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 특집 #1
때는 1980년대 초, 일본의 프라모델 시장은 [기동전사 건담]을 앞세운 반다이 사의 조립식 프라모델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이전까지 완성형 완구 시장에서 나름대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던 타카라 사(現 타카라토미)는 자신들의 야심작, 다이아크론과 미크로맨 시리즈가 건프라의 인기에 눌려 서서히 약발이 떨어져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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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위기의식 속에 타카라 사는 도쿄 완구박람회에 참가한 유수의 해외 바이어들에게 적극적인 판로 개척을 시도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거대 완구회사인 하스브로의 헨리 오렌스타인은 변형완구인 다이아크론과 미크로맨에 큰 흥미를 보였다. 무엇보다 자동차나 비행기 등의 메카닉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미국인들의 취향을 고려할 때 이들 완구의 변신컨셉은 일본보다도 북미시장에 더 걸맞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트랜스포머(Transformers)'라는 제목으로 탈바꿈한 다이아크론은 일본에서 발매되던 초기 설정을 버리고 보다 미국적인 정서에 맞게 컨버젼되어 출시되기 시작했다.
제목이 '트랜스포머'로 바뀐만큼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 제품들은 비교적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애초에 다이아크론의 설정은 기존 로봇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이아크론의 경우 여전히 '조종사'가 필요한 기계에 불과했으며 미크로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미국으로 건너온 '트랜스포머'는 기계의 몸을 한 유기적 생명체라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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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하스브로 사가 들여온 프라모델도 새로운 컨셉에 맞게 매우 제한적이었는데, 이를테면 다이아크론의 로봇들 중에서도 자동차나 중장비 등의 차량형 변신 로봇인 '다이아크론 카로보트'시리즈와 미크로맨 시리즈 중에서도 변신로봇이 등장하는 '미크로 체인지'시리즈 였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다이아크론 시리즈의 프라모델은 훗날 오토봇 진영을 형성하고, 미크로 체인지의 모델은 디셉티콘 진영을 형성하게 된다)
한편 수입사인 하스브로는 '트랜스포머' 완구의 판매증대를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 해답은 일본의 프라모델 시장을 주름잡은 [기동전사 건담]의 경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나 있었는데, 이른바 '미디어믹스'의 적극적인 활용이었다. (타카라가 반다이에 밀렸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타카라는 애니메이션과의 연계가 아닌 독자적인 프라모델만을 고집했던 것이다) 1984년 5월에 '트랜스포머' 완구를 발매하기 시작한 하스브로는 미국 굴지의 만화왕국 마블 코믹스와 전격적인 제휴를 통해 9월부터 코믹스를 발간하기 시작한다. 이같은 전략은 적중해서 '트랜스포머'는 발매 3개월만에 전미 완구 판매순위 10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이 여세를 몰아 같은 달인 9월에는 일본의 토에이와 합작한 애니메이션이 처음으로 방송을 타게 되었다. 이 작품은 홍보용으로 제작된 3편짜리 파일럿 방송이었지만 의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본격적인 시리즈물에 착수하게 된다. 기획은 하스브로의 자체 제작팀이 구성되어 설정 및 스토리를 맡았고, 작화와 기술적인 부분을 마블과 선보우 프로덕션이 담당하는 형태로 탄생하게 된 '트랜스포머'는 그야말로 북미지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당시 마블의 애니메이션 파트에서 근무했던 넬슨 신(신능균)은 '트랜스포머'의 하청작업을 한국에 맡기고 싶어했고 이를 계기로 작화의 60% 이상을 담당하게 된 신원동화가 주축이 되어 '트랜스포머'의 하청을 맡게 된다. 나머지 분량의 하청작업은 토에이에게 넘어갔는데, 훗날 [마이 리틀 포니 (My little pony)] 라는 장편 애니메이션의 작업을 위해 넬슨 신이 설립한 AKOM 프로덕션이 '트랜스포머'의 하청을 맡아 시즌 3부터는 상당량의 하청작업을 진행했다. (일부 문헌과 자료에 따르면 AKOM이 '트랜스포머'의 하청을 전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고 소개되어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Film 2.0 제342호에 실린 넬슨 신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AKOM 프로덕션이 1985년에 [마이 리틀 포니]를 위해 설립한 것이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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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실은 '트랜스포머'의 창조자가 넬슨 신이라든가 '트랜스포머'가 한국인에 의해 탄생한 작품이라는 식의 싸구려 내셔널리즘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절대 될 수 없다. 넬슨 신이 '애니메이션'판 트랜스포머의 제작 및 컨셉에 깊이 관여한 것은 사실이나 프로듀서 전반을 책임진것인가에 대해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데다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트랜스포머'에 참여한 건 어디까지나 하청 수준이었지 메인 프로덕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늘날까지도 거대 하청 작업장의 하나인 AKOM 프로덕션의 존재는 넬슨 신이 한국의 애니메이션 시장을 하청위주로 전락시킨 주범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의 '트랜스포머' 애니메이션이 선풍적인 인기와 높은 프라모델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을 때 일본 전역을 휩쓸었던 거대 로봇의 인기는 차츰 시들어가고 있었다. [기동전사 Z건담]이 여전히 프라모델 시장을 장악하고는 있었으나 그 앞을 막아선 것이 일본의 완구제품에서 시작된 미국 애니메이션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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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일본에 상륙한 '트랜스포머'는 같은해 토미노 요시유키의 [기동전사 Z건담]과 격돌하는 매우 흥미진진한 양상을 띄었다. 우선 이들 작품은 가변형 로봇이라는 공통적인 컨셉에도 불구하고 대상 연령층과 메카닉 디자인, 작화의 스타일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였다.
[기동전사 Z건담]이 모빌슈츠라는 전쟁도구로서의 로봇을 묘사한데 비해 '트랜스포머'의 로봇은 말 그대로 로봇생명체라는 설정이었다. 또한 선악의 경계가 모호하고 성인취향의 리얼리즘을 추구한 [Z건담]과는 달리 '트랜스포머'는 철저하게 아동위주의 심플한 선악대결구도가 추죽을 이룬 작품이었다. 당시 흐름을 주도하던 리얼 로봇계열의 진지함에 피로감을 느꼈던 일부 팬들과 저연령층에 의해 '트랜스포머'는 큰 호응을 얻었고, 더군다나 기계생명체라는 특수한 설정은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일본 방영시 '트랜스포머'의 오리지널리티는 많이 손상되었다. 방영순서를 바꾼다든가 아예 '트랜스포머 스크램블시티 발동편'이라는 타이틀로 추가컷의 삽입 등 임의적인 재편집을 거치는 바람에 시리즈의 일관성이 사라지게 되어 극장판의 개봉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렇게 '트랜스포머' 완구와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 큰 히트를 기록했고, 건프라의 독식으로 벼랑끝에 몰렸던 정통 로봇완구시장에 활로를 터주게 되었다. 또한 '트랜스포머'는 이듬해 반다이의 야심작 [머신로보 바이칸: 크로노스의 역습]와 같은 유사 로봇물의 탄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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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은 '트랜스포머'의 제작진들은 이제 어느정도 구축된 세계관과 풍부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가공할 만한 초유의 작품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트랜스포머'의 극장판 [트랜스포머: 더 무비]였다.
- 계속 -
* '트랜스포머' 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Hasbro company.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 참고 사진 및 자료: 미크로맨 & 미크로 체인지 (ⓒ TAKARA. All rights reserved.), 애니메이션과 나 (넬슨 신 저, ⓒ 살림 출판사. All rights reserved.), 머신로보 바이칸: 크로노스의 대역습(ⓒ テレビ東京、読売広告社、葦プロダクション .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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