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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을 당한 한 여자가 말동무를 찾아 카페를 찾는다. 왠지 모르게 말이 잘 통하는 가게 주인. 그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은 마음이 풀린 그녀,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어 매일 저녁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는 블루베리 파이를 한조각씩 먹으며 두사람은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리고는 그녀가 떠난다. 1년간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 상처받은 마음의 치유를 그린 왕가위 감독의 정식 헐리우드 진출작이다.


1. 왕가위표 영화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그의 명성에 비해 한국의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별로 친숙하지가 않다. [열혈남아], [화양연화], [아비정전] 등 평단의 극찬을 받은 작품들도 많은 관객들을 모아들이는데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가장 대중적인 성격을 띤 [중경삼림] 덕분에 왕가위라는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달까.

ⓒ Studio Canal/ Jet Tone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배경을 미국으로 옮기고, 헐리우드의 스타를 캐스팅했을뿐 스타일에 있어서는 전혀 바뀐 것이 없는 전형적인 왕가위표 영화다. 영화는 잔잔한 톤으로 진행되며 여러 인물들의 우연한 만남과 이별을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내용조차도 감독의 이전작들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을 정도다.


2.화려한 캐스팅

이번이 첫 번째 헐리우드 진출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는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이미 헐리우드의 유망주로 자리잡은 주드 로를 비롯해, [미이라]의 레이첼 와이즈, [레옹]의 나탈리 포트먼, 그리고 최근 [본 얼티메이텀] 등으로 노련한 연기를 선보인 데이빗 스트래던 등 연기와 흥행력을 겸비한 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 Studio Canal/ Jet Tone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이러한 스타들보다 더욱 눈에 띄는 배우는 다름아닌 노라 존스다. 그래미 어워드의 주요부문을 석권한 싱어송 라이터이자 재즈 보컬리스트인 그녀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첫 영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배우들보다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단독 주연으로서 발군의 연기력을 과시했다. 연기 경력이 거의 전무했음에도 왕가위 감독은 처음부터 다른 여배우의 대안이 없이 오직 노라 존스만을 점찍어 놓고 있었다니, 왕가위의 안목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맨디 무어나 비욘세 놀즈 처럼 가수 출신 배우로서 향후 활동이 무척 기대된다.


3.지루한 영화?

어떤 이는 말한다. 왕가위의 작품은 지루하다고. 하긴 한창 쌍권총질이 난무하던 홍콩 느와르가 유행병처럼 번질때, 많은 사람들이 '유사한 액션물'로 생각했던 [열혈남아]조차 관객의 예상을 깬 독특한 작품이었다. 그만큼 왕가위의 영화는 인물의 심리묘사나 정적인 화면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뭔가 좀 자극적인 영화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지루할지도 모른다. 내용이 딱히 별다른게 있는건 아니니까 말이다.

ⓒ Studio Canal/ Jet Tone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이것이 왕가위의 작품이 가진 특징이다. 비록 상처의 치유를 다룬 그동안의 테마들이 꾸준한 자가복제를 통해 반복되었다 하더라도,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서정적인 러브 스토리는 묘한 중독성을 띈다. 말하자면 왕가위식 사랑이야기는 '이해하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그 진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4.영상과 음악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는 인물들간의 대화보단 영상과 음악을 통해 영화를 표현한다. 푸른빛과 붉은색이 교차하는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영상미는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과의 작업을 통해 왕가위 영화를 규정하는 일종의 상징처럼 자리잡아 왔다. 다만 이번에는 크리스토퍼 도일이 아닌 다리우스 콘쥐와 작업을 했지만, 역시나 그 명성만큼이나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이고 있다.

ⓒ Studio Canal/ Jet Tone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음악은 어떠한가? [중경삼림]의 "California Dream"으로 한동안 라디오의 선곡대상 1순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화양연화]의 "Quizas Quizas Quizas"나 [아비정전]의 "何去何從之阿飛正傳 "등 왕가위 감독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제곡과 OST의 선율이다. 이번에는 싱어송 라이터 노라 존스가 주연으로 등장한 만큼 그녀가 직접 부른 "The Story"가 주제곡으로 사용되고 있어 영화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5.총평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의 러닝타임은 고작 90여분이지만 그 짧은 시간안에 주인공 엘리자베스(노라 존스 분)가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아픔을 발견하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자신의 이별을 치유하는 과정을 비교적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다. 다만 밋밋하고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플롯의 연결은 관객들을 다소 지루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이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가 [화양연화]에 포함시키려했던 단편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 Studio Canal/ Jet Tone Production. All rights reserved.


그러나 주인공 엘리자베스의 이동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이야기의 구조가 로드무비의 형식과 유사하다는걸 감안하면 다소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하더라도, 장르적인 특성으로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오히려 왕가위 감독의 멜로코드를 잘 소화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지독하리만큼 자기 스타일에 충실한 그의 집념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아직까지 왕가위는 헐리우드와의 타협점을 찾기 보다는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는데 성공한 셈이니까 말이다.



*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의 모든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 Studio Canal/ Jet Tone Production. 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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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ermine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왕가위감독 영화는 아직 본 게 없네요.
    스타일이 제가 즐길만한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서... ^^
    하지만 헐리우드에 진출하는 첫 작품에서 타협 없이 자기 색깔을
    꿋꿋이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네요.

    '성격을 띈'이라고 잘못 치셨네요.
    국문학 전공하신 분이 이런 오타를 내셔서 되겠습니까. 크크크 ^^;;

    2008.03.06 10:58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왕가위 영화는 [중경삼림]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그나마 대중적인 취향에 근접한 작품입니다.

      "띈"이 아니던가요? 요즘은 가물가물하네요.. 뭐 국문학을 전공하긴 했어도 관심있었던건 문법쪽이 아니라 평론과 고전문학 정도 였으니까요.. ^^

      2008.03.06 11:02 신고
  2. 페이비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경삼림때 멀미가 너무 심해서.. 이번에도 어 헐리우드에서 찍었네..음음 그렇군.. 하다가 허걱, 노라 존스? 이거는 봐야겠군요. 음악 성향이 너무도 소녀적인 저로서는 노라 존스가 너무 좋습니다. ㅋㅋ

    2008.03.06 11:44 신고
  3. 슈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나 왕가위인가요. 2046 보고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정말 보고싶어지는 걸요. 헐리우드 넘어가서도 왕성한 활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008.03.06 16:07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놀랍도록 특유의 스타일을 살려냈다는데에 탄복했습니다. 이러기도 쉽지않죠. 오우삼이 미션 임파서블2에서 비둘기아 쌍권총을 되살렸듯이..^^;;

      2008.03.06 16:10 신고
  4. 밀감돌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영화 지루하시다는 분들도 많이 계시던데 전 완전 제취향이더라는 /////
    어둠의 경로로 개봉전에 미리 봤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키스씬"

    어쩜 영화속의 주인공들은 달달하기만 키스를 하는걸까요?
    주인공이라서 달달한건가 ㄷㄷㄷㄷㄷㄷ

    봤지만, 영화관에서 또 보고싶네요 - 노라존스의 "The story"를 영화와 함께

    2008.03.06 23:44 신고
  5. 아쉬타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쉬운 점도 분명있었지만,
    그래도 음악과 배우들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했던 시간이었던듯~ ^^

    2008.03.07 12:21 신고
  6. 날개칩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습적으로 영화관에 갔다가 시간대가 안맞아서 그냥 나왔는데,
    왕가위 감독과 나탈리 포트만때문에 보고 싶기는 합니다만
    보다가 졸만한 영화는 아닌거겠지요? ^^;

    2008.03.07 12:43 신고
    • 페니웨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취향에 따라서는 다르겠습니다만 일단 영화자체가 짧고 한 영화에 세부분으로 에피소드가 나뉘어 있어서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

      2008.03.07 12:45 신고
  7. comod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가 좀 빨리 끝난다 하는 느낌이 있었는데 러닝타임이 상당히 짧은 영화였군요,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 내용보다는 영상이나 음악에 집중한다면 나쁘지 않았던 작품인 것 같아요~

    2008.03.17 04: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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