 먹고는 책상 앞에서 졸다가 저기 사진을 보니
    맘 편히 졸고 있는 듯 보이는 사진 속의 당나귀가 부럽군요. 크

    2009.08.31 14:21 신고
  2. attun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99.9%에서 갑자기 한없이 0에 가까운 속도가 되버리면 느리게 사는법의 미덕을 당나귀에게서 배우게 되죠

    ...응? 여기가 아닌가?

    2009.09.03 18: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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